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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비밀의 정원〉 인디토크 기록: 고통을 디딘 이해와 결집이라는 치유

by indiespace_한솔 2021. 4. 21.

 

고통을 디딘 이해와 결집이라는 치유
 〈비밀의 정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 4 8() 오후 7
참석 박선주 감독 | 배우 한우연, 전석호
진행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유소은 님의 글입니다.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것은 수많은 말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그저 옆에 있어 주는 존재다. 비밀의 정원은 정원이 가족 안에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섬세히 담아낸다. 과거의 상처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철저히 현재의 시점에서 정원의 일상을 그려내며, 여러 관계와 각각이 품고 있는 아픔에 집중한다. 단편 미열에서 장편 비밀의 정원으로 더 확장된 서사를 함께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성란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장성란): 안녕하세요. 이 빨간 의자를 채워주신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는 게 오늘따라 뿌듯하고 울컥하네요. 이 영화는 어떤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면밀히, 조심스럽게, 세세하게 들여다볼 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인데요.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오늘 박선주 감독님, 한우연 배우님, 전석호 배우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박선주 감독(이하 박선주): 안녕하세요. 비밀의 정원연출한 박선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희가 개봉날 GV를 인디스페이스에서 하게 됐는데요. 평일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극장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주시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우연 배우(이하 한우연): 안녕하세요. 비밀의 정원에서 정원 역을 맡았던 한우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자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석호 배우(이하 전석호): 안녕하세요. 저는 비밀의 정원에서 상우 역할을 맡은 전석호입니다.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최대한 열심히 질문에 답변하겠습니다.

 

장성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017년에 여기 계신 세 분이 함께 한 단편영화 미열을 모티브로 장편화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 단편작이 장편화되는 경우가 많지도 않고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고스란히 이어받은 경우는 더 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성폭행 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는 얘기를 오랜 시간 뒤에 듣게 되는 한 부부의 이야기라는 건 같지만, 단편이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가는 작품이라면 장편은 부부는 물론이고 주변의 관계,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된 작품인데요.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결이나 감정이 달라서 보는 재미가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두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은데, 배우로서 같은 캐릭터를 단편에 이어 장편에서 연기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어떠셨는지. 또 완전히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없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얘기해주세요.

 

전석호: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실 배우한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 같아요. 좋은 시나리오를 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었고요. 배우로서 욕심이 나지만, 개인적으로 박선주 감독과 친하다 보니 영화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포용력이나 표현력이 풍부하신 다른 배우분이 상우 역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장편은 또 다른 사람이 했을 때 더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박선주 감독이 그냥 하세요라고 해서.(웃음)

 

박선주: 전석호 배우가 단편을 함께했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나를 캐스팅하는 게 아니냐라고 의심을 하셨어요.(웃음) 나이가 좀 더 있는, 경력이 많은 배우가 하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면서 본인은 산부인과 의사 정도의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괜찮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오히려 부담감이 사라져서 그냥 하시라고 했습니다.

 

전석호: 제가 언제 의사 역할을 해보겠습니까.(웃음)

 

<비밀의 정원> 스틸컷

 

장성란: 두 분의 우정이 아름다운 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이런 느낌으로 더 포용력 있는 감독, 배우 만나이런 거네요.(웃음)

 

전석호: 단편은 두 부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극 중 나이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장편에서는 더 많은 사람과의 관계성을 표현해야 해서 상우의 기본적 이미지가 비주얼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좀 더 무게가 있는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거울을 보니까 제가 생각보다 많이 늙었더라고요.(웃음) 단편 찍었을 때보다.

 

한우연: 단편 미열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가 있고, 직업군과 관계가 다양해져서 안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오픈채팅방에 질문들이 올라오는데요. 단편에서 두 분이 똑같이 남편과 아내로 나오시지만, 인물 이름이 다르죠? 단편도 보신 분인가 봐요. “영화의 감정이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혹시 각각 인물의 이름의 뜻이 있어서 지으신 건지, 바꾸신 이유가 있는지물어보셨습니다.

 

박선주: 우선 비밀의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고, 영어 제목 ‘Way Back Home’인 상태에서 주인공 이름을 정원으로 정했어요. 자연이 주는 강인함, 생명력,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 내면의 힘을 가진 단단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원이라고 주인공 이름을 설정했고요. 상우는 제가 좋아하는 이름으로 지었어요. 소희는 영화화하지 못한 다른 시나리오에서 만들었던 인물의 이름입니다.

 

장성란: 미열에서 비밀의 정원으로 이야기를 또 다르게 확장하면서 가족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박선주: 미열을 먼저 만들긴 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미열과는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저의 동기는 정원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좀 더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거였어요. 단편 미열에서는 반나절 동안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균열이 일어나는 순간, 아주 짧은 순간만 보이거든요. 그래서 이 인물이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나가는 과정까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중요하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인물의 상처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친 게 엄마와 소희였고, 정원이가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을 생각하면서 이모와 이모부 캐릭터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장성란: 이 영화는 가족 구성원 안에서 상처가 보듬어지는 이야기인데, 배우들의 연기로 드러나야 하는 거잖아요. 결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분노를 느낀다고 분노를 그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정원이는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모르는 것 같거든요. 지금 느끼는 감정을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스스로도 답답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요. 상우도 도와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은데 정원이가 말을 안 하니까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감정을 또렷하게 가지는 것을 목표로 삼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그래서 이런 질문이 있네요. “인물에 몰입하려고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다른 인물들과는 달랐을 것 같아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한우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이 살아가다 처음 겪는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잖아요. 정답이라는 게 없고. 둘 다 처음 겪는 상황 앞에서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그 안에서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과장되지 않게 거짓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전석호: 경험해보지 못한 걸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게 배우가 하는 일이고 그걸 잘 표현해야 관객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건데요. 우선 그 과정에서 우선하는 건 감독과의 약속이었어요. 작품에 대한, 장면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공유한 다음에 혼란스럽고 잘 모르는 부분은 그냥 그런 채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어떤 연기는 명확하게 해야 관객분들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어떠한 사건을 통해서 이해해가고 치유해가는 일련의 과정이에요. 명확한 정답을 줬다면 너무나 명쾌하게 끝날 수도 있지만, 상우와 정원, 이모와 이모부, 여기 나오는 모든 사람이 혼란을 겪으면서 가족이 형성돼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거든요. 서툴다 보니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도 어쨌든 우리가 그 상처를 이겨내고 끝을 향해 달려간다는 약속이 있었고, 감독이 그 부분을 시나리오에 녹여줬기 때문에 잘 모르고 어리숙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도 관객들이 우리와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이 장면 이해를 못 했어요와는 다른 거죠. 아마 영화를 보시는 내내 공감이 됐다면 그런 이유일 것 같아요. ‘조금 서툴지만 어쩌면 우리도 저럴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때로는 자조적일 수도 있고 부끄러울 수도 있는 그런 순간을 같이 경험해보고 같이 이 영화를 즐겨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박선주: 한우연 배우가 정원 역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신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감정은 점점 끓어오르는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매 신 굉장히 치열했던 것 같아요. 포인트가 명확하다면 그것에 중점을 두고 할 텐데 한우연 배우는 매 신, 매 컷 섬세하게 연기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가장 많이 했어요. 이 신이 영화 전체에서 어떻게 차지하고 있는지. 장면이 점점 쌓이잖아요. 그래서 이전 신에서 했던 연기와 감정에서 조금 더 높여서 또는 낮춰서, 이런 식으로 밸런스 조절을 해나가면서 정원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주셨어요. 저는 그걸 조율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마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장성란: 감정선이 섬세하니까요. 이것도 궁금한데요. 아까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장편과 단편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많아요. 단편에서는 상우 직업이 요리사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비밀의 정원에서는 목재를 다루는 직업이에요. 목공소라는 공간이 주는 정서도 색달라요. 정원이의 직업은 수영강사고요. 직업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냐고 물어보셨어요.

 

박선주: 영화에서 인물들이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이 많아요. 그렇다면 감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 하는 측면을 고민했는데요. 인물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의 미묘함이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이 감정들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활동적인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몸은 활동적이지만 얼굴에는 근심이 있는, 내면의 요동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정원과 상우를 각각 물과 나무로 선택했는데요.

 

장성란: 음양오행, 사주 이런 건가요? (웃음)

 

박선주: 그런 건 아니지만.(웃음) 상우가 정원이에게 나무 같은 든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들이 자연 속에 함께 있는 듯한 요소를 가져가려고 했어요. 겉으로는 거친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섬세한 모습이 있으니까. 상우라는 캐릭터의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비밀의 정원> 스틸컷

 

장성란: 영화를 보다 보면 상우가 목공소에서 일하면서 정원이랑 연애하고, 그러다 이모부한테 들키고 그런 걸 혼자 상상하게 되거든요. 되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한우연: 저도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목공소에는 정원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요. 완성된 후 영화를 보고 나니 목공소에서 주는 날카로운 기계음 소리가 굉장히 위태롭게 느껴졌어요. 직업과 공간을 이용한 사운드에서 감독님이 참 섬세하시다라고 느꼈어요.

 

장성란: 각자의 생활공간이 영화의 정서와 잘 어울리고, 배우님들이 이 영화를 위해서 잠깐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저런 일 하는 사람이구나이런 느낌이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전석호: 카메라 감독님이 잘 찍어주셨습니다.

 

장성란: 오늘 여기 와 계신다고.

 

전석호: 어머. 마치 짠 것처럼.(웃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카메라 감독님뿐만 아니라 많은 스태프분들, 오민애 배우님도 단편부터 함께했어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저희가 이 이야기를 가지고 함께해온 시간이 좀 더 탄탄한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언제나 감독님이 선봉에 서서 저희를 잘 끌어 가주셨죠.

 

장성란: 배우님께서 기억하시는 가장 좋았던 신이 무엇이냐고도 물어봐주셨어요.

 

전석호: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장면이 온 가족이 다 모여 앉아서 얘기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정원이 엄마는 안 계시지만, 이모, 이모부, 소희, , 정원이 이렇게 옹기종기 앉아있는. 촬영 때도 참 재밌었고 영화로 보면서도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같이 모여 있고 싶은 마음이 우리 영화 그 자체이지 않을까, 그것이 가족에 대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한우연: 모든 장면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데, 영화를 보셨으니까 말씀드리자면 저는 마지막에 정원이가 나무를 향해 가는 그 장면을 꼽고 싶어요.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엄마가 정원이에게 재판은 어땠냐물어보고 등을 살포시 쓰다듬은 다음에 "수고했어. 잘했어."하는데,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그 장면이 저는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비밀의 정원> 스틸컷

 

장성란: 영화를 보며 저도 굉장히 반성을 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겪어보지 못한 큰 사건을 겪은 분들한테 조심스럽게 대해야지’, ‘배려를 가지고 대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정원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해도 이런 행동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판에서도 이 사람이 10년 동안 잊지 못하고 힘들었다고 증언할 때, 그걸 정원 입장에서 듣다 보니까 저 말도 상처가 되겠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마음들이 이 영화 안에 담겨 있어서 이 영화를 아끼게 되기도 하는데요.

 

박선주: 영화에 악인은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너 괜찮니?’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쩌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측면은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서 악인의 존재는 다 배제하고 ‘주변에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가족들이 존재하지만, 정원이는 왜 외롭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어떻게 보면 우리가 피해자를 피해자로 가둬놓는 건 아닐까 싶었고요. 정원이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괜찮아야만 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정원이를 10년 동안 힘들게 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정원이는 벗어나고 싶지만 10년 동안 그 고통 속에 있었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 시선들을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전석호: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얘기 중 하나가, 우리 영화가 누군가를 위로하는 방식은 괜찮니?’라고 묻는 게 아니라 ‘뭐가 됐든 이제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걸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이길 바란다는 거였어요. 그 끝에 또 다른 아픔이 있을지, 밝은 희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같이 가자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조금씩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정원이도 단순히 멈춰 있는 아이가 아니라 이름처럼 풍부해지고 활짝 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걸, 그런 희망 정도는 전달하면 좋지 않을까 이야기를 했어요.

 

한우연: 영화를 보시면 각자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원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잖아요. 이렇게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있어서 상처도 치유가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성란: 맞아요. 전석호 배우님이 얘기해주신 가족들이 모여서 옥수수 먹는 장면 있잖아요. 영화 보면서 저도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되게 우울한 날이라도 저 자리에 끼면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요. 저도 그 장면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첫 장면에서도 그렇고 영화에 비 오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인물의 감정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죠.

 

박선주: 일기예보를 통해 예상하고 비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로 연출했어요. 영화의 시작에서 정원과 상우가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젖은 채 들어오거든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닥칠 사건을 예고하고 은유하는 것이었고요. 상우가 또 비를 맞거든요. 이모부랑 싸우고 귀엽게 걸어가는.(웃음)

 

장성란: 갈게요.” 하면서 반항하는.(웃음)

 

전석호: 나 오늘 비 맞을 거예요.’ 작은 반항이었죠.

 

박선주: 상우가 빗속으로 들어가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정원이의 상처를 중심으로 영화와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상우도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우에게도 갑작스레 내리는 비처럼 과거에 잘못했던 기억들, 정원이한테 실수했던 것들이 불쑥불쑥 찾아오고, 이 인물에게도 일어나는 일들이 상처로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현듯 찾아오는 사건과 기억들을 맞게 되지만 그래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차원에서 같이 우산을 쓰는 장면까지 연결해서 구성했습니다.

 

 

장성란: 감독님이 생각 안 하신 요소가 없다!

 

전석호: 비 오는 장면도 그렇고 목공소의 소리, 수영장의 물, 나무, 바다 모두 많은 것이 내포된 것 같아요. 사실 감정은 배우 한 명이 모든 걸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들도 중요하잖아요.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이 오면 마음이 살랑살랑할 때가 있잖아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 날 문득 버스정류장에서 벚꽃 떨어지는 걸 보면서 느끼는 감정 같은. 그런 감정 하나씩 관객분들 몰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차올랐을 때 그 순간에 또 다른 감정을 표현하게 만들었고요. 참 디테일했던 것 같아요. 잘했지?(웃음)

 

장성란: 두 분이 평소에 서로 막역한 사이라고 합니다.(웃음) 제가 영화를 몇 번 봤는데, 디테일한 요소 하나하나가 볼 때마다 느껴져요. 보면 볼수록 손때가 묻는 것처럼 하나하나 더 보게 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어떤 분이 곳곳에 참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다고, 짧은 머리 상우 나오는 것도 그렇고 정원의 어렸을 때 증명사진 나오는 것도 그렇고. 오르골의 세 마리 개 중에서 한 마리는 귀가 없는 걸 보셨대요. 맞아요?

 

박선주: 오르골 강아지의 귀는 저도 모르는 일이에요.(웃음)

 

전석호: 빨리 만들어내!(웃음)

 

박선주: 일단 제가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미술이 비어있다거나 인물 중심으로만 구성한다는. 사실 모두 예산 문제죠. 최대한 그런 부분에서도 관객분들을 만족시켜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를 예쁘게 찍고 싶지는 않았어요. 예쁘게 찍을 영화가 아니었거든요.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최대한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미열때부터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만삭 사진까지 찍었어요. 그땐 아기가 있는 설정이었는데.

 

전석호: 서울숲 뙤약볕에서.

 

박선주: 요즘 만삭 사진 안 찍는 부부 없잖아요. 만삭 사진 촬영하면서 신혼 사진을 찍어놓은 게 있어요. 그때 전석호 배우님의 머리가 짧았으니 비밀의 정원에 들어갈 땐 이게 2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잘 느껴지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석호: 미열때는 머리 짧다고 혼났거든요.

 

박선주: 저랑 의논 없이 자르고 나타났어요.

 

한우연: 요리사니까 머리가 짧을 수 있어요.

 

박선주: 애써 위안을 했지만 분노를 금치 못했죠. 제가 소품을 잘 안 버려요. 언제 재촬영할지 모르니까 다 들고 있거든요.(웃음) 신혼 사진도 원본을 가지고 있었고 관객분들께서 그 사진을 발견하신다면 이 부부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가 겪게 되는 일을 더 가슴 깊게 느끼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피아노는, 미열도 같은 집에서 찍었는데 그 때 피아노가 있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에도 피아노를 썼는데 가보니 버리신 거예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제가 다닌 학교 소품실에 피아노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 집에 있던 피아노와 완전히 똑같은 피아노가 있는 거예요.

 

장성란: 정말요?

 

박선주: 정말로요. 옮기느라 힘들었어요.

 

<비밀의 정원> 스틸컷

 

장성란: 우와, 신기하다. 한 관객분께서 인정해주셨어요. ‘대단하세요. 감독님.’ 정원이랑 상우가 사는 모습이 알콩달콩하고 보기 좋잖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상우도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그런지 속 시원히 말한 적이 없다는 거잖아요. ‘왜 엄마랑 소원하고 동생이랑 데면데면하냐이런 얘기를 2년이면 할 법도 한데, 정확히 얘기하진 않은 상태인 거죠. 겉으로는 단란하고 좋아보이지만 유산의 아픔도 있고. 자기들만의 말 못 하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조심해줘야 할 것 같은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부부관계가 흥미로웠어요.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감독님은 그런 부부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박선주: 상우는 정원에게 어떤 일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정원이 수영강사를 하고 있는데, 그전에는 수영선수를 꿈꿨던 걸 알고 있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정원이 직업을 잃으면서 지방에서 도시로 올 때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하는 정도. 하지만 그것을 막 캐묻지는 않는 성격이죠. 만약에 파고드는 성격이었다면 또 다른 결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장성란: 정원이 밀어냈겠죠.

 

한우연: 맞아요. 저도 정원은 상우의 다정다감한 모습과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모습이 좋아 만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캐묻고 집요하게 했더라면 오히려 밀어내지 않았을까. 상우라는 인물이 정말 너무 귀여워요. 정말 착하고.

 

장성란: 그렇죠. 1등 신랑감이더라고요.

 

전석호: 맞습니다. 접니다.(웃음)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영화 중반부로 가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때 상우는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무엇이 잘못된 거지?’ 근데 왜 얘기를 안 했어? 그때 얘기했으면 이러지 않았잖아이렇게 화살이 바깥을 향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온 거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거죠. 상우가 용기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실 반대로 보면 그게 가장 큰 용기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니까요. 어떻게 보면 가정을, 가족을 지킬 수 있고 유지할 수 있고요. 사실 화살을 돌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거든요. 상대방만 상처를 받을 뿐인 거죠. 연기를 하면서도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답답할 수도 있어요. 속 시원하게 얘기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상우라는 인물은 훨씬 더 자신에게, 정원이에게, 관계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정원이가 10년 동안 혼자서 그 자리를 지켜내 왔던 것처럼 상우, 이모, 이모부, 소희, 엄마도 그 자리를 지켜온 이유가 분명히 있는 거고 심지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질문했던 것 같아요.

 

장성란: 정원이가 10년 전에 성폭행을 당한 것에 가족들의 잘못은 없잖아요. 근데 그 사건의 가장 가슴 아픈 결과, 후폭풍은 그로인해 가족이 뒤틀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은데도 꼬여버리는 가족 관계. 감독님이 그런 가족 관계를 설정하셨다는 게 놀라웠어요.

 

박선주: 제가 앞서 상우가 아픈 캐릭터라고 했잖아요. ‘내가 정원이한테 실수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리니까.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본인이 잘 지켜주지 못하고 잘 돌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원이도 가족들에게 미안해하고, 가족들도 정원이한테 미안해하고요. ‘왜 서로가 서로한테 미안해해야 하지? 왜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렇게 가지지 않아야 할 고통을 서로 떠안게 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런 지점이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비밀의 정원> 스틸컷

 

장성란: 한우연 배우님께 드리는 질문인데요. 정원이가 자기 마음을 모르는 상태였다가 상우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잖아요. 너무 가슴 아픈 게 정원 스스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데요. ‘내가 잘못한 거지. 근데 정말 내가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혼자 죄책감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해요. 혼자 10년 동안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 장면 연기하실 때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하셨는지.

 

한우연: 모든 장면이 그랬듯 그 장면도 감독님이랑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환경이 휴게소, 야외이다보니 소음도 있어서 저뿐만 아니라 전석호 배우님도 그렇고 다른 스태프분들이 굉장히 힘드셨을 거예요.

 

박선주: 저희 영화에서 정원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안에 품고만 있던 것을 드디어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라 한우연 배우와도 현장에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저희 영화를 여름부터 가을까지 찍었는데. 가을밤이 춥잖아요. 힘들었죠.

 

한우연: 촬영이 좀 오래 걸리기도 했고요. 스태프분들이랑 고생을 많이 하셨죠.

 

박선주: 대사를 하면서 중간에 감정이 차오르는 순간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처음엔 담담하게 말하다가 조금씩 흔들리거든요. 정원이가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담담하게 말하다가 엄마와 소희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가슴 아팠다고 말하면서 감정이 터지는데요. 그 부분을 신경 써서 표현했습니다.

 

전석호: 우리 영화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장면일 수도 있고, 누군가한테는 그 감정이 크게 전달될 수 있는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했어요. 단순히 감정뿐만 아니라 액션도.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서서 하는 게 좋을까.

 

박선주: 맞아요. 처음에 제 머릿속에는 앉아서 대화를 시작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리허설을 하려고 하는데, 두 분이 우린 서서 할 거라고.(웃음) 마지막에 안아주려면 그게 좋다는 거죠.

 

전석호: 영화와 현실의 문법은 다르잖아요. 현실에서는 누군가가 관객으로 나를 보고 있지 않으니 우리 둘만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지만 영화는 관객분들이 보시기에도 가장 효과적인 모습을 찾아야 해요. 이 장면은 물리적인 시간도 그렇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야외 촬영만 가면 왜 이렇게 추워요?(웃음) 날씨, 소음, 이런 변수 속에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얘기를 나누었어요. 그런 시간이 다른 장면보다 더 길었던 것 같아요.

 

<비밀의 정원> 스틸컷

 

박선주: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 경계를 두지 않은 이유는요. 저는 이 영화를 철저히 사건 이후의 삶에 중심을 두고 싶어서 플래시백으로 사건을 묘사하는 건 하지 않았고요. 과거가 두 번 나오잖아요. 그것도 과거의 정원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고 현재의 정원이 과거를 기억하는 것으로 묘사했어요. 경계를 딱히 두지 않았던 건 모든 게 현실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그런 것 같아요.

 

장성란: 그래서 영화가 세련되죠. 엔딩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같이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 어떻게 끝날까 궁금했는데, ‘집으로 갔어야 하는구나, 집으로 와야 하는 이야기였구나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선주: 엔딩은 끝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 날에 촬영했어요. 전날 잠을 못 이룰 정도였어요. 에필로그처럼 바다가 나오잖아요. 사실 방에서 나누던 대화가 시나리오 상에는 그 바닷가에서 나누는 대화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제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나 봐요. 바닷가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이 영화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함께 치유해나가는 과정인데, 마지막에 갑자기 판타지처럼 끝나는 배신감이 들 것 같은 거예요. 내내 고민하는데 마지막 촬영 날 아침에 생각이 났어요. ‘방으로 들어가야겠다.’ 그게 우리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톤과 맞고 이 두 사람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어디 갔다 왔어?” 물어보면 다시 돌아왔다”고 말하는 게 핵심이었어요. 정원이가 110분 동안 헤맸던 거니까요.

 

장성란: 심리적 여정이네요.

 

박선주: . 그 대사만 가지고 배우분들께도 장면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렸고, 바다를 찍긴 찍어야 한다고 하면서 두 분께 자유연기를 부탁드렸어요.

 

한우연: 감독님께서 항상 한 가지 미션을 주세요. 단편 미열때도 그렇고 비밀의 정원에서도 그렇고 즉흥으로 할 수 있는 장면을 주셨어요.

 

전석호: 꼭 디렉션을 주고 뭐가 자유라는 거야.(웃음)

 

박선주: 너무 좋은 게,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을 찍잖아요. 거기서 꼭 좋은 게 보여요. 그러면 “그거 살려서 다시 한 번 자유롭게 해 보세요.”(웃음)

 

전석호: 다음 컷을 위한 오디션.

 

장성란: 실전 오디션이구나.(웃음)

 

박선주: 방이라는 공간으로 들어가서 바다 보러 갈까?”라고 하잖아요. 그런 다음에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바다 신은 안 쓸 수도 있다, 근데 찍어야 한다라고. 나중에 다시 못 찍을 수도 있으니까.

 

전석호: 필름 시대가 사라지고 디지털이 나오면서 만들어진 폐해.(웃음)

 

박선주: 두 분이 자유롭게 거닐면서 얘기도 하면 카메라가 팔로우하겠다고 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거죠. 동선을 정해놓고 찍었다면 오히려 어색했을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정원이가 웃는 듯 표정이 굳는 듯 미묘한 순간이 포착돼서 이 장면을 꼭 마지막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를 볼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먹먹한 장면이에요. 희망을 안고 있지만, 그의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 관객분들이 해석하실 수 있는 컷이 아닐까 싶어 마지막에 넣었어요.

 

 

장성란: 자유연기와 취사선택 안에서 촬영이 이뤄졌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러다 밤을 새울 것 같아서 GV를 이제 마무리해야겠어요. 세 분 인사 말씀 부탁드려요.

 

전석호: 코로나 시대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리고, 어떻게 보면 저희끼리 하는 얘기를 재밌게 들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이 영화는 박선주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고 한우연 배우에게도 처음 개봉하는 장편 영화라 어떻게든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거짓 없이 솔직하게 찍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영화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진심이 통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좋으셨다면 주변에 추천도 해주시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선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혼자 가기 민망하다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 용기를 내주신다면 이런 자리가 또 생기지 않을까. 비대면 시대에 문자를 보면서 서로 질문하고 알아간다는 게 너무나 재밌지 않아요? 이런 자리를 많이 가지고 싶어요. 마지막까지 여러분들의 힘찬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우연: 제가 아직 서툴러서 질문을 주셨을 때 정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해요. 늦게까지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오늘 귀가하실 때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선주: 비밀의 정원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GV를 했었는데, 오늘 가장 많은 질문을 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너무 말이 많아서 대답을 다 못 해 드려서 너무 죄송해요.

 

전석호: 죄송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

 

박선주: 너무 감동이에요. 대답을 다 못 해서 너무 아쉽고 죄송스럽기도 한데, 그러면 다음 GV .(웃음)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감상하기 때문에 너무 무거운 영화로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께서 귀한 시간을 내주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간절히 바라고요. 오늘 개봉 날 첫 GV이었는데, 정말 기분 좋고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성란: 감독님이 감사한 마음을 나누고자 영화제 상영 때 손수 만드셨던 엽서를 가져오셨대요. 나가실 때 한 분씩 나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날 좋은 관객분들을 만난 것 같아요. 이 영화의 홍보단으로서 천군만마가 되어 주시기를 믿어 의심치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같이 인사하고 끝낼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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