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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우리는 매일매일〉: 든든한 우리와 매일이 모여

by indiespace_한솔 2021. 7. 20.

 

 

 〈우리는 매일매일〉  리뷰 : 든든한 우리와 매일이 모여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내게 매일매일은 마법 주문 같다. 뭐든 매일매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이룰 수 있을 거란 막연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은 좀처럼 현실이 되지 않고, 매일 새롭게 들이닥치는 변수와 방해꾼들은 매일 새로운 좌절을 가져다준다. 매일매일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 그렇게 매일의 기대보다 두려움에 익숙해지고 있을 때 우리는 매일매일이 찾아왔다.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곤 현재,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급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 속에서 자신이 처음 페미니즘을 접하던 때, 함께 페미니즘을 외치던 친구들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질문한다. 이에 다섯 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대답한다.

 

 

키라는 전북 정읍에서 수의사로 일하며 소싸움 반대 시위를 한다. 가정을 이뤄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짜투리는 꾸러미 사업을 하며 제주 여민회에서 활동하고, 어라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오매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일한다. 뮤지션인 흐른은 청소년 기관으로 출근해 하루를 보낸다. 이들의 사적인 매일매일은 '영페미'로 열렬히 활동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각자의 일상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페미니즘은 실현된다. 소싸움 반대 시위를 하는 것과 페미니즘의 감수성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키라의 말처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목소리와 움직임은 과거 추억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삶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모습을 달리했을 뿐이다.

 

나아가 이들의 매일매일은 기록물로써 가시화된다. 호주제 폐지, 고대생 이대 축제 난입 폭행 사건, 강남역 시위 등 한국의 페미니즘 역사를 한데 모은 기록들은 각 시대별로 존재했던 움직임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로써 현재 페미니즘의 위치는 진단된다. 더불어 여성을 많이 고용하고 싶다는 어라의 구체적인 바람은 앞으로 쓰여질 역사에 기대를 품게 만든다.

 

 

페미니즘을 만나고 행복해졌다는 고백과 백날 싸우면서 무섭기도 했지만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의 얼굴은 전부 밝고 편안해 보인다. 삶의 태도를 정한 이들의 단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매일매일, 다음을 이을 문장에 대해 생각했다. 감히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등장인물들의 매일매일은 든든했다.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의 매일매일 또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화 끝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들 역시 그럴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가닿으니 고민은 단순해졌다. 우리는 매일매일 행복할 것이다. 나아질 것이다. 더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렇게 될 것이다. 이로써 어떤 긍정과 도전이 따라붙어도 어색하지 않은 마법주문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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