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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혼자 사는 사람들〉 인디토크 기록: 같이 하기 위한 딱 '1인분'만큼의 파도 넘기

by indiespace_한솔 2021. 6. 11.

 

같이 하기 위한 딱 '1인분'만큼의 파도 넘기

 〈혼자 사는 사람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 5 19(목) 오후 7
참석 홍성은 감독 | 배우 공승연, 정다은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염정인 님의 글입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개봉 11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정돼 배우상과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말랑말랑한 포스터와 카피 뒤엔 진아가 겪는 감정의 파고가 존재한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가족도, 혼자도 어려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넬까.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진행으로, 홍성은 감독과 공승연, 정다은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명현): 홍성은 감독님부터 인사 부탁드릴게요.

 

홍성은 감독(이하 홍성은): 안녕하세요. 혼자 사는 사람들연출한 홍성은입니다. 개봉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이야기 나눌지 궁금해하며 왔으니까요, 가감 없이 많은 질문 부탁드립니다.

 

정다은 배우(이하 정다은): 안녕하세요. 수진 역을 연기한 정다은입니다. 오늘 휴일인데 시간 내서 날씨 좋은 날, 극장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승연 배우(이하 공승연): 안녕하세요. 진아 역을 연기한 공승연입니다. 오늘 개봉 후 관객분들 처음 뵙는데요. 날씨도 좋고 기분 좋은 날이에요. 오늘 즐겁게 이야기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진명현: 배우님들, 감독님 말씀처럼 개봉일에 와주신 관객분들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지만 눈 맞춰가며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행히 좋은 흥행 성적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소문 내주시면 혼자 사는 사람들, 제목과 다르게 외롭지 않게 순항하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 속에선 다들 어두우신데 지금 미소를 띠고 계세요. 영화가 단조로운 구석이 있는 한편 지루하지 않아 놀라워요. 인물들이 서로 부딪히는 장면에서 대사를 많이 주고받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끝까지 가져가는데요. 감독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 어떻게 출발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홍성은:어떻게 혼자서도 잘 살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자취하면 처음엔 너무 좋잖아요. 눈치 볼 것도 없고 부대낄 것도 없고요. ‘난 혼자 사는 체질이구나생각하며 지내다가 우연히 고독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 저런 일도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어느 순간 그 영향이 크게 다가왔어요. 왜 이게 나한테 이렇게까지 와닿는지 생각했습니다. 혼자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엔 불안감이 있었던 거죠. 대가족이 이루는 것만이 답은 아닐 텐데, ‘좋은 방향으로 혼자 산다는 건 뭐지?’라는 생각에서부터 영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진명현: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가 공감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저도 1인 가구로서 공감되는 장면이 정말 많았어요. ‘나도 그랬지라는 감정을 계속 느꼈던 것 같아요. ‘저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럴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으로 인물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그럼 관객분들 질문 차례로 만나보겠습니다. “원룸이 아닌, 아파트에서 자취하는 것이 놀라웠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옆집 사람을 남자로 설정한 이유가 따로 있을지, 다리가 불편한 것도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보증금이 꽤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죠? 그것도 서울권이잖아요. 아파트가 작지도 않고요.(웃음)

 

홍성은: 일단 저는 풍족하진 않아도 진아에게 가난이란 설정은 부여할 생각이 없었어요. 또 복도식 아파트라는 구조가 이야기에 크게 작용해요. ‘젊은 사람이 얼마나 번다고 저럴 수 있나?’ 의구심이 들더라도 영화적 장치로 설정한 게 있죠. 다른 집 앞을 지나가고 다시 지나오고 이런 부분이 필요했어요. 복도라는 공간 자체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런 해프닝을 담기 위해 옛날 복도식 아파트를 설정했습니다. 또 원룸은 애초에 모든 게 들어가 있으니까 이 사람의 고립감을 보여주기에 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침실 외 다른 공간들에 무관심하고, 안방에 모든 걸 때려 넣어 온전히 고립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진명현: 진아가 돈을 굉장히 열심히 벌잖아요. 별로 쓰지도 않고요. ‘악착같이 돈을 모았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웃음) 공승연 배우님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셨죠. 온전히 스스로 영화를 짊어지고 나가는 역할이었기에 더 기쁘셨을 것 같아요. 오늘 처음 관객분들 만나는 날인데 소감 궁금합니다.

 

공승연: 감독님도 첫 장편, 저도 첫 장편이거든요. 첫 시작을 응원도 많이 받고 상도 받아서 굉장히 기쁩니다. 사실 개봉날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 여러분 만나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요. 함께 즐겁게 있다 갑시다.

 

진명현: 정다은 배우님은 활발히 활동해주고 계신데요. 비밀의 정원에서도 좋은 연기 보여주셨어요. 또 몇 달 안 돼 이 영화를 통해 관객분들 만나게 됐습니다. 어떤 기분이신지 궁금해요.

 

정다은: 아까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를 보니 비밀의 정원〉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더라고요. 그런 공간에서 오늘 개봉한 혼자 사는 사람들스케줄을 하려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좋아요. 또 지난 주말에 인디스페이스에서 비밀의 정원종영 GV를 했었어요. 첫 상영 GV를 이렇게 또 하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데, 앞으로 좋은 작품 해서 이런 시간 많이 갖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진명현: 어찌 보면 싱글앨범 이후에 정규앨범 나오는 기분일 것 같아요. 앞으로 두 배우님 모두 좋은 작품 만나시길, 오늘 오신 관객분들이 다 빌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이 또 빌기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이고 하니까요.(웃음) 질문 읽을게요. “정다은 배우님, 사회 초년생 수진 역을 찰떡같이 연기해주셨는데요. 연기할 때 참고한 작품, 캐릭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다은: 매체를 참고했다기보다는, 제가 스무 살을 앞두고 촬영했기에 저를 가장 많이 참고했던 것 같아요. 가장 열정 많을 시기잖아요. 가장 잘하고 싶고 예쁨 받고 싶고 또 아직 사회생활에 대한 로망과 환상이 있는 시기죠. 제가 느끼는 것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랑 또래 친구들을 가장 많이 참고했습니다.

 

진명현: 사실 당황스럽잖아요. 아무리 불편해도 밥 한번 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아는 안 사줘요.(웃음) 또 누가 봐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 사이에 앉아서 ‘칼 차단’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승연 배우님, 촬영할 때 어떠셨나요? 속으로는 미안하셨죠?

 

공승연: 안 그래도 영화로 보니 너무 매정하더라고요. 그리고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분이라고 하셨는데, 저희 영화 피디님이세요.(웃음)

 

진명현: 피디님 너무 죄송합니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수진 입장에서 그렇잖아요. 피디님 연기 너무 잘하시네요.

 

공승연: , 피디님 이야기드리니 좋네요.

 

진명현: 피디님이 배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자리가 됐네요. 그때를 비롯해 많은 장면에서 진아의 성격이 드러나지만, 대사는 없어요. 어떻게 보면 대사가 있다는 게 배우에게 조금 더 쉬울 수도 있잖아요. 특히 감정 진폭이 크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표정을 어떻게 변주할지 등에 대해서요.

 

공승연: 맞아요. 배우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진아는 무표정한 캐릭터죠. 그리고 그 안에서도 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인물이라 연기하기 힘들었어요.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며 정도를 정해 나갔어요. 며칠 동안 말을 안 하면서 촬영한 적도 있더라고요. 여태 연기하며 카메라 앞에서 이만큼 말을 안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진명현: 또 되게 재밌는 게 진아는 말을 하진 않지만 무언가를 계속 듣는 사람입니다. GV 전에 감독님께 이 부분 여쭤봤는데요. 영상을 본다는 건 음악을 듣는 것과 달리 다른 감상이나 감정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행위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사실 말을 계속 듣는 게 지겨울 법도 한데, 진아는 집에 오는 내내 영상을 보고 집에 와서도 TV를 틀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요. 그땐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셨나요?

 

공승연: 정말 의식을 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봤어요. 요즘 거리를 보면 모두 스마트폰을 보잖아요. 시선을 둘 곳도 마땅치 않고요. 특히 대중교통에서 남들과 눈이 마주치면 나도, 상대방도 불편한 것 같은 감정을 느끼죠. 그런 연장선에서 세상과 소통하지 않겠다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진명현: 그 부분에서 세태를 다루는 소설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재밌는 게 요즘 시대를 잘 보여주는 장치들이 나오지만 특이하게도 SNS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인물들이 가상의 소통도 하지 않는데요. 감독님께 이 부분을 배제한 이유를 여쭤보고 싶어요.

 

홍성은: 일절 감정적인 소통을 차단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본다던가 고객과 통화를 하는 게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겠지만요. 진아는 콜센터 상담을 굉장히 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때 잘한다는 건 상대를 사람, 구체적인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 걸 말해요. 상대방 목소리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거나 관계로 받아들이면 상처 받기 쉽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레 SNS가 배제됐어요. SNS도 관계에 대한 욕구잖아요. 애초에 맨날 들려오는 목소리조차 관계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SNS를 넣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진명현: 관객분들이 수진 역의 전사에 대해서도 궁금하다고 남겨주셨습니다. 수진이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기에 정다은 배우님이 연기하실 때 혼자 써본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다은: 감독님이랑 이에 대해 따로 얘기해본 적은 없는데요. 제가 생각했을 때 취직 전이면 수진은 고등학생이잖아요. 평범하게 춘천에서 친구들과 학교 다니고 수다 좋아하고 누군가와 같이 밥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까 해요. 이런 생활이 사회생활에서도 이어질 것이란 환상이 있어서 서울에 올라왔던 것 같고요. 근데 막상 직장 생활을 며칠 해보니 그 환상이 깨졌잖아요. 직업 자체가 벽을 치고 하는 일이고 소통이 안에서 이뤄지지 않죠. 나한테 상처 주는 사람과 계속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상처를 받은 인물 같아요.

 

진명현: 배우님 말씀 중에 환상이란 말이 와닿아요. 관계에 대해 기대를 거는 자체가 환상인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합니다. 아마 수진이 느낀 타격감이 크지 않았을까 해요. 다음으로 관객 질문드릴게요. “진아 집의 항상 켜져 있는 TV가 공감돼요.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묘하고 좋았습니다. 또 영화가 좁은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시선을 옮겨가는 과정이란 생각도 들어요. 진아가 만나는 인물들도 진아와 대비되거나 반대되는 인물들을 보여주신 것 같은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성은: 일단 TV에 대해 말씀드리면, 진아를 암흑과 고요, 적막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상정했어요. 불을 끄고 아무것도 없으면 자신밖에 안 보여서, 그 안에서 얼마나 스스로가 얼마나 외로운지 외면할 수 없게 되죠. 그걸 외면하고자 진아는 TV를 계속 틀어둔다고 생각했어요. 또 수진과 성훈은 진아와 상반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수진은 진아의 먼 과거란 생각을 했어요. 때문에 엄청 상반되거나 멀리 있는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어요. 성훈은 진아의 미래 선택지 중 하나라 생각했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사람이 성훈이었거든요. 그래서 미래 진아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저는 진아에게 맡겨두고 싶었어요. 이렇게 갈 수도 있고, 아니면 휴직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열어두고 싶었습니다.

 

진명현: 또 배우님, 감독님 혼밥’ 레벨이 궁금하단 질문도 있네요.(웃음)

 

홍성은: 저는 제일 레벨 높은 게 국밥집 정도인 것 같아요.

 

정다은: 실제로 혼밥 굉장히 많이 하는데, 1인 샤부샤부까지 가능합니다.

 

공승연: 저도 혼밥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에 밖에서 혼술 도전해본 적 있는데, 1시간 뒤에 친구를 부르게 되더라고요.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제일 어려운 게 뷔페인가요?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봤네요. 조식 같은 건 괜찮은데, 피크 타임 뷔페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진명현: 다음 관객 질문드릴게요.프로폴리스 맞으셨을 때 진짜 화나신 듯한데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공승연: 실제 진아였으면 짜증 났겠지만, 저희는 촬영장에서 웃느라 NG도 많이 났어요. 화기애애하게 촬영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진명현: 질문은 아니고 감상 남겨주셨는데 읽어드릴게요. “진아가 수진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늘 자기 자신을 누르고 감췄던 진아가 진심으로 따뜻한 사과를 전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다은 배우님, 들으면서 상당히 울컥했을 것 같아요.

 

정다은: 제가 항상 인상 깊은 장면 이야기할 때 그 장면을 말해요. 실제로 공승연 배우님과 통화를 하며 찍어서 더 감정이 깊이 올 수 있었어요. 물론 녹음본으로 연기했어도 감정이 전달됐겠지만, 실제 같은 공간에서 통화하니까 더 울컥하더라고요. 사실 그 장면이 초반부에 찍은 장면이라 승연 언니도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런데 걱정한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어요.

 

공승연: 가장 걱정한 장면 중 하나였는데, 녹음 기사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원래 촬영할 때 통화를 실제로 하는 건 어렵거든요. 그런데 하게 해 주셨고, 그래서 감정선이 되게 좋았어요. 사실 그때 수진이 있는 집은 진아 현관문 바로 오른쪽 방이에요. 그 방에 숨어서 저랑 같이 통화를 했습니다.

 

진명현: 두 채를 한 채로 해결하셨군요.

 

공승연: 성훈 집도 그렇고, 한 집을 여러 집처럼 활용했습니다.

 

진명현: 굉장히 가성비가 좋네요.(웃음) 그리고 타임머신 상담 전화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주셨어요. 크레딧 보면 아실 텐데, 목소리 많이 귀에 익으시죠. 독립영화계의 아이돌 곽민규 배우님입니다. “타임머신 상담 전화가 궁금합니다. 수진이 공감하고 함께 그때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이 장면에서 수진과 진아의 감정이 궁금해요.”

 

홍성은: 2002 월드컵 때를, 그 응원과 열기를 그리워하는 게 촌스럽다고 느껴지는 시대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 당시에 우리가 겪은 밀접한 접촉은 정말 하기 어려운 경험이죠. 누군가와 거의 한 몸이 되듯, 나를 벗어나서 교감을 한다는 게 강렬한 교감인데 마냥 촌스럽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 자체도 굉장히 유의미한 경험이 아닐까 싶었고요. 제 안에서도 양가감정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수진도 그렇지만, 실제 다은 배우도 2002 월드컵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요. 워낙 어릴 때라. 그래서 이걸 안 겪어본 사람에겐 전설이나 신화 속의 이야기 같지 않을까 했어요. 그 시절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수진과 그 상황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던 진아의 미묘한 공감을 담고 싶었습니다.

 

진명현: 배우님들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정다은: 실제로 월드컵 기억이 없어서 수진과 같은 입장이었어요. ‘왜 돌아가고 싶지?’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이지?’ 싶었어요. 감독님 이야기도 듣고, 영화를 찍으며 들었던 생각은 아까도 말씀드렸던 그 환상인 것 같아요. 공동체를 이루며 생활하고 싶은데, 각자 살기 바쁘죠. 수진은 혼자 밥을 먹는 이런 모습은 본인이 꿈꿔왔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혼란스러운 때, 마침 그 전화를 받게 된 거잖아요. 모든 사람이 서로 얼싸안고, 좋아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나도 가고 싶다. 나도 느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연기하면서 계속 물음표를 갖고 그렇다면 나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승연: 진아는 월드컵 때를 기억하고 있는 인물이고,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타임머신 상담 전화 때문에 당시를 회상하게 되죠. 그때 진아는 지금 같지 않을 거예요.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되게 좋았던 한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아한테도 많은 파장이 있었을 거예요.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진명현: 여기도 당시 비 더 레즈(Be the Reds)’ 티셔츠 입고 거리 나가셨던 분들 계실 거예요. 전생 같죠.(웃음) 월드컵만으로도 세대 간 경험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혼자라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혼자가 세 분께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홍성은: 사실 혼자라는 것은 필연이 아닐까 해요. 우리가 아무리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아도 이 사람은 이 사람이고, 내가 나인 이상 딱 상대방이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없잖아요. 내가 진심으로 말해도 다른 이에게 닿기 어려운 경우가 정말 많고요. 혼자는 필연이란 전제를 깔고, 그래도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 맺을 것인가?’ 고민하며 영화 만들었습니다.

 

진명현: 그럼 감독님은 어떻게 외로움을 해소하나요?

 

홍성은: 저는 진아랑 비슷한 것 같아요. 외로우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딴 데로 돌릴만한 것을 찾아요. 그래도 요즘은 제 안에서 해결하려 노력 중입니다.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요. 개인적으로 글 쓰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정다은: 저는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밥 먹고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데 혼자 있으면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게 좋은 영향만 주진 않더라고요. 뭔가 최악의 상황을 계속 상상하게 되고. 혼자 있는데 제가 저한테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저한테는 혼자인 건, 나쁘지 않지만 누가 있으면 좋겠다정도인 것 같아요. 또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인데, 아직은 그걸 좀 즐기고 싶은 나이인 것 같아요. 혼자 산 지 얼마 안 됐고, 아직 저한테는 자유랄까요? 그런 느낌이에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진아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영화 보며 생각했어요. 너무 혼자이진 말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공승연: 저는 사실 집에 혼자 있지만, 온전히 혼자인 경우는 없다고 생각해요. 집에 혼자 있어도 무수한 관계가 있으니까요. SNS도 있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고. 또 혼자 있는 시간은 저에게 재충전의 시간이에요. 밖에 나갔을 땐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집에서는 제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서 외로움을 살짝 즐기기도 하고, 그렇게 외롭단 생각도 많이 안 들어요.

 

 

진명현: 이 질문으로 세 분의 캐릭터가 조금 나오네요. 배우님들은 외로움을 즐기는 타입이고, 감독님은 고독하게 글을 쓰는.(웃음) 다음 질문드릴게요.진아가 에어팟(무선이어폰)을 안 쓰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일까요?”

 

공승연: 맞아요. 안 그래도 줄 이어폰에 찬반이 있었어요. “요즘은 다 에어팟 쓰는데 굳이 줄 이어폰을요?”하고 여쭤봤는데, 감독님 생각이 확실하시더라고요.

 

홍성은: 영화니까 이어폰 줄이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촬영감독님은 이게 2020년 영화이려면 무선으로 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유선이면 2015년 영화 같다고. 하지만 ‘5년 정도는 손해 보자하고 유선으로 갔습니다.(웃음)

 

진명현: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영화 속에 깔려있는데요. 영화 속 2가지 죽음과 2가지 애도가 나오는데, 이게 진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공승연: 첫 번째는 어머니의 죽음이죠. 진아는 엄마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 했고 엄마 임종을 못 지킨 걸 무겁고 크게 느껴요. 또 옆집 남자가 계속 말을 걸었는데 내내 무시했으니 옆집 남자의 죽음도 크게 와닿죠. 동시에 나도 혹시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무서움과 여러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홍성은: 저에게 넘기는 실력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웃음)

 

공승연: 감독님이 이야기를 굉장히 잘해주세요. 제가 감독님께 질문을 돌리면, 굉장히 명쾌하게 답해주세요.

 

홍성은: 크게 두 가지 의미 같아요. 첫 번째는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을 가져오려고 죽음이란 강력한 소재를 썼어요. 진아는 자기 세계가 온전하다 믿어온 사람이니까 이게 깨지는 걸 볼 때 드는 감정은 미스터리, 공포일 거라 생각했어요. 30년 가까이 살았는데 세상에 대해 이렇게나 몰랐나 싶으니까요. 두 번째는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사를 한다는 것’. 헤어질 땐 인사를 한다는 거예요. 인사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진아죠. 자신이 죽음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이 뭔지 모르다가 내가 작별인사를 안 해서, 떠나보내질 못해서 그렇구나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별의 어떤 차원으로 죽음을 사용했던 것 같아요.

 

진명현: 사실 초중반까지 공포, 스릴러와 가까운 부분이 있어요. 특히 혼자 사는 여성분이라면 버튼이 눌릴만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가장 충격적인 건 진아가 이사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제가 진아였으면 이사 갔을 것 같아요. 옆집 사람이 죽어도, 아빠가 자신의 집을 알고 있어도 그 집에 살잖아요. 공포영화 히어로 같단 인상을 받았어요. 영화 홍보 카피는 ‘1인분의 외로움으로 말랑말랑한 느낌인데, 영화 음악들도 그렇지 않아요. 음악, 사운드 계산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홍성은: 사실 시나리오 처음 쓸 때 사운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옆 사람이 말하고 있으면 그 목소리가 들려야 하지만 진아가 보고 있는 영상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던가. 이런 이상한 순간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대사가 너무 없는 영화로 기획하다 보니 음악감독님을 굉장히 많이 만났어요. 레퍼런스도 엄청 많이 들고 가고요. 그때 들고 갔던 레퍼런스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SF영화 〈언더 더 스킨〉인데요. 약간 불협화음과 거슬리는 고음들. 그런 거를 가져갔던 기억이 나요.

 

 

진명현: 감독님 의도가 적중한 것 같아요. 한 관객분이 영화의 몇몇 장면은 대안적인 SF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라고 남겨주셨어요. 또 이런 질문도 있습니다. “진아가 휴직하고 뭘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승연 배우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승연: 진아가 그동안 바깥 풍경을 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야외에 나가서 세상 구경도 좀 하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을 것 같아요. 바로 직장을 찾진 않았을 것 같고요. 일단 집도 있고.(웃음) 여행을 다닌다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않았을까요. 수진을 따로 만났을지, 또 팀장님과 밥 한번 먹었을지 고민해봤는데 딱히 그러진 않았을 것 같아요.

 

진명현: 다은 배우님, 수진이는 앞으로 뭐할 것 같으세요.

 

정다은: 수진이는 평범하게 잘 살 것 같아요. 상처 한 번 받았지만 , 이런 거구나깨닫고 다음은 좀 더 낫고 그다음은 또 조금 더.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사회인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상처가 아물 시간이 필요하니 춘천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일하는 것도 중요하고 본인이 꿈꾸는 것도 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감정에 있어서 그게 먼저일 것 같아요.

 

진명현: “맨날 점심시간에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시켜먹는 이유가 뭔가요?” 정확히 어떤 메뉴죠? 고기가 덮여 있는 모습인데요. 저렇게까지 육식만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거기서 양분을 다 채우나 싶었어요.(웃음)

 

홍성은: 실제로 제가 자주 가던, 1인이 식사하기 좋은 식당에 있는 메뉴예요. 저도 혼밥 레벨이 낮아서 그런 식당을 많이 갔는데, 거기는 큰 소리로 떠들면 사장님이 제재하세요. 혼자 온 사람 많다고. 굉장히 신기했어요. 밥은 보통 사람들끼리 교류하면서 먹는 부분이 크잖아요. 그게 배제된 공간이라 여기로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승연 배우님께 그 가게 아시냐고 하니까 승연님 삼촌이 하시는 가게였어요.(웃음)

 

진명현: PPL인가요 그럼.(웃음)

 

홍성은: 그건 아닌데.(웃음) 덕분에 조카가 영화 찍는데 도와주시겠구나 싶었죠.

 

공승연: 안 그래도 제가 음식을 못 먹고 뱉는 장면이 있어서 삼촌이 걱정하셨어요.(웃음)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진명현: 충분히 양도 많고 맛있어 보였습니다.(웃음)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최근 문학 쪽에서도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여성을 그리는 작품이 많은데요. 저는 작년에 나왔던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이 생각이 나기도 했고요. 또 최근에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며 집이 없이 혼자 사는 것과 집을 갖고 혼자 사는 것은 정말 다르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직장 여성의 삶을 굉장히 재밌게 그린, 같은 여성 창작자죠.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역시 생각났어요. 다른 방면의 이야기들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란 점이 같은데요. 감독님 작품 만드시면서 참고하셨던 레퍼런스가 있을까요?

 

홍성은: 되게 많았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혼자 사는 데 초점을 맞춰 레퍼런스를 찾진 않았던 것 같고요.

 

공승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같은 따뜻한 가족 영화를 많이 추천해주셨어요.

 

홍성은: 〈로마는 제 영화와 굉장히 다르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 나도 뭔가 희망이 있는 영화를 쓰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로마를 보면서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 그 세계에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전체적인 방향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진명현: 담배 이야기도 질문이 꽤 있어요.

 

공승연: 제가 흡연자가 아니라서 감독님께서 미안해하셨는데요. 이 영화에는 담배가 꼭 필요한 존재라 생각해서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담배 피우는 모습이에요. 너무 초짜 같지 않았나, 흡연자분들이 봤을 땐 너무 어색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명현: 그런데 진아가 집에 가면 담배를 안 피워요. 옆집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생각날 법도 한데요. 회사에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

 

홍성은: 저도 그런 방향으로 설정했어요. 직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잠시나마 혼자 있을 시간을 갖기 위한 좋은 핑계가 되니까요. 팀장 곁에서 뻘쭘하게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고 싶었어요.

 

진명현: 아마 진아는 담배 맛도 모르지 않을까 해요. 서현우 배우와 있을 때에도 그저 얘기할 때 담배가 있으면 편하다는 느낌이었어요. 관객분들이 담배를 성냥으로 피우면 다른지 여쭤보시네요. 이 장면을 넣으신 이유도 궁금해요.

 

홍성은: 애초에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저 누군가 그 이야길 했고, 누가 기억했고, 실험해보며 왠지 다르다고 느끼고. 이 과정이 더 중요해서 다르지 않았으면 했어요.

 

 

진명현: 슬슬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개봉일 찾아와 주신 특별한 관객분들께 감사 말씀드리고요. 이렇게 인디스페이스가 꽉 차서 보기 좋아요. 거리두기 끝나고 빽빽하게 모여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공승연: 이렇게 쉬는 날, 극장에 나와주시고 저희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다은: 오늘부터 시작인데 많은 분이 저희 영화 봐주시면 조금 더 오래 상영관에 머무르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홍보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홍성은: 오늘 비로소 개봉이 실감 나더라고요. 저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나눠본 적이 드물어서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요. 너무 작은 영화라서 개봉이 될까 싶었던 시기를 생각하니 이게 얼마나 배부른 소린가 싶어요. 와주셔서 힘 많이 받았고, 입소문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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