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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아이들은 즐겁다〉 인디토크 기록: 큰 아이, 작은 아이, 우리들의 성장

by indiespace_한솔 2021. 6. 2.

 

큰 아이, 작은 아이, 우리들의 성장

 〈아이들은 즐겁다〉  인디토크 기록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연 님의 글입니다. 

 

 

노란 꽃 화분을 고사리 같은 양손에 고이 들고 아픈 엄마를 찾아 떠나는 다이와 친구들. 우여곡절 끝에 노란 꽃은 산비탈 들꽃들 사이에 묻어 두고, 병원에서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9, 너무 어린 나이에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 하지만 상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아빠와 친구들. 때론 따스한 햇살을, 또 때론 강한 빗줄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그렇게 단단히 뿌리내리는 다이와 아이들을 응원해본다.

 

 

이지원 감독(이하 이지원): 이렇게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지이 배우(이하 신지이):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들은 즐겁다〉에서 신간호사를 연기했고, 영화 안에서 연기 커뮤니케이터 일을 한 배우 신지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다이 엄마 역할을 맡은 이상희입니다. 재미난 이야기, 즐거운 시간 보내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민정 배우(이하 공민정): 안녕하세요. 선생님 역할을 맡은 공민정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 많이 나누도록 할게요.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장성란):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의 눈으로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현장에서 어린이 배우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자기 감정을 연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을 텐데, 감독님 그리고 여기 계신 배우님들께서 그런 부분에서 많이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우선 어린이 배우와 함께 교감을 하면서 연기를 하시는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상희 배우님, 공민정 배우님께 여쭤보도록 할게요. 특히 공민정 배우님께서는 학교 선생님을 연기하신 게 아니라, 정말 현장에서 선생님 역할을 하셔야 했다고 들었는데요.

 

이상희: 저는 주로 다이(이경훈 배우)랑 있어서 힘든 것은 없었어요. 물론 현장에서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집중을 해야 하고, 어떤 순간에는 멈춰야 하니까 많은 아이들이 있을 때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생기죠. 그래서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어린이 배우들을 존중하고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셨고, 모두가 그렇게 약속했고요. 다이와 함께 연기를 하면 되게 집중을 잘해줬고,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어디서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왔을까?’ 싶었어요. 저는 너무 좋았었고요. ‘민정 배우는 괜찮나? 학교에서는 괜찮나?’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공민정: 저는 사실 연기가 힘들지 않았거든요. 아이들이 서른 명이 모여 있으면 정말 산만하고 시끄러우니까 선생님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딱히 할 게 없었어요.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투명하니까 제가 진짜로 말을 해야 받아들이기 때문에. 영화에 나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촬영을 하는지도 까먹고 대답을 해요. 그런 지점들이 되게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그렇게 말한 줄도 몰랐는데 진정해라고 했더라고요(웃음). 아이들 텐션이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저는 잠깐 가서 촬영하고 오지만, 스태프분들은 계속 아이들과 함께하는 거잖아요. 나중에 지이한테 괜찮냐고 물으니까 어후, 죽겠어요.”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좋았던 거 같아요.

 

이상희: 아이들이랑 같이 작업하면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예상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순간들을 영화 속에서 정말 많이 만나요. 그래서 , 너무 좋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특히 처음 영화를 보면 저는 보통 제 모습을 보느라 바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저를 봤다가 금세 다이를 보게 되더라고요. 감동적인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데, 마지막에 민정 배우가 “얘들아, 앉아라고 말하는 거 듣고 진짜 빵 터졌어요.

 

공민정: 진심이었어요.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장성란: 그렇다면, 공민정 배우님께서 더 힘들었을 거라고 얘기하신, 어린이 배우 연기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맡아 주셨던 신지이 배우님은 어떻게 이 역할을 맡게 되셨어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셨는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지이: 우선 제가 원래부터 연기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배우는 항상 평가받는 입장이잖아요.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 스태프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사실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일이라 생각했어요. 동시에 그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마치 연기력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죠. 그런데 이지원 감독님께서 이번 영화 오디션을 보는 과정을 제가 도와드리게 되었고, 감독님이 이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주셔서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설명하자면, 영화 안에서 배우들이 조금 더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감독님께 제안을 드리거나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연기 디렉팅을 배우 입장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해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성란: 주요 5명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반 전체 아이들의 중간 역할을 해 주신 거네요?    

 

신지이: , 아동 배우의 인원이 많다 보니까 사실 감독님이나 조감독님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하시기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함께 붙어서 두레반 친구들을 연기한 어린이 배우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 거 같다고 전달하고, 액션을 구체적으로 드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영화 안에 나름 액션신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안전하게 촬영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최대한 화면에 잘 구성될 수 있도록 했어요.

 

장성란: 감독님, 영화를 찍기 전부터 어린이 배우들과 촬영하면서 이런 건 조심해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고민을 제일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이지원: 그렇죠. 저는 한 번도 어린이 배우들과 촬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감독은 물론 어린이 배우들이 있는 현장의 스태프로 일해본 적도 없어서 저한텐 정말 낯선 일이었어요. 원작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과정, 그리고 영화를 찍는 과정까지 제일 중요했던 것은 아이들을 어린 존재로만 보지 말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쓸 때 저도 아이였던 적이 있지만 어른이 되어 아이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굳이 아이인 척하지 말자. 아이들의 행동이나 마음들을 얘기할 때, 아이이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이니까 이렇게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도 그런 노력을 많이 했지만, 사실 그러지 못한 순간도 많았죠. 저를 비롯해서 배우분들과 전 스태프분들이 편안한 환경을 위해 노력했지만 막상 하다 보면 힘든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때 이제 신지이 배우님께서 조언을 해주셨어요. 스태프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장성란: 신지이 배우님께서 정말 큰 역할을 하셨네요. 저는 오늘 어른 배우분들을 모신 자리니까 GV를 준비하며 어른들의 캐릭터를 눈여겨보게 되었는데요. 원작 웹툰이 있지만 특히나 다이 엄마나 선생님 같은 경우는 어린이들과 눈 맞출 수 있는, 좋은 어른으로 써 주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영화이지만 거꾸로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잖아요. 감독님께서 두 캐릭터를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원: 다이 엄마 같은 경우에는, 다이의 제일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엄마나 모성애로 접근하기보단 기본적으로 친구 대 친구의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엄마이기도 하지만 정말 소중한 친구여서, 유일한 자기 세계여서 다이가 엄마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은, 제가 시나리오 단계에서 일주일간 초등학교 탐방을 했어요. 그때 본 선생님들의 모습과 흡사하게 만든 지점이 있어요. 좋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렇지 못한 순간이 많죠. 통제를 해야 하니까요. 그럴 때 선생님들 각각 자기만의 노하우들이 있더라고요. 굉장한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딱 잡는 순간도 있지만 큰 방해가 있지 않은 한 아이들을 자유롭게 지켜보는 모습도 있었어요. 영화 속 선생님도 그런 모습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장성란: 두 배우님은 연기하실 때 어떤 캐릭터로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전 특히 다이랑 다이 엄마의 관계가 좋았는데요. 엄마는 병을 앓고 있으니까 슬픈 눈으로 다이를 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되게 산뜻하게 나와서 좋았거든요. 연기하실 때 어떤 걸 주요하게 생각하셨는지.

 

이상희: 사실 이 부분은 감독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 대본을 읽고 계속 몰입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제 감정이 깊어지더라고요. 다이가 촬영하러 반갑게 오는데, 저는 막 슬프고(웃음). 그런데 저도 그렇게 딥하게 담고 싶지 않았고, 감독님께서도 단단한 면모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처음부터 얘기를 해주셨어요. 다행히 감독님께서 저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해 주셨어요. 그래서 조금씩 감정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었고, 편집 때에도 감독님께서 가장 감정이 적절한 테이크를 골라서 붙여 주셨어요. 사실 이 영화에서 너무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고, 부끄러운 부분이기도 한데, 다이 엄마의 밸런스는 감독님께서 만들어 주신 거예요. 영화를 보았을 때 감독님의 선택들이 저는 다 좋았어요. 비로소 깨끗해지는 부분들도 있었고, 감독님께서 골라주신 테이크를 보니 다이와 엄마는 제일 가까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떠나야 하니까 생기는 어떤 거리감이 생기는 거 같더라고요.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장성란: 맞아요. 엄마가 마냥 다이를 안아주지만은 않는 그런 느낌이 뒤로 갈수록 들더라고요. 아니, 그런데 공민정 배우님, 선생님의 디테일을 정말 훌륭히 연기해 주셨는데, 채팅방에서 정말 초등학교 교사인 것처럼 찰떡 같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존댓말로 세 번 반복해서 말하다가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없어’, ‘냄새 안 나’, ‘앉아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정말 교사같이 느껴졌습니다.”라고. 이런 것들은 애드리브로 만드신 장면인가요?

 

공민정: 현장에서 영향을 받은 게 크고, 감독님께서 교직에 계신 분들의 녹음자료를 보내주셨어요. 들어보니 다 존댓말을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매번 존댓말을 하시냐고 여쭤봤는데 기본적으로 존댓말을 쓰다가 한 번쯤 어투를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현장 분위기에 따라 했던 것 같아요.

 

이지원: 이거는 공민정 배우님께서 하신 게 맞아요. 사실 학교 장면이 제일 헬(hell) 난이도죠. 그리고 촬영 장소 섭외 여건 상 연속으로 많은 장면을 찍어야 했어요. 아이들 분량 먼저 다 찍고, 다음에 공민정 배우나 재경이 엄마 역 허지나 배우님 분량을 찍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공민정 배우와 허지나 배우께 죄송한 게 그때 제가 거의 정신이 나가 있어서 디테일한 디렉션을 못 드렸어요. 저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분들이 한바탕 뛰고 혼이 나간 상태였거든요. 그럼에도 공민정 배우님께서 잘 캐치해서 연기해주셨던 거 같아요.

 

장성란: 저는 영화 속 선생님이 마냥 동화 속에 나오는 선생님이 아니라, 어떤 때에는 아이들을 휘어잡기도 하는,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적성에 딱 맞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서 내 조카도 저런 선생님만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민정: 저도 이 영화를 볼 때 선생님이 미워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원작의 선생님과는 조금 다르게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친구 같은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이 아닐 때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계속 뭔가 많이 물어보고 친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정말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 친구들은 아닐지도 모르죠(웃음). 그렇게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연기할 때에도 촬영인지 아닌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평소에 하던 대로 대답이 나오고,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장성란: 선생님이 밖에서 자전거 타고 나올 때 있잖아요. 그때 정말 이온음료 광고인 줄 알았어요(웃음). 어떤 압박감에서 해방된, 청량한 느낌이었습니다. 신지이 배우님께서는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하시느라 거의 전회차에 나오셨다고 들었거든요.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강도가 높았다, 이 장면의 완성이 제일 힘들었다 하는 장면을 꼽아 주신다면.

 

신지이: 아하, 너무 많아서…(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 미화되잖아요. 체력적으로는 학교 신이 제일 힘들었어요. 배우분들이 워낙에 많았고, 스태프들도 지쳐 있었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힘들었는데요. 그런데 또 배우의 컨디션을 걱정하고 케어하느라 지쳤던 장면은 다이가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날 촬영이 되게 힘들었어요. 경훈 배우가 많이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상희 배우님이 누워서 혼수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산소호흡기 연기를 하시는 거예요. 

 

이지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셨어요.

 

신지이: 경훈 배우에게 에너지를 주기 위해서. 저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도 연기를 할 수 있구나, 그렇게 느낄 정도로 호흡을 되게 불규칙적으로 하시면서 도움을 주셨는데.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어서 생각이 나요.

 

이상희: 그 장면이 다이에게도 어려운 장면이잖아요. 제 기억으론 테이크를 여러 번 갔는데, 다이가 초반 테이크 때 되게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께서 다른 결로도 찍어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다이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려고 많이 애를 쓰셨죠. 그런데 이 힘든 장면을 여러 번 찍어야 하니까 너무 미안하잖아요. 그리고 저는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누워있고요. 이건 다이가 해내야 하는 씬이니까 우리는 모두 숨죽이고 다이를 지켜봐 줄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찍고 나서 감독님이랑 다이가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감독님 우셨죠?

 

이지원: 죄책감이 들어서너무 미안했어요. 뭐하는 짓인가 싶었어요. 성인 배우가 감당하기도 힘든 감정인데, 어떤 감정선을 뽑아내려고 하는 게 너무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이상희: 둘이서 그렇게 울고 있는데, 저는 그게 큰 다이, 작은 다이 같아 보였어요. 경호 배우와 제가 끼어들 틈이 없었어요. 경호 오빠와 제가 멀리서 잠깐 지켜봤는데, 그때의 공기와 기운이 기억에 남아있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현장이 어린이 배우들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저는 이 영화 또한 자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본연의 모습으로 현장에 있을 수 있게 노력했어요. 일단 감독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갈 수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욕심을 하나씩 내려놓고 이 친구들을 지켜봐 줬어요.

 

장성란: 어린이 배우들이 촬영이 즐거웠다, 좋았다. 이렇게 말해줘서 뿌듯했던 적이 있나요?

 

이지원: 너무 고마운 게, 이 영화를 작년 요맘때쯤 찍었거든요. 그런데 작년 5월이 이상하게 정말 더웠어요. 다이 같은 경우는 총 32회 차 중 31회 차 촬영을 나와요. 성인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스케줄이었는데, 매번 즐거운 얼굴로 현장에 와줬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주었어요. 상희 배우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현장의 모든 스태프분들과 성인 배우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죠.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상희 배우님과 경호 배우님도 그렇고요. 다이와 엄마와 이야기하는 장면은 대사도 길고 정말 오래 찍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장면이기 때문에 먼저 찍는 것이 좋은데 상희 배우가 먼저 다이가 충분히 다 찍고 난 후에 자신이 하겠다고 해주셔서 고마웠죠. 거의 매번 성인 배우들이 감정이 조금 소진되어도 먼저 나서서 아이들 먼저 찍고 난 뒤 찍겠다고 해주셨어요.

 

 

장성란: 관객분들 질문을 읽어드릴게요. 각자 가장 마음에 들어오는 어린이 캐릭터가 있으실 텐데요. 민호의 캐릭터 설정이 정말 궁금합니다. 학교, 학원 드라마에 꼭 한 명씩 있는, 까불거리지만 의리 있는 캐릭터의 역할을 민호가 정말 잘해준 거 같아요. 민호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셨는지 물어봐주셨어요. 왠지 배우 본연의 매력인 거 같기도 해요.

 

이지원: 저는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원작의 민호도 조금 까불거리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민호 역의 박예찬 배우는 오디션 때 1차로 인터뷰를 하고 제가 연기 영상을 요청했어요. 그런데 엿장수 흉내를 내는 영상을 보내 줬더라고요. 그게 너무 웃기고 진짜 민호 같았어요. 영화에서 가장 많은 애드리브를 한 배우가 박예찬 배우예요. 여러분들이 사랑스럽다고 느낀 장면 모두 박예찬 배우의 애드리브이었어요. 실제로 예찬 군의 성격도 밝고 순수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있는 친구예요.

 

장성란: 제가 최근에 본 얼굴 중에 표정이 가장 많은 사람이었어요.

 

신지이: 제가 예찬 배우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였어요.

 

이지원: 현장에서 가장 많은 자율성을 보장했죠.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해도 된다. 예찬 군 덕분에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많이 웃었어요.

 

장성란: 정말 민호랑 찰떡이네요. 그리고 어떤 분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의 그 나이 대에 나오는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놀랐다고 하시네요. 이런 부분은 감독님께서 각색 과정에서 시나리오로 쓰셔야 하는 건데, 어떻게 그런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주셨어요.

 

이지원: 얻어걸린 거 같아요. 사실 확신은 없었어요. 최대한 노력했지만 저라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니까 불안감이 항상 있었거든요. 초등학교를 견학하고 아이들과 사전 연습 시간에 이야기 나누면서 말투를 차용했는데, 어린이 배우들이 각자 자기 걸로 만들어서 표현을 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장성란: 이상희 배우님께 들어온 질문인데요. 엄마의 역할을 하신 거잖아요. 이런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감정적으로나 아니면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렵다고 생각하신 점은 없으셨는지?

 

이상희: 항상 엄마 역할을 맡으면 고민을 해요. 내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런 의식 없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거 같아요.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장성란: 또 관객분이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는데, 재혼한 아빠와 다이의 성이 같아서 그런지 엄마가 떠나고 난 뒤에도 두 사람이 가족으로서 잘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이 영화의 결말이 원작과는 다르잖아요. 어떻게 보면 저는 이런 결말이 감독님께서 전달하려는 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결말로 가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이지원: 저는 그냥 다이를 응원하는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 다이가 이 모든 기억을 잊고 행복할 거라고 믿기보단, 이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슬프고 아플 때가 있지만 이제 아빠라는 또 다른 세계와 친구라는 세계가 생겼기 때문에 씩씩하게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을 거라는. 저의 응원이었던 거 같아요.

 

장성란: 이것도 여쭤보고 싶어요. 아빠가 마지막에 다이에게 아프면 꼭 얘기하고, 엄마 보고 싶으면 꼭 얘기하라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나는 안 그랬으니까.” 그렇게 말하잖아요. 감독님께서 아빠의 마음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쓰셨을 거 같아요.

 

이지원: “아프면 꼭 얘기하고, 엄마 보고 싶으면 꼭 얘기하라고.” 그 대사는 웹툰에 나온 대사이고요. 뒤에 아빠는 그렇지 못했거든.”은 수정된 대사예요. 영화를 순서대로 찍으려고 해서 이 장면은 실제로도 후반부에 촬영을 진행했는데요. 촬영 전날 시나리오 점검을 하다가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나는 그러지 못했으나 나의 아들 다이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현장에서 대사를 바꿨거든요. 윤경호 배우님도 너무 좋다고 하셨고, 너무 잘 표현해 주셨어요. 저한테는 아빠는 그러지 못했거든이라는 대사가 제일 중요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다이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저는 아빠의 성장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빠의 후회스러운 마음을 다이에게는 덜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이들은 즐겁다> 스틸컷

 

장성란: 다이야 사랑해라는 이름을 쓰신 분께서 이번 영화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고, 만약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영화에서 맡고 싶은 어린이 배역 하나씩 꼽아 달라고 하셨어요.

 

이상희: 저는 뻔한 말 같지만 다이랑 하는 거의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어요. 경훈이가 다이로 제 앞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저는 그럴 수 없을 거 같긴 한데, 다이가 되어보고 싶어요. 그러면 경훈이의 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공민정: 저도 매 순간 그랬어요. 늘 재밌고 놀라웠던 거 같아요. 연기하지 않는 것 같은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슛 들어갔을 때 어떤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진짜로 대답하고 컷이 끝나도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이런 순간들이 저는 정말 재밌고 경이로웠어요. 그리고 저는 어린이로 돌아간다면 민호요. 저는 민호를 너무 좋아했어요. 심지어 민호 연락처를 따고 싶어서 예찬 배우 어머님께 여쭤봤더니 인천에 사신대요. 그래서 민호에게 인천 놀러 가면 만나줄 거냐고 물어보니 민호가 고민을 하더니 ! 뭐, 오세요.’ 그러더라고요(웃음). 어쨌든 저는 민호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신지이: 사실 저도 민호를 해보고 싶어요.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자유분방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아서요. 경이로웠던 순간은, 편집된 장면들에 많았어요.

 

장성란: 하나만 이야기해주세요.

 

신지이: 다이랑 민호가 유진이 전학 간다고 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엄청 서럽게 우는 장면인데 찍기 전에 배우들이 걱정하더라고요. “눈물 안 나오면 어떡해요.” 그러면서.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다들 유진이가 진짜로 떠나는 것처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그 셋이 정말 민호, 다이, 유진이로 느껴져서 저는 그때 가장 경이로웠던 거 같아요.

 

이지원: 이 장면이 아쉽게 편집되었죠. 제가 민호한테 잘 우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민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친한 친구가 떠나도 자기는 못 운다고 하면서 촬영이 가까워질수록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그 상황에 들어가니 확 몰입해서 눈물을 흘리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저도 뭉클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매 순간이 경이로웠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 성격이 유진이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요.

 

장성란: 한 관객분이 이상희 배우님이 다이 머리 감겨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고 하네요. 옛날에 엄마가 머리를 감겨줄 때, 막 예쁘게 감겨주는 게 아니라 엄청 빡빡 감겨주시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이 되게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애니메이션에서 엄마가 다이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나오는데, 그때 유독 다이라는 이름이 아이라는 발음으로 다가왔어요. 모든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 같은 느낌인가요?

 

이지원: 실제로 다이야 사랑해라는 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꼭 다이라는 한 아이로 한정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 엄마가 다이를 위해 남겨 준 동화는, 다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 부분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설정했어요. 

 

 

장성란: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소감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지원: 저희 영화가 관객분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가 많이 없었는데, 오늘 많은 분들과 만나서 감사드려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지만 찍고 나서 이렇게 관객들과 나누는 순간이 너무 행복한 거 같아요. 영화를 보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영화를 보시고 느꼈던 어떤 감정들이 각자의 삶과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으면 참 행복할 거 같습니다. 무사히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신지이: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너무 즐거웠고요. 영화 보시고 따뜻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상희: 저희 영화 되게 즐겁게 찍었는데, 지이씨가 정말 많이 고생하셨던 거 같아요. 지이씨 덕분에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집중을 하고, 아이들도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오늘 지이씨와 함께 GV를 하게 돼서 좋았고요. 사실 이 영화 찍고 제일 놀랐던 순간이, 저희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이 영화를 보고 상희야, 엄마가 가슴이 먹먹해가지고, 영화 보고 나서 한 이틀 지나 전화하는 거다.”라고 말씀하기는 거예요. 아무래도 엄마도 점점 나이를 드시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엄마가 저를 먼저 떠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다이 엄마에게 몰입하셨구나, 엄마가 나를 두고 가는 게 마음 아프셨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엄마는 엄마 없이 살았잖아. 그래서 엄마가 다이 보면서 많이 울었다그러시라고요. 저는 엄마가 저의 엄마이기 이전, 처녀로 살던 시절을 항상 인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엄마의 어린이 시절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거 같아요. 너무 울컥했고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엄마한테 그 말을 들어서 너무 감사했고 또 엄마가 이 영화를 봐주신 게 너무 좋았어요. 여러분들께도 이 영화가 각자의 이유로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공민정: 저는 오늘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제가 순간순간 미소 짓고 있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저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 짓고 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영화는 찍으면서 고생을 하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고생의 결이 조금 달랐던 거 같아요. 모든 분들이 귀한 것 하나를 찍기 위해 숱하게 노력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보였거든요. 결과적으로도 잘 나왔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영화 보시고 마음에 남는 것들이 있다면 많이 홍보해주시고 널리널리 퍼뜨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요.

 

장성란: 한 관객분이 어린이 배우님들과 다 함께 하는 GV 있으면 또 오시고 싶다고 해요. 저도 그런 마음입니다. 꼭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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