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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빛과 철〉: 현실이라는 가장 복잡한 미스터리

by indiespace_한솔 2021. 3. 2.

 

 

 〈빛과 철〉  리뷰: 현실이라는 가장 복잡한 미스터리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주혜 님의 글입니다. 

 

 

 

빛과 미스터리 드라마다. 그러니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특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미스터리 영화에 가장 몰입할 있는 조건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니까. 영화를 다시 본다아마 영화 속의 사람들보다 먼저 걱정하고, 먼저 슬퍼할 같다. 미리 미워하거나, 미리 미워할지도 모른다.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게 방향으로만 흘러서 우리는 매일 어떤 사건을 겪고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가 없다. 

 

 

어느 빛과 , 철과 철이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난다. 남자는 죽고, 남자는 의식불명이다. 사망한 남자는 희주(김시은) 남편이고, 의식불명이 남자는 영남(염혜란) 남편이자 은영(박지후) 아빠이다. 사고는 돌이킬 없고, 남은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상실을 견디며 살아간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영남과 은영, 희주는 여전히 과거에 고여있다. 상실과 죄책감, 그리고 그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드는 진실이 아직 그날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요구하거나 폭로함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제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빛과 미스터리는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은 아니다. 진짜 미스터리는 진실을 파고들며 사람의 생에 얼마나 많은 인과관계가 얽혀있는지 실감하면서 생겨난다. 그리고 희주가 되어보고, 영남이 되어보고, 은영과 공장 사람들이 되어볼 혼란과 원망과 무력을 느낀다. 그러면서 세계가 넓어진다. 그것이 영화의 미스터리가 해내는 일이다.  

 

 

모든 일이 자동차 대가 부딪혔던 이차로에서 시작되어 그곳으로 수렴하는 같지만, 나는 왠지 다른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가 압축된다고 느껴진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희주와 영남의 장면이다. 희주가 자리에 앉기 전에 커튼을 옆으로 조금 걷어낸 덕분에 희주의 윤곽은 밝고, 맞은편에 앉은 영남은 어둡다. 순간 희주가 빛을 닮은 사람이라면 영남은 철을 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상은 조명으로 만들어진 미장센을 그저 제목에 대입해보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김시은 배우가 빚어낸 희주의 엷은 얼굴과 염혜란 배우가 만들어낸 영남의 굳센 얼굴은 극장을 나서도 휘발되지 않은 채 뇌리에 남는다. 

 

 

염혜란 배우는 21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으로 배우상을 수상했다. 빛과 염혜란, 김시은, 박지후 배우의 보석 같은 연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재단하지 않는 태도로 현실의 복잡성을 응시하는 영화이다. 어떤 증언이나 진실이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더라도, 나는 단지 그들이 어둠을 선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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