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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낫아웃〉: 꿈 많은 우리, 위태롭지만 함부로 아름다운 영혼이길

by indiespace_한솔 2021. 6. 22.

 

 

 

 〈낫아웃〉  리뷰: 꿈 많은 우리, 위태롭지만 함부로 아름다운 영혼이길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연 님의 글입니다. 



낫아웃(not out)
: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세 번째 스크라이크를 포수가 받지 못하여 삼진 아웃이 되지 않는 경우

 

 

영화 〈낫아웃〉의 주인공 광호는 열아홉 고교 야구 입시생이다. 광호는 봉황대기 결승전 결승타를 날리고, 팀 우승의 주역이 된다. “우승했잖아. 그럼 된 거 아냐?”라는 중학교 동창 민철의 물음에, “그러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지.”라고 광호는 덤덤히 답한다. 그렇게 영화는 우승의 짜릿함을 맛본 광호의 포효로 시작한다.

 

어느 날 감독으로부터 프로팀 연습생 추천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광호는 앞두고 있는 신인 드래프트에 올인할 것을 선언하며 거절한다.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냐?”는 감독의 걱정에, “저는 원래 후회 같은 거 안 하는데요.”라고 말하는 광호. 그의 표정과 눈빛에는 패기로운 무언가 녹아 있다.

하지만 기대는 초조함, 그리고 끝내 절규로 이어진다. 신인 드래프트 마지막 라운드까지 광호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그라운드 위 결승타와 함께 울려 퍼진 기쁨의 포효는 이제 좌절의 포효로 락커룸을 가득 채운다. 절망도 잠시, 오로지 야구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광호에게는 이제 돈이 필요하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하지만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되지 않는 현실에서 광호는 꿈을 살 돈을 모아야 한다.

 

 

아직 시작도 안 해봤잖아.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잠재된 자신의 열정을 내뿜을 기회가, 딱 한 발짝만 내딛을 타석이 광호는 절실하다. 지치고 힘들고 아프기까지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뜀걸음을 계속하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아버지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며 유일한 생계수단인 식당을 팔아 감독에게 뇌물을 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다 이내, 무릎을 꿇고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빈다.

낮에는 뙤약볕 아래서 거친 숨소리를 내며 야구를 하고, 밤에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서 오토바이를 타며 불법 휘발유를 판다.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절박함으로 고군분투하는 광호는 위태롭다.

 

 

현실의 높은 장벽과 미처 알지 못했던 어른들의 세계를 마주한 열아홉 살 광호는 결과적으로 윤리의 경계를 넘는다. 처절한 몸부림은 불법 휘발유 아르바이트와 절도 시도로 이어진다. 날아오는 야구공을 강렬하게 응시하던 광호의 눈동자에는 폭발한 차량의 화염이 타오른다. 소중한 친구를 다치게 한 죄책감의 눈물이 떨어진다. 하지만 삶은 반드시 도덕적인 판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1시간 30분 동안 지켜봐 온 광호의 눈빛에서 산란하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그것을 함께 인내하고 있는 우리는 도덕적인 잣대로 광호의 삶의 재단하기 망설인다. 강박적인 그의 모습에서 누구나 겪었고, 누구나 겪을, 19살을 지나온, 그리고 마주할 우리들의 모습이 비친다. 누군가는 민철처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갈 수도, 또 누군가는 광호처럼 끝을 보기 위해 그 길을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의 결과가 승패의 희비로 엇갈리지는 않는다. “야구 그만두면 안 행복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민철의 대사처럼.

 

 

저 어디로 가요?”

영화는 결코 형형색색으로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다만 꿈 많은 우리, 아직 현실과 타협하기에는 어린 우리, 꿈을 향한 강박에도 순수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우리에게 낫아웃이라고 말한다. 막막한 현실 속 위태롭지만 흔들리지 않는 광호의 눈빛. 암흑 같은 영화관에서 광호를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이 마침내 마주 닿는다. 그렇게 종종 사라져버리는 작은 불씨를 살려내며 위태롭지만, 아름다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미 끝났지만 한 번 더 주어지는 기회.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는, 다시 시작에 놓인 광호의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포효로 영화는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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