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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생각의 여름〉: 한여름과 늦여름, 그 모든 여름을 지나고 나서야 당신께 전합니다

by indiespace_한솔 2021. 8. 24.

 

 

 〈생각의 여름〉  리뷰 : 한여름과 늦여름, 그 모든 여름을 지나고 나서야 당신께 전합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어쩐지 이 계절도 지나가는 듯하다. 한낮의 더위가 저녁과는 분명히 다르다. 집을 나설 땐 얇은 옷가지라도 챙겨보며 이 계절도 다다랐음을 느낀다. 지난여름을 떠올려보면서도 아직 푸르른 창을 보면 너무 이른 생각이었나 싶다. 요즘, 계절의 틈 속에서 여름을 기억한다. 모든 것을 내밀 수 있었던 마음과 이리저리 내쳐졌던 다짐들을 떠올린다. 늦여름은 달라도 어딘가 크게 다르다. 이맘때면 꼭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틀어본다.

 

 

김종재 감독의 생각의 여름은 이러한 기분에, 잔나비의 음악 뒤에 함께 나열하고픈 영화다. 극 중 현실은 한여름을 살며, 시를 완성해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몰입했던 것들, 내가 매달렸던 것들 그리고 나를 애정해주었던 모든 것에게 이름을 붙여줘야 하는 사람이다. 애인 민구와 이별한 현실은 권태로운 일상을 이어간다. 몸을 씻고 집안을 정리해봐도 어딘가 후련해지지 않는 기분을 느낀다. 현실의 집 안팎엔 민의 흔적들이 가득하다. 그 속에서 현실은 의아해한다. 나를 왜 떠난 건지, 그의 떠남 뒤에 자신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결국,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하는지. 사람을 찾고 산을 오르고 또 우연히 사람을 마주치면서 현실은 이 질문들을 정리해나간다. 그리고 점점 시인으로서말하게 된다.

 

 

관객은 계속해서 권태로운 현실을 보게 되지만 종국엔 현실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것을 소진했던 시간을 다시 보게 된다. 방 안과 놀이터를 배회했던 현실은 결국 그 안에서 마주쳤던 인물들을 통해 시를 완성하게 된다. 친했던 언니가 선을 긋기도 하고 '호구 잡혔던' 절친과 오랜만에 재회하기도 한다. 그들과 관계 맺으며 충만했던 시간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는 전 애인 민와의 관계와 닮아있다. 여름의 더위를 닮은 활력의 시간을 통과했다는 자각은 시인에게서 말을 뺏는다. 그리고 사실 모두는 언어를 완성해야 한다. 어찌 보면 비생산적인 움직임이 다섯 편의 시를 완성한다. 생각의 여름은 시인이라는 직업, 권태로운 오후, 여름이 주는 이중적인 감각을 통해 청춘을 말한다. ‘열정소진은 하나의 시기지만 동시에 순환하는 계절과도 같다. 언어를 찾고 말을 완성하는 일엔 어쩌면 일련의 권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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