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식물카페, 온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년 6월 25일(금) 오후 7시
참석 최창환 감독│배우 강길우, 이가경, 김우겸, 서석규, 박수연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호진 님의 글입니다.
사람의 첫인상은 3초면 충분하다고 하던가. 영화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오늘만은 내가 틀린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하는 동안의 3초는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거 같다고 짐작해버렸다. 아니, 완전히 틀렸다. 제목만큼이나 온정이 넘치는 영화였다. 따뜻함보다는 살짝 쌀쌀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온정으로 물들이는 영화 〈식물카페, 온정〉, 그날의 따뜻한 대화들을 전한다.
정지혜 평론가(이하 정지혜): 오늘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굉장히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정지혜입니다. 감독님과 배우분들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최창환 감독(이하 최창환): 〈식물카페, 온정〉을 만든 최창환입니다. 작년에도 여기서 GV를 했었는데요. 그때도 코로나 위험을 무릅쓰고 관객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는데 오늘도 같은 마음입니다.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길우 배우(이하 강길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역을 연기한 강길우입니다. 저희 영화는 시사회를 따로 안 했는데 오늘 하는 거 같네요. 반갑습니다.
이가경 배우(이하 이가경): 안녕하세요, 시내 역을 맡은 이가경입니다. 감독님과 배우 5명이 모두 모여서 GV 하는 자리가 처음이어서 저희에게도 기분 좋은 날인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우겸 배우(이하 김우겸): 저는 진우 역을 맡은 김우겸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석규 배우(이하 서석규): 저는 인혁 역을 맡은 배우 서석규라고 합니다. 어렵고 힘든 시국에 극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수연 배우(이하 박수연): 저는 서진 역을 맡은 박수연입니다. 오늘 재밌게 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지혜: 인사만 나눴는데도 굉장한 열기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관객분들과의 열기와는 다르게 영화는 마음을 정화시키고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인물들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고, 식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감독님 영화들을 챙겨본 관객분들은 의외라는 생각도 하실 것 같아요. 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파도를 걷는 소년〉 개봉 당시에 GV가 끝나고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최창환: 네, 그때 GV 끝나고 제작사 대표님하고 숙소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에 있던 몇 개의 프로젝트 중 이 프로젝트를 저한테 달라고 했어요. 제가 먼저 하고 싶어서 하겠다고 했고 대표님도 하라고 해서 하게 됐습니다.
정지혜: 시나리오의 각색에 참여하셨고, 처음 스토리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갈피를 잡으셨는지 조금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최창환: 처음에는 에피소드가 더 다양하게 얽혀있었고요. 현재도 ‘증권맨’이었습니다. 원래는 웹드라마 형식으로 생각한 프로젝트였는데, 제가 한 편의 영화처럼 찍어보겠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대표님이 저를 많이 믿어주셔서 영화와 어울리게 각색을 하게 됐습니다.
정지혜: 배우님들이 의기투합해서 영화를 찍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강길우 배우님은 감독님의 영화라면 무조건 달려가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작품까지 4편 정도 연달아 참여하셨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강길우: 이 영화가 제작이 된다는 건 제작사 대표님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고요. 대표님이 역할을 제안해 주셨는데, 촬영 시기가 안 맞아서 안될 거 같다고 했어요. 그 뒤로는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감독님이 어느 날 연락을 주셨어요. 11월에 뭐 하냐고. 아무것도 안 한다니까 글을 하나 보내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열흘 있다가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10일 동안 식물 클래스, 차 클래스를 듣고 부랴부랴 촬영하게 됐죠.
최창환: 작년에만 강길우 배우와 3편을 연달아 같이 하다 보니까 어떤 신뢰관계가 생긴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강길우 배우가 다른 배우들한테 팁을 준 것 같더라고요.
강길우: 제가 대본 외우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다른 배우들은 감독님하고 첫 작업이다 보니까 외울 수밖에 없죠. 배우가 어떻게 대본을 안 외우고 연기를 하겠습니까.(웃음)
정지혜: 다른 배우분들은 최창환 감독님의 현장을 처음 경험하셨으니까 혼란스러우셨을 거 같아요. 감독님이 대본을 사전에 맞춰보는 것을 지양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이가경 배우님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가경: 감독님하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같이 작업을 해본 적은 없어서 항상 현장 스타일이 궁금했는데요. 대본 리딩도 안 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니까 걱정이 되었죠. 열심히 대본을 외우고 있는데 길우 배우님이 옆에서 안 외워도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현장에서 대사가 많이 바뀌기도 하고, 롱테이크로 많이 갔어요. 그런데 편했던 거 같아요.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나왔던 거 같고 재밌었습니다.
정지혜: 시내라는 인물은 영화 안에서 현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주 드문 장면에 함께하는데, 이 인물을 더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이가경: 현재와 같이 일을 했던 동료이고, 현재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죠. 제가 알기로는 원래는 연인 설정이었는데 감독님이 그 설정을 다 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대사를 할 때도 연인 느낌이 묻어나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했어요. 서로 알던 사이니까 현재도 시내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정지혜: 영화를 보면 그런 뉘앙스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왜 연인의 느낌을 덜어내려고 하셨나요?
최창환: 현재의 연인은 아마 어디 다른 곳에 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영화 안에서 현재는 묵묵하게 들어주는 역할인데, 그런 사랑의 개념이 들어가 버리면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지혜: 우겸 배우님과 석규 배우님은 극 중에서 어떤 커플인가요? 어떤 지경에 처한 것일까요?
서석규: 대한민국에 흔히 볼 수 있는 연인의 일이겠죠. 그러지 않을까요?
김우겸: 사실 이 커플은 충돌 지점이 극명하게 보이잖아요. 연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감정인 거 같아요. 서로 생각이 다른 것과 동시에 현실의 상황에서도 부딪히는 그런 커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석규 형이 장난스럽게 얘기한 대로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커플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지혜: 두 배우 분은 처음 같이 작업을 하셨는데, 호흡이 어떠셨나요?
서석규: 처음 같이 작업을 한 건데,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연기를 했고요. 제가 연애를 했던 순간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가지고 현장에 가서 우겸 배우랑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장면들을 만들었습니다.
김우겸: 석규 배우는 실제로도 극 중 인물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할 때 많이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하면 석규 형이 정리해주고 그런 느낌이었어요. 촬영 끝나고도 석규 형 차를 같이 타고 서울로 왔죠. 생각해보니까 포근함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정지혜: 수연 배우님은 영화의 첫 에피소드를 맡아 현재에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잖아요. 어떤 캐릭터인지 직접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박수연: 저도 대본을 받고 촬영장에 가서 더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감독님께서 식사 끝나니까 바로 “내일 보자” 하고 가셨거든요. 조연출님께도 어떻게 서진을 연기하면 좋을까 물어보기도 했어요. “감독님께서 그대로 오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하시니까 되게 아리송했고요. 그래서 뭔가 계산하여 표현하기보다는 서진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했고요. 현재가 되게 믿음직스럽잖아요. 실제 저라도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신뢰가 가는 공간과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정지혜: 가장 감독님과 작업 경험이 많은 길우 배우님, 왜 대본을 외워도 소용이 없는 건가요?
강길우: 특히 이번 시나리오는 더 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대본을 받아보니까 감독님이 디렉팅을 이렇게 주시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아는 감독님의 스타일보다는 대사가 말랑했고, 주인공 직업도 바뀌게 되면서 당연히 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리고 현장에서 대사가 바뀐다고 해도 압박감을 주는 스타일이 아니시기 때문에 편안하게 각자의 느낌대로 이야기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혜: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았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통해 현재를 ‘들어주는 사람’으로 의도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감독님에게 현재 같은 인물은 누구인가요?”
최창환: 대부분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고요. 친구들하고 이야기하고 술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현재의 모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그리고 제 모습도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강길우: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무뚝뚝하신 분이고, 그런데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시고. 그런 부분들이 좀 현재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가경: 저는 처음에 감독님을 봤을 때 무서웠거든요.(웃음) 현재가 뒤로 갈수록 웃기도 하고 자기 얘기도 털어놓곤 하잖아요. 처음에는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일수록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지혜: 음악과 관련된 질문도 많이 주셨는데, 길우 배우님이 엔딩곡도 부르셨어요. 감독님이 음악을 고르시는 과정과 길우 배우님이 작업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창환: 저는 현재가 뭔가 수집가 기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즐겨 듣는 30년대 음악들을 찾아서 넣었습니다. 엔딩곡 같은 경우에는,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노래가 강길우 배우의 목소리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부탁을 했습니다.
강길우: 엔딩곡은 감독님이 직접 만드셨어요. 저는 그냥 만들어진 가이드를 따라 불렀을 뿐이죠.
정지혜: 길우 배우님은 노래를 부르신 것 포함해서 굉장히 ‘열일’하신 거 같아요. 식물 수업도 들으시고, 차도 그렇고. 많이 배우셨을 것 같아요. 뭐가 남으셨나요?
강길우: 식물 수업을 들으면서 영화에 나오는 산세베리아, 스투키, 호야 케리를 다 심었어요. 그런데 호야 케리는 썩었어요. 정말로 하나가 썩더니 뒤에 것도 썩었어요. 산세베리아는 무심하게 키우는데 잘 크고 있고, 스투키도 새싹을 틔웠고요. 영화처럼, 정말 신기하죠?(웃음)
정지혜: 인물마다 해당되는 식물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이어서 질문드리겠습니다. 서진이가 세 식물에 이름을 붙여줬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고 하셨고요, 커플이 식물을 심을 때 그들을 바라보는 현재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는 하셔서 그 장면은 어떻게 촬영하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수연: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제 친한 친구들 이름 쓰라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인생을 돌아보면서 머뭇거리니까 감독님이 그럼 우리가 사랑하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쓰자고 하셨어요. 스태프분들의 이름입니다.
김우겸: 저한테는 그 장면이 좀 낯설었어요. 처음에 의상 피팅할 때 감독님이 우리 둘이 손을 잡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셨어요. 석규 형 손이 유난히 두툼하고 거칠더라고요. 그때 손을 잡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촬영할 때는 재밌게 했던 거 같아요. 문득 강길우 배우님을 봤는데 새로운 표정이 보이더라고요.
강길우: 저의 눈빛은 그 현장을 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던 것 같고, 그런 리액션이 붙지 않으면 너무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여럿이서 같이 수업하는 공간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하는데 그걸 현재 성격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진 않을 테니까요.
정지혜: 서진이 현재에게 사진을 배웠을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주셨는데 실제로도 사진을 찍으시는지, 그리고 극 중에서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강길우: 저도 가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긴 하는데, 찍어 놓고 바로 현상을 하지 않고 좀 묵혀 두다가 현상을 해서 자주 사진을 만지지는 않아요.
박수연: 서진이 “또 놀러 와도 되죠?”라고 하는데, 저는 정말 진심으로 대사를 말했거든요. 서진이가 빈말을 할 거 같지 않아서 계속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지혜: 영화에 인물마다 식물이 나오잖아요. 식물을 정해놓고 다음에 스토리나 인물을 설정하셨는지 그 반대였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남겨주셨습니다.
최창환: 식물과 캐릭터의 관계는 원래 시나리오부터 있었던 내용이에요. 그것들을 그대로 가져왔고요. 각색을 하면서 캐릭터들을 조금씩 바꿨던 것 같아요.
정지혜: 영화 속 인물들은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거나 인생을 변곡점을 맞이하는 상황인데요. 현재는 그 가운데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커플이 나눴던 대사였던 것 같아요. 지금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을 논하는 장면을 두고 감독님과 배우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주셨습니다.
박수연: 예전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요즘엔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지금의 내가 제일 만족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두고 선택하는 것 같아요.
서석규: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로는 현재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행복이고, 또 잠시 즐거움을 놓고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그 순간도 중요하고요. 지금의 저는 현재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순간을 즐겁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김우겸: 너무 어려운데 좋은 질문인 것 같아요. 지금 생각이 많아지는데, 다들 행복을 찾자고 하잖아요. 미래를 생각하면 기대감 속에 살게 되니까 현재의 행복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지금 행복을 찾자’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똑같은 상황이라도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른데, 지금과 나중의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행복을 찾아가느냐, 찾아가지 않느냐가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가경: 계속 생각해 봐도 대답이 안 떠오르는데, 시내의 대사가 생각이 나요. “나 이제 쉬어도 되지?”라는 대사였는데, 저도 일에 욕심을 많이 가졌고 여가시간을 포기하면서 일에 집중을 했는데, 어느 순간 회의감이 오더라고요. 요즘에는 쉴 수 있을 때 쉬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힘들어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면서 쉴 수 있을 때 쉬고, 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강길우: 저는 현재의 행복이라는 말이 막연해요. 행복, 즐거움은 잘 모르겠고 요즘 제가 실천하고 있는 태도가 “오늘에 집중하자”거든요. 미래의 행복, 오늘의 행복 다 저에겐 기대감인 것 같고, 그에 대한 실망감도 따라와서 그저 오늘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생기는 마음이 즐거운 마음이든 그렇지 않은 마음이든 오늘 하루를 충만하게 살았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창환: 주인공 이름이 ‘현재’잖아요. 현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미래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무조건 즐겁게 사세요. 공부도 하지 마시고요.(웃음) 제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항상 행복하세요”입니다.
정지혜: 이상하게 위로가 되네요. 감독님께서 이전에 새벽 3시 17분에 명대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 봅니다.(웃음) 엔딩곡 노래 가사는 몇 시쯤 쓰셨는지 질문이 들어왔어요.
최창환: 곡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제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작업실 옆에 사는 동네 친구가 들어보더니 다른 어떤 노래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노래를 몰랐거든요. 충격에 빠져서 음악을 하는 다른 친구를 불러서 급하게 새로 작업을 했어요. 그렇게 그날 밤새 곡을 썼어요.
정지혜: 이제 마무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인사와 함께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부분을 전하고 싶으셨는지, 어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 좋을지 함께 대답 부탁드립니다. 혹시 각자 좋아하는 식물이 있는지도, 가능하시다면 유연하게 답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강길우: 저는 집에 키우는 식물들이 꽤 많은데, 요즘 애정이 가는 식물이 있어요. 6년을 키웠거든요. 벌레가 생겨서 잎을 하나하나 물티슈로 닦는데, 그러니까 더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러고 있을 때 현재가 가만히 차를 지켜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시간이 무의미해 보여도 저한테는 또 힐링이 되더라고요. 여러분들도 식물을 하나씩 키우면서 애정을 쏟으시면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대화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가경: 만약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힘을 얻고 힐링하시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분들에게는 마음속의 작은 씨앗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저도 예전에 식물을 키웠었는데 과습으로 죽었어요. 그 이후로 식물을 못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끝나면서 새로운 식물을 키우게 됐어요. 식물에 애정을 쏟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김우겸: 이 영화는 저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산만하거든요. 요즘은 뭐든 호흡이 빠르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현재가 차를 끓일 때, 계속 그 과정을 지켜보잖아요. 그런 장면들이 저를 안정시켜주는 느낌이 있었어요. 바쁘게 살아가고 산만한 저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식물이랑 친하지 않아요. 그런데 집에 고무나무가 있어요. 그건 그렇게 관리가 까다롭지 않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순간이 있는데, 물을 자주 주지 않다가 한 번 샤워기로 물을 줄 때 흙이 물이 빨아들이는 소리가 엄청 잘 들려요. 그게 힐링이 되더라고요. 오늘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석규: 저는 공감인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제 안에 모든 캐릭터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에는 현재의 즐거움을 가지고 지금의 감정에 솔직하면서 살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관객분들도 조금이나마 이 영화가 삶의 자양분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수연: 이 영화의 미덕은 스스로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어요. 지금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도 스스로에게 너무 수고했다고 말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창환: 너무 힘든 세상이잖아요. 조금이라도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도 내려놓으시고요.(웃음)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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