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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어른들은 몰라요〉 인디토크 기록: 무엇이 정답일까요?

by indiespace_한솔 2021. 5. 20.

 

 

무엇이 정답일까요?

 〈어른들은 몰라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 5 1(토) 오후 1
참석 이환 감독 | 배우 이유미, 안희연
진행 주성철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지 님의 글입니다. 

 

 

 

어른이 되기 전에 어른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더 많이 살아왔기에 알게 되는 것들이 더 많다고, 그러니 어른이 제시한 길이 정답이라고. 과연 그럴까.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당연하다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물음을 던진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기존의 세계를 뒤집는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 잡은 아이들의 숨겨진 세계는 허술하지 않다. 어른들의 욕망을 역이용해 돈을 벌고 능숙하게 물건을 훔친다. 물론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른들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점은 영화에서 어른이 부재할 때 아이들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길거리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선뜻 서로의 빈자리를 내어준다. 태어나지 않을 아이를 품은 아이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도 아이였다. 그런가 하면 서로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악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 아이들이 되어봤던 어른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세 명의 어른을 통해 영화 속 아이들의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성철 기자(이하 주성철): 우선 〈어른들은 몰라요〉 3만 관객 돌파 축하드립니다. 너무나도 기쁜 일입니다. 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기쁜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먼저 세 분께 간단한 소감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안희연 배우(이하 안희연): 안녕하세요. 주영 역을 맡은 안희연입니다. 반갑습니다. 빠른 속도로 관객 수가 늘어나서 체감을 못 하고 있었어요. 매번 열심히 하고 있는데,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유미 배우(이하 이유미): , 안녕하세요. 세진 역을 맡은 이유미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3만을 달성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쭉 관심 가져주시고, 또 봐주시고 또 봐주셨으면 참 좋겠네요.(웃음)

 

이환 감독(이하 이환): 안녕하세요. 어른들은 몰라요연출을 한 이환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항상 드리는 말이지만 비도 오는 주말에 저희 영화를 만나러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만을 넘어서 너무 행복하고 기뻐요.

 

주성철: 최근에 GV 진행하면서 이렇게 처음부터 오픈채팅방에 질문이 많이 오는 걸 처음 봤어요. 그 정도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준비한 질문을 줄이고 채팅방 질문 위주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2018년도에 박화영이란 작품으로 주목을 받으셨어요. 이유미 배우도 세진이란 이름으로 그대로 출연을 하셨잖아요. 아무래도 가장 먼저 드는 궁금증은 이 이야기는 박화영을 만들면서 그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반영된 게 아닌가 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시작점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환: 이 작품을 박화영만들 때 구상하지는 않았어요. 당시 박화영GV를 거의 100회차를 넘게 했었어요. 상영 말미에 어떤 여자 두 분이 GV 끝나고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청소년 쉼터 선생님분들이셨어요. 본인들도 유년 시절을 비슷하게 보냈는데, 아이들이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가시는 길에 저한테 10대 영화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10대 영화를 또 만들면 어떤 걸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물음만 간직한 채 끝났어요. 나중에 우리나라에 한창 낙태 수술 관련 이슈가 화제였을 때 제가 가진 생각들을 정리하다가 그때 만난 두 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던 거예요.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충돌되면서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주성철: 이유미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전작 박화영의 이름과 같은 캐릭터로 다시 출연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이유미: 일단 부담이 되긴 했지만, 제가 박화영의 세진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했어요. 너무 매력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부담이 되더라도 해보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땐 어려웠지만 보면 볼수록 궁금해지는 그런 아이였어요. 그래서 감히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웃음)

 

주성철: 이어서 안희연 배우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여러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감독님이 인스타그램 DM으로 캐스팅 제안을 드렸다고 했는데, 그런 제안이 사실 못 미더울 수 있잖아요. 또 워낙 바쁘시기도 하고. 이환 감독님은 영화 촬영 전에 워크숍 같은 사전 준비들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시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이런 부분들까지 소화하면서 해내신 첫 연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출연하게 된 결심이나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안희연: 제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여행을 가서 기존의 생활 루틴에서 벗어나 있었어요.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나고 여행을 통해 저의 다음에 대한 생각을 할 때였는데, 그래서 감독님께 워크숍 제안을 받았을 때 제 시간을 오롯이 쏟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게 부담보다는 호기심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주성철: 하나만 더 두 배우분께 여쭤보겠습니다. 두 배우분이 거의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핫도그를 나눠먹으면서 우리 이제 찢어지자고 하는 장면에서 주는 감동이 굉장히 컸어요. 그 장면을 끝으로 한 명은 따뜻한 집에서 새 출발을 하는 느낌인데 다른 한 명은 이야기 안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핫도그를 나눠 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제 두 사람이 좋은 시간을 가질 거라 예상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별이 된 거죠.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대답을 하지 않고 마무리가 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누가 박화영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이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두 작품 모두 좋지만 인물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든 연출자의 시선도 성숙해졌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어떤 준비를 하셨고 느낌이 어떠셨나요.

 

안희연: 저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어요. 영화를 보고 식사 자리에서 한 분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헤어지는 장면을 연기할 때 왜 웃었냐는 거예요. 그 웃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혹시 의도가 있었냐고 물어보셨어요. 근데 제가 즉각적으로 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었어요. 그때부터 유미랑 계속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그때 무슨 생각으로 웃었을까. 그런데 그 당시 찍었던 모니터 영상을 우연히 봤을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그 감정들이. 그냥 되게 힘겹게 웃었던 기억이. 제 기억에 남은 건 카메라나 스태프분들, 어떤 촬영 장비가 아니었어요. 세진이의 보드, 세진이가 걸어가는 뒷모습과 피가 고인 세진의 눈, 등에 닿던 차가운 벽, 손바닥에 닿았던 바닥의 냉기. 저는 유미가 돌아볼까 봐 웃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찢어지자고 하는 게 진심이 아니니까 혹시라도 돌아보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냥 웃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내 모습이 웃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는 마음. 그걸 의도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 기억이 있더라고요. , 나 그래서 웃었구나. 이 친구가 진심이 아니란 걸 주영이 알고 있었구나. 그제야 깨달았어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주성철: 배우가 이렇게까지 캐릭터에 몰입하고 빠져들었던 순간을 들으면 감독님은 굉장히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이환: 그렇죠. 아무래도 기분이 되게 좋고. 저희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워크숍 기간 동안 되게 많은 것들을 해보거든요. 물론 시나리오 중점으로 진행하지만, 시나리오를 벗어나서도 다양한 걸 시도해요. 그래서 다들 가지고 있는 질문이나 목적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워크숍부터 시작된 것들이 나중에 열매로 맺어져서 익으면 현장에서 이런 마법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주성철: 유미 배우님은 그 장면을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이유미: 저는 그 장면을 찍을 때 감독님께 되게 어려운 주문을 받았어요. ‘작용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은 작용을 줄 수 있을까 고민됐어요. 배우 이유미로서도 어렵지만 세진으로서도 극에서 작용을 주는 게 거의 처음이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주영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은 대사 신경 쓰지 마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막 그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감독님이 그거 편집하실 때 굉장히 힘드셨다고. 제가 다 다르게 해서요. 똑같은 작용을 계속 줄 순 없으니까.(웃음) 저는 그걸 찍을 때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휴대전화를 보다가 예전에 워크숍 했던 영상을 보게 됐는데, 그 장면은 딱 한 번 연습했거든요. 언니의 눈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미 제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 상태였어요. 대사를 하는데 둘 다 이게 대사인지 우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그 순간이 담긴 영상을 보는데, 이게 두 친구의 솔직한 마음이구나. 이걸 다섯 겹씩 덮어 감춘 채 나온 게 지금 영화 속 장면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안희연: 워크숍 할 때 감독님이 이거면 됐다고, 이 장면은 딱 한 번만 해봤거든요. 워크숍을 할 때는 핫도그가 없으니까 유미가 쿠크다스를 줬어요.(일동 웃음) 유미가 주영을 부르고 고개를 돌리니까 쿠크다스를 주는데, 유미의 눈을 보는 순간 몇 분을 미친 듯이 울었어요. 이 장면을 끝으로 주영은 영화에서 사라지죠. 그러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감독님께 그런 연락을 했던 거 같아요. 아마 주영은 집에 돌아갔을 거 같다. 용서라는 걸 처음 받아보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4년간 들여다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마주할 용기가 이제야 생겼을 거라고. 그래서 주영은 집에 돌아갔을 거 같다고. 이렇게 문자를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이어서 아까 물어보셨던 연기를 시작한 이유, 혹은 그때 들었던 의문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드릴게요. 저는 감독님께 그때도 그랬거든요. 나는 지금 다음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아무것도 정한 게 없는데 당신을 통해 연기라는 걸 접하게 될 거다. 우리가 해보는 연기가, 이 작품이 맞으면 연기를 계속하겠지만 이게 아니면 앞으로 다른 걸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부담을 크게 느끼셨나 봐요. 안희연이라는 사람의 연기 인생이 내 손에 달려있구나 하고.(웃음) 근데 그 장면 워크숍을 끝내고 집에 가면서 감독님께 이런 게 연기라면 난 아마 앞으로 계속하고 싶을 거 같다고, 고맙다고 연락을 했어요.

 

이환: 워크숍을 딱 한 번 한 게 둘이 너무 울어서가 아니라, 어떤 감정과 정서가 발산되는 순간들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 신은 처음 볼 때부터 무장 해제가 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 느낌이 분위기를 점령하고 숙연해지니까 더 이상 두 친구에게 이 감정에 더 익숙해지게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모되는 상황 속에서 촬영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래서 워크숍을 끝내고 바로 촬영장으로 가게 됐죠.

 

 

주성철: 이 작품의 모든 장면들을 이렇게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한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재밌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마무리하고 오픈채팅방의 질문을 드릴게요. 두 배우분이 학창 시절에 했던 가장 큰 일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네요.

 

안희연: 행위적인 일탈로는 집을 나온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저의 가장 큰 일탈은 오디션을 보고 가수 연습생을 시작한 거라 생각해요. 그때는 무대에 서는 게 좋고 노래하는 게 좋기도 했지만 엄마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더라고요.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 그게 가장 큰 일탈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유미: 저의 일탈은, 중학생 때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놀러 가는데 저희 어머니는 항상 집에 빨리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집에 안 들어가는 건 아니고 한 10분씩 계단에 앉아있다가 들어갔어요. 엄마가 문 열고 나오실 수도 있으니까 나 지금 왔다고 바로 이야기하려고.(일동 웃음) 거기 그렇게 앉아서 조금씩 집에 늦게 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소소하지만 저에겐 나름 해소가 되는 일탈이었어요.

 

주성철: 그리고 두 배우분들이 이번 작품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표정 연기가 무엇인지도 궁금해하시네요.

 

이유미: 이 영화를 찍을 때는 그런 생각들을 안 한 것 같아요. 내가 짓고 있는 표정이 뭔지 보다는 어떤 마음 상태인지에 집중했어요.

 

안희연: 저는 그 폐가 신.

 

이유미: , 맞아요.

 

안희연: 아무래도 폐가 장면은 연구를 많이 한 장면이었어요. 유미 말대로 다른 신에서는 기술적인 연구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근데 약을 먹은 후를 보여주는 폐가 신에서는 표정, 특히 눈동자의 흐릿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작위적이지 않으면서 이상함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유미랑 함께 고민했어요.

 

이유미: 저 하나 생각났어요. 제가 실컷 맞고 나서 어떤 부부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제 눈에 상처가 있잖아요. 감독님이 다친 눈을 감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0.1초만 감고 있어도 눈 주위가 파르르 떨리는 거예요. 이거 도저히 안 될 거 같다고 그랬어요. 맞은편에서 보고 계셨던 선배님들은 의도한 줄 알고 신기했다고 해주셨는데 전혀 의도하지 않았습니다.(웃음) 눈이 안 감겨서 힘들었어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주성철: 다음은 감독님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많은 분이 보드가 영화에 등장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해주셨어요. 보드를 타는 장소인 중랑천에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구체적인 질문도 있네요.

 

이환: 일단 보드를 사용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박화영보다 조금 더 보편적이고 보기 편한 장면을 싣고 싶었어요. 이런 기술적인 면에서 보드라는 장르를 선택하게 된 거고. 두 번째로는 세진이라는 아이가 보드를 영화의 처음부터 들고 다니잖아요. 사실 그 정도로 타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해요. 실제로 보더들도 한 가지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의 세월 동안 거듭된 실패를 한다고 해요. 이 과정이 아이를 유산하고 싶어 하는 세진의 마음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해방감을 느끼지만, 역으로 갇혀있는 듯한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중랑천은 실제로 보드 타는 분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그건 우연의 일치고 저희 집 앞이에요.(일동 웃음)

 

주성철: 그리고 세진의 동생인 세정에 대한 질문도 있는데요. 세정 역의 신햇빛 배우는 박정범 감독의 산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셨죠. 언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작품에서 만나 뵈어 반가웠습니다. 산다에 출연했던 배우가 이 작품에서 나이는 더 어리지만 의지가 되는 중심축으로서 출연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정 캐릭터 설정과 세진에게 세정은 어떤 의미였을지 질문을 드립니다.

 

이환: 세정은 영화에서 가장 어린 캐릭터죠. 시나리오를 쓰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은 모르고, 이제 성인인 재필도 마찬가지고, 막상 이 일을 겪고 있는 세진과 주영도 잘 모르는데, 그렇다면 이 답은 누가 알고 있을까. 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풀어나가는 인물상에 부합하는 캐릭터가 세정이었어요.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안다고 하지만 과연 정말 알고 있는 걸까. 오히려 어린 친구들이 고민 없이 이야기한 것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혹은 영화적 의미로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록 세진과 주영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간접적 관계더라도. 세정은 집이라는 곳이 안식처고, 이곳에 와서 쉬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존재였어요. 세진과 통화를 하다가 은유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이런 의미에서 세정은 해답을 알고 있는 자인 거 같아요.

 

주성철: 그리고 박화영에서는 두 사람이 헤어졌다가 시간이 한참 흘러서 다시 만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는 다시 만나지 않죠. 그래서 만약 세진과 주영이 우연히 만났을 때 서로에게 어떤 첫마디를 건넸을까 하는 질문이 있네요.

 

이환: 박화영을 찍고 난 뒤 몇 년이 지나 이 영화를 만들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는지, 저는 둘이 만약에 마주쳤다고 해도 절대 아는 척을 안 했을 거 같아요. 누구 하나 말을 쉽게 건넬 수 없을 것 같고. 그저 눈을 마주치고 가만히 있는 그 자체만으로 서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걸 대신하지 않을까요. 두 분은 어때요? 직접 연기를 하셨으니까.

 

안희연: 지난번 인터뷰를 할 때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이 어디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마지막 장면이라고 얘기했어요. 세진의 마지막 얼굴을 보고 그냥 안심이 되더라고요. 근데 이게 안희연이 아니라 주영의 마음인 것 같아요. 세진이 잘 살길 바라고, 그 얼굴에서 강인함이 느껴져서 안심됐던 게 아닐까요. 훗날 마주쳤다면 앞으로도 세진이 잘 살길 바라면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만족감을 느낄 것 같아요.

 

이유미: 세진이도 주영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면 아는 척하지 않을 거 같네요. 찢어지자고 이야기한 건 주영이 소중해서 그랬던 거니까. 혹시 먼저 말을 걸더라도 난생처음 보는 사람처럼 할 거 같아요.

 

 

주성철: 그리고 영화에 감독님도 출연을 하셨잖아요. 중간에 머리색이 바뀌는 이유도 여쭤보시네요.

 

이환: 그건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머리색을 바꾸면서 재필의 결단력을 부각하려고 했어요. 계속 무언가를 실패하다가 머리색을 바꾸고 세진을 병원에 데리고 가거든요. 무언가 진짜 일어날 거 같은 느낌을 위한 장치였고요. 사실 편집된 부분도 있었어요. 머리 염색을 세진이 해주는 장면인데요. 그때 세진이 얼만큼 아이를 지우고 싶어 하는지, 더 직접적으로 간절함을 얘기했거든요. 그러면서 재필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염색을 해주는 거죠.

 

주성철: 장면에 대한 질문들을 계속 올려주시는데요. 그중에서도 하나 골라보자면, 두 배우분이 감정적으로 극한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지 여쭤보는 질문이 있네요.

 

안희연: 제일 극한이었던 신은 아무래도 세진을 돌로 내려치는 신이고, 의외로 극한이었던 장면도 있어요. 노래방에서 평화롭게 ‘1도 없어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세진이 화를 내고 주영에게 갑자기 일하라 말하고 재필이 무릎을 꿇는. 모든 것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징조,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는 상황 속에서 주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주영으로서는 굉장히 불안했기 때문에 의외로 힘들었던 거 같아요. 주영은 다 표현을 해야 되는 인물인데 그 장면에서만큼은 표현을 하지 못해요. 주영이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고 안정과 애정을 느끼고 있는 팀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이유미: 생각하면 할수록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많았던 거 같은데요.

 

안희연: 하나 뽑기가 힘들지.(웃음)

 

이유미: 저는 노래방 신 바로 전, 준석 오빠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진짜 어마무시한 배신감을 느꼈거든요. 근데 상대방에게 모른다고 이야기하기는 싫어서 안다고 얘기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한 거예요. 아마 그 마음 때문에 노래방 가서 그렇게 했나 봐요. 나빴네요.(웃음)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주성철: 벌써 끝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감독님께 마지막 질문을 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상징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죠. 거기에 대한 질문도 꽤 보이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오프닝에 흘러나오는 애국가나 재필이 영화에 처음 등장했을 때 쓰고 있는 보이스카우트 모자. 이들을 구원해줄 수 없는 교회에 들어가 잠을 자는 장면. 집을 구하는 척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소개받은 보살 집에서 불상 머리에 소변을 보는 장면 등. 이런 상징들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환: 제가 어렸을 때 이 영화 같은 삶을 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은 또 아니었거든요. 제가 살던 동네에서 무성하게 떠도는 소문들이 있었어요. 누가 집을 나갔고 어떻게 했다, 가출하니까 이런 것들이 있고, 물건을 훔칠 때는 이렇게 해야 되고. 제가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생각해보니까 그런 소문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서도 어떤 아이들의 실체가 음습한 곳에 숨어들고 있더라고요. 자기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 속에서 나이답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결국 돌아보면 자기 나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그에 대한 메타포들을 하나하나 박아놓은 거예요. 이것들이 불친절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설명하기보다는 관객분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상상 속에서 자유롭게 찾아가길 바랐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판단도 자유롭게 해 주시는 거 같아요.

 

주성철: 저는 이 영화가 마지막에 던지는 희망적인 느낌이 세진의 표정을 통해 잘 와닿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팔을 긋는 오프닝으로 시작을 했다가 마지막에는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오죠. 가사 중에 그런 문장이 있잖아요. ‘이제 더 이상 내 팔을 보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너무도 고마워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인상적인 완결이어서 좋았습니다. 평론가로서 작품을 보게 되면 괜한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저도 이 작품이 왜 좋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편의 청춘 영화라고 하면 파수꾼벌새인데요. 나중에 세진이 만나게 되는 부모가 조성하 배우는 파수꾼의 아빠였고. 이승연 배우는 벌새의 엄마였잖아요. 이렇게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어른들은 몰라요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고, 많은 분이 봤으면 하는 작품으로 남아있습니다. 혹시 의도하셨나요.(일동 웃음)

 

이환: 저도 파수꾼벌새를 좋아하는데 의도는 아니었고 영향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연출하기 전에 연기를 했는데, 조성하 선배님 같은 경우는 양해훈 감독님이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이전에 만드신 실종자들이라는 중편영화가 있었어요. 그게 제 영화 데뷔작인데 그때 조성하 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했어요. 그게 벌써 16년 전이네요. 그때의 인연으로 조성하 선배님과 친분이 있는데 이번에 감히 처음으로 출연을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승연 누나는 제가 출연했던 똥파리에서 만난 분이에요. 영화 내에선 만나지 않았어도 현장에서 많이 부딪혔던 누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탁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주성철: 어느새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네요. 마지막으로 세 분 소감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환: 오늘도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직 몇 번의 GV도 남아있고, IPTV에서 관람이 가능해도 극장에서 내려가는 게 아니니까 계속 가능한 GV를 기획하려 해요. 영화를 보신 뒤 질문이 생긴다면 언제든 극장에 오셔서 저희와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객수의 의미를 떠나서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서 숨 쉬고, 세진이가 보드를 탈 때처럼 쭉쭉 뻗어 나가 사람들과 호흡을 하는 모습을 길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희연: 촬영한 지 2년 정도 지났는데, 그 시간이 저한테 너무 소중한 시간이란 것을 GV 할 때마다 다시금 느끼는 거 같아요. 좋은 질문들을 통해서 그 시간들을 곱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자리가 계속 있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너무나도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이유미: 오늘 이렇게 영화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영화를 오늘 처음 보신 분들 혹은 여러 번 보신 분들께도 오래오래 마음에 남는 그런 영화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감사합니다.

 

주성철: 이 작품에 많은 배우분들이 출연했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배우는 안희연 배우와 정말 찰진 연기를 선보이셨던 한성수 배우입니다. 한성수 배우가 지금 국내 좀비 영화의 대가시잖아요. 반도, 부산행, #살아있다등등에 출연했는데요. 나중에 다시 한 번 보실 땐 주목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오늘 정말 시간 가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말씀 들려주신 세 분께 큰 박수드리면서 자리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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