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상태에 있는 모두에게 힘이 될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인디토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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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유진 님의 글입니다.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다큐멘터리스트들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다큐 현장에서 11년 간 일해온 이인의 감독의 입을 통해 듣게 될 다큐 현장에 대한 이야기, 다큐멘터리스트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특별히 기대됐다. 스크린 너머로 뿜어져 나왔던 배우들 사이의 기분 좋은 에너지는 촬영 현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분위기였다. 배우들의 친근한 관계와 유쾌한 입담 덕분에 GV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2월 7일 진행 된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인디토크에는 이인의 감독, 오하늬 배우, 이서윤 배우, 장준휘 배우, 김지나 배우가 참여했다.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이하 김현민): 안녕하세요, 저는 김현민입니다. 먼저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인의 감독(이하 이인의): 안녕하세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을 연출한 이인의입니다.
오하늬 배우(이하 오하늬): 안녕하세요. 저는 최한나 역할을 맡은 오하늬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서윤 배우(이하 이서윤): 안녕하세요. 저는 주희 역할을 맡은 배우 박주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장준휘 배우(이하 장준휘):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에서 상규 역할을 맡은 장준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지나 배우(이하 김지나): 안녕하세요. 태인 역할을 맡은 김지나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현민: 오늘 영화를 처음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고, N차 관람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영화를 올해 초에 봤어요. 올 초는 새해라고 해서 딱히 희망차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게 힘이 생겼어요. 따뜻해지고, 잘살아보겠다는 힘을 얻었어요. 그 이유가 뭐였을까 생각해봤는데, 느슨하게나마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영화 내용을 떠나서 배우들이 똘똘 뭉쳐서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으면서 기분 좋게 촬영한 것 같다는 인상을 스크린 너머로 받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실제 어떤 현장이었는지 듣고 싶었어요.
이인의: 배우들이 서로 너무 친하게 지냈고, 현장에서 준휘 배우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 해주면 서윤이가 장난도 치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지내는 것처럼 촬영했어요.
김현민: 오하늬 배우님은 이 영화 보고 관객분들의 후기도 찾아보셨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기억에 남으세요?
오하늬: 어떻게 보면 ‘뼈 때리는’ 후기일 수도 있는데, 어색한 연기마저 풋풋하게 보이고, 매력 같다는 후기였어요. 사실 저희 모두 스크린에 서본 경험도 많이 없어서 어색할 수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고, 도전하는 저희 모습이 이 영화와 맞닿아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후기가 되게 ‘츤데레’ 같고 저는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김현민: 제가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장준휘 배우님께 연기 티칭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장준휘 배우님은 이 연기의 어색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준휘: 어색함을 연기했다고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웃음)
김현민: 이 영화는 다큐를 만드는 사람들 얘기이지만 다큐의 취재거리와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도 해요. 그게 어느 쪽에 치중되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균형을 단단하게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구조에 대해 감독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인의: 저희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슈들이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이슈, 해외 입양민 이슈, 그리고 실향민 이슈. 이렇게 세 가진데 사실 무겁잖아요. 그렇지만 제가 2008년부터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오면서 현장에서 실제로 작업해왔던 이슈들이었어요. 다만 다큐는 대상자 중심이다보니 다큐멘터리스트로서의 이야기가 덜 담겨 있는 게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픽션으로 바꾸면 내가 다큐를 만들 때 직접 느꼈던 감정들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고공농성 투쟁장에 처음 갔을 때 저도 한나처럼 느꼈거든요. 다큐에는 저의 이런 개인적 감정이 들어가지 않지만 영화에는 처음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들까지 담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구성했어요.
김현민: 초반에 카메라가 고장나서 민규가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오디오에 담지 못했던 상황이 있잖아요. 그게 되게 상징적이었어요. 소외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으러 간 것인데 오히려 온전히 목소리만 담지 못한 상황이 감독님께서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느끼는 태도와 윤리의 문제를 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인의: 상대적 소수자들이 내는 목소리에 관심도 없고, 관심이 조금 있더라도 사회가 변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다큐 현장에서 실제로 오디오 사고가 많이 나요.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자면 김동우 감독님 작품을 제가 되게 좋아해요. 〈상계동 올림픽〉 찍으실 때 김동우 감독님도 첫 촬영에서 오디오 사고가 났었는데 그걸 오마쥬했어요.
김현민: 할머니 안마해드리고, 형광등 갈아드리고 왔어, 라는 얘기하면서 그러려고 다큐하는 거야, 라는 대사에서 그런 생생함을 느꼈어요. 이서윤 배우님은 다른 배우분들과 다르게 직접 다큐 작업을 하고 있는 인물로 등장하지는 않잖아요. 영화 속에서 다른 배우분들은 다큐 대리체험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오하늬 배우님부터 감상이 궁금해요.
오하늬: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딱 한나대로 다큐를 체험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영화 속 이슈들을 접하면서 많이 놀랐거든요. 한나가 다큐를 보면서 나레이션을 하잖아요.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그들이 원했던 건 다른 게 아니라 계속 일하고 싶다는 거, 그게 되게 놀라웠어요. 관객분들도 보시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하고 느끼셨다면 저도, 한나도 똑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
김현민: 감독님께서 관객 입장에서 이입할 수 있는 인물들을 설정해주셔서 피부로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윤 배우님께선 어떤 것들을 느끼셨나요?
이서윤: 다큐를 하는 모든 사람들한테 감사했어요. 어떻게 보면 다큐가 나와도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지 않잖아요. 그분들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거니까. 열정적이고 마음이 넓은 사람들이 다큐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저도 결국 그분들 덕분에 친생 부모를 찾잖아요. 이 분들이 재조명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현민: 저도 배우님의 말씀에 공감해요. 장준휘 배우님은 감독님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요.
장준휘: 감독님과 저는 인연이 20여년 정도 이어져왔어요. 전작들도 함께 해왔어요. 그때까진 제가 페르소난 줄 알았는데 이번에 바뀌었더라고요.(웃음) 감독님의 40대 모습을 제가, 20대 모습은 민규가 담고 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래서 페르소나가 디졸브 되는 과정은 아닐까.
김현민: 섭섭함을 내비치셨는데 다큐 현장과 다큐 장면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려요.
장준휘: 실제로 작품을 준비하면서 은해성 배우와 감독님과 콜트콜텍 현장에 나가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보면서 다큐하는 사람들은 극작업과 다르게 이슈를 오랜 시간 숙성시키고 보여준다고 느꼈어요. 굉장히 오랜 기간 작업하시더라고요.
김현민: 그래서 기다림의 시간이 중요한 장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지나 배우님께서 맡은 역할은 입양법을 취재하는 역할이잖아요. 태인이 반응하는 표정이나 질문하는 것들이 우리의 시점을 대변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김지나 그 부분을 봐주셔서 감사해요. 누군가의 눈에는 다혈질인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거기에 충실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현민: 태인은 왜 무섭게 등장하나요.(웃음)
김지나: 제 생각엔 제가 태인을 연기하기에 귀염상이 아닌가.(웃음)
이인의: 영화 속 필름 회사에서 실제로 일하기도 했었어요. 그 중 콜트콜텍 오래 작업하셨던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그 다큐를 같이 만들면서 서로 품앗이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픽션 작업을 할 때도 서로 도우면서 가족처럼 지냈어요. 태인은 현실에서 저를 도와줬던 독립영화 선배들의 분위기를 담고 싶었어요.
김현민: 그래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구체성이 있고, 애정이 있고, 그런 걸 제가 느꼈던 모양입니다. 지나 배우님이 다혈질처럼 보이지만 다혈질이기만 하면 다큐를 작업할 수 없을텐데 그 눈빛에서 그 애정이 보였어요. 그리고 관객분께서 주희 역할을 맡은 서윤 배우님이 실제로 프랑스에 살다 온 건지 질문을 주셨어요.
이서윤: 실제로 프랑스에서 15년 넘게 살다 왔어요. 그래서 불어가 모국어입니다. 한국말은 한국 와서 배웠어요.
김현민: 장준휘 배우님께서는 이 영화의 캐스팅 디렉터로서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오하늬 배우님을 추천하시게 된 배경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장준휘: 민규 역할이 먼저 캐스팅 된 상태에서 은해성 배우와 어울릴 만한 배우를 찾고 있었어요. 앵두 할머니한테 앵두라고 불렀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이 역할을 할 사람은 오하늬 배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감독님께 추천을 했어요.
김현민: 저는 굉장히 공감하는 게 오하늬 배우님이 장면 안에 존재하면 청량하고, 씩씩하고, 맑아요. 선량한 기운이 흘러 넘쳐요. 그런 이미지 때문이라도 더 캐스팅을 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이인의: 처음 하늬 배우와 미팅을 하고, 하늬 배우가 “감독님, 이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어요.” 이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굉장히 감동 받았어요. 현장에서 촬영할 때도 저희가 독립영화다 보니까 회차가 짧잖아요. 상당히 긴장할 때가 많았는데 거의 유일하게 모니터를 보면서 편했을 때는 오하늬 배우가 모니터에 잡힐 때였어요.
김현민: 오하늬 배우님이 너무 센스 있는 말씀을 하셨네요. 준비하셨나요?
오하늬: 네, 준비했어요.(웃음)
김현민: 감독님 말씀처럼 관객분들도 오하늬 배우가 화면에 나오면 안심을 하고 영화를 보게 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오하늬 배우님은 속으로 많이 고민을 하고 연기를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하고, 연기를 하셨나요.
오하늬: 저는 감독님을 되게 괴롭혔어요. 현장 가서 이해 안 되는 것들을 이해 될 때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이라서 최대한 감독님께 ‘절 이해시켜주세요.’라는 마음으로 질문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최대한 천천히 다 들어주셨어요. 혼란스럽지만 꿈이 있는 모습은 저와 한나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진 않았지만 연결상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매번 질문했어요.
김현민: 열악한 촬영환경에서 대화를 요구하면 힘들 수도 있는데 어떠셨어요, 감독님?
이인의: 저는 너무 고맙죠. 하늬가 공부도 많이 하고, 계속 물어보고, 찾아오고 그랬어요. 제가 생각 못 했던 부분이 거기서 나오기도 하고. 하늬가 엄마와 싸우는 부분 뒷부분 대사도 다 오하늬 배우님이 쓴 거예요. 시나리오가 정리가 안 돼서 대사 톤을 어떻게 고칠까 생각하다가 하늬 배우님께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오하늬: 선뜻 ‘한번 해볼래?’라고 해주신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죠. 그 장면에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담백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게 어려운 와중에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김현민: 엄마와 딸만의 사정은 아무래도 감독님이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이니까 오하늬 배우님이 대사를 써주셔서 그 부분이 더 살아났을 것 같아요. 또 관객분 질문 받아볼게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감독님께서 어디까지 타협하셨는지 질문을 주셨어요.
이인의: 많은 타협이 있었죠. 초고는 2014년에 나왔고, 2017년 전까진 제작지원이나 투자가 안 됐어요. 3고, 4고 때까지는 콜트콜텍 투쟁 내용이 중점이었어요. 제작지원에서 떨어지면서 든 콜트콜텍 부분을 좀 줄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종 영화는 정수만 남았다고 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콜트콜텍의 모든 걸 보여줄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콜트콜텍 이슈를 알리고, 이 이슈 뿐만 아니라 상대적 소수자들의 삶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바로 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살려서 관객분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타협이라기 보단 연출 의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좋겠네요.
김현민: 많은 분들께서 ‘가나다’의 의미를 궁금해하세요.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가나다에 대해서 궁금해요.
이인의: 영화에 나오는 ‘앵두 할머니’는 실제 모델이 있어요. 수원에서 살고 계시고 할머니를 앵두라고 부르는 손녀도 실제로 함께 계세요. 제가 민규처럼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그 손녀가 할머니를 앵두라고 부르더라고요. 할머니가 북에서 한국전쟁 나기 전에 밤에 촛불을 켜놓고 같이 한글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가 굉장히 오랜 시간 제 마음에 남았어요. 두 분이 한글을 가지고 연애를 하신 거라면, 저는 다큐 만들면서 여자 친구를 처음으로 만났던 시점에 있었거든요.
김현민: 이것이 관계이기도 하고, 인생의 출발선상, 시작이라는 의미도 될 것 같은데 당연히 가나다가 있으면 ‘마바사’가 있고, ‘타파하’가 있는 거잖아요. 영화 속에서 상규는 비밀 연애 중이잖아요. 그래서 상규의 연애는 마바사 단계고, 태인도 헤어진 애인이 있다는 설정으로 타파하 단계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여건 상 빠졌다고 들었어요. 너무 흥미로운데요?
김지나: 저는 촬영 직전에 감독님께 이 부분을 전해 들었어요.
장준휘: 제가 영화 전체 분량을 생각해서 저의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덜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여기서 다뤄지는 이슈들에 더 무게감이 가고, 한나, 민규, 주희에게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요.
김현민: 저는 이 영화에서 어쩔 수 없이 감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주희가 엄마를 만나러 미용실에 가는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좀 겁이 났어요. 주희가 엄마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견뎌낼 수 있을지. 그랬는데 감독님께서 그 부분은 과감히 점프를 하셔서 그 선택에 대해 궁금했고, 서윤 배우님께도 그 장면을 찍을 때의 감정을 듣고 싶었어요.
이서윤: 주희는 다행스럽다고, 행복하다고 느낄 것 같아서 심플하게 미소 하나로, 마음이 보여지는 대사 하나로 표현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인의: 서윤 배우랑 따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사실은 거기서 울어도, 웃어도 되는데 그것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주희가 거기서 어떤 감정을 느끼냐는 거였어요. 입양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흐르게 하지 않고 주희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나레이션으로 편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와 주희의 새로운 하루를 보여주고, 딸과 엄마가 목욕탕을 함께 가는 정겨운, 언제나 가족인 것 같은 느낌으로 연출을 했어요.
김현민: 한나와 엄마의 관계를 통해서 생각하게 된 부분은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느껴졌어요. 한나를 연기한 오하늬 배우는 엄마와 한나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오하늬: 제가 깨달은 건 그거였어요. 한나도 깨지고, 넘어지면서 하는 게 진짜 좋아서 한 건지, 엄마가 시켜서 한 건지 알게 된다는 거요. 엄마도 한나가 진짜로 원하는 걸 몰랐을 것 같아요. 서로 소통이 안 된 것 같아요. 멀리 떨어져 소통을 못하는 주희와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같이 지내면서도 소통을 못했던 한나와 엄마와의 관계를 보면서 소통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김현민: 소통이 다큐멘터리스트의 자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다큐멘터리스트의 자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인의: 제가 옆에서 보고 겪은 바로는 당사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듣는 것이 첫 번째인 것 같아요.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본인들도 거기에 대한 자료와 레퍼먼스를 많이 알아야 하거든요. 팩트 체크도 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단순히 듣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죠.
김현민: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들어보고 싶은데 김지나 배우님부터 들어볼게요.
김지나: 다큐팀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든 장면인 것 같아요. 소외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어려운데 가족과 친구들과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더 경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현민: 그러고 보니 이야기를 듣는 장면들이 스킵 없이 다 담겨 있는 게 참 좋았어요.
장준휘: 저는 맥주집에서 민규에게 진짜 좋아하는 걸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실제로 제가 배우를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도 그런 식의 조언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느낌들이 장면에 잘 담겼던 것 같아서 제게 의미가 많아요.
이서윤: 좋았던 장면은 너무 많은데요. 한나가 집에 가서 옷을 찾는데 어머니가 화를 내잖아요. 그 장면에서 우리나라의 답답한 교육 환경을 생각했어요. 부모의 고마운 마음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그 장면에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김현민: 한국 사회는 불안을 조장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잖아요. 저도 배우님 말씀처럼 우리 사회가 가나다 상태를 못 견디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하늬: 저는 마지막에 “듣고 있어요.” 라고 말을 해요. 그 장면을 초반에 촬영했는데 그때는 감독님이 “듣고 있어요”를 왜 이렇게 많이 시키시나 싶었거든요. 근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알겠더라고요. 이 분들께 듣고 있단 말이 얼마나 힘이 될지. 그리고 다큐는 픽션이 아니니까 리플레이가 없고, 이 사람들의 감정은 연기가 아니잖아요. 저희가 여러분들의 말을 듣고 있다는 장면이 저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더라고요. 중간에 민규가 저한테 하는 ‘네 사진을 봤고, 그 다음 사진도 보고 싶다’는 말이 싫지만은 않고 위로가 됐어요. 마지막에 듣고 있어요,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참 위로가 되는 영화라는 온점을 찍은 것 같아요.
김현민: 저도 오하늬 배우님이 연기한 작품을 다 보고 있었습니다.(웃음) 감독님께서는 다음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이인의: 코로나 영향이 있다보니 실화 소재의 범죄 스릴러 작업을 해보고 있는데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쉬엄쉬엄 다큐를 계속 찍고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카이빙 다큐를 제작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 쯤 완성이 될 예정입니다.
김현민: 김지나 배우님부터 인사 부탁드려요.
김지나: 저희 영화 보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장준휘: 역병을 헤치고 저희 영화 보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상영될 텐데 많이 응원해주세요.
이서윤: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이런 시간이 참 좋았나봐요. 오늘이 GV 마지막인데 참 아쉽더라고요. 홍보 많이 부탁드리고, 감사합니다.
오하늬: 오늘 서울에서 마지막 GV여서 많은 분들 와주셨는데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 영화 찍으면서 똘똘 뭉쳤는데 영화 너머까지 이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요. 설 연휴에 엄마, 아빠, 할머니 손잡고 영화 보시면서 위로 받으시고, 나머지 오산과 부산에서 GV 이어질 예정이니까 함께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인의: 이 자리를 빌려 개봉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해주고 있는 시네마달 식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같이 작업 합시다. 감사합니다.
김현민: 마스크를 쓰고나마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뜻깊은 일인 것 같아요. 남은 주말 편안히 보내시길 바라고, 지금까지 저는 김현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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