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현상〉 리뷰 : 꿈과 현실 그 사이에 서 있는 모두를 응원해!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호진 님의 글입니다.
얼마 전 친한 선배와 그런 대화를 나눴다. 우리 몇 년 후에는 “그래, 우리가 영화를 할 때도 있었지”하고 회상이나 하는 거 아니냐고. 가벼운 농담처럼 튀어나온 말이지만 둘 다 마냥 웃지는 못했다. 그리고 〈요요현상〉을 봤다. 우스꽝스러운 팀 이름에도, 현란한 요요 기술에도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요요를 툭 치면 끈은 풀리고 요요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다. 내가 아는 요요는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 요요에 땀과 노력과 시간을 바친 이들이 있다. 이들의 기술은 마치 서커스를 보는 듯하다. 그 매력은 가히 삶을 흔들어 놓을 만하다. 요요로 에든버러에 가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어린 시절 요요를 쥐어본 이들은 상상이나 해봤을까.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지고 그게 주체가 안 될 때, 우리는 꿈을 꾼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던 팀 ‘요요현상’도 각자의 길을 나선다. 계속 요요 공연을 해나가는 사람, 요요 공연을 하며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 자신만의 요요를 만들고 출시하는 사람, 현실과 취미 사이의 균형을 찾은 사람, 현실을 찾아 떠난 사람. 〈요요현상〉은 앞선 질문에 대한 5명의 제각기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이들의 선택엔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없다. 인생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꿈을 선택한 이들이 현실을 택한 이들을 비난할 수도 없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선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해본 이들이라면 5명의 모든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했을 것이다.
꿈과 현실 그 어드메 서 있는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엔 생각이 많아진다. 주변 사람들의 다그침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함께 하던 이들 하나둘 선택을 하고 나아가는 걸 보자니 조급함이 밀려온다. 누군가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면 고민의 고민은 꼬리를 물고 평생 풀리지 않을 단단한 매듭이 지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매듭을 푸는 일은 결국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나는 아주 다른 길을 용기 있게 선택한 선배를, 당장은 현실을 택했지만 다시 돌아올 기회를 기다리는 옛 동료를, 학교를 자퇴하고 유학을 준비한다던 친구를,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나를, 그리고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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