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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인디토크 기록: 마침내 불을 밝히는 순간

by indiespace_한솔 2021. 2. 19.

 


마침내 불을 밝히는 순간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1 2 6(토) 오후 2
참석 이태겸 감독|배우 유다인
진행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호진 님의 글입니다. 

 

 

 

우리는 생명, 우리는 빛, 안전제일

영화 속 현장 노동자들은 일을 나가기 전 이 구호를 외친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 구호가 계속 입을 맴돌았다. 해고와 죽음이 다르지 않은 이들에게 응원을 건네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이태겸 감독과 유다인 배우가 함께한 인디토크 기록을 전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안녕하세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영화 전문기자 이은선입니다. 오늘의 게스트는 유다인 배우님, 이태겸 감독님입니다.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이태겸 감독(이하 이태겸): 안녕하세요. 이태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기나긴 암흑길을 거쳐서 만든 작품이고요. 이렇게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다인 배우(이하 유다인): 영화에서 정은 역을 맡았던 유다인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경험들을 같이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은선: 영화가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됐기 때문에 미리 보신 분들도 계실 테고, 이번 개봉을 통해 영화를 처음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어떻게 영화를 보셨는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저는 이 영화가 직업과 밥벌이에 대한 진짜 이야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거 같아요. 우리가 흔히 경험하지만,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지지 않는 이야기 혹은 감춰졌던 이야기,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이 영화가 용감하게 꺼내들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일단 제목이 주는 힘이 굉장히 커요. 제목에 해고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주인공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는 거 같은데요. 선언적인 제목이기도 하잖아요. 분명히 제목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볼까요?

이태겸: 제가 제목을 처음 정했을 때 반응이 좀 갈렸어요. 어쨌든 저희 영화가 마지막에 그리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철회할 수 없는 긍정성이라고 생각하고요. 여러 가지 긍정성들이 있겠지만, 저는 흙 같은 긍정성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절망의 상황에서 태어나는, 싹이 돋아날 것이라는 기대요. 절망의 상황에서 정은이라는 인물이 독백처럼 제목을 이야기하잖아요. 포기는 일반적이고 해고는 타인에게서 주어지는 건데, 해고에 주체적인 관점을 포함하여 제목을 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은선: 조직이 행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짓이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해요. 그렇지만 그런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게 이 영화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인물들이 서로를 밟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아가 느슨한 연대로 이어지는 과정이 있잖아요. 이것 역시 감독님께 굉장히 중요한 과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떠셨나요?

 

이태겸: 현대사회에는 이미 많은 조직이 있고, 저희는 어디라도 조직에 속해 있잖아요. 이 문제를 풀어나갈 때 어떤 개인의 주체성의 문제를 꼭 조직과 연결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야기를 끌어나갈 때 고유의 개인으로서 접근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절망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도 포함시키고 싶었고요.

 

이은선: 캐릭터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해볼까요? 정은은 직함 혹은 비하하는 표현들로 불리는 캐릭터인데 저는 영화 안에서 그렇게 불리는 것도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혹은 해석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줬을 것 같거든요. 인물이 그런 식으로 불린다는 것, 원청, 박대리로 불린다는 것, 이것도 배우에게 영향을 준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유다인: 영향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것도 그렇지만 "다나까" 말투도 정은의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이 됐었던 거 같아요.

 

이은선: 그런 말투를 쓰는 이유를 감독님이 설명해 주신 적이 있으세요? 아니면 배우의 해석으로 만든 걸까요?

 

유다인: 대본에 있었어요. 그런데 일상에서 그렇게 말하진 않으니까 처음 리딩 할 때 입에 좀 안 붙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이상하지 않아요? 어색한 거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오정세 선배님이 네가 하는 거 괜찮은데. 어색하지 않은데?”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그대로 하게 됐어요.

 

이은선: 정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가 제일 궁금했던 건, 어떤 순간에는 정은을 이해하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이 캐릭터를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저는 그게 이 영화가 주는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보통 캐릭터를 보면 그 캐릭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같이 걸어가잖아요. 그런데 마냥 응원하거나 마냥 마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 이에 대한 배우의 의견이 궁금했어요.

 

유다인: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영화처럼 억울한 상황을 긴 시간 동안 겪어온 분들의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분들의 표정이나 말들을 보면서 이분들은 어떤 고단한 과정들을 겪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 다음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이 시나리오를 통해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장면을 찍을 때는 관객이 어떤 감정을 들도록 하겠다, 이런 목적 없이 그냥 그 사람들의 절박함, 절망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그 상황들에 집중하면서 찍었던 거 같아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틸컷

 

이은선: 사실 정은이라는 캐릭터를, 말하자면 좀 만만한 캐릭터로 만든다면 관객이 감정 이입하기가 더 쉽고 캐릭터를 응원할 수 있게 될 텐데, 이 영화는 정은이를 이해 못 하게 하는 순간들도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 의견은 어떠세요?

 

이태겸: 이야기적으로 그렇게 설정을 하면 너무 단순한 플롯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뻔한 상황에 직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관객들이 생각,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두려고 했던 거 같아요. 제가 모든 관객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관객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은선: 정은의 처음 등장 씬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이 사람은 정말 온몸으로 굴욕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이 사람의 얼굴에는 굴욕감, 하지만 지지 않겠다는 단호함 이런 것들이 첫 장면부터 드러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유다인 배우님은 어떤 것들이 보이길 바라셨어요?

 

유다인: 아까 언급한 그 다큐멘터리의 어떤 감정들, 그거 하나만 가지고 영화를 시작했던 거 같아요. 온전히 제가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가 개봉하면 분명히 공감하는 관객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영화에도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죠. 제가 본 다큐멘터리에서도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런 감정을 상상하며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태겸: 리허설할 때도 감정이 보이잖아요. 제가 첫 장면 찍을 때 그런 걸 느꼈는데, 사람이 입맛이 없으면 밥을 먹을 때 모래를 씹는 거 같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삶에 재미가 없고 희망이 없고 그럴 때. 유다인 배우를 보는데 딱 밥맛 없이 모래를 씹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은선: 영화에서 정은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좌천이 된 거냐, 하는 질문을 관객분들이 올려주고 계세요. 일반적인 영화는 과거의 모습이 플래시백의 형태로 등장하거나 자세한 설명이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걸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궁금증인 것 같아요. 혹시 두 분은 정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이태겸: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얘기 나누진 않았는데요. 이런 부분을 영화로 표현할 건지 고민했을 때 저는 이런 이야기를 몰라도 정은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회사에서 라인을 탄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특히나 남성 중심의 회사에서 여성은 승진이 많이 제한되어 있어요. 어떤 직위에 있는 여성이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승진을 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이 그 자리를 메우는 식으로, 마치 부품처럼 갈아끼우는 거죠. 그 속에서 정은의 상황들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더 구체적인 그림도 있지만 관객분들이 각자 생각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틸컷

 

이은선: 총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면 관객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이 영화에서 정은은 피해자잖아요. 무언가 크게 잘못하지 않았는데 회사 내의 어떠한 이유로 부당하게 이곳에 온 사람이라는 설명이 되고 있는 한, 우리는 이 사람의 상처를 헤집을 필요는 없거든요. 캐릭터의 고통을 너무 궁금해하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쓰실 때 모티브가 된 여성 노동자의 실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면서 많은 디테일이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떠신가요?

 

이태겸: 저희 작품은 여성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에 실화의 결을 충실히 따르자는 원칙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디테일을 제가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여성 작가분과 함께 각색하는 과정에서 작가님이 디테일을 많이 잡아주셨죠. 그리고 흐트러지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하려는 다인 배우의 의지도 있었어요.

 

이은선: 말씀하셨던 부분들이 영화에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유다인 배우가 송전탑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데, 처음 현장에 가서 송전탑을 직접 보셨을 땐 어떤 느낌을 받으셨어요?

 

유다인: 보통 송전탑은 멀리서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정은이 실제 그런 일을 겪고 현장에 가서 송전탑을 보면 갑작스러운 공포감이 밀려들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희 첫 촬영이 장비들을 매달고 산을 올라가는 씬이었어요. 그때 스태프분들이 하나씩 장비를 달아주시는데 정말 끝도 없이 계속 다시는 거예요. 앞으로 한 달간의 촬영이 진짜 힘들겠구나 싶었던 거 같아요.

 

이은선: 유다인 배우가 캐치한 영화의 디테일도 있을 것 같거든요. 작업하시면서 어떤 디테일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으세요?

 

유다인: 영화에서 일을 줘야 일을 하죠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는 크게 와닿는 대사는 아니었어요.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제 입으로 그 대사를 뱉으니까 정은의 마음이 그 순간 확 와닿더라고요. 사무직 여성이 남자들만 있는 현장에 갔고 일도 주지 않아요. 그 대사를 뱉는 정은의 마음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장례식 씬에서 처음엔 감정을 꾹꾹 누르다가 원청의 관리인에게 감정을 토해내듯 말하는 장면도 정은의 감정선을 이어나갈 때 많은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이은선: 노동자들이 현장에 나가기 전에 우리는 생명, 우리는 빛, 안전제일이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아마 이런 부분들도 작업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감독님이 캐치한 부분들일 것 같습니다. 도움을 받은 취재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태겸: , 제가 따라다녔죠. 실제로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났잖아요.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숫자로만 이야기하기에는 개개인들이 갖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해요. 현장에서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구호를 외친다거나 조회를 한다거나 이런 모습이 일반적이더라고요.

 

 

이은선: 영화 음악도 굉장히 인상적인 거 같아요. 음악에 대한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태겸: 저희 영화에서 동료 관계에 있는 캐릭터들을 이을 수 있는 영화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컷을 붙인다고 해도 이들의 연대감이 충분히 안 느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이 중요하겠다고 느꼈어요. 사운드도 일종의 미장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클래식 작곡가 분들의 음악을 듣고 제가 영화 음악을 부탁을 드렸고, 음악은 영화 들어가기 6개월에서 1년 전에 이미 나와있었어요. 정은 배우가 철탑을 오르는 상황에서 저는 그 음악을 생각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이은선: 아까 랩 음악에 대한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셨어요. 엔딩 크레딧에 랩이 등장하잖아요. 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릴게요.

 

이태겸: 아까 말씀드린 클래식 음악 작업해주신 분들이 다른 분들과 협업을 많이 하시는데 그중 래퍼 분들이 계셨어요. 그분들이 작곡한 노래를 들었는데 영화를 위해 만든 노래가 아닌데도 영화의 느낌과 맞닿아 있었어요. 무겁다면 무거운 영화의 흐름에서 마지막에 마음을 되새기는 느낌으로 그 음악을 사용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이은선: 하청 직원분들은 정말 리얼하게 그려지는데 상대적으로 본사 직원들은 덜 입체적으로 그려진 느낌이 있어요. 그 캐릭터들을 다소 단선적으로 표현한 데에 아쉬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태겸: 이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들을 너무 빌런처럼 표현한 거 아니냐. 사실 제가 인정하면 간단한 문제인데(웃음) 저도 이 부분이 고민이 많기는 했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 자체는 실화보다 약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는 훨씬 더 잔인하죠. 그런 측면에서 관계를 더 선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죽음이 눈앞에 있고 여기에 사람을 몰아넣는 시스템은 매우 잔인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실 수 있지만 실제 정은이 당하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은선: 또 하나의 의문은 정은의 내레이션이죠. 정은은 자기 얘기를 잘 하는 캐릭터는 아닌 거 같거든요. 그러다 아주 중요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정은이 굉장히 선언적인 내레이션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배우님은 그 장면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유다인: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내레이션이 없이 음악이 깔리고 영화의 제목이 들어가도 충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의견을 드렸는데 감독님 의견은 저랑은 달랐죠. 애초에 이 내레이션을 시나리오에 두고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이태겸: 다인 배우가 그렇게 얘기를 했었죠. 저도 너무 관념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인간이 맨 밑으로 내려갔을 때 내밀한 이야기가 나오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전해질 거라고 봤어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스틸컷

 

이은선: 여기서 정은은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잖아요. 힘에 겨운 일들을 버티곤 하는데요, 두 분은 너무 버티기 힘든 순간에는 어떤 선택을 하시는 편인가요?

 

이태겸: 실제로 저는 버티기 힘들었죠. 앞서 말씀 드렸듯 기나긴 암흑길이었어요. 영화를 하면서 작업이 엎어지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굉장한 좌절을 겪었어요. 마치 정은이 1년 후에 본청으로 못 돌아갈 거 같다고 말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시간 속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돼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유다인: 최근에 인터뷰하면서 알게 됐는데, 제가 연기를 한지 이제 16년이 됐더라고요. 지금도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연기 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연기 말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래서 문제나 고민들을 잊어버리려고 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예전보다는 연기에 대해 조금 가벼워졌어요. 만약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른 거 하면 되지, 하면서. 예전이랑 좀 달라진 거 같아요.

 

이은선: 배우 스스로는 마음은 편해지셨으나, 안돼요.(웃음) 계속 연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빛에 대한 질문을 주신 분이 계신데, 마지막 엔딩에서 정은이 송전탑에 올라서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섬마을에 불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주목해 주셨어요. 이 불빛의 깜빡거림은 이 영화의 첫 장면이기도 하죠. 불빛의 깜빡거리는 이미지가 후반부 정은이 스스로 해결해내는 상황의 모티프로 바뀌게 되는데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이태겸: 예리한 지적이신 거 같은데요. 모두 불이 깜빡깜빡하면 쳐다보잖아요. 그때 생기는 감정이 불안함이거든요. 깜빡임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요.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깜빡이는 불빛과 그 밑에 있는 인형은 약자들, 불안한 존재들이 불안함 속에 있다는 것을 표현했고요. 그런데 저는 그 깜빡임이 결국은 불이 켜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지금 얘기를 해주시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웃음) 마지막에 불이 켜지기 전에 독백 장면이 나오잖아요. 사실 영화는 거기서 끝내도 전혀 상관은 없는데, 정은이 철탑 위에 올라가서 자신을 극복한 완전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은선: 저는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역할을 맡은 배우분들의 언급을 꼭 하고 싶어요. 소장 역과 형석 역을 맡으신 두 배우분은 찾아봤을 때 필모그래피가 따로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 두 배우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이태겸: 연극을 하시는 분들인데 제가 영화를 만들면 꼭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오던 분들이에요.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고 두 분 다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어요. 감독 입장에서 배역이 크든 작든 평소에 같이 일을 하고 싶었던 배우분들이 해주신다고 해서 굉장히 영광스러워요.

 

 

이은선: 저희가 그 두 배우분의 이름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소장 역에는 김상규 배우님이시고 형석 역에는 김도균 배우님이십니다. 이번엔 감독님께 조금 어려운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한 번 여쭤볼게요. 감독님이 생각하신 연대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연대를 넘어서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없애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태겸: 오늘 좋은 질문이 많이 나오네요. 저는 살아오면서 동료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자꾸 개인적으로 파편화가 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점점 더 그렇게 되고요. 앞으로 살아갈 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되나, 답은 잘 몰라도 평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해왔어요. 살기 위해서 누군가는 숨 쉴 구멍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속에서 동료는 어떤 관계인가. 저는 동료라고 하는 것은 작은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이익을 위해서 만나는 건 동료가 아니라 이익 관계죠.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작은 희생을 할 수 있는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큰 연대의 틀 이전에 그런 동료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은선: 오늘 좋은 질문들 많이 주셨는데 모든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오늘 오신 관객분들께 두 분 인사 부탁드립니다.

 

유다인: 오늘 와주셔서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희 영화에 대한 느낌들을 주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눠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태겸: 저희 영화가 다소 힘든 내용이긴 하지만 관객분들과는 조금 가볍게 이야기해보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나긴 어둠을 겪고 완성한 영화지만 여러분들은 저희 영화를 보고 힘을 받으셔서 자기 자신을 해고하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그리고 저 역시도 그렇게 잘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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