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월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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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호진 님의 글입니다.
그날로부터 어느덧 7년이 흘렀습니다. 기억해 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여러 해가 지나도 여전히 아픈 4월입니다. 〈당신의 사월〉 인디토크가 있던 2021년 4월 16일엔 아침에 비가 내렸고 저녁은 꽤나 쌀쌀했습니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에게 이 기록이 가 닿기를 바라며 그날의 기억을 전합니다. 당신의 사월은 안녕하신가요?
이승민 평론가(이하 이승민): 오늘이 4월 16일, 정확히 7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모두에게 또 다른 감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 같이 영화를 봐주신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주현숙 감독(이하 주현숙): 우선 같이 영화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특히 4월 16일에 어떤 분들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노회찬재단에서 단체관람 연락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이승민: 전규찬 선생님은 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전규찬 교수(이하 전규찬): 주현숙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에서 공부할 때부터 이후 단편작, 그리고 이 작품까지 보면서 참 뿌듯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희가 함께하던 학생, 작가들이 책임감 있게 작업해 주셔서 고맙다는 생각 하면서 봤습니다.
이승민: 영화가, 그리고 저희가 마주한 세상은 무거웠지만 그 속에서 여러분들이 어떤 희망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희망을 같이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그동안 영화가 세월호를 다루는 여러 가지 방향들이 있었잖아요. 일단은 “알려야겠다.” 그래서 고발, 폭로를 위해 상황을 알아내고 추적하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사뭇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당신의 사월〉이라는 작품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고요. 그리고 영화 제목이나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에 ‘당신’이라고 써있는 것도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주현숙: 저는 이전에 나온 세월호 참사 관련 영화들이 모두 그 시기마다 필요했던 영화라고 생각해요. 초기에 나왔던 〈다이빙벨〉, 이후 유가족을 다뤘던 〈나쁜 나라〉, 그 이후에도 진실을 추적하는 마음이 담긴 영화들이 나왔는데요. 그런 이야기들이 다 때마다 필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저는 사실 제가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만들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사건 자체가 저에겐 너무 큰 슬픔의 덩어리였어요. 그날 그렇게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우린 보고 있어야 했잖아요. 저는 집에, 제 생활 터전에 있었지만 동시에 세월호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세월호를 생각하면 거기서 사고가 멈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마음으로 한 3년을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죠. 나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데 왜 나의 마음에 이렇게 슬픔의 덩어리가 있을까. 이 영화 작업을 시작한 게 3주기 이후인데, 유가족분들이 되게 외롭게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한국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세월호는 진영의 논리로 읽히게 되어버렸고, 모두가 목격자인 사건이니까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아마 이 영화는 세월호 침몰 장면이 나오지 않는 유일한 다큐멘터리일 거예요. 저는 단순히 유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모두 목격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당사자를 좀 넓혀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영화는 슴슴했으면 좋겠고, 대신 보는 분들의 마음이 뜨거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그 순간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승민: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는 관객에게 “기억하라”고 주장하거나 강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그때 뭘 하고 있었어”라고 기억을 나누는 시선의 전환, 우리 자세의 전환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규찬 선생님께서는 영화 보시면서 세월호를 다루고 있는 언론의 태도, 지금 언론의 시각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나누어주시겠어요?
전규찬: 저는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10년째 미디어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활동가이기도 한데요. 말씀하신 그런 점에서 책임을 묻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최근에 언론을 보면서 ‘정신 못 차렸구나’ 싶은 게, 세월호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을 블러 처리해서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더라고요. 되게 화가 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 세월호를 올곧이, 차분히, 냉정하게 주시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아주 선명하게 세월호를 형상화하고, 지금 주류 매체가 세월호를 회색으로 덧씌워서 망각으로 밀어 넣고 있는 방식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것이죠. 사실 저는 가해자잖아요. 솔직히 오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세월호가 제주로 항해하기 전에 그 배에 연예인들이, 시민들이 타고 폭죽을 터트리며 제주도에 가면 행복하다고 보여주며 공공연히 우리를 유인했죠. 세월호는 4월 16일에 텔레비전에 나온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주류 방송에 계속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언론운동 한다는 자가 중단시키지 못했던 것. 여기 계시는 분들도 그걸 시청했다고 하신다면 우린 공모자죠. 동시에 우리는 이렇게 슬프고 화나고 부끄럽게 만든 국가의 폭력에선 여전히 피해자예요. 공모자이자 피해자니까 이중적으로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에 “그곳에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라고 했던 한국사회 층층의 훈육과 규율이 과연 지금은 해소됐을까? 아직까지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게 결국에 지금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는 것과도 연결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고요. 국가의 부재가 과연 지금은 촘촘히 채워졌을까 하는 의심도 여전히 들고. 국가도, 학자도, 시민사회도, 매체도 여전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은 거죠. 아직 저희가 많이 부족하고, 안타까운 현실 사이에 드러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승민: 말씀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픈데, 너무 복합적인 마음들이 많지만 나는 피해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떤 가해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고, 가해자라고 이야기하기엔 또 목격자가 되어버렸던 면에서는 피해자가 되면서 점점 사건을 대면하지 않고 회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가해자/피해자라고 하는 이중적인 프레임을 넘어서서 우리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작업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대면’이 어쩌면 지금 해야 하는 첫 번째 작업일 수도 있는데 그걸 영화로 해주신 것 같아요. 지금 관객분이 “용기를 내어 그날의 기억을 마주해봅니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 저는 참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상을 남겨주셨고요. 그리고 다른 분께서는 “영화에서 계속 캠코더로 기록하시는 분이 누구시며, 대사는 없으신데 어떤 인물인지 궁금합니다”라고 해주셨어요
주현숙: 우선 대부분의 관객들이 첫 번째 관객분의 감상처럼 말씀해주세요. 이 영화는 사실 외적인 장애물이 되게 많아요. 하나는 코로나 때문에 극장이 너무 멀어진 것, 또 다른 하나는 세월호에 관한 다큐라는 거예요. 세월호가 지겨워서 안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못 보겠다는 분들이 훨씬 더 많으셨어요. 저희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사건들의 감정을 깎는 거였어요. 영화가 너무 뜨거우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잖아요. 관객분들이 그 힘든 과정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캠코더로 계속 찍고 계시는 분은 지성 아버님이라고 유가족이세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민 분이 유실된 학생을 시신을 수습했는데, 그 학생이 지성이예요. 눈치를 못 채게끔 만들어 죄송하네요. 지성 아버님도 저한테 “이래가지고 되겠어? 더 넣어!”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웃음) 저는 오히려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누군가의 삶이 죽음으로 기억된다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될 수 있으면 덤덤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 어민 분과 인터뷰를 2번 정도 했는데 그 사건을 얘기하면서 한 번도 ‘시신’ 같은 말씀을 안 하셨어요. 조카, 지성이, 학생, 딸내미. 이런 단어들을 쓰셨어요. 저는 그게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유가족분들 인터뷰를 안 한 것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쨌든 이 영화는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유가 하나 있고요. 다른 하나는 제 개인적인 경험인데요. 이 영화 만들기 전에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유가족과 함께 GV를 했어요. 저는 유족을 쳐다보는 입장이니까, 저 역시도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본 적이 없잖아요. 그날 유족분이 좀 늦게 오셨어요. 그런데 한 80분 정도 계신 관객분들이 유가족분이 들어오시자마자 눈빛이 변하는 거예요. 깊은 연민 그리고 공포였어요. 자식을 잃은 사람을 만난다는 슬픔이 너무 크니까 공포가 눈빛에 스며드는 거예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겠으면서도 어떤 불안감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유족의 모습을 담게 될 때는 정말 잘 해야겠다, 그분들의 슬픔의 고요함을 잘 담지 못하면 이 분들을 세상에서 더 밀어내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불쌍하지 않게, 웃는 모습도 나오죠. 마지막에도 아이를 수습하신 어민분과 유가족이 웃으면서 농담하는 그런 모습이 나오거든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소중해요. 그분은 유튜브에 ‘416 TV’를 개국하시고 늘상 그렇게 찍고 다니세요. 자신의 딸이 보지 못한 세상을 담겠다는 그런 마음도 있고. 워낙에 언론 지형이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진실을 알리겠다는 그 두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계시죠.
전규찬: 여기서 잠깐 끼어들어도 될까요? 사실 피해자가 점점 활동가로 변신하고 있어요. 유가족이자 동시에 활동가로서 저희가 만나게 되는 거죠. 카메라를 직접 들고 저널리스트가 되고, 기록자가 되면서 그분들의 위치와 정체성을 유가족으로만 밀어붙이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아요. 그분은 이제 카메라의 눈으로 우리의 감긴 눈을 대신해 움직이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침묵하는 모습도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고요. 우리와 우리 주변 이웃들, 유족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주현숙: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물론 모두가 활동가는 아니라고 늘 이야기하세요. 그래도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은 너무 훌륭한 활동가이고, 유족의 슬픔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두는 것은 진실에 가깝지 않죠. 그렇다고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슬픔의 고유함은 존재하기에 단지 슬픔에 가두지는 말자, 그런 마음이 있어요.
이승민: 그리고 또 어떤 분께서 “유가족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그분들이 지금 가장 힘들어하시는 것들이 무엇이며, 작게나마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을 추천해주세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주현숙: 우선 〈당신의 사월〉을 더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봐주신다면 저는 만든 사람으로서도 좋긴 한데요. 유족분들이 처음 영화를 보시고 저에게 하신 말씀이, 다른 세월호 다큐를 볼 때는 화가 났대요.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내가 이걸 했다면 더 잘됐을 텐데’ 이런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화를 내셨대요.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셨대요.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너무 경황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곁을 지켜주고, 함께 해줬는데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못 하셨다는 거예요. 근데 이 영화를 통해서 그때부터 주변에 계셨던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지 못한 고마운 마음이 다시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꼭 영화 상영할 때 관객들에게 그 말씀을 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지금도 아침마다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이 전화를 주세요. “어제 관객이 몇 명인데, 더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연락해 주시거든요. 그래서 항상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주변에 더 많이 권해주시고. 특히 세월호 다큐가 힘들어서 못 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영화를 보신 뒤에 나 혼자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노란 리본 많이 하고 다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노란 리본이 초기에는 어떤 ‘슬픔의 다짐’ 같은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잊지 않겠다는 상징이었으면 좋겠어요. 상징이라는 건 의미가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노란 리본은 우리가 잊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그리고 진실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는 다짐들을 이어주는 상징이면 좋겠습니다. 유족분들이 노란 리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하세요. 그렇게 두 가지 추천해드립니다.
이승민: 거창하게 활동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여기지 말고 아주 작은 것들부터 마음을 열고 대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한 분께서 “서촌 커피공방 박철우 님의 4월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진실, 과연 우리 각자가 4월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라고 질문을 해주셨어요. 이 질문과 함께 전규찬 선생님께서는 어떤 분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와 닿으셨는지 한 번 얘기해 주시겠어요?
전규찬: 저는 사실 제 앞에 계시는 관객분들이 눈에 들어와요. 여기 계시는 분들은 7년 동안 어떻게 생각하셨고, 그 7년의 시간을 어떻게 말씀하실지. 침묵하고 계시지만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 소리가 듣고 싶은 거죠. 영화 안에 있는 분들이 말씀해주시지만 바깥의 침묵의 절대적 소리가, 아직 닿지 않는 소리가 작업이 계속 이뤄져야 할 듣고 싶은 음성입니다. 저는 이 소리가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떤 생각이 드냐면, 저희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 청년들, 세월호를 겪고 촛불의 혁명을 꿈꿨으나 또 망해가는 공화국을 보고 코로나를 겪는 이 친구들은 어떤 소리를 낼까요? 어쩌면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비명과 음성을 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 소리들이 우리가 귀 기울여도 들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가 새로운 감독들이 다른 소리들을 담아내게끔 격려하고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민: 예상하지 못한 멋진 말씀을 해주셔서 또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저는 박철우 님의 웃음보다는 눈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눈물이 곧 떨어질 거 같은 조마조마함으로 그 목소리를 듣게 됐어요. “각자 4월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아마 질문이 아니라 내뱉는 말일 것 같아요. 우리는 같이 이 4월을 ‘당해’버렸고, 이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가야 될까 라는 질문이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드신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 분이 “오늘 너무 힘들어”라고 간략하게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되게 깊은 말을 해주신 것 같아요. 4월 16일 오늘은 정말 힘든 날임에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노란 리본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이 노란 리본이 갖고 있는 의미가 있는데요. 한편으로는 이 노란색을 다르게 갖고 노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고, 그 움직임의 싹이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질문 해주셨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떤 노래 구절에 애정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건 감독님의 사심이 확 드러나는 질문인데,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보면 작사에 감독님 이름이 같이 나오잖아요. 그 이야기 들려주시겠습니까?
주현숙: 지금 이야기 해주신 것 중에 덧붙이고 싶은 게 있는데, 저희 영화가 별점 테러를 당했거든요. 네이버에서 보면 별점이 3점 정도로 돼 있어요. 1점이 엄청 많아요. 각오는 했지만 “좀 너무한 거 아니야? 7년이나 됐는데 왜 이렇게 부지런해, 이 사람들” 생각을 했거든요. 이런 걸 보면서 저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이 사회가 어떻게 소거했는지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생명에 대한 이야기고, 인권에 대한 이야기고,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긴데 그걸 이 사회가 진영의 싸움이라든가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분들도 되게 궁금해요. 예전엔 마냥 미웠는데 요즘은 ‘왜 그러실까’ 하는 궁금증이 자랐어요. 또 영화의 전체 음악을 이민휘 음악감독과 같이 했는데요. 우선 사건이 너무 크니까 음악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트라우마는 몸으로 오는 거니까, 저음도 몸으로 오거든요. 그게 엠비언스처럼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음악 감독님과 의견을 맞췄어요. 마지막 곡은, 영화 막바지 제작 과정에서 제가 곡 하나만 더 만들어달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며칠 만에 곡을 받았는데 음악감독님이 가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저보고 가사를 쓰라고 하는데, 이미 에너지를 다 쓰고 난 후여서 못한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노래를 자기가 부르겠다고 하시기에 쓰기로 했죠. 그래서 유가족분들이 초기에 쓰셨던 편지라든가 학생들이 생전에 썼던 글 같은 걸 찾아보는데 눈물만 나고 진전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이 사람들이 살아서 누렸을 많은 날들이 있었고 그전에도 많은 날들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들이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의 모습이 아니라 그 나이 또래에 누릴 것들을 누리는 일상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사를 쓰게 됐어요. 세뱃돈 받아서 옷 사러 가고, 친구들 만나서 떡볶이 먹고, 사실 되게 사소한 일상이잖아요. 그 이야기가 담기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이 좀 느껴질 것 같았어요. 음원도 발매했으니까 많이 들어주세요.
이승민: 감독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이 작업은 평생 해야 하는 네버엔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별점 테러의 분들을 만나서 그들의 ‘당신의 사월’도 한 번 들어보고, 그리고 또다른 분의 ‘당신의 사월’들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욕심이 있으세요?
주현숙: 선생님께 제가 더 만들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나요? 알아보신 것 같아요. 진짜 만들고 싶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라디오 진행하는 기자님이 그때 팽목항에 있으면서 생존 학생 번호를 구해서 밤새 전화를 하셨대요. 그런데 다음날 알아보니 생존 학생이 아니라 배 안에 있었던 학생이었던 거예요. 그 분이 그걸 알고 내가 도대체 어떤 짓을 한 걸까, 그 학생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자 생활에 큰 흔들림을 받았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말씀하시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하셨어요. 그리고 한 번은 어떤 방송사 작가분이 제가 나간 뉴스를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자기가 첫 전원 구출 오보가 나갈 때 자막을 썼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펑펑 우시더라고요. 기자분들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있으신 거예요. 저는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면서 언론인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며,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 다음에 선생님들. 그분들은 가족 이외에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고,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인데 그분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이 교육 영상을 만들고, 세월호를 교과서에 담는 운동을 하자는 그런 얘기도 했고요. 저는 사람들의 기억을 잘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더 젊은 감독들이 이 일을 하실 수도 있고 당연히 제가 옆에서 도울 수도 있겠죠.
전규찬: 여전히 발언할 수 있는 사람과 발언할 수 없는 사람이 나누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무명의, 너덜너덜해진 기억들을 어떻게 끄집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의 발언은 누가 장악하고 있는가, 이 부분도 정말 한 번 돌아봐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승민: 지금 관객분들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남겨주셨어요. 그리고 한 분이 진도 어민분의 집에 있는 흰 돔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질문을 주셨습니다.
주현숙: 그 섬을 딱 넘으면 세월호가 침몰한 곳이에요. 인양하기 전에 거기에 유족분들이나 활동가분들이 감시하기 위해서 돔을 설치해서 거기 계속 계셨어요. 그 돔은 세월호가 인양되고 나서 철거했는데 철거한 돔을 버리지 않고 어민분이 집 앞마당에 두신 거죠. 저는 좋았던 게, 어민분이 자기는 바다에 나가면 무섭지 않다고, 딸내미가 도와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어떻게 보면 슬픔을 마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연대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승민: 저는 이 영화가 극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어민분이 미역 해업을 하시는 게 묘하게 마음에 꽂히는 거예요. 미역은 저희가 생일에 먹는 음식이기도 한데, 그 미역을 건지다가 지성이를 만났고, 그 미역을 아버지와 함께 나누는 모습이 또 다른 의미로 와 닿아서 따뜻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 그날의 기억을 가지고 계실 거 같아요. 많은 기억들은 퇴색되고 잊혀지는데, 이상하게 그날의 기억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제야 그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영화를 만난 것 같습니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오고 있습니다. 감독님과 전규찬 선생님께서 한 말씀씩 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규찬: 세월호를 트라우마로, 기억으로 갖고 있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아직 많은 것들을 말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감독님께 다음에도 계속 좋은 작업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기대하고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주현숙: 저희 모두 같이 건강하게 세월호 참사를 마주하고 성찰하면서 우리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과 같이 나누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왜 아무도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같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승민: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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