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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담쟁이〉 인디토크 기록: 넘을 수 없다고 말해지는 벽, 그 너머를 상상하며

by indiespace_한솔 2020. 11. 18.





넘을 수 없다고 말해지는 벽, 그 너머를 상상하며   〈담쟁이〉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11월 1(일오후 3시 30분

참석 한제이 감독|배우 우미화, 이연

진행 이화정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성혜 님의 글입니다. 




지난 111일 이화정 기자의 진행으로 영화 담쟁이의 한제이 감독, 우미화 배우, 이연 배우와 함께하는 인디토크 시간을 가졌다. 아름다운 퀴어 멜로영화로서, 이야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질문을 던지는 가족영화로서 그리고 여성, 비정규직, 장애 등 우리에게 밀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하는 영화로서 많은 여운과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영화인만큼 세 사람이 영화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특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정성어린 마음을 알아보는 듯, 관객의 호응 역시 침체된 분위기의 극장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높은 온도를 띠고 있었다. 담쟁이의 개봉과 함께 극장가의 활력이 조금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영화가 말하는 현실의 벽 그 너머로 나아가는 순간을 함께 상상하며 이어나갔던 따뜻한 대화들을 공유한다.

 





이화정 기자(이하 이화정):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 의미로 여운이 많이 남으셨을 것 같습니다. 담쟁이가 개봉하고 관객들과 만나면서 담쟁이 덩쿨의 이파리들이 하나하나 늘어나고 있는데요.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모시고 담쟁이가 어떤 영화이고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픈채팅방에서 활발하게 질문주시면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좋은 말씀 나눠주실 듯합니다. 한제이 감독님, 이연 배우님, 우미화 배우님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한제이 감독(이하 한제이): 안녕하세요, 감독 한제이입니다. 비도 오는데 극장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미화 배우(이하 우미화): 안녕하세요 은수역 우미화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이런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연 배우(이하 이연): 안녕하세요, ‘예원역의 이연입니다. 비도 오고 날씨가 축축한데 영화 봐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정: 저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본 관객 중 한사람인데요, 일사천리로 개봉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극장가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역시 영화에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한제이: 제가 이 영화 초고를 3년 전에 썼더라고요. 3년 동안 저와 함께하다가 개봉을 하게 됐는데요. 관객 분들과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까 이제 진짜 이 작품을 보내주는 느낌이 들고 제 손을 떠났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화정: 이제 관객들에게 열려있는 모두의 영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최근에 뜻깊은 소식이 있었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민결합법’에 대해, 동성애자도 하나님의 자녀이며 이들이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것을 지지한다라는 응원, 지지를 표명한 건데요. 전 세계적으로 획기적인 사건이었죠.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담쟁이GV 진행을 했으면 할 정도로(웃음) 마침 개봉에 맞춰서 또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러한 부분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 같은데, 관객들과 만나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한제이: 제가 모든 후기를 다 찾아보진 못했지만, 생활동반자법이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영화 후기를 보면 되게 뿌듯해요. 이 영화를 촬영할 때 그런 이슈와 관련된 기사가 하나라도 올라오면 성공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스태프분들이랑 나눴어요. ‘계획대로 되고 있다’(웃음)라는 생각을 하죠.

 

이화정: 그런 이슈에 대해 한 글자라도 올라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지지를 보내주는 것을 확인하고 있네요. 또 한편으로 이 영화가 강하게 다가오는 건 요즘 이렇게 죽자살자 연애하는 영화가 잘 없잖아요.(웃음) 요즘은 연애도 쿨하고 모던하게 그래, 또 다른 사랑이 찾아 올 거야같은 느낌으로, 극적인 사건도 없이 진행되는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사랑 아니면 죽을 거야!’ 같은 느낌이라서 이런 멜로영화를 오랜만에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영화를 대하는 뜨거운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한제이: 제가 삶을 살 때, 그리고 사랑할 때 "모 아니면 도"인 스타일이라서요. ‘정말로 이 사람을 위해서 죽을 수 있나?’ 이것이 예전에는 사랑의 기준이었거든요. 요즘은 영화 속 은수와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도 예원처럼 여전히 사랑이 순수하고 사랑이 다이고 사람이 사랑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영화에도 투영된 것 같습니다.

 

이화정: 뜨끈뜨끈한 핫팩 같은 시나리오를 받고 어떠셨을지, 예원 역을 맡은 이연 배우님의 의견도 궁금해지는데요. 감독님이 처음에는 이연 배우님이 역할에 욕심이 없는 것처럼 느끼셨을 정도로 배우님의 반응이 미지근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건 오해인가요?

 

이연: 진짜 오해입니다.(웃음) 저는 나름 표현을 한 거였는데요. 감독님이 당시에 많은 배우님들을 만나보셨어요. 그 중 제가 운 좋게 역할을 맡게 되었지만, 감독님이 만났던 다른 배우분들과 비교가 되셨대요. 제가 했던 표현들이 다른 분들의 열정적인 말과 다르게 조금 더 쿨하게 표현되었던 것 같아요. 첫 미팅 마지막에 만약에 제가 이 역할을 못하더라도 편하게 연락 주고 받으면 좋겠고, 좋은 영화 만드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글이 좋다보니 영화가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영화가 잘 나와서 이 좋은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제가 안 되어도 상관없다고, 그저 영화를 잘 만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감독님께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다가간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화정: 담쟁이를 보면서 다른 감독들이 쉬이 쓰지 않는 카드를 잘 골라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배우가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캐스팅하신 거잖아요. 배우를 되게 잘 찾아냈다는 생각이 드는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굉장히 저돌적이고 당돌하고 또 어떻게 보면 당차고 씩씩한 캐릭터로 이연 배우를 연상할 수 있게 됐거든요. 어떻게 이연 배우를 발굴하고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제이: 처음부터 은수랑 예원은 다른 이미지가 씌워져 있는 배우가 하기 보다는, 누가 봐도 은수, 예원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연 배우는 처음 만났을 때 3시간 넘게 미팅을 했는데 본인의 삶이나 사랑에 대해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줬고요. 또 이연 배우가 예원처럼 사랑에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예원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우미화 배우님 연극을 보러 갔을 때, 배우님 역할이 은수와 비슷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 캐릭터였어요. 배우님 눈빛에 은수처럼 굉장히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저는 사실 우미화 배우님을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훈맘역으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이 역할로 짧지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셨기 때문에 담쟁이를 처음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나요. 감독님이랑 배우님께서 여행을 가셨을 때 어떤 분이 도훈 어머니로 알아보셨다는 에피소드도 전해들었는데요. 그런 역할로 많은 분들에게 인상이 남은 상황에서 은수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의 반가운 감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우미화: 사실 제가 누군가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많이 하진 않았어요. 제가 연극을 오래 했는데, 연극에서는 누구의 엄마라는 캐릭터는 별로 없거든요.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여러 인물을 하다 보니 저에게 맞는 도훈 엄마와 같은 역을 맡게 되었던 거죠. ‘스카이 캐슬은 워낙 시청률이 높아서 다들 기억을 해주세요. 많은 작품 중 한 역할이지만 대중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었죠. 담쟁이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제가 활동하지 않은 영역인 영화 분야에서 이런 의뢰가 들어온 것도 기뻤고, 읽고 나서도 연극에서 만났던 많은 작품들과 비슷하게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기뻤죠.

 

이화정: 영화를 보고 나서 앞으로는 지적이고 차분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럼에도 내면의 파동을 보여주는 역할로 스크린에서 우미화 배우님을 찾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평소에도 은수와 성격이 비슷하신가요? 어떻게 연기를 하셨나요?

 

우미화: 이미지 때문인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오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역할도 많이 했답니다. 앞으로 다른 역할도 많이 해야죠. 기본적인 제 느낌이 그런가봐요. 선생님, 학자, 교수... 그런 역을 연극에서도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막걸리 좋아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한제이: 배우님이 사석에서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으셔요. 개인적으로는 우미화 배우님의 코믹한 연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화정: 이 작품을 통해서 이렇게 새로운 배우들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또 재밌고 흥미로웠던 지점 중 하나가 보통 영화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나아가는 진행이라면, 담쟁이는 다짜고짜 위기에서 시작되는 느낌이었어요. 담쟁이의 프리퀄이 특히 궁금해요. 도대체 발단과 전개가 어땠길래 이런 이야기가 된 걸까 싶고요. 이야기의 앞부분을 떼어놓고 이 두 사람의 위기에서부터 이야기를 전개하신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한제이: 담쟁이는 제가 대학원에서 졸업시나리오로 썼던 작품인데요.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시나리오 작법서를 20권 넘게 읽었고 작법서에 있는대로 시나리오를 썼어요. 기자님이 말씀하시듯 결말로 향해가는 전개 방식대로 쓰다가, 이 작품은 이미지 두세 개를 가지고 시작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인물들이 사건을 전개시키는 방향으로 쓰게 됐고 지금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화정: 관객분들께서도 이 지점에 대해서 질문이 많네요. 채팅방에서 나온 질문을 덧붙이자면, “‘맺음에 대한 여운이 크네요. 아이가 다시 보육원에 갔는데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이모가 건강해져야 할텐데, 영화가 현실이 아니지만 건강하세요.”라고 남겨주셨어요. 감독님께서 먼저 답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제이: 결말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가장 바랐던 것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이 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 사람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을 가지고 관객들이 극장을 나섰으면 했어요. 물론 제가 생각한 결말도 있지만 결말에 대한 상상은 관객분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화정: 이야기의 앞과 뒤가 굉장히 궁금해지는 영화인 것 같은데요. 이 질문은 배우분들께서 답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원이는 어떻게 은수와 사귀게 되었을까요?”

 

이연: 영화 자체가 연애의 시작, ‘썸씽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두 사람의 시작 부분을 영화에 담게 된다면 그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어서요. 사실 썸씽은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이거든요. 사랑이 터지고 이어지는 그 순간이 참 어려운데, 만약 이 영화가 그 부분부터 시작했다면 러닝타임이 세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웃음)

 

한제이: 드라마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연: , 몇 부작으로 나왔어야 했을 거예요. 근데 생략된 부분에 대해 저는 예원 입장에서 그저 두 사람이 당연히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선생과 제자 사이일 때의 모습이 나오다 보니 도대체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곤 하는데, 저는 일단 예원이 성인이 되었을 때, 선생과 제자라는 프레임을 벗어났을 때 예원이 구애를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예원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확실함이 있었고 또 부모님에게도 커밍아웃을 해서 집에서 독립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은수와 함께 사는 것이고요. 그런 아이이기 때문에 아마도 먼저 은수의 주위를 맴돌았을 것 같고요. 예원이 구애도 계속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키는 은수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제이: 촬영 전에도 이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진행을 했어요.

 

이연: 예원은 은수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만한 선에서 계속해서 연락하고, ‘술 마실래요?’, ‘산책할래요?’ 이런 말을 꺼내면서 서서히 다가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화정: 이런 앞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연애나 사랑이 일상처럼 느껴지게 하려면 배우분들이 이미 오래된 커플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잖아요. 촬영 기간은 짧았을 텐데, 그런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분들은 어떻게 준비를 하셨나요?

 

한제이: 제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두 분이서 많이 데이트를 하도록 부탁을 드렸어요.

 

이연: 프리프로덕션 때도 제가 데이트 신청을 많이 했고, 어느 날은 감독님이 그냥 정해주셨어요, 이 날 만나서 데이트를 하라고. 제가 선배님 동네에 가서 예원처럼 똑같이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우미화: 제 주위 친구들이 또 만나니, 그만 좀 만나라이렇게 말할 정도로 연이가 촬영 전까지 틈만 나면 저희 동네를 배회하면서 그냥 산책 왔어요그랬어요. 카페에서 만나고 밥 먹고 차 한 잔 하고 많이 걷고. 예원이가 은수한테 그랬을 법한 모습으로 촬영 전에 예원과 은수의 시간을 단축해서 보냈던 것 같아요.

 




이화정: 그래서 영화 속의 큰 사건 이후에 이들의 모습들,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아요. 포스터에 있는 '어부바' 장면은 몇 테이크나 찍으셨는지 궁금해요.

 

이연: 몇 번 안 찍긴 했는데, 그런 건 있었어요. 제가 선배님을 업고 휘청거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자존심이 있었는데요. 감독님이 오케이를 하셔서 모니터를 하는데 제 다리가 좀 휘청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우기고 우겨서 한 번 더 갔는데 너무 잘 걸으려고 노력했더니 오히려 휘청거린 컷이 오케이가 됐어요.

 

이화정: 포스터를 보면서 밀착되어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있는 현실의 난관을 업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어요. 굉장히 강렬한 한 컷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 분의 질문도 또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영화 속 예원이 어떤 생을 살았을지 궁금하신 것 같은데요. 예원이는 나중에 은수를 찾지 않을지, 그리고 은수가 사라지고 나서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어요.

 

이연: 예원에게 그림은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이었지만, 어떻게 다시 시작할 지가 선명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은수가 떠난 것이 예원의 인생에 큰 사건이잖아요.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어서, 그 사건으로 인해 예원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을 것 같아요. 그 변화의 대상은 자신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별을 겪으면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하면서 지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림이었을 것 같고요.

 

한제이: 이연 배우가 말한 것도 맞고, 은수는 예원에게 계속 그림을 그리라고, 너의 꿈이지 않냐고 했잖아요. 그런 은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의미도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예원이 한 발짝 성장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원이 그림 그리는 장면에서 그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처럼 보이진 않잖아요.(웃음) 저는 예원이 그림을 그리는 게 굳은 의지, 결연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연: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오랜만에 다시 붓을 잡아볼까 같은 느낌인 거죠.

 

이화정: 그런데 채팅방에 정말 생활형 질문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은수와 예원이 사는 집은 '자가'인지를 물어봐주셨습니다.

 

한제이: 이런 질문 많이 하시는데요, 경기도 전세입니다.

 

우미화: 은수도 힘들게 힘들게 모은 것을 예원이에게 주고 간 거죠.(웃음)

 

이연: 제 예상과는 다른데, 저는 자가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출이 한 70% 정도 껴있는 자가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세였습니다. 그럼 예원이는 곧 나가야겠죠.

 




이화정: 생활의 디테일한 부분을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은수와 예원이 진짜 있을 법한 커플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저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생각을 해요. 보통은 자기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문제로 시작할 법하지만, 실은 많은 영화에서 이성애 커플 또는 가족들, 그러니까 우리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커플이나 가족이 재현하는 출근 장면을 시작부터 대놓고 보여주잖아요. 거기서부터 이미 이들의 자연스럽고 익숙한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집은 자가인지혹은 차는 있는지, 지하철은 타고 다닐지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했고요. 그런 부분이 이 영화의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또 목욕탕을 가는 장면도 그렇고요. 이런 여러 일상적인 디테일에 대해 감독님의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한제이: 처음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할 때부터 퀴어영화로 접근하기 보다는 그냥 가족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성정체성을 깨달아가거나, 또 사랑하고 이별하는 퀴어영화를 저도 좋아하지만, 담쟁이는 그런 영화들과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상적인 부부처럼 살던 커플에게 닥치는 사건·사고가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게 과연 누구의 문제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화정: 이와 관련해서 관객분이 남겨주신 디테일한 질문 하나만 더 연결해서 드려볼게요. 은수는 왜 계약직일까요?

 

한제이: 저희 영화에서 여성, 동성 결혼, 장애 등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잖아요. 예원이도 비정규직이고요. 은수가 장애를 갖고 나서 사회로부터 어떤 시선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비정규직으로 설정을 하게 됐어요.

 

이화정: 은수의 사고 이후 그가 받는 시선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런 설정들 안에서 배우의 연기도 중요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수 역할은 감정 표현 뿐 아니라 물리적인 도전 또한 있어요. 관객분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질문해주셨는데요, 우미화 배우님 휠체어에서 넘어지는 씬이 몇 번 있는데 많이 아프진 않으셨는지 여쭤봐주셨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은수의 심리상황을 나타내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는데요.

 

우미화: 은수는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거잖아요. 안타까운 것은, 은수는 동성 커플인 걸 말하지 않고 살 때는 사회의 시선이나 편견을 모른 척 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게 일상을 살던 사람이 장애를 갖고 나서 물리적으로 사회적 편견을 느끼고 나서는 삶이 더이상 내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은수 역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처음 휠체어에 타게 됐고 처음 바퀴를 굴리는 것이었는데요. 은수의 상태와 제가 배우로서 그 역할을 만난 순간의 상태를 나란히 두려고 했던 거 같아요. 사실 제가 운동을 좀 하고 몸을 잘 쓰는 편이라(웃음) 휠체어를 처음 탈 때 감독님이 너무 잘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은수가 휠체어를 타고 팔을 쓰는 것이 낯설게 보이도록 노력했고요.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무술 감독님도 계셔서 괜찮았습니다.

 

이화정: 배우 두 분이 체육인 같은 능력이 있으셨네요. 근육이 있어서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되는 재밌는 에피소드였고요. 또 저는 베드씬이나 욕조 씬 그리고 목욕탕 씬이 어떻게 보면 다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욕조 장면은 이들을 일상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역경 속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을 어떻게 아름답게 보여줄 것인지 다층적인 표현이 담긴 장면이었는데요. 이런 장면을 감독님은 어떻게 설정하고 연출했고 또 배우님들은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합니다.

 

한제이: 욕조 장면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 시나리오에서 생각했던 장면은 욕조 밖에서 예원이가 다친 은수의 다리를 씻겨주는 장면이었는데요. 이렇게 되면 노출이 불가피하고 그게 영화에 효과적일 것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촬영 장소를 보기 위해 영화 속 집에 갔는데 영화에 나온 옥색 욕조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 안에서 거품 목욕을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장면처럼 찍게 됐어요.

 

이연: 그 씬 바로 직전에 두 사람이 크게 싸우고 은수는 예원에게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이 순간부터 은수가 예원에게 다시 마음이 열리고 기대볼까?’하는 물음표가 생기는, 화해의 장면인데요. 물도 따뜻했지만 예원으로서 뿌듯하고 따뜻했고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우미화: 은수가 사고 이후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예원을 밀어내고 스스로도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그 장면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원을 받아들였다기보다 현실로 돌아와서 예원과 나의 관계에 대해 냉철하게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이화정: 사고 이후의 진행에서 은수의 결심, 결단으로 진행되는 한 축이 있다면, 이러한 은수의 결단과 예원이 돌파하려는 힘이 계속 충돌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요. 관객분들의 질문 중에, 은수는 상황이 정리되기도 전에 어떻게 헤어지자는 말부터 꺼냈는지, 그것이 진심이었을지 아니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화를 내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주셨네요.

 

한제이: 사고 직후에 은수가 샤워를 하고 나서 서랍장을 바라보고 있거든요. 예원이 와서 옷을 꺼내서 주는데 은수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걸 죽어도 싫어하는 성격이라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야 된다는 것이 비참하고,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것 같아요. 그래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화정: 연결해서 이 질문도 함께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둘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보수적이고 딱딱한 옛집 같은 느낌이었어요. 감독님께서 특별히 은수의 언니 집에서 그 씬을 찍으신 이유가 있었을지요. 공간 설정에 대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한제이: 은수는 본인 때문에 언니가 죽었다는 죄책감도 안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사고 이후 이제는 현실을 인지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공간에서 언니한테 용서 아닌 용서를 받을 수도 있고요. 그 장면이 저에게는 은수와 예원 관계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변하는 거 없지’, ‘안아줘그 대사와 눈빛 하나로 그들의 관계가 다 설명되는 장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화정: 저는 만약에 두 사람에게 큰 사건이 없었다면 어떠한 갈등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살았을 거 같아요. 예원도 직장동료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고 은수도 그 나이대의 보수적인 관점,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완전한 행복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을 것 같아요. 사고 이후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굉장히 골치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이 풀고 넘어가야하는 산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사고 이후 일들에 대한 질문을 관객분들이 해주셨어요. 수민이 의사와 사회복지사를 만나는 장면이 굉장히 공포스럽게 다가왔는데 의도적인 연출이신지 궁금하다고 하시네요.

 

한제이: 젊은 의사와 사회복지사 장면은 의도한 것이 맞아요. 의사는 수민의 엄마, 은수 언니가 보내준 메신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배우님께도 눈도 최대한 깜빡거리지 않도록 요청드렸고요. 그 상황에서 의사가 바로 수민아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그래도 꿋꿋이 살아라라는 엄마의 전언을 전하는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복지사 같은 경우는, 저는 살면서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 가장 공포스럽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들의 행복을 빼앗는 인물들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들의 삶에서 목표를 빼앗는 인물들처럼 표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인 현실보다 과장되더라도 무섭게 느껴지도록 연출한 것이 맞습니다.

 

이화정: 오늘 자리의 마무리를 맺기에 좋은 질문이 들어왔어요. 영화를 만들어나가면서 각자 정의하던 가족의 의미가 달라졌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주셨어요. 이 질문에 대해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잠깐 생각하실 동안 채팅방에 올라온 감상을 전해드리자면, 교감이랑 남자 교사 때려주고 싶다는 관객도 있으시네요.(웃음) 그럼 마지막 질문의 답변을 이 작품을 연출, 출연하신 세 분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이연: 저는 언제나 가족을 생각하면 엄마가 떠오르는데요. 소중함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 너무 당연해서 어렵고 감사한지도 모르고, 그래서 알면서도 자꾸 불효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불효녀거든요.(웃음)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폭력적인 일이 일어나고, 또 누군가는 당연하게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고 살고, 또 누군가는 담쟁이처럼 가족이 되고 싶어도 가족이 될 수 없기도 해요. 그래서 과연 누군가의 선택과 행동을 법이나 다른 누군가가 정의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는 걸까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생각인데 영화를 하면서 이런 물음표가 생긴 것 같아요.

 

우미화: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이들은 가족이어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으로 시작을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이 영화 속 세 사람처럼 함께 살면서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손잡아주는 관계가 가족이지이 정도의 개념이었어요. 그러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더 많이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담쟁이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회적인 제도 안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가족의 구성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혈연, 혼인과 같은 제도 아래의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동반자로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통해서 저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질문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한제이: 저도 우미화 배우님과 비슷한데요. 처음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만들 때는, 예원이처럼 그냥 우리 가족 아니야? 이렇게 살면 가족 아니야?’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선, 편견, , 사회를 무시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법의 보호 아래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이런 소재를 가진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될 때 늘 조심스럽고, 관객이 어떻게 이 진심을 받아들일지를 항상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가 동성애자인데 얼마 전에 그와 파트너가 아이를 입양했어요. 자신의 SNS에 이 소식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것을 보면서, 분명히 사회는 변화하고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다양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잎사귀들이 모여 넝쿨이 되고 담쟁이라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우리에게도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시를 우미화 배우님이 읽어주셨으면 한다는 요청이 오픈채팅방에 들어왔어요. 제가 팟캐스트에서도 부탁을 드렸는데 관객분이 드리는 부탁이니 배우님께서 시를 한 번 낭송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미화 배우의 시 낭송)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화정: 비 오는 가을에 더없이 듣기 좋은 시 낭송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독님과 배우님들에게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제이, 우미화, 이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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