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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인터뷰: 모두의 행복을 위한 동행

by indiespace_한솔 2021. 7. 20.

 

 

모두의 행복을 위한 동행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2021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소은 님의 글입니다. 

 

 

어느 날 자식이 커밍아웃을 한 두 사람, 나비와 비비안. 그들은 자식의 성 정체성도 그것을 정의하는 단어도 도통 이해하기 힘들어 혼란스럽다. 그러던 두 사람은 점차 자식을 이해하고 존중해가면서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열렬한 활동가가 된다. 자식에게 좋은 부모, 사회적으로 훌륭한 어른, 한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자체로 대해주는 좋은 사람.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기분 좋은 새로움과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함께 걸어가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의 변규리 감독을 만났다.

 

 

너에게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라는 지칭이 성소수자 당사자가 될 수도 있고, 나비와 비비안에게는 자식인 한결 님과 예준 님이 될 수도 있고,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동료 시민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전 나비나 비비안,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부모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분들이 사회적인 어른으로서 존경받을 지점 중 하나가 자기 자식들, 다른 세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논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부모라는 위치에선 자식들과 논의하지는 않잖아요.(웃음) 우리가 학교나 학원을 논의하고 토론해서 가진 않으니까요. 자기가 정한 길을 아이들이 걷기를 바라기도 하는데, 거기서 벗어나 함께 이야기하고 알아가려는 모습이 '그들에게 가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이 제목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인 앨라이(ALLY: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연대하는 사람들)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이 이야기를 구상하고 영화로 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커밍아웃 3부작이라는 걸 만들어왔어요.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담은 〈3xFTM〉, 레즈비언 이야기를 담은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게이 이야기를 담은 종로의 기적까지 주요하게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뤄오다가 성소수자의 가족이나 친구 이야기를 담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홍보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가 와서 저희 단체에서 촬영을 하게 됐어요. 부모님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기 고백적 이야기를 해주시는 모습이 진솔하게 와닿았고, 그게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 위치에 대해 새로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분홍치마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쪽에 다큐멘터리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그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어요.

 

 

실제로 커밍아웃을 한 뒤 부모와 사이가 틀어지거나 그럴 것을 예상해 부모에게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많을 텐데요. 성소수자 자식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부모, 나비와 비비안을 주인공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비 님과 비비안 님이 우리 부모님도 저럴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게 하는,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엄마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부모님들이 하나같이 말씀하시는 게 나도 처음부터 아이를 다 이해하거나 받아들였던 것 아니라는 거예요. 나비 님과 비비안 님도 처음에는 이들의 정체성, 더불어 이를 정의하는 단어 자체도 이해할 수 없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게 됐고요. 특히 비비안 님은 아이의 동성애인을 집으로 초대하고 친하게 지내는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관계 맺기처럼 보이기도 하죠.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현실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비 님과 비비안 님 두 분 모두 사회적으로 좋은 어른, 아이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엄마라고 느껴졌고요. 두 분이 자식에게 혹은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방식이나 자식과 관계 맺는 방식이 특별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두 분을 주인공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인물 중심의 다큐멘터리라서 캐스팅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인물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캐스팅됐는지, 어떤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는지 궁금합니다.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하고 제일 먼저 생각했던 게 이분들의 이야기를 무조건 많이 들어봐야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성소수자부모모임이 활동하는 공간을 찾아가서 취재했어요. 영화에도 나오는 정기모임에 매달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들이 강연하시거나 퀴어 퍼레이드에서 프리허그 활동을 할 때 따라가면서 한 분 두 분 관계를 맺어갔어요. 그러면서 주요하게 활동하시는 부모님들 위주로 생애사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때 나비 님과 비비안 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분들이 더 궁금해졌어요. 처음부터 이 두 분을 주인공으로 정하고 촬영한 건 아니었고요. 사전 취재 기간이 길었어요. 6개월 정도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맺었어요. 나비 님과 비비안 님을 본격적으로 촬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자식인 한결 님과 예준 님께도 이 촬영을 제안했고, 두 분 다 흔쾌히 정체성이나 커밍아웃 스토리를 공유해주시면서 같이 촬영할 수 있게 됐어요.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는 게 중요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성소수자로서, 성소수자 부모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영화를 찍으실 때 이러한 부분에서 고민과 어려움이 있진 않으셨나요?

 

걱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에요. 성소수자부모모임이 만들어졌을 때는 이분들 또한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셨다고 해요. 저희가 만났을 땐 주요 활동가 분들은 얼굴을 드러내는 연습이나 훈련을 많이 하고 계셨어요. 제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기간 동안 사회적 커밍아웃을 고려하는 부모님의 수가 많아지기도 했어요. 촬영 초창기에는 비비안 님이 노출을 약간 망설이기도 하셨지만,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동료들에게도 다 커밍아웃을 했고, 퀴어 퍼레이드의 모습이 뉴스에 나와버려서.(웃음) 서서히 드러내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같이 지켜봤어요. 나비 님은 처음부터 내가 하겠다는 남들이 어쩔 거야이런 입장이셨고요.(웃음) 영화가 사회에 나와서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면, 요즘은 사이버 불링도 많고 혐오 세력의 조직적 공격도 있으니 우려가 당연히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비난과 공격을 받을 때 우리 곁에서 함께 막아주고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이제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주인공분들이 얼굴을 드러내 주신 것 같아요.

 

 

영화에 201710월에 진행된 42회차 정기모임부터 20207월에 진행된 68회차 정기모임까지 등장합니다. 정말 오랜 기간 촬영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 촬영 기간은 어느 정도셨는지 궁금합니다. 촬영 기간이 긴 만큼 촬영본의 분량도 많았을 텐데요. 그로 인해 편집 과정에서 고충은 없으셨는지, 영화에 미처 담지 못해 아쉬운 장면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2017년 가을부터 사전 취재를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건 20183월부터였던 것 같아요. 2020년 여름까지 본 촬영 기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사전 취재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활동을 따라가면서 이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탐색해보는 기간이 길었어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는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고, 그분들이 정기모임이나 퀴어 퍼레이드, 강연 외에도 당사자들 혹은 부모, 가족, 친구와 상담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사례를 같이 공유하시고 시민교육도 많이 하시거든요. 그런 열렬한 활동상이 담기지 못한 부분이나, 다른 분들의 좋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 건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거나 감독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은 어느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비비안 님은 인터뷰하실 때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주세요. 그 모습이 좋더라고요. 사실 카메라 앞에서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쉽지 않잖아요. 저도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은데, 비비안 님은 언제나 해주셨어요. 특히 예준이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이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비비안 님이 솔직히 이야기해주신 것들이 되게 좋았어요. 나비 님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결 님과 직접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엄마는 아니에요. 그런데 인터뷰를 할 땐 이 얘기를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한결이가 봤을 때 이런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씀하시는 것들이 있었어요. 성별 정정 부모동의서를 낭독할 때나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 거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엔 나비 님이 한결 님에게 고백을 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자식에 대한 큰 지지의 마음, 단순히 자식과의 관계여서가 아니라 한결 님을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하려고 하는 마음이 되게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한결의 성별 정정 신청 과정과 비비안이 동성혼, 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 진정에서 목소리 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제도적 차원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인식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변화 역시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이 장면을 어떻게 담아내게 되셨나요?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차별이라는 게 제도적인 부분도 있고 인식적인 부분도 있고, 사회 곳곳에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저도 이미 조사한 자료도 있고 알고 있는 이슈도 많았지만 이분들을 촬영하면서 알아간 것도 많은데요. 일단 한결 님이나 예준 님이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거예요. 연애를 하는 것, 화장실에 가는 것. 굳이 어떤 부분을 보여줘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너무 일상적인 것들을 침해당하고 있었어요. 한결 님이 자기가 유령같이 사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이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사회가 이들을 한 사람으로서, 인격체로서 정말 존중해주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별 정정 신청 과정 또한 모든 단계가 이 나라는 트랜스젠더를 스스로는 판단을 못 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이에 쉽게 동의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예준이도 어렸을 때부터 연애를 하고 싶어 했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캐나다까지 갔지만 한국에서도 그렇게 살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단순히 인권 보장이 상대적으로 잘 되어있다고 하는 나라에 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일상적인 차별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제도적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어머니들이 이렇게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며 자식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투사가 되어가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나비와 비비안이 활동가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지켜본 감독님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 계신 분들은 그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처음에는 내 자식 때문에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을 시작했지만, 계속 활동하는 이유는 내 자식 때문만은 아니다.” 성소수자 이슈나 사회적 차별에 대해 부모님들도 겪고 알아가면서 본인도 성소수자 부모라는 고유의 정체성이 생긴다는 얘길 해주셨어요. 저도 그 말에 되게 공감했고요. 어떻게 보면 성소수자 부모 또한 누군가에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치잖아요. 왜 아이를 그렇게 낳았냐, 혹은 키웠냐, 가정교육을 어떻게 했냐. 이런 터무니없는 강압적 시선을 마주하며 부모님들도 되게 답답했고, 이에 대해 본인도 얘기할 수 있는 언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어요. 단순히 자식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권을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활동하는 거죠. 그래서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성소수자 이슈와 당사자들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솔직히 나누어주셔서 저는 되게 기뻤어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의 장면에 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퀴어축제 반대’, ‘동성애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축제를 방해하는 집단이 영화에 담겼습니다. 특히 사랑하니깐 반대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바로 앞에 있는 성소수자 부모에게 반대한다고 소리 지르고, 카메라를 향해 부모로서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서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던 인물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집단을 혐오하는 행위를 부모로서 자식을 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모순된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갈수록 혐오 세력의 언어가 차별을 반대하는 이들의 언어를 답습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장면을 영화에 담으신 이유와 그 당시 현장에서의 기억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제 기억부터 얘기하면, 오전 9시쯤? 아침 일찍 동인천역 북광장으로 갔는데 가자마자 멘붕이었어요. 저희 퍼레이드 참여자들이 가운데에 있고 주위를 다 혐오 세력이 둘러쌌어요.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정말 소수인데,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혐오의 언어를 적나라하게 외쳐대고 있었어요. 혐오 세력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서 저는 그 안에 갇혀있고 촬영팀 친구는 밖에서 촬영하고, 부모님들도 다 각각 떨어져서 현장에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면서 전투하고 있었어요. 그 어느 때보다 인권 침해와 혐오가 심했던 것 같아요. 용역을 부른 게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로 물리적 폭력도 서슴없으시더라고요. 욕은 기본이고, 이동할 수 없게 위협하고. 한결 님도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구타를 당했고요. 모두 놀라고 무서운 상태였어요. 혐오 세력이 둘러싸고 있으니 경찰이 그 안에서 우리를 지켜준다는 명목 하에 한 겹 더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는데, 우리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나가려고 하면 지금 나가면 못 들어온다는 게 경찰들의 언어였어요. 우리를 지켜주고는 있지만, 잠시만 벗어나도 다시 참여할 수는 없다는 거잖아요. ‘왜 우리의 집회·결사의 자유는 보장해주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했어요. 화장실도 못 가고 아무것도 못 먹고 8시간이 넘게 그 안에 고립되어 있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마지막 행진을 위해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는 같이 있구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영화에 그 모습을 넣게 된 건, 여전히 한국 사회 내 혐오 세력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모습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하니까"라는 그들의 전제가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사랑한다는 그 말 아래 많은 폭력이 정당화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랑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이것은 폭력이라고 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그 장면을 담았어요.

 

 

너에게 가는 길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실천의 연대를 추구하는 단체인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에서 제작된 영화인데요. 감독님께서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1412월에 서울시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이라는 문구가 담긴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무지개 농성이 서울시청에서 진행됐어요. 저도 그곳에 참여했고요. 성소수자와 활동 단체들, 연대 단체들이 농성을 하는데 미디어 활동가를 구한다고 해서 다른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저녁에라도 촬영을 하는 식으로 틈틈이 현장에 갔어요. 그곳에서 연분홍치마 활동가분들을 만났어요. 그 이후에 아르바이트도 같이 하고, 연분홍치마의 안녕 히어로라는 작품의 조연출을 하면서 같이 활동하게 되었어요.

 

 

감독님의 전작은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플레이 온이었는데요.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작업에서 감독님께서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드시면서 감독님께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은 지금 이 시각에도 살아 숨 쉬는 생명체, 인물을 다룬다는 것인데, 그분의 이야기를 곡해하거나, 앞서 나간다거나 혹은 오해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담는 건 아닌지 항상 섬세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시 내가 만든 영화가 주인공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주인공에게 확인받는 과정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감독님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현재 구상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아직은 없지만, 퀴어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이 농담을 제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이런 생각을 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더라고요. 부모님들이 다른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좋아하시고 진지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니까, 관객분들이 인터뷰 보고 웃으실 때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관객들이 웃을 때가 너무 좋아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찾아주신 관객분들이나 함께 영화를 만든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이 공을 들여주셨어요. 우선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시는 상임활동가분들, 자원활동가분들이 많이 도와주셨고요. 정기모임 촬영도 활동가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은 터라 저희는 이 영화를 성소수자부모모임과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이자 편집도 함께한 이혁상 PD님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주시고, 촬영도 같이 다녀주셨어요. 이세연 조연출에게도 정말 고맙고, 조소나 PD도 영화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을 들여줬고요. 고마운 분들이 되게 많아요.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극장으로 와주시는 마음도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부모님과 같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소수자나 퀴어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목소리의 저변을 넓혀줄 수 있는 관객분들이 와주신다면 저희는 힘을 받아서 어떤 혐오의 공격에도 당당하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이 지켜봐 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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