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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좋은 빛, 좋은 공기〉: 좋은 빛과 공기에 둘러싸인 우리는

by indiespace_한솔 2021. 5. 18.

 

 〈좋은 빛, 좋은 공기〉  리뷰: 좋은 빛과 공기에 둘러싸인 우리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지구 반대편 나와 발을 맞대고 서 있을 누군가, 계절과 밤낮 모두 정반대인 그곳에서 맞이할 오월을 그려본다. 다큐멘터리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보이지 않는 건너편을 상상하는 것,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지금, 여기에 어떤 의미인지 질문한다.

 

19805좋은 빛이라는 이름의 광주에선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죽고 다친다. 동시대 좋은 공기라는 이름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실종된다. 모두 국가권력이 저지른 폭력이다. 지구를 반으로 나눠 거울을 두고 서로를 비추기라도 하듯, 두 도시엔 닮은 아픔과 슬픔이 있다. 거울로써 영화는 두 도시뿐만 아닌 과거, 현재, 미래까지 두루 비춰 연결시킨다.

 

 

거리와 집, 일상의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은 흑백 화면 위에 증언된다. 희생자의 옷차림과 이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발화되자 지레 짐작해온 풍경은 디테일을 갖춘다. 광주의 인터뷰이가 머뭇거릴 때 화면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넘어간다. 불친절한 전환에도 불구하고 교차되는 컷을 보고 있으면 두 도시가 대화하는 것 같아 자연스럽다. 희미하지만 확실한 연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게 시간과 언어의 간극을 매우는 증언들은 현재로 향한다. 개인의 정체성 파괴와 가정 파괴로 되풀이되는 폭력은 지극히 현재 진행형이다. 때문에 다음 세대의 참여는 필연적이다. 증언은 흑백에서 그린 스크린 앞으로 넘어와 학생들의 몸짓으로 재현된다. 가상을 거울삼아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처럼 목소리는 움직임으로 입체화되어 지금, 여기로 전달된다.

 

 

증언은 공간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학살이 있었던 전남도청은 현재 새 건물로 리모델링되어 있다. 희생자의 유가족은 건물의 복원을 요구한다. 보기 좋게 전시된 공간이 아닌, 핏자국과 총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은 역사적 의미 너머 치유의 역할도 감당하기 때문이다. 발굴과 복원의 중요성은 여기 있다. 아무 색도 덧입혀지지 않은 흑백 화면에 관객 스스로 색을 채우듯, 폐허가 된 상흔을 직시해야 하는 현재적 의무가 주어진다.

 

영화 속 화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무력하게 자식을 잃은 여성들은 투쟁한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에서 사랑과 용기를, 우리가 가야할 길을 발견한다. 그 길목에서 자연은 단 한 번도 생명력을 잃은 적이 없다.

 

 

푸른 잎이 반짝이는 오월이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좋은 빛과 공기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생각한다. 소설가 황정은의 산문엔 이러한 문장이 있다. ‘누군가의 애쓰는 삶이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구한다.’ 영화의 엔딩에 등장하는 자막 #SaveMyanmar(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응원하는 해시태그)는 이 문장에 대한 대답 같다. 우리는 애써야 한다. 멀지 않은 곳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하기 위해. 좋은 빛과 공기를 동일하게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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