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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학교 가는 길〉: ‘특수하다’는 이유로 구분 짓는 마음을 두드리는 다큐멘터리

by indiespace_한솔 2021. 5. 24.

 

 

 

 

 〈학교 가는 길〉   리뷰: '특수하다'는 이유로 구분 짓는 마음을 두드리는 다큐멘터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 님의 글입니다. 

 

 

 

학교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란 당연히 다녀야 하는 곳이고 누구나 일정 시기에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여겼기에 표준’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이들에게는 등굣길과 하굣길이라는 시간이 그리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학교 가는 길은 누구에게는 당연했던 일상이 어떤 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 영화는 특수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새벽같이 스쿨버스를 타는 발달장애인 안지현 양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가까운 거리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왕복 2~3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내는 지현 양의 사례는 사실 그리 드문 것은 아니다. 지현 양의 어머니이자 서울 시내 특수학교 설립에 큰 역할을 했던 이은자 씨는 특수학교를 필요로 하는 학생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때문에 매일 기나긴 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내는 학생들을 보며 특수학교 설립과 장애인 교육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은자 씨를 시작으로 영화에는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이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장애인 자녀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차별이나 슬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의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단순히 장애를 가진 자녀들을 돌보는 어머니라는 데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과 특성을 가진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삶을 비춘다.

 

그저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를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장애인 자녀와 그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장애인부모회에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2013년 서울시 교육청은 강서구 지역 내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되자 그 자리에 특수학교(현 서진학교)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갑자기 지역구 국회의원 김성태 의원이 같은 자리에 한방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며 공진초 자리를 둘러싼 지역 주민과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다.  

 

 

공진초 자리에 들어서는 시설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주민토론회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어떤 시설이 더 주민에게 도움이 되겠냐,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있다는 겉보기에 합리적인 이유를 들지만 그들의 태도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기까지 하다. 한 주민이 직접 말한 단어,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않은 것을 반대하는 ‘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이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차라리 억지스러운 한방병원 옹호 의견에만 그쳤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을, 일부 주민들은 이 모든 것을 무기 삼아 현장에 있던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에게 평생 상처로 남을 폭력적인 언사를 쏟아낸다.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을 보며 도대체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까지 추악하게 만드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러한 궁금증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김정인 감독은 강서구 지역주민과 어머니들이 대치했던 몇 차례의 주민토론회 현장을 보여주는 한편,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서 공진초등학교 폐교’로 남은 강서구 지역의 특수한 아픔을 소개한다. 1990년대 강서구에 도시개발의 명목으로 가양도시개발아파트라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이 중 4, 5단지는 영구임대아파트로 주로 사회 취약계층이 자리를 잡게 된다. 때마침 개교한 공진초등학교에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프레임이 씌워졌고 같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진초와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을 향한 차별이 더욱 심화됐다고 한다. 실제 주민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정책으로 인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사회 취약계층에게로 돌아갔던 가양동의 아픈 역사를 통해, 영화는 왜 가양동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지 부연하며 한국 사회가 빈곤을 은폐하는 방식과 사회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적한다.

 

 

어떤 울타리는 너무나 높고 공고해서 그 울타리 너머에 있는 이들의 존재조차 보이지 않게 한다. 한국 사회의 여러 면에 이러한 울타리들이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어머니들의 투쟁으로부터 출발한 영화 학교 가는 길 장애인을 향한 한국 사회의 시선, 장애인을 타자화하고 자신으로부터 구분 짓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울타리를 두드리며 끝맺는다.

 

이 영화를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 개개인이 모여 장애인 교육권에 대해 투쟁한 그들의 이야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해서 어머니들이 이야기하는, 그저 장애인 자녀들이 성장해서 지역사회에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 작지만 어려운 소망은 장애인 부모회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는 사진 한 장을 시혜적인 시선으로 안타깝게 바라볼 때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권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와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을 우리 모두가 다 같이 고민해 나갈 때 비로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소망이다. 장애인 교육권으로 시작하여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여러 층위에서 깊이 담아낸 영화 학교 가는 길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울타리를 허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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