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참석 〈요요현상〉 고두현 감독, 주인공 이동훈 | 〈내언니전지현과 나〉박윤진 감독, 주인공 짬돌잉 진행 ‘THE KOOH’ 고성배 편집장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주혜 님의 글입니다.
영화에도 베스트 짝꿍상을 줄 수 있다면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내언니전지현과 나〉와 〈요요현상〉 조합을 추천할 것이다! 두 영화는 각각 넥슨 게임과 요요라는 지극히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재를 공통적으로 담았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좋아하는 취미를 지속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았다. 작품의 전체적인 톤은 유쾌하지만 보다 보면 왠지 눈물이 난다는 점도 닮았다. 17일에 진행된 〈내언니젼지현과 나〉와 〈요요현상〉 콜라보 인디토크에서는 본격 '덕질' 장려 잡지 'THE KOOH'의 고성배 편집장과 〈내언니전지현과 나〉의 박윤진 감독, 유저 짬돌잉, 〈요요현상〉의 고두현 감독과 이동훈 플레이어가 참석했다. 덕질과 영화와 게임과 요요에 진심인 ‘찐덕후’들이 모여 만들어낸 시너지로 내내 즐겁고 진솔한 대화가 가득했던 현장을 기록했다.
고성배 편집장(이하 고성배): 〈내언니전지현과 나〉 그리고 〈요요현상〉의 감독님과 주인공 분들 모셨습니다. 관객분들께 간략하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박윤진 감독(이하 박윤진): 안녕하세요. 저는 〈내언니전지현과 나〉 연출한 박윤진입니다.
출연자 짬돌잉(이하 짬돌잉): 안녕하세요. 저는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 출연한 짬돌잉입니다.
고두현 감독(이하 고두현): 저는 〈요요현상〉 연출한 고두현이라고 합니다.
출연자 이동훈(이하 이동훈): 안녕하세요. 저는 〈요요현상〉에서 ‘워라밸’을 고민하는 직장인 담당 이동훈이라고 합니다.
고성배: 관객분들께서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질문을 해주시고, 좋았던 점들도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실 동안 제가 먼저 질문을 드릴게요. 저는 영화의 시작이 되게 궁금했어요. 〈요요현상〉 감독님은 어떻게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건지, 요요와 관련이 있으신 건지, 영화 안에서 인물들에게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떤 관계인건지 궁금하고요. 〈내언니전지현과 나〉 같은 경우는 일랜시아가 부활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신건지, 영화를 마쳤을 땐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이루셨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두현: 저는 요요를 했던 사람은 아니었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동건이가 제 대학 동기였어요. 이 친구가 유럽에 공연을 하러 왔는데, 제가 마침 그때 유럽에 있었어요. 친구가 공연 현장 기록을 부탁해서 처음 촬영을 시작하게 됐고요. 그때 저는 제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이렇게 요요를 멋있게 하는 사람들이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요요를 그만둔다고 해서, ‘진짜 그만하는 걸까?’ 라는 궁금증에 계속 찍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요 덕후의 덕후가 됐죠. 요요 덕후는 아니고요.
박윤진: 저는 ‘이 영화로 일랜시아를 바꿔야겠다.’라기보다는 일랜시아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다큐멘터리를 찍다 보니까 새로운 일이 계속 생기고, ‘잘하면 실제로 변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어요. 게임상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저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든요. 넥슨도 찾아가게 되었고, 관계자분들과 사장님도 이 영화를 보셨다고 하셔서.(웃음) 그 정도면 많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성배: 두 분 모두 기록에서 영화를 시작했다는 점이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 중에서도 궁금한 게 있으신지 볼게요. “〈요요현상〉 감독님께 궁금한 점이 있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오래된 영상들은 어떻게 구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고두현: 요요하는 친구들이 영상을 굉장히 많이 남겨놨어요. 요요는 영상을 찍어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있고, 도시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중 한 분이 6mm 테이프를 거의 100개 정도 갖고 계셔서 영화에 많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요는 동아리 문화도 활발하고 인터넷 정모 현장이 담긴 비디오 자료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 문화를 〈내언니전지현과 나〉에서도 볼 수 있었고, 이렇게 같이 GV도 하게 돼서 좋습니다.
고성배: 이렇게 말하면 실례가 될 수 있지만 처음엔 ‘두 콘텐츠 모두 요새는 많이 안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오히려 그래서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요요랑 일랜시아 게임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물어보시는 관객이 계세요. 이건 출연자분들께 여쭤보면 좋을 것 같아요. 시작하시게 된 계기도 함께 여쭤보셨어요.
이동훈: 요요를 시작한 건 99년도부터구요. 얼마 전에 새해 맞아서 햇수를 세어보니 한 22년, 23년 요요를 했더라고요. 영화에 나왔던 그 한 해만 빼고는 매년 전국대회를 나갔어요.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 커뮤니티를 제가 20년 넘게 봐왔잖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동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주로 자기표현 욕구가 굉장히 강한 사춘기 청소년들인데, 약간 사회성이 좀 부족해서 친구도 없고(웃음), 그렇다고 해서 춤이나 노래 등을 잘하는 건 아니고, 자기표현 수단이 필요한 친구들이 요요를 많이 시작하더라고요. 저도 요요를 시작할 당시에 재미있기도 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그 당시 운 좋게 요요 붐이 일어서 요요를 시작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짬돌잉: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일랜시아를 처음 접하게 됐고요. 친구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다가 배경 음악과 픽셀의 귀여운 감성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고, 열심히 하게 된 시기는 고등학생 때고요. 그러다 2018년쯤부터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게 됐죠.
박윤진: 저는 2002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어요. 당시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가져와서 아이디로 만들었고요. 저도 게임을 하다 말다 반복했지만 8,9년 전에 길드 만들고 나서는 이제 제가 떠나면 이 길드를 넘겨줘야 하니까 그게 싫어서 계속하고 있습니다.(웃음)
고성배: 이번엔 〈요요현상〉과 관련된 질문인데, 스케이트보드나 비보잉처럼 마이너한 영역들이 시간이 흘러 해외에서 산업적으로 결과를 이루는 경우가 있는데, 요요도 해외에서는 더 큰 시장을 구축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이동훈: 제가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거의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요요도 일본이나 미국 쪽 시장이 더 큰 편이고요. 그렇다 해도, 안타깝지만 전체 시장은 되게 작습니다. 요요라는 스포츠가 어렵고, 진입 장벽도 높다 보니까 일정 규모 이상으로는 커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 한국보다 큰 시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미래를 도모할 만큼은 아닌 상황입니다.
고성배: 동훈 님은 챔피언도 4회씩 하시고, 우리나라에서 요요로는 탑 플레이어이신데, 먹고 살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이러니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내언니전지현과 나〉 질문이 있는데요.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개봉 후에 봤습니다. 영화제 버전과는 다르게 개봉 버전에는 영화제 장면도 들어가고 넥슨과의 소통 장면도 추가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개봉 버전을 만드실 때 해당 내용을 추가하며 어떤 변화를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윤진: 우선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나서 벌어진 내용을 후반 15분을 추가해서 개봉한 건 맞아요. 근데 단순히 분량을 추가했다기보단, 영화제 버전이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에서 그쳤다면, 거기서 우리가 움직였을 때 어떤 결과들이 나왔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수정된 부분은 한 부분이 있는데, 넥슨 노조 지회장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이에요. 영화제 버전에는 노조가 이룬 업적들, 예를 들어 포괄 임금제를 폐지했다는 얘기를 넣었다면, 지금 개봉 버전에서는 포괄 임금제 폐지를 이뤄내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 말씀하시는 부분에 중점을 둬서 편집했습니다.
고성배: 〈요요현상〉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감독님께 여쭤보시는 것 같은데. “다섯 명의 이야기가 무척 소중하고 좋았습니다. 촬영하면서 감독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고두현: 저는 이 영화에 나오는 다섯 명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이 친구들을 계속 찍게 됐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많이 나오지 않는데, 요요 줄을 정비하는 장면이 있어요. 요요를 계속하다보면 줄이 꼬이기도 하고, 엉키거든요. 그걸 다듬을 때가 있는데, 저는 그런 모습들이 요요를 빨리 돌리는 모습만큼이나, 뭐랄까, 종교적인 느낌도 나고, 명상하는 느낌도 나더라고요. 제가 요요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이 늘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고성배: 저도 영화를 보면서 요요를 빨리 돌리는 장면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약간 CG 같은 느낌도 있고.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잖아요. 이 질문은 짬돌잉님께서 답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일랜시아 최초 개발자분이 정작 일랜시아 자체를 잘 기억 못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게임을 사랑해온 유저로서 어떤 기분이셨는지” 여쭤보셨습니다.
짬돌잉: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반이었어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감히...(일동 웃음) ‘잊었다고, 이 게임을?’(웃음) 이런 서운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추억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지만 개발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변화도 생겼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더딘 상황이다 보니까요.
고성배: 저라도 서운했을 것 같아요. 일랜시아 자체가 또 하나의 사회더라고요. 자유도도 엄청 높고. 저도 보면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니 어떤 분이 새로 시작했다가 이틀 만에 때려치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진 않은 것 같아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이런 질문이 있네요. 〈요요현상〉 관련된 질문인데 “감독님과 배우님이 〈요요현상〉을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동훈: 저는 이 작품을 고두현 감독이 단편으로 작업했을 때부터 봐왔고, 최종본은 작년에 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요. 너무 부끄러웠고요. 제가 너무 소인배였죠, 사실은.(웃음) 제 주변 친구들도 영화 보고 왜 이렇게 사람 속이 간장 종지 같이 조그맣냐고 신랄한 비판을 했고... 그런데 부끄러움과는 별개로 너무 좋았어요. 사실 요요하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 모습이 찍히는 거에 되게 익숙하거든요. 자기 찍은 영상 계속 보고, 서로 찍어주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데 우리가 사랑했던 이 활동을 누가 영화로 만들어 주는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너무 좋았고, 개봉하면 또 보러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되게 행복했어요.
고두현: 저도 이 영화를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찍었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해 출연진들한테 완성본을 보여줄 수 있어서 되게 좋았습니다. 지금은 개봉을 하게 돼서 보다 광범위한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잖아요. 내 주변 사람들이 아닌 지나가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리뷰와 평점을 솔직하게 남겨준 걸 보니까 이래서 개봉이 좋구나 싶습니다.
고성배: 이번엔 짬돌잉님께 질문입니다. “처음에 〈내언니전지현과 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으로 촬영에 임하셨는지. 그리고 넥슨과 일랜시아에 대해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듣고싶다.”고 하셨네요.
짬돌잉: 처음에 “일랜시아에 대한 인터뷰를 찍겠다. 영화로 만들겠다.”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흔쾌히 수락을 한 편이고요. 저도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영화로 메시지가 전달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별 고민 없이 하게 됐어요. 이 자리를 빌려 말한다면, 제가 영화 속에서 한 말이 있어요. 일랜시아가 사실 언제 버려질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애정도 많고 추억도 많은 게임인지라 버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는 지금 그 마음 하나만 있습니다.
고성배: 너무 슬프네요. 어떨 것 같으세요? 감독님이 보시는 일랜시아의 미래는?
박윤진: 유저간담회를 갔을 때 개발자님께서 “없어질 리는 절대 없다.”고 하셨는데 제가 다 녹화해 놨거든요.(웃음) 그러니 없어질 리는 없을 것 같아요.
고성배: 또 감독님들의 다음 차기 프로젝트에 대해 여쭤보신 분이 계세요.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생각하시나요?
박윤진: 저는 사실 아직 구체적인 생각이 없는 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지금 고민이 많아서 〈요요현상〉 보고도 많이 울었어요. 영화 시작한 지 한 5분 만에 눈물이... 요요를 정말 열심히 하시는데, 이상하게 거기서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저도 다큐멘터리를 계속 해야 하는지. 할 순 있는지. 또 생계는 어떻게 해야 될지. 걱정이 많은 시기고 차기 활동도 정하지 못했거든요.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지만. 만약 차기작으로 다큐멘터리를 하게 된다면 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라는 정도의 힌트만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두현: 저는 2월부터 촬영을 하고 있는데요. 무거운 이야기예요. 89년에 의문사한 ’이내창’이라는 분이 계세요. 그 분의 친구들이 30년 넘게 친구의 죽음을 밝히려고 하고 있거든요. 〈요요현상〉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이 또한 젊은 시절의 어떤 선택이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라서 무겁지만 흥미롭게 촬영을 하고 영화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성배: 두 분의 차기작 모두 기대가 됩니다. 이건 〈요요현상〉에 대한 소감이네요. “요요현상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물들 간의 불화, 어색함도 있어 보였는데, 마지막에 동훈님이 대회에 참여하시고 다른 분들이 보며 박수치는 모습에 제가 다 뭉클하더라고요. 각 인물들의 성장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어요. 지금은 잘 지내시나요?”라고 여쭤보셨어요. 다른 분들 근황도 좀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동훈: 다른 멤버들의 근황을 제가 전해드릴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들 잘 지내고 있고요.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까 어렵긴 해도 다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신기한 게 모두 다른 선택을 했는데 운 좋게 다 자리를 잡았어요. 예전에 공연하던 시절처럼 자주 모이진 않지만, 그래도 아쉽지 않은 건 모두 자기 선택에 따라 자리를 잡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고성배: 또 “두 다큐 너무 잘봤습니다. 다큐 두 편을 연속해서 보니까 ‘좋아하는 걸 내 삶에서 어떻게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공통으로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큐를 찍으시는 두 감독님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두현: 저 같은 경우는 이 작품이 두 번째 장편이긴 하지만, 촬영 시작은 먼저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첫 장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20대에서 30대가 됐고, 이 분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동안 저도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요. 제 카메라가 있어서 이 분들이 삶의 방향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는 것처럼, 저도 이 분들이 계셔서 제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윤진: 저는 취미로 게임을 한 것 외에는 삶에서 항상 좋아하는 걸 해온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더 게임에 집착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나나 봐요. 이런 영화를 찍고, 보다 보니까 앞으로 좋아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나면 제 주변에도 결국 다시 좋아하는 일로 돌아오거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왜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두 가지 선택만 생각했을까, 절충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성배: 동훈님께서 현재는 멤버들 모두 자리를 잡았다고 전해주신 것처럼 좋아하는 걸 계속 하면서도 경제성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내언니전지현과 나〉 감독님에게 또 질문이 왔네요. “감독님이 게임을 정말 사랑하고 길드원들을 아끼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게임은 가상 세계가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 진짜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라는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요즘도 길드원들과 같이 계속 게임하시나요?” 그리고 “저도 길드 가입하고 싶습니다.”
박윤진: 게임은 요즘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어제도 게임 하다가 아침 8시에 잤거든요. 오늘 인디토크 있으니까 먼저 나갔는데, 나머지 길드원들은 12시에 잤더라고요.(웃음) 평일엔 자주 하지 못하지만, 주말이면 여전히 같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길드원은 받는 시즌이 있거든요. 그때 신청하시면 됩니다.
고성배: 본인 재량으로 뽑으시나요? 아니면 회의를 거쳐서?
박윤진: 회의를 거쳐요. 나름대로.
고성배: 체계적이네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질문도 말씀드릴게요. “이동훈 님의 삶에서 요요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짬돌잉님의 삶에서 일랜시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훈: 되게 어려운 질문인데요. 요요를 22년을 해왔잖아요. 매년 생각을 해요. 언젠가 요요를 그만둬야지 싶었던 시절에도 이 생각을 해봤고. 지금도 새해가 될 때마다 생각을 하는데. 저에게 요요는 매번 의미가 바뀌는 것 같고요. 요 근래는 제 삶의 균형 축인 것 같아요. 영화에도 나왔지만 저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회사 생활도 잘해내고, 내 생활도 지켜낼 거야. 근데 이게 통합은 안되는 거죠. 각각 잘 지켜내기 위한 균형 축으로써 항상 요요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요요를 하면서 일에 대한 영감을 얻을 때도 많고요.
짬돌잉: 다른 일을 하다 지칠 때 일랜시아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게임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내가 있고, 여기와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만나서 놀다 보면 힐링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병원 같은 느낌이에요.
고성배: 〈내언니전지현과 나〉 질문은 아니고 소감인데, “웹툰 ‘여중생 A’도 생각나고 좋았어요. 둘 다 게임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시네요. “저도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제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엄청 공감하면서 봤어요. 〈요요현상〉도 너무 인상 깊게 봤어요. 저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걸로 먹고살 수 있겠냐는 소리를 듣는 취미를 생업으로 삼고 싶어하는데, 이 작품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등장하신 모든 분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요. 두 작품 모두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생각날 것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누가 보내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읽다가 눈물날 뻔했습니다. 왜냐면 저도 독립출판 처음 시작할 때 그런 얘기 굉장히 많이 들었거든요. “왜 이런 걸 해? 돈 버는 걸 해야지. 이걸 하면 누가 돈을 줘?”라는 얘길 들었는데, 저도 두 영화를 보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어요. 또 “개인적인 바람입니다만 요요가 다시 전세계적으로 붐이 일어나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요 화이팅!” 채택되면 선수로 나가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동훈: 네. 일단 응원 감사드리고요. 그때 선수 선발전 같은 게 있다면 도전해보겠죠. 그런 생각은 있습니다.(웃음)
고성배: 〈요요현상〉 관련해서 “이동훈님이 명대사를 고른다면 어떤 대사가 있을까요?” 꼭 본인이 하신 말이 아니더라도 영화 전체에서 명대사라고 꼽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동훈: 사실 저에게 너무 익숙한 친구들의 말투와 이야기들이어서 명대사라고 하긴 좀 그렇고요. 저는 예전에 고두현 감독에게도 이야기했는데, 마지막 아이의 인터뷰가 너무 좋았어요. 저희들 어렸을 때 보는 것 같고. 그 아이의 앞날이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죠. 앞으로 겪게 될 압박과 핍박과 선택의 과정과 이런 것들이.(웃음) ‘이거 좋아하면 고등학생 때부터 이 앞날이 시작될 텐데...’ 하면서요. 또 여전히 저에게 그 아이가 보여주는 열정이 남아있기도 해서 그 아이의 인터뷰가 정말 좋았습니다.
고성배: “감독님들 각자 서로의 영화에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취미라는 점을 제외하고 얘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디테일을 다셨고요.
박윤진: 취미라는 걸 제외하면, 여기 나오시는 분들을 통해서 저희 세대 청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해서 관련 전공에 취직하고 결혼하는, 일반적인 사회의 루트를 타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두현: 저는 보면서 덕질은 진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취미를 되게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요요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길드가 있으니까 오래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커뮤니티에서 서로 응원도 해주고 가끔씩 경쟁도 하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이런 문화들을 다룬 다큐, 영화들이 앞으로도 점점 더 많아지겠구나 싶었어요.
고성배: 저희 어느덧 끝날 시간이 다되어 가는데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드릴 수 없는 게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참여해주신 감독님들, 출연자 분들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박윤진: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던 와중에 〈요요현상〉을 보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아까 명대사 말씀하셨는데, 저는 영화 초반에 “1년만 하고 그만 둬야지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 말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이 작품만 하고 영화 안 한다’고 했다가 여러 단편까지 찍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너무 뜻 깊었고, 콜라보 GV도 처음 해보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출연진분하고 같이 GV에 온 것도 처음이어서 잊지 못할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짬돌잉: 일반인으로서 흔치 않은 기회인데 이렇게 참석할 수 있어서 값진 경험이었던 거 같고요. 〈요요현상〉 저도 재밌게 봤거든요. 슬프기도 하고. 〈내언니전지현과 나〉와 비슷한 맥락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두현: 저는 작년 영화제에서 〈내언니전지현과 나〉가 큰 화제가 되어서 보고 싶었는데 매진이라 보질 못했어요. 오늘 이런 기회가 있어 보게 되었는데 감동적이었고, 이렇게 같이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동훈: 저도 당연히 오늘 너무 좋았습니다. 〈내언니전지현과 나〉 보면서 저도 엄청 많이 울었거든요. 요요 커뮤니티와 공통점도 많이 느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반인에게 이런 기회가 사실 없잖아요. 그래서 되게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아까 채팅방을 보다가 본 질문이 하나 있어서 마저 답변드리자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질문이 되게 많은데요. 제가 20년 이상 취미를 해본 사람으로서 말씀을 드리자면, 좋아하는 건 반드시 꼭 쥐고 놓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시간을 하더라도 그걸 계속 쥐고 있으면, 내 삶에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순간들이 올 때 되게 많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질문 주신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꼭 쥐고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성배: 긴 시간 동안 영화 함께 봐주신 관객들, 또 바쁜 시간 내주셔서 와주신 감독님과 배우님들께 서로서로 박수 보내면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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