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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듣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by indiespace_한솔 2021. 2. 16.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리뷰: 듣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유진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시작,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의 인터뷰 촬영을 하러 간 다큐멘터리 촬영감독 민규는 오디오 누락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오지 못한다. 목소리가 사라져 버린 인터뷰 영상은 상대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일상적으로 누락 되는 현시대의 암시처럼 느껴진다.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는 동시에 이들이 취재하는 사람들(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생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 실향민)을 함께 조명한다. 청춘의 시작이란 키워드와 세 개의 취재거리가 중심을 잃지 않고 단단하게 쌓여 올라간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스틸컷

 

한나는 다큐와 취재를 처음 접한 인물이다. 그녀는 고공농성을 하기 위해 송전탑에 올라간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을 보며 그들이 언제 내려오느냐고 묻는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몇 백일이 넘는 시간 동안 좁고 높은 송전탑 꼭대기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다. 한나는 300일 넘는 시간 동안 저 높은 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다큐에 막 흥미가 생긴 인물 한나의 시선과 질문들은 관객의 시점과 매우 비슷하다. 한나는 무언가를 처음 마주하는 사람의 편견 없는 시선을 보여주고, 그녀를 통해 영화는 행동하지 못하고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관객의 자리를 긍정하고 있는 것 같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스틸컷

 

다른 한 편에서는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되었던 주희가 친생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다큐팀 모두가 고군분투한다. 한 편의 영화 속 시간에서는 주희가 엄마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극적으로 짧은 기간으로 표현되었지만, 실제 다큐멘터리 촬영이었다면 2, 3년 동안 촬영 기간이 지속될 수도 있고 영영 생모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큐는 기다림의 시간이 중요한 장르다. 기록의 소중함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 밖에 감독 상규가 민규에게 지나가듯 했던 말도 다큐 장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터뷰를 하다가 할머니 댁의 전구를 갈아드리고, 이런 저런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느라 늦었다는 민규의 말에 상규는 그러려고 다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에는 다큐멘터리 현장에 오래 있어본 사람만이, 다큐멘터리를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스쳐간다. 그러한 장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스틸컷

 

제목의 가나다를 처음 보면 시작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한글 낱글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실향민인 앵두 할머니가 북에서 남편과 함께 한글을 공부할 때 외우던 가나다는 풋풋함을 상징한다. 한나가 다큐를 시작하고, 알아가는 단계인 가나다는 극복을 상징한다. 민규와 한나의 막 시작한 연애의 가나다는 치유이고, 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주희의 긴 여정의 가나다는 불안을 상징한다.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시작된 가나다는 고통을 상징한다. 시작은 영화 속 모두에게 서로 다른 의미다. 영화는 가나다의 끈으로 묶인 이들의 연결 감각을 강조한다. 가나다는 가깝게 붙어있는 것 같지만 가에서 나까지, 나에서 다까지의 거리를 명확히 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다른 가나다의 여정을 다정하게 지켜보는 일은 서로에게 큰 힘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와 민규는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 “잘 들려요?”라는 물음에 민규는 , 듣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관계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 들을 수 있고, 같이 말할 수 있다.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사실 같은 곳에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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