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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오렌지필름 이우정 감독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을 찍다

by indiespace_한솔 2021. 6. 23.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을 찍다 

오렌지필름-이우정 감독전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애드벌룬〉, 〈서울생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 6 5(토) 오후 7
참석 이우정 감독
진행 남궁선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연 님의 글입니다. 

 

 

 

종종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우리.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은 대게 기쁘다’, ‘슬프다’, ‘짜증난다’, ‘울적하다과 같은 단어들로 언어화된다. 그렇게 단어 하나에 감정들을 응축하여 떠나보낸다. 이우정 감독의 단편영화 3편에는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빠져나오고자 안간힘 쓰며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각들이 찍혀 있다. 그것은 영화 속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내 표정으로, 나와 꼭 닮은 그들의 행동과 말로, 그리고 때론 그들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그림자의 형상으로 카메라 너머 발산된다. 그 순간만큼은 영화라는 무한한 시공간 속 낯설고 무서워 끝내 회피했던 유한한 일상의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다.

 

 

 

남궁선 감독(이하 남궁선):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게 된 남궁선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비슷한 시기에 단편을 많이 찍었는데요. 저는 〈10개월〉이라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고, 이우정 감독님도 〈최선의 삶〉이라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이렇게 만나니 재밌고 의미 있기도 하네요. 감독님 감상이 궁금해요. 오랜만에 옛 작품들을 모아서 보신 거잖아요. 일단 가장 기본적인 질문, 각각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그리고 어떻게 시작하게 된 영화들인지 궁금하고요. 지금 돌아보니까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여쭙고 싶네요.

 

이우정 감독(이하 이우정): 정말 오랜만에 이전 단편영화를 본 거고요, 사실 어느 한편으로는 떨리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십 년이 넘은 내 일기장을 볼 수 있을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왔어요. 일차적으로는 내가 정말 오래된 사람이구나하는 충격과 공포가.(웃음) 영화에 싸이월드가 나와서 되게 놀랐어요. 저도 다 잊고 있었거든요. 몇 가지가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싸이월드랑... 휴대폰! 여러가지로 놀라면서 봤어요. 내가 저 때 저런 생각과 고민들을 하고 있었구나, 그게 재미있었어요. 특히 〈서울생활〉은 제안이 들어와서 만들게 된 영화예요. 그해 겨울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될 거라는 것만 알고 시작했다가 찍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너무 내가 가볍게 생각했나 싶고, 그냥 만든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근데 오랜만에 보니까 귀여운 부분들도 있더라고요.(웃음) 저 때 자취방에 열광하고 다 찾아보던 걸 다 잊고 있었는데, 생각이 났어요.

 

남궁선: 저도 이해가 되네요. 단편을 여러 개 찍게 되면 그 중에 좀 그냥 만들었다싶은 영화가 꼭 한 편은 있는 거 같아요. 잘 못 보겠는데, 또 보면 '? 귀여운 부분이 있는데?'하는 생각이 들고.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2009년 영화이고, 〈애드벌룬〉은 2011년 영화라 플립폰이 나오고,(웃음) 강의하다가 싸이월드 메시지가 툭 튀어나오고. '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나도 오래된 사람이구나'하는...

 

이우정: 심지어 배우들 말투가 약간 서울 사투리 같이 들리더라고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스틸컷

 

남궁선: 요즘 관객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하네요. 지금 와서 돌아봤을 때 관통하는 일관된 것이 느껴지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저도 감독님 영화를 이렇게 몰아서 본 건 처음인데 보고 나니 모든 영화의 연기 톤이 굉장히 생생하다는 것, 그리고 은근한 유머 코드가 일관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우정: 사람들이 잘 안 믿어주는 게 있는데, 예전부터 단편영화를 만들 때 저는 나름 공포영화를 만든 거거든요.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한 장면 때문에 시나리오를 쓴 거예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모든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스스로 혼란스럽던 때 이상하게 내가 누군가의 자전거 안장에 코 박고 있는 장면이 계속 그려지더라고요. 〈애드벌룬〉은 오래 전 소문이 갑자기 생각나서 쓰게 됐어요. 그 시절을 떠올렸을 때, 저에게 가장 공포스러웠던 장면은 제가 실수를 저지르고 엄마가 나를 향해 멀리서 달려오는 그림이었거든요. 그 그림이 저에게는 악몽처럼 되풀이되었어요. 〈서울생활〉의 경우는 급하게 시나리오를 써서 촬영에 들어가야 했는데, 그 시절에는 연애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어요.

 

남궁선: , 의외로 다 공포네요.

 

이우정: 아무도 몰라요.

 

남궁선: 저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엔딩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예상치 못한 엔딩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흥미롭게도 말씀하신 것처럼, 꽤 예전에 〈애드벌룬〉을 봤지만 지금까지 강렬하게 기억나는 이미지가 어머니와 개가 막 달려오는 장면이에요. 그 안에 공포가 묻어 있는 거 같아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성적 텐션들이 나타나잖아요.

 

이우정: 제가 그때 저런 거에 꽂혀 있었어요.

 

남궁선: 은은한 유머의 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되게 무섭고. 〈서울생활〉도 눈물 흘리는 상황에서 풍수지리 이야기하고

 

이우정: 저 장면을 너무 오랜만에 봤는데, 육산, 돌산 이야기할 때 정말 제가 저렇게까지 미쳐있었나 싶더라고요.(웃음)

 

남궁선: 그게 너무 정겨운 거 같아요. 생동감 있는 배우들이라 그런 느낌이 더 강한 거 같고요. “피터팬으로는 좋은 방 못 구해라는 대사가 너무 짠하면서도 너무 귀여우면서도 웃기고. 이런 질문이 있네요. “이번 감독전에 상영할 영화 선정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이우정: 어학교 워크샵 다음 작품부터 골랐어요. 7-8년 더 된 것 같은데, 학교 워크샵으로 만들었던 단편들까지 다 모아서 상영했던 적이 있었어요. 어후, 그거는 진짜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워크샵 작품들은 빼고 그 이후로 만들었던 것들로 모아봤습니다. 근데 이건 딴 이야기인데,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를 당시 35mm 필름으로 찍었어요. 저는 오늘 디지털 변환으로는 처음 봤어요. 그런데 변환에 약간 문제가 있었던 것 같네요.

 

남궁선: 안 그래도 각각 어떤 매체로 상영하셨는지 질문 드리고 싶었거든요. 저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가 35mm로 촬영되었다고는 생각은 못했고, 되게 촬영 프레임이 좋다고만 생각을 했거든요. 〈애드벌룬〉은 의도적으로 그 시대에 안 쓰던 매체를 사용하신 것 같은데, 촬영 매체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이우정: 먼저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2008년까지는 필름으로 영화를 많이 찍었어요. 한국코닥의 단편영화 제작지원 제도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에 대한 로망이 컸어요. 2008년이 마지막 필름 제작 지원사업이었어요. 그때 제작 지원을 받아서 35mm 필름으로 처음 촬영해 봤어요. 그리고 〈애드벌룬〉은 제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90년대 후반 정도일까요? 그때는 디지베타 테이프를 넣는 카메라가 있어요. 그 카메라를 구해서 촬영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봤던 EBS, MBC 청소년 드라마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애드벌룬> 스틸컷

 

남궁선: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매체에서 오는 느낌과 함께 주인공들의 생기 있는, 저는 생기 있다고 표현하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을 봤을 때는 무서울 수 있는 어떤 위협적인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배우들이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술 마시고 빙글빙글 돌고 그럴 때, 진짜 취한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엔딩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우정: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떠돌던 소문이었어요. 당시에는 마트나 아파트가 지어지면 그 위에 커다란 애드벌룬이 많이 떠있었어요. 말하다보니 진짜 오래된 것 같은데…(웃음) 다 쓰고 난 애드벌룬이 옥상 위에 버려져 있는데, 거기에 저희 학교 학생들이 들어가서 술을 마시고 놀다가 질식해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그 소문이 갑자기 생각나서 신문을 찾아봤어요. 저희 동네는 아니었고, 그 시기 다른 지역에서 그런 일이 있었더라고요. 어린 애들은 항상 그런 곳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그 소문을 가져와서 만들었어요.

 

남궁선: 그럼 다들 죽는 건가요?

 

이우정: 그렇죠.

 

남궁선: 그 부분이 되게 궁금했어요. 큰일이 났고, 사람이 죽은 것 같은데 정작 영화는 발랄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해서 발랄한 내레이션으로 끝나잖아요. 운동장에서 달리는 장면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우정: 저에게 〈애드벌룬〉이 공포영화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로 가득하던 시절, 제가 비겁하게 살아남는다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뛰어 놀고 깔깔거리는 모습이 더 공포스럽거든요. 저 안에서도 계속 아이들은 부풀려지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 장면을 활용했어요.

 

남궁선: 개봉을 앞둔 장편영화 〈최선의 삶〉과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학교를 배경으로 하셨는데

 

이우정: 이제 진짜 학교에서 그만 찍고 싶어요.

 

남궁선: (웃음) 어떤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우정: 일단 학교는 방학에도 수업이 있으니 섭외가 어렵고, 학교가 주무대일 경우 주말 밖에 촬영을 못해요. 배우들의 감정이 이어져야 하는데 일주일 단위로 끊어서 찍어야 해요. 너무 미안한 일이죠.

 

<서울생활> 스틸컷

 

남궁선: 또 궁금한 거 하나! 세 영화가 다 그러한 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가 되게 생기 있게 느껴져요. ‘생기 있게가 꼭 긍정적인 느낌만은 아닐 수도 있는, 되게 날카롭거나 신경질적이거나 이런 느낌이요. 리듬 자체에서 오는 에너지가 강한 것 같고, 부자연스러운 게 없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배우들과의 작업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이우정: 세 편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들과 작업을 했어요. 하나씩 말씀드리자면, 최희진 배우님과 김태훈 배우님은 제가 영화를 보면서 선망했던, 너무 좋은 얼굴을 보여주셨던 어른 배우들이셨어요. 그분들께 벌벌 떨면서 시나리오를 보냈고, 〈개를 키워보면 알아요〉를 함께 해 주셨어요. 그래서 조금 어려운 느낌은 있었어요. 제가 늘 배우들께 부탁을 많이 하거든요. “한 번만 더 저랑 만나서 리딩을 해보면 안 될까요?” 같은 것들이요. 〈애드벌룬〉의 경우, 〈이십일세기십구세〉 단편에서 보았던 이민지 배우께 연락을 드렸어요. 장의영 배우께는 〈수학여행〉이라는 단편을 보고 연락을 드렸고 박경혜 배우만 당시에 오디션을 봐서 만난 배우였어요. 연극반이 있는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오디션을 봤어요. 세 명 중 한 명은 확실히 다른 색깔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박경혜 배우와 함께 하게 됐죠. 〈서울생활〉은 초저예산이었어요. 정말 상상하시는 것보다도 훨씬 예산이 적을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가깝고 친한 배우분들, 이채은 배우와 구교환 배우와 함께 했고요. 채은 배우와 함께 짐을 싸는 친구들은 정말 제 베프들이에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서 류혜영 배우만 따로 캐스팅 연락을 드렸어요.

 

남궁선: 〈서울생활〉은 배우들 보는 재미가 초장부터 너무 강렬했어요. 다들 진짜 같거든요. 진짜 친구들 와서 짐 싸는 것 같고. 그러한 작은 차이가 영화의 질감을 만들잖아요. 여기 또 질문이 있습니다. “연출과 연기를 함께 하시는데, 연출과 연기를 할 때 텐션이나 느낌이 다를 거 같습니다. 각각 어떤 느낌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우정: 연기할 때 어떤지 말할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웃음) 가끔씩 친한 감독들이 부탁했을 때 되게 즐겁게 하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철학이나 그런 건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제 연기의 한계를 너무 명확하게 잘 알고 있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런 경험을 하게 되어서 카메라 앞에서 배우분들이 어색하고 불편해하는 순간을 잘 캐치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차이는연기할 땐 별 생각 없이 가볍게 가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고요. 연출할 때는 촬영장에 가기가 정말 무섭습니다.

 

남궁선: 정말 감독의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연기가 재미있으신가요?

 

이우정: 네, 연기 재미있어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스틸컷

 

남궁선: 더 많은 영화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다른 질문이 있는데요. 캐릭터들이 옷을 잘 추스르지 않는 연출이 있다고 하시네요. 예를 들어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의 아영은 치마가 올라가 있거나, 〈애드벌룬〉 지현이 엎어져 있을 때 허리가 보이는 등. 속옷 끈이 꼬였다고 얘기하면서 매만지는 장면도 있는데, 의미가 있을까요?

 

이우정: 저도 모아 보니까 저런 장면들이 반복되는구나 싶었어요. 각각 영화 장면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친구들과 옷을 벗는 것 까진 아니어도 굉장히 편한 모습으로, 그리고 그런 것들을 과장하면서 놀았어요. 괜히 서로 센 척한다고 가슴 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가 영화에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남궁선: 〈애드벌룬〉에서 아이들이 얼굴을 가리고 배를 까는 모습들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즐겁기도 하면서도 불안한 이미지로 느껴졌거든요. 이민지 배우의 얼굴이 되게 강렬했어요. 친구를 만나러 편의점에 잠깐 들렸을 때, 강하게 얼굴을 보여주는 샷이 있잖아요. 그 샷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했어요.

 

이우정: 제 영화에 처음으로 나오는 타이트한 얼굴 샷인데요, 꽤 길게 썼어요. 영화에서 제일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 당시의 불안한 감정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저는 잘 노는 친구들을 따라가서 노는 걸 좋아했어요. 주도적으로 놀지는 못했지만그 친구들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너무 가고 싶은 마음과 무서운 마음이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그때 마음이 민지씨 얼굴에 있어서 그렇게 사용을 했습니다.

 

남궁선: 그 시기의 온갖 불안감들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 나이에 노는 애들과 어울리는 건 정말 큰 일이잖아요. 흔한 기회가 아니니까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 친구들은 술을 마시는데 나는 마시면 안 될 거 같고. 허지연이라는 친구가 약간 이상한 눈빛으로 주인공 뒷모습을 쳐다보고 따라다니고 하는데, 마지막 대사도 지연이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잖아요. 이 인물을 바라보고자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이우정: 당시 시나리오를 쓸 때 우리가 살아오면서 들었던 많은 소문들 중에 진짜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그것들을 다 담을 수 있는 인물이 지연이라고 생각했어요.

 

남궁선: 그러고보니 멘트도 누가 누구를 콩 깠다더라.”

 

이우정: 요즘 안 쓰는 말이죠. (웃음)

 

<애드벌룬> 스틸컷

 

남궁선: 수많은 말들로 시작해서 수많은 말들로 끝나는 영화인데, “그 안에 진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예요. 질문이 또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화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옴니버스가 아닌 장편작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었는데 지금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이우정: 일단 저는 제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일을 지속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편들을 찍고 장편을 찍을 때까지 오랜 텀이 있었어요. 혼자 시나리오를 쓰다가 엎어졌던 경우도 있고, ‘난 이제 진짜 영화는 안 해야지하면서 아무것도 안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계속 지속했던 것은 아니고요. 원동력은 한 동네에 살고, 같이 영화를 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거든요. 그 친구들과 같이 하소연하고 누군가를 욕하고 원망하고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영화를 정말 그만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궁선: 동료의 존재가 정말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같은 처지랄까요. 여성 친구들만 해도 공유되는 영역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죠.

 

이우정: 오늘 〈서울생활〉을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그 시절 저의 많은 친구들이 옥탑방, 반지하 같은 여러 곳에 자취하면서 남자친구랑 동거도 하고 연애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그랬죠. 그러다 누가 헤어지면 다 같이 가서 짐 싸주고 술 한 잔하고그런 기억들이 많았는데 그간 까먹고 있었더라고요. 오랜만에 그 때 생각이 나서 재밌었습니다.

 

남궁선: 그게 공간적으로도 드러나요. 〈애드벌룬〉도 아파트 가에 학원차들이 다니고, 〈서울생활〉도 옥탑방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공간을 닻으로 삼아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여워 보였어요. 귀여운 추억이구나.

 

이우정: 특히 주 무대는 당시 제 친구 집이었어요. 창고가 창문을 넘으면 있잖아요. 되게 이상한 구조죠.

 

남궁선: 또 질문 중에 작품마다 하고 함께 하고 싶으신 배우들과 꼭 작업하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우정: 맞습니다.

 

남궁선: 그거 진짜 좋은 건데. “그래서 앞으로 감독으로서 함께 하고 싶은 배우, 그리고 배우로서 함께 하고 싶은 상대역 배우가 궁금합니다.” 이 참에 한 번 말씀해주시죠.

 

이우정: 이 참에…(웃음) 오래 전부터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배우분이 한 분 계신데, 배두나 배우님. 소망입니다. 그리고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는 없습니다. 저는 배우로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남궁선: 배우로서의 자아가 달라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배두나 배우님, 어디선가 잘 들으실 수 있도록 전해주십시오.(웃음) 다 다른 이야기들을 이렇게 모아서 보니 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고유성이나 일관성이 더 잘 보이는 거 같아요. 흥미로웠습니다. 언뜻 괜찮아 보이는 풍경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불길한 것들이 계속 보이는 것 같았고요. 〈최선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 이것이 이우정 감독이구나!’ 싶습니다. 조금의 악몽을 재료로 쓰시는 느낌이 있고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요? 구체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내 욕망 같은 거?

 

이우정: 사실 〈최선의 삶〉을 찍으면서 너무 심정적으로 힘들었거든요. 찍으면서 계속 그런 생각했어요. ‘나 다음에는 진짜 재밌는 거, 진짜 웃긴 거 찍어야지!’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남궁선: 그게 동력이 될 거 같아요. 저도 이해하는 면이 있어서... 힘든 걸 하고 나면 다음에는 깨끗하고 밝고 시원한 거 하고 싶죠. 〈최선의 삶〉은 워낙 감정이 깊게 들어가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차기작은 아기자기한 이러한 유머로 다시 돌아오시면

 

이우정: 네, 정말 그러고 싶어요!

 

남궁선: 알겠습니다. 몇몇 질문들은 안 드리면 아쉬울 거 같아서 드려볼게요.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에서 불안한 감정을 유발하는 주요 키워드가 뭔가요?

 

이우정: 스피드 퀴즈인가요? 욕망!

 

남궁선: , 욕망이군요. 허락되는지 아닌지 모르는 그런 욕망. 다음, 배우의 어떤 면을 보고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이우정: 말할 때 자기 리듬을 가진 사람을 좋아해요.

 

남궁선: , 스피드 퀴즈로 하니까 되게 재미있네요.(웃음) , 〈서울생활〉에서 짬뽕의 의미는? 왜 짬뽕을 강조하시는 겁니까?

 

이우정: 그 당시에 술 마시고 다음 날은 반드시 짬뽕을 먹었어요.

 

남궁선: 해장을 해야 되니까라는 변명이 영화에도 있죠.

 

이우정: 지금 생각이 났는데. 저 짬뽕 장면을 찍을 때 좀 열정적으로 먹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여자친구가 다시 짐 싸러 오는 것도 잊을 만큼. 구교환 배우가 그러면 매운 짬뽕을 시켜 달라 그래서 매운 짬뽕을 먹었는데 혜영 배우는 막 목에 걸리고 그랬어요.

 

<서울생활> 스틸컷

 

남궁선: 몰입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셨네요.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짬뽕 이야기를 하게 되죠. 그게 좋은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재미있는 장면들인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렇게 지난 단편들을 묶어서 보니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곧 다가올 〈최선의 삶〉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릴게요.

 

이우정: 관객분들이 별로 안 계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진행을 너무 잘 해 주신 남궁선 감독님의 〈10개월〉도 곧 개봉하니까요. 함께 찾아서 봐주시면 너무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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