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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박강아름 결혼하다〉 인디토크 기록: 질문하고 마주보고 노래하는 어떤 사람들

by indiespace_한솔 2021. 8. 31.

 

질문하고 마주보고 노래하는 어떤 사람들  〈박강아름 결혼하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년 8월 21일(토) 오후 4시
참석 박강아름 감독│ 뮤지션 이랑
진행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 이랑은 박강아름과 박강아름이 아닌 이들의 이름까지 아우르며 노래한다. 그 노래는 질문이기도 하고, 몰랐던 나를 마주한 대답이기도 하다. 질문하고 마주보는 과정은 대체로 괴롭지만 노래는 아니다. 흥얼거리고 고개를 까딱거릴 땐, 정답은 무용하다. 박강아름의 작업은 그러한 노래 같다. 길들여진 정답에 다시 한 번 '왜'를 묻는 용감한 노래는 돌림노래처럼 끝나지 않고 멀리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 시작이 되는 극장에서 뮤지션 이랑과 박강아름 감독이 만났다. 이들의 애정 어린 대화와 노래까지. 그날의 극장을 기록했다.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장성란): 이랑님도 오늘 영화 같이 보셨다고 들었어요. 영화보신 소감부터 여쭤볼게요.

 

뮤지션 이랑(이하 이랑): 저는 이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영화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거의 처음 보는 것처럼 봤어요. 많이 울었어요.

 

장성란: 어디서 우셨어요?

 

이랑: 되게 많은 부분에서 울었는데 제가 왜 울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영화에 참여한 입장에서 눈물이 나는 건지 뭔지, 아직 잘 파악을 못 하겠어요.

 

장성란: 관객분들 질문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어떤 분께서 좋은 남편을 찾는 비결이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어요.

 

박강아름 감독(이하 박강아름): 생소한 질문이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잠시만요, 생각을 잘 정리하고 심호흡을 하고... 좋은 남편을 찾는 비결이라. 좋은 남편인 줄 알고 시작한 관계는 아니었고요. 그냥 좋은 사람이니까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했으나 영화는 이렇게 나왔고.(웃음)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했던 거 같아요.

 

장성란: 그럼 이랑님은 감독님과 성만씨의 부부관계를 보면서 누가 좋은 남편이고 아내인가 하는, 같이 사는 사람들 간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보셨어요?

 

이랑: 처음에 음악 작업 할 때는 영화 푸티지(footage: 영화나 영상 제작 시 편집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원본 영상)하고 성만씨와 아름씨가 각각 쓴 에세이 한 편씩 받아 보았는데, 성만 씨 글이 너무 어두웠어요. 유서 같은 수준이었어요. 나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고, 우울하고...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근데 저는 박강아름 감독님의 전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너무 좋아해요. 여러분들도 꼭 보셨으면 좋겠고 이 영화와 연속 상영도 했으면 좋겠어요. 박강아름 감독님이 인생 자체에 큰 질문을 던지면서 본인을 실험체로 사용하시는 작업들이 너무 신기하고 멋있고 용감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박강아름 감독님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프랑스에 원치 않게 따라가서 독박육아와 살림을 하고 있는 성만 씨의 글을 받았을 때 마음이 되게 혼란스러웠어요. 이 사람의 삶은 되게 응원하고 싶은데, 그럼 성만 씨의 마음은 어떻게 해야 되지? 그래서 음악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 너무나 고민이 됐어요. 처음엔 팬의 마음으로 박강아름 짱이고 이 사람이 최고다라는 내용으로 노래를 써보려고 했는데 성만씨가 너무 아른거리는 거죠. 결국엔 방향을 확 틀어서 성만씨가 화자인 곡을 썼던 것 같아요. 성만씨만이 화자라고 할 수 없지만. 여러 사람, 박강아름을 포함해서, 모두가 같이 생각해 나갈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성만씨가 이 노래 듣고 울었다고..

 

 

장성란: 아, 진짜요? 성만씨, 지금은 행복하시죠? (성만씨의 오케이 사인, 웃음) 저도 여쭤보고 싶었던 게 감독님의 전작인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도 감독님에 관한 이야기예요. 전작은 개인에게 포커싱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 작품은 감독님 개인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부부라는 두 명의 관계를 다루고 있잖아요. 그래서 편집하실 때 약간 자기 자신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는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박강아름: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는 집에 카메라를 켜놓고 혼자 있는 저의 모습들을 촬영했는데, 그땐 그냥 카메라가 저한테 위로가 되는 존재였어요. 근데 이번 작품은 전과는 완전 다른 상황에서 카메라를 위치해야 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어렵진 않았구요. 삼년 간 촬영을 하면서 같이 사는 파트너와 아이를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 고민을 했죠. 제가 저를 찍으니까 저는 어디까지 나와도 상관없는데, 파트너의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합의 과정이 필요했고 그런 과정을 제가 먼저 성숙하게 제시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초반엔 갈등도 있었고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합의를 해나가게 되었구요. 그 과정 속에서 성만씨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선 촬영하지 않기로 했어요. 영화 초반에 성만씨가 찍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넣어도 되냐고 물어본 뒤 넣은 것이고. 그런 과정을 지나고 나서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단 걸 인지한 상황에서만 찍었어요. 초반엔 이런 적도 있었어요. ‘모르겠지...’ 하고 카메라 켜놓고, 근데 알더라구요. “빨간불! !”하고. (웃음)

 

장성란: 저도 생각해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결혼했는데 그 사람이 우리 결혼에 대해 영화를 찍자고 하면 제가 과연 오케이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요. 엄청난 마음과 이해가 있어 찍을 수 있던 거 같아요.

 

박강아름: 성만씨의 말에 의하면, 본인도 같은 창작자로써 저의 작업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때문에 이 작업에 출연자로써는 얼마든지 협업하고 싶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선 촬영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장성란: 채팅방에 성만씨에 대한 얘기가 많아요. 비혼주의였던 성만 씨는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셨냐고 궁금하시다고.

 

박강아름: 영화에도 나오지만, 연애 중이었을 때 성만씨랑 저랑 결혼제도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근데 성만씨가 나는 비혼주의자야.’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엄청 충격이었어요. 앞에선 티를 안 냈지만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한 이주 뒤에 어렵게, 실은 당신의 그런 말이 나한테 상처였다, 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 그러는 거예요. “당신 페미니스트라며. 그날도 결혼제도가 여성한테 얼마나 억압적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잖아”, 라는 거예요. 그렇지만 나는 결혼 하고 싶다고 꾸준히 얘길 해왔거든요. 그래서 성만씨가 놀랍긴 하다, 나는 결혼 하고 싶지 않지만 사랑하는 당신이 원한다면 할 수 있다라고 했고. 이 영화의 피디님과 성만씨와 제가 되게 친한 관계인뎅쇼. 나중에 피디님한테 듣기로는 그때 왠지 결혼 안 한다고 하면 헤어질 것 같았대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프로포즈를 안 한다고 뭐라고 했대요. 성만씨는 지가 결혼 하고 싶다고 했으면 지가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고.(웃음) 그랬다고 합니다~

 

 

장성란: 저는 그것도 되게 재밌어요. 편집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이랑님께 푸티지랑 에세이를 보내드렸다는 게. 노래에 맞춰 애니메이션도 나오고 편집도 박자를 따라가는데, 노래를 받고 편집을 하신 거죠?

 

박강아름: , 맞아요.

 

장성란: 이랑님 노래가 워낙에 누군가의 내면을 바라보는, 성만씨가 아름감독님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 편집방향을 정해둔 채 노래를 받았다면 방향을 완전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잘 들어맞는 게 신기해요. 그 과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해요.

 

이랑: 노래를 받고 어떠셨어요? 예상치 못하게 박강아름이 화자가 아닌 곡을 드려서 어떠셨는지.

 

박강아름: 저는 그때 이 곡의 화자가 아름도 성만도 아닌, 3자인 이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저를 너무 비하하거나 혹은 성만씨를 너무 불쌍하게 그리는 것, 이런 식의 굴레에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이 힘들었고 그것들을 잡아가는 과정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되어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피디님, 촬영감독님, 성만씨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 때 이 곡이 와서 저를 잘 잡아주는 느낌이었어요. 이 곡이 영화가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들을 굉장히 잘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에서 1절과 2절을 구조화 시킨 것은 너무 좋았고. 저랑 성만씨랑 같이 들었는데, 진짜 둘 다 울컥 했어요. 푸티지가 거의 다섯 시간 정도 됐는데, 그걸 다 보시고 저희를, 저의 마음을 만져주는 것 같았고 제 생각엔 성만씨도 성만씨의 마음도 만져주는 것 같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이랑이 바라본, 저희를 알아가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애정이 제3자를 통해 나와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매일 들으면서 노래에 의지했어요. ‘영화를 잘 만들어야지.’하면서.

 

이랑: 저도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는데요. 푸티지도 보고 완성된 영화도 보았고, 그리고 2년 전 여성영화제에서 이 영화 상영 후 GV를 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근데 오늘 채팅방에 성만씨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하신 것처럼, 그때 분위기가 박강아름 감독님에게 공격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영화에도 너는 대단한 남편과 살면서 뭐가 문제냐고 하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때 GV에서도 아름씨의 인성을 비난하는 듯한 어떤 분위기가 있었어요. 성만씨가 불쌍하다는 분위기로 웅성웅성 했는데, 저는 그게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수많은 창작자들이 자기 작업을 열심히 해서 멋있게 작품을 만들었을 때, ‘이 사람이 결혼을 하고 파트너가 있다면, 작업하는 동안 파트너가 나머지 일을 다 하는 건가?’하면서 궁금해 하지 않잖아요. 그냥 저 사람 되게 잘한다, 멋있다, 이번에도 좋은 작품 나왔다, 이런 반응인데. 아름씨는 셀프 다큐멘터리를 찍으시니까 자기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남편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그 사람이 힘들어 하는 모습까지 담아내는 게 전 되게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단순하게 이 집은 여자가 가모장인 집이고, 남편은 불쌍하다라는 식으로 얘기가 끝나지 않길 바랐어요. 아름씨 얘기를 더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노래를 만들 때도 처음엔 되게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박강아름이 화자인 박강아름이 잘 드러나는 곡을 써야지.’ 그렇게 가사를 쓰다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한 시간 반 두 시간 동안 감독님이랑 통화를 하면서 나는 아름 씨를 대변하는 노래는 못 쓰겠고 새로운 화자의 입장에서 곡을 써야 될 것 같다고 했죠. 그리고 제가 받은 푸티지에는 편집 되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 있는데, 저는 그런 것까지 찍는 게 너무 신기했거든요. 아름씨가 너무 멋지고 용기 있게 느껴졌어요. 의미 있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이 프로젝트가 너무 훌륭하단 생각에 내 노래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아름씨가 이기적이고 성만씨는 불쌍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로만 느껴지지 않게 이 작품을 어우르는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거 같아요.

 

 

장성란: 감독님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중에 영화제 심사위원의 질문이나 여러 이야기를 들으셨을 텐데, 이런 구도 가면 이분법적인 구도로 볼 사람이 있을 거란 걸 모르지 않으셨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도 가지치기 하지 않은 것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본능적으로 내가 창피한 것들은 숨기게 되잖아요.

 

이랑: 이런 사람 처음 봤어요. 원앤온리 박강아름. 너무 존경해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되신 거예요?

 

박강아름: 저는 이렇게 태어나서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저를 알고 싶었어요. 내가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성장하면서 엄마의 삶이나 주변의 이모들의 삶, 언니들의 삶, 할머니의 삶을 보면서 페미니스트가 되었고, 그래서 가부장제 사회가 너무 싫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프랑스에서의 삶은 제가 선택해서 펼쳐진, 제가 만든 삶이잖아요. 그곳에서 저의 행동과 모습을 찍어 봤을 때 적잖이 충격이었어요. 사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기도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저는 그냥 제가 알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였고. 저는 더듬이가 저를 향해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아서. 부끄러움 같은 건 그리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저를 잘 봐야 되니까. 근데 사람은 혼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잖아요. 관계와 타인들과의 말을 통해 제가 드러나니까요. 영화에 나오는 피칭 프로젝트 때 피드백들이 당시엔 잘 안들렸어요. 동시통역이 나오긴 하는데 잘 안 들려서, 나중에 촬영된 걸 보고선 이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인 걸 알게 되었고 전 재밌었어요. 영화에 넣으면 너무 재밌겠다 싶었고. 분명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렇게 대신 말해주면 시원하겠다 싶었죠.

 

이랑: 너무 대단해요.

 

장성란: 감독 DNA가 있으신 것 같아요.

 

박강아름: 그런 피드백을 해주신 분이 프랑스의 배급사 대표님이셨는데 영화에 사용되는 걸 허락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이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지금 퍼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거죠? 그 작품에도 제 노래를 써주셨어요. 그땐 이미 제가 발매했던 곡을 써주셨는데. 저는 그 작품을 보고도 엄청 충격 받았거든요. ‘나는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영화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교육 받은 대로, 여자는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이런 과정대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되는데 아름 씨는 그 흐름에서 거대한 질문을 잡고 스스로를 사용해서 실험을 해나가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주변의 말들이 있었고요. ‘너는 그래서 남자친구가 안 생기는 거야’, 하는 말들이 이 분을 움직였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나는 결혼 하고 싶었어, 아기도 낳고 싶었어.’ 이런 태도를 가지고 일을 저지르고, 다시 왜 이렇게 돌아가는가. 이에 대해서 온 가족이 실험에 동참해서 질문하고 고민해나가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이 다음엔 뭐가 나올지 너무 궁금한 거예요.

 

장성란: 맞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른 자전적인 다큐멘터리에선 발견하기 어려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야기가 속 시원하게 펼쳐지죠. 한편으로는 자기 얘기를 찍고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제가 프랑스에 유학 간 것도 아니고 결혼한 것도 아니지만, 누구보다 저한테 하는 질문 같아요.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왜 하려고 하는 걸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 하는 질문들이 나한테 적용되는 것이 재밌었어요.

 

이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도 꼭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박강아름: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부가 서비스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랑: 예고편만 찾아보셔도 충격이실 거예요.

 

장성란: 누구도 하지 않은 질문을 당돌하게 묻고 자신의 몸을, 자신의 가족으로 실험을 하는 추진력과 에너지가 엄청난 자양분 같아요. 그리고 내가 왜 결혼을 하려고 했을까?’라는 질문이 덩케르크 해변씬 전에 짤막하게 나오잖아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혼자 가정을 책임지셔야 했던 어머니의 힘든 모습들을 보면서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것이다, 라는 부분은 어찌 보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해석하신 것 같아요.

 

박강아름: 이 작품을 한 삼년 정도 촬영을 했는데, 삼년 동안 촬영한 걸 두 달 동안 보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 정리를 했어요. 찍는 삼년 내내 생각을 해왔겠죠. 내가 왜 비혼주의자였던 애인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서 결혼 안 하면 헤어질 것 같은 느낌까지 줬을까. 나는 왜 동거 다음 순서는 자연스럽게 결혼이라고,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화를 만들면서 그에 대한 답이 좀 나와야 속 시원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걸 찾다가 옛날 테이프들을 변환을 했어요.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테이프들을 업체에 보내서 변환시켜달라고 부탁했는데, 테이프가 많았는데 다 분실되고 이거 하나 유일하게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딱 틀었는데, 저는 이렇게까지 아빠가 저를 안 보고 있는지 몰랐어요. 그런 모습이 지금 저한테도 있거든요. 엄마가 테이프를 보면서도 아니야, 아빠가 너 사랑했어,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랬거든요. 근데 옆에서 피디님이 보면서 , 너 안 보고 있네. 동생만 보고 있구만.”하셔서. “그래...”(웃음) 아무튼 그랬죠. 그렇게 옆에서 얘기해주는 과정이 있었죠. 아빠의 부재가 제 캐릭터에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까 그때의 저를 안아주고 싶었어요. 지난 어린 시절에 저를 만난 느낌? 그 화면의 역할이 컸던 거 같아요.

 

이랑: 저는 홈 비디오 장면에서 울었어요.

 

장성란: 젊은 엄마의 모습도 그래요. 지금 과거에 촬영한 홈 비디오들을 꺼내보면 내 어린 시절에 대한 객관적이고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도 이 영화 자체가 정말 중요한 작업이네요. 스스로를 알게 되는. 또 질문이 왔는데,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부터 감독님 작품을 좋아해왔는데 이랑님 노래가 계속 사용되어서 그런지 이젠 이랑님의 목소리가 아름 감독님 작품의 시그니쳐 같은 생각이 드셨대요. 앞으로도 계속 협업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박강아름: 와! 너무 좋아요.

 

이랑: 제가 감독님한테 다음 거 뭐하실 거예요? 저 써주실 거예요?” 물어봤어요.

 

박강아름: 전 너무 좋죠. 완전. 완전 좋아요.

 

 

장성란: 저희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감독님이 보여주시는 다양한 이미지들, 애니매이션부터 솔직한 나레이션까지, 다 재밌게 보고 있는데 마지막 해변씬이 그 전 장면과 좀 다르잖아요. 이렇게 긴 호흡으로 쭉 나올지 몰랐는데, 이 장면이야말로 감독님이 장면을 고르고 영화에 넣기까지 생각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감독님께 의미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고요. 이 결말에 대한 질문들이 많아요. 정서적인 이미지잖아요. 이걸 끝으로 배치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이랑: 저는 다른 분들 감상이 궁금해요. 앞에서 실컷 성만씨와 아름씨가 대화하는 방식을 봤잖아요. 그래서 해변씬을 보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대사가 떠올랐거든요.

 

장성란: 그때 무슨 대화 나누셨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많아요.

 

박강아름: 그때 거의 대화 없었구요. “사진 찍자! 일루 와봐.” 찰칵! “이것도 좀 찍자!” 찰칵! 이랬어요. (웃음)

 

장성란: 찍으실 때 이 장면 엔딩으로 써야겠단 생각을 하셨나요?

 

박강아름: 아뇨. 전혀 안 했구요. 그때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면, 사실 덩케르크 촬영을 간 건 저희의 일상에서 갈등 장면이 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싸울 때 촬영을 할 순 없었거든요. 그래서 갈등이 좀 나왔으면 싶고, 우리는 언제나 비슷한 양상으로 싸우기 때문에 서로의 대사를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성만이 되고 성만씨가 아름이 돼서 덩케르크 해변을 배경으로 재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어요. 덩케르크를 선택한 이유는 딱히 없어요. 그냥 제일 가까운 바닷가여서 빨리 촬영하고 올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날 비가 너무 몰아치는 거예요.저는 그냥 촬영 못 하겠네, 하고 있는데, 전날에 성만씨가 김밥을 쌌어요. 제가 싸달라고 했죠. 경비를 아끼기 위해.(웃음) 컵라면이랑 김밥을 점심으로 싸갔거든요. 저는 정상가족에 대한 이미지가 제 맘속에 있다는 걸 이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63빌딩에 엄마, 아빠, 아이가 손잡고 놀러가거나 아쿠아리움에 엄마, 아빠, 아이의 실루엣이 비치는 장면. 바닷가에 돗자리 깔고 단란한 소풍 같은 거. 그런 걸 못 해봤거든요. 엄마가 장사하시고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평생 아빠 없는 아이라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나 봐요. 그래서 더 괜히 떳떳하게, 아빠 없는 게 티 안 나게 해야지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어쨌든 저는 그런 걸 못 해봤기 때문에 바다에 왔으니까 해보고 싶은 거예요. 촬영은 됐고, 온 김에 가서 김밥이랑 컵라면 먹고 사진 좀 찍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가자고 했어요. 뒤에서 촬영감독님이 촬영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냥 파도 가까이 가서 사진 한 장 찍고 오는 게 저의 목표였어요. 프랑스에 와서 삼년 째 바닷가 한 번 못 갔거든요. 그리고 제가 고른 엔딩 컷은 기차 장면이었어요. 해변 장면은 짧게 잘라서 앞에 두고, 기차 씬으로, 시간 순서대로 두려고 했는데요. 저는 이 사건들을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순서대로 편집하려는 강박이 항상 있었어요. 영화제 최종 제출을 앞두고 저, 김문경 피디님, 허성 촬영감독님, 성만 씨까지 주요 스탭들이 모여서 마지막 장면을 꼽자고 했는데 김문경 피디님께서 그러셨어요. 엔딩을 해변으로 가보자고. 저희 셋은 다 의아했는데, 피디님이 나를 믿고 해보자고 하셔서 두 버전을 같이 봤어요. 그렇게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왜 해변으로 끝나야 하는지. 항상 볼 때마다 너무 좋은데...(웃음) 덩케르크 안 가면 어쩔 뻔했어.

 

장성란: 이때 찍은 셀카 사진 잘 가지고 계신 거죠?

 

박강아름: 네, 잘 가지고 있어요. 보여드릴까요? SNS에 올릴게요.

 

 

장성란: 이랑님이 작업하신 OST26일에 발매가 된다고.

 

이랑: . 앨범은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한국 오셔서 만나서 얘기하다가 되게 급하게 날짜를 잡았어요. 원래는 음반 발매할 때 유통사에서 한두 달 전에 협의를 해야 되거든요. 스케줄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 근데 전화해서 너무 급한데 어떤 날짜라도 좋으니 영화 개봉일이랑 가까운 날짜 하나만 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다 맞출게요.” 이렇게 해서 받은 날짜 26일에 발매하기로 했어요. 음원 온라인 스트리밍이 되는 거니까 피지컬 앨범이 없더라도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장성란: 너무 감사하네요. 내주셔서.

 

이랑: 저도 제 앨범이 나와요. 오년 만에 앨범이 나와서 다른 거 할 정신이 없었는데 또 아름 씨를 오랜만에 만났더니. 저는 아름씨가 너무 좋거든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사람을 위해서면 내가 매일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낸다고 생각하고 요즘 계속 밤을 새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장성란: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도 있다고 해요.

 

이랑: .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곡은 저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영화에 쓰인 버전이랑 좀 다르게 재녹음을 했어요. 영화를 만들 땐 홈레코딩을 해가면서 만들었는데. 앨범에선 실제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가상악기로 해결했던 것들을 다 연주자의 손을 빌려서 박강아름이란 제목으로 만들었어요, 앨범 8번 트랙으로 수록되었어요.

 

박강아름: 이랑 3늑대가 나타났다! 823일에 발매 되어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저는 이랑님의 지인 찬스? 서포트로 3집 앨범 미리 들어봤거든요. 너무 좋아서, 매일 노래 들으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이랑: 제 음악을 원래 듣던 음악 팬들과 독립영화,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 팬이 겹치는 지 잘 모르겠지만. 8번 트랙 박강아름에 대해서 제 주변인들 모두가 이게 뭐야?’ 하더라고요. 제목부터 이게 누구 이름인지 암호인지, 제가 만든 말인지 몰라요. 박강아름이 대체 뭔지 모르고, ‘어떤 사람일까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음악은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저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일본어로 앨범을 낼 때는 트랙 이름이 바쿠강아루로 되니까 더 이상한 거예요.(웃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 바람은 박강아름 감독님이 계속 더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주시고 이랑 3집의 8번 트랙이 이 사람에 대한 노래라는 걸 전 세계가 알게 되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장성란: 이 영화에 들어간 노래가 세 곡이잖아요. 그 중 빠까아뚬이 있는데. 그 제목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랑: 기억이 좀 뒤죽박죽 섞였는데. 제가 소개글엔 보리가 발음하는 박강아름이라고 썼거든요. 어쨌든 박강아름이 계속 나오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코러스처럼 넣기 위해 박박박, 강강강, ~ , . ‘은 조금 어려우니까 뚬뚬. 코러스로 쭉 깔고 그 위에 보컬을 얹는 방식으로. 박강아름을 코러스 라인으로 만들기 위해 빠까아뚬이 된 거예요. 저의 새 앨범과 박강아름 결혼하다OST 많이 많이 사랑해주시고, 다음에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가 연속 상영되었으면 좋겠어요. 불러만 주시면 박강아름 감독님 행사에는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박강아름: 오늘 비도 오고 시국도 어려운데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마스크 너머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잘은 안 되겠지만, 암튼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렇게 와주신 발걸음이 저희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많이 홍보 해주시면 저희도 더 힘을 내서 롱런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찾아와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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