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다가올 미지의 세계로, 렛츠 고 X-월드!〈웰컴 투 X-월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10월 30일(금) 오후 7시
참석 한태의 감독|이옥섭 감독, 궁유정 감독
진행 정지혜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보라 님의 글입니다.
〈웰컴 투 X-월드〉 속 엄마와 딸은 피상적으로는 평범한 모녀 관계지만, 비좁은 공간에서 함께 살며 퍽퍽한 세파와 소소한 행복을 평생 공유해온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꼭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학창시절 친구 사이를 떠오르게 만든다. 더불어 영화는 남편과 사별한 후에도 12년 동안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 최미경이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여성을 담기 위해 딸 한태의 감독이 카메라를 들었다. 지난 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서울독립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된 〈웰컴 투 X-월드〉는 고부(姑婦)가 아닌 구부(舅婦) 간 갈등을 다루며 색다른 물꼬를 튼 다큐멘터리다. 10월 30일 진행된 인디토크에는 정지혜 영화평론가가 진행을 맡았으며,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 한태의 감독님과 절친한 궁유정, 이옥섭 감독이 함께 자리했다. 영화 안팎으로 ‘우정’이라는 단어가 따스하게 맴돌고 있었다.
정지혜 영화평론가(이하 정지혜): 오늘 한태의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 개봉을 축하하는 의미로 동료 감독님이신 궁유정 감독님, 이옥섭 감독님과 함께 응원의 GV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관객분들께 인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태의 감독(이하 한태의): 안녕하세요, 〈웰컴 투 X-월드〉를 연출한 한태의입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궁유정 감독(이하 궁유정): 안녕하세요, 저는 〈웰컴 투 X-월드〉에 시각효과로 참여한 궁유정입니다.
이옥섭 감독(이하 이옥섭): 안녕하세요, 저는 한태의 감독님과 함께 작업실을 쓰는 사이고 〈웰컴 투 X-월드〉 이야기를 나누러 온 이옥섭입니다.
정지혜: 어제 개봉을 했습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가 너무 뜻깊은 것이,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세 분이 가까운 사이이고 또 작업실을 공유하는 동료들입니다. 사실 개봉을 하고 기쁜 마음도 들 테지만 여러모로 고민과 걱정도 많을 텐데,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응원해주는 게 큰 힘이 되지 않나 싶어요. 먼저 한태의 감독님께 소감을 듣고 싶은데요. 사실 앞서 들은 이야기가, 세 분이 친하셔서 그런지 ‘지금 막 싸우고 왔다’고 하셔서 약간 우려가 되긴 하지만.(웃음)
한태의: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힘이 되어줬는데.(웃음) 제가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된 게, 저희 셋이 매주 글을 쓰는데 제가 벌금형에 처한 것을 알게 되어서…(웃음) 벌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울적하기는 하지만, 같이 와주셔서 이렇게 같이 앉아 있으니 힘도 되고, 묻어가는 마음으로 두 감독님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특히 궁유정 감독님께서 긴장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궁유정 감독님 괜찮으신가요?
궁유정: 사실은 제가 오기 전에 위스키를 좀 마셨는데(웃음) 안 취하고… 무사히 잘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정지혜: 약간의 알코올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이옥섭 감독님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궁유정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세 분이 공간을 같이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모니터링도 하시고 서로의 작업에 참여해오셨는데요,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오신 것도 많은 힘이 될 것 같아요.
이옥섭: 한태의 감독님이 이 영화를 기획하고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하셨을 때가 2017년쯤이었어요. 그때는 저희 모두 개봉까지는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개봉을 하게 되어서 제 영화는 아니지만 감회가 새롭고요. 이게 참 경사는 경사를 부른다고, 어제 한태의 감독님 영화가 개봉을 하고 오늘 저희 셋이서 GV를 하는데, 오늘이 궁유정 감독님의 생일이에요. (좌중 박수)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왔네요. 이렇게 극장에서 본 건 처음이어서 훨씬 더 재밌어요. 관객분들이 어떤 질문을 하실지 전혀 예측이 안 가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궁유정: 저도 잊고 있었어요, 제 생일이라는 걸.
정지혜: 궁유정 감독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뜻깊은 날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사실 한태의 감독님 영화 〈웰컴 투 X-월드〉는 ‘시월드’라는 커다란 문제에 봉착한 모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조금 더 들어가자면 엄마에 관한 이야기이자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요,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엄마 혹은 감독님, 그리고 가족들의 독립기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독립이 어떻게 유지되고 지탱될지 궁금해지고, 응원하고 싶어졌는데요. 한태의 감독님께 먼저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그 순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태의: 처음 촬영을 2016년 10월쯤 시작했던 것 같은데요. 제가 휴학 후 중고 캠코더를 사고 나서 무엇을 찍을지 고민하는데 엄마가 집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큰 계획 없이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찍었어요. 그러다가 촬영소스를 보니 제가 엄마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질문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가족에 대한 질문들이었어요. 그리고 제 또래 친구들은 결혼을 안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은 반면에 어머니 세대는 ‘결혼은 해야 된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어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정지혜: 사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이렇게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나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지 않았거나 미처 질문하지 못했던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할 때가 있잖아요? 어머니와 친구 같은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저 순간 어떻게 카메라를 들었을까’ 궁금해지는 지점이 있었어요. 다른 감독님들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이옥섭: 한태의 감독님이 할아버지와 살고 있다는 건 2015년부터 들어와서 익숙하게 끄덕끄덕 했는데, 다큐멘터리 트레일러를 보니 할아버지가 친할아버지였던 거예요. 감독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놀라웠거든요. 그래서 어머니가 궁금해졌어요. 저는 영화 캐릭터 말고 진짜 삶 속에서 만나는 캐릭터 중 '선한 사람'이 엄청 궁금하거든요. 살면서 악하고 날카롭기는 쉽잖아요, 그러면 편하니까. 그런데 선하고 부드러우면 불편해지는 지점도 있고 자신이 감수해야 할 것도 많아지는데, 딱 여기 나오시는 어머니가 너무 선하시고 제 주변이나 저희 가족들과는(웃음) 조금 거리가 있는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태의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적도 없고 항상 극영화라는 방패에 숨어서 나의 이야기를 은근히 드러내거나 누군가가 ‘네 얘기야?’하면 바로 숨을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건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궁유정: 저는 이 영화에서 한태의 감독님과 어머니 관계의 반대예요. 제가 어머니 같은 역할이고 저희 엄마가 한태의 감독님 같아요. 모든 걸 엄마가 다 하거든요. 아직까지도 저는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살고 있는데, 다르지만 그럼에도 저희 엄마를 되게 많이 생각했고, 그동안 내가 편했던 만큼 엄마가 더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끝나고 나서 엄마가 되게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어요. 그런데 질문이 뭐였죠… (좌중 웃음)
아! 저는 가편집본으로 이 영화를 처음 봤거든요. 그때는 제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을 때인데, 태의 감독님께서 가편집본을 보내주셨어요. 저는 평소에 다큐를 잘 안 봐요. 제가 보는 다큐라고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예요. 내가 이걸 제대로 모니터 해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회사 사무실에서 오프닝만 볼 생각으로 틀었는데 80분을 쭉 다 본 거예요. 다큐라는 걸 잘 모르지만 그냥 느껴지는구나 싶었고, 사무실에서 몰래 봐야 되는데 웃음과 눈물을 참을 수 없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보고 태의 감독님께 ‘이사를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했대요. 그런데 그 말을 한 사람이 제가 유일했다고 하셔서 그 말이 감동적이어가지고…(웃음)
정지혜: 영화를 보면 이사를 정말 축하해 마땅하죠. 지지해주고 싶은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여러 이야기 중에 가장 강렬히 남아 있는 것은 어머니의 기운, 그 분의 낙천성인 것 같아요.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드셨기에 이런 형태가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머니의 환한 얼굴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영화였어요. 시월드라는 무게에 짓눌리다 보면 자칫 어둡고 힘들고 풀리지 않는 미궁에 갇혀 있는 듯한 상황을 예상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돌파해내는 힘이 컸던 영화 같아요. 어머니는 도대체 어떤 분이신가요? 딸로서, 그리고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느낀 감정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한태의: 저는 제가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큐를 찍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번지점프나 다이빙을 좋아하거든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없어요. 저는 그렇게 도전하는 게 용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그런 걸 전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용기가 없다고 되게 단순하게 생각했죠. 그러다 영화를 편집하고 다시 천천히 보면서 용기라는 것은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가 모든 삶을 감내하고 그럼에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것, 그거야말로 되게 단단하고 강인하고 용기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제가 MBTI 검사를 좋아해서 엄마한테도 한번 해보라고 하고 옆에서 지켜보면, 제가 계속 참견을 해요. “엄마, 이건 ‘매우 그렇다’로 해야 돼” 이러면서요. 그럼 엄마는 “난 그런 사람 아닌데” 이렇게 말해요.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른 거예요. MBTI 결과를 보니 엄마랑 저의 모든 알파벳이 다 다르더라고요. 제가 엄마를 오해한 게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지혜: 많은 분들이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오픈채팅방에 올려주셨어요. 어머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셨는지 궁금해 하시네요. 지금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지도 질문하셨어요.
한태의: 엄마가 아직은 직장을 다니고 계셔서 바리스타 자격증은 내년 초쯤으로 생각하고 계시고요. 요즘의 관심사는, 이게 인터뷰의 순기능인 것 같은데, 저도 인터뷰를 통해 엄마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게 많아요. 어느 인터뷰에서 엄마가 당구를 치고 싶다고 말하시더라고요. 원래 당구는 제 건데… 엄마가 당구에 관심이 있는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저도 4구를 배우다 잠깐 중단했지만 좋아하니까 같이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지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잘하고 계시는지와 소개팅 결과도… 궁금해 하십니다.(웃음)
한태의: 엄마가 못 와서 아쉽네요. 자전거 출퇴근이 쉽지 않더라고요. 대신 저희 집 근처에 도림천이 있어요. 거기서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저는 호주(반려견)를 데리고 뛴 적도 있어요. 거기는 안전해서 엄마가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고요. 소개팅은 상대분이 엄마를 되게 좋아하셨나봐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엄마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서… 세상에는 많은 분들이 계시니…. 제가 원래는 제 당구 스승님을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소개해주지 않기를 잘한 게, 그 분이 잠수를 타셨어요. 어느 날 제 당구수업에 안 나오시더니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최악이잖아요, 연애에서 잠수란. (좌중 웃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정지혜: 관객분들이 호주의 안부도 묻고 계신데요, 그만큼 영화와 가깝게 느껴지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영화의 구성도 여쭤보고 싶어요. 감독님이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즉 ‘왜 시월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 질문을 안고 출발하는데, 사실 영화가 하나하나 시월드에 얽혀 있는 엄마의 독립기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감독님의 애초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엄마가 왜 이사를 하지 않으려 했을까, 혹은 어떻게 이사를 결심했을까, 그리고 할아버지와 감독님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이런 질문들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러한 질문들을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빠르게 우리를 독립의 세계로 이끈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백의 구성에 관해서 감독님의 고민이 크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모니터링 과정에서 고민을 두 감독님과 나누셨을 것 같아요. 그 과정부터 여쭤볼게요.
이옥섭: 그게 조금 오래 전이지만, 그 당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잘 들어오는지를 많이 확인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할아버지나 어머니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지도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모니터링 하기 전에 이미 완성이 많이 되어 있어서, 저희는 말 그대로 같이 본 게 다라 사실 크레딧에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도 살짝 민망할 정도예요. 저는 다큐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메기〉 촬영할 때도 한태의 감독님이 도와주셨고, 평소에 글을 쓸 때도 제가 자주 침울해지면서 ‘망한 것 같다’ 이렇게 말할 때 ‘망한 거 아니다’라면서, 이 영화 속 태의처럼 분위기 전환을 시켜줬거든요. 그래서 저는 화면을 보고 저를 보게 된 거예요. 태의는 정말로 괜찮아서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는 줄 알았는데, 저렇게 엄마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할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괜찮지 않은데 그런 척을 할 수도 있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만약 그런 척을 하고 누군가에게 저렇게 해줬다면, 저도 그 도움을 받은 거잖아요. 그래서 너무 미안한 거예요. 모니터링 할 때는 하나도 안 보였는데, 이후로 작업실을 같이 쓰고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그런 부분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태의가 가진 매력이 영화 속에서 왜곡되지 않고 잘 드러나는가도 얘기했던 것 같아요. 또 가족구성원 셋 다 누구 하나 이해 못할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우려랄까요? 누군가가 악당이 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한태의: 이옥섭 감독님 슈퍼스타 감독님이신데 너무 겸손하셔가지고.(웃음) 저는 영화에 등장하다 보니 객관화가 잘 되지 않을까봐 많이 걱정이 되었어요. 혹시나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끼거나 ‘내가 왜 이 집의 이런 이야기까지 알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까봐 걱정했는데, 감독님께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어요. 버려진 냉장고를 영화에 넣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감독님께서 주셨고요. 그리고 저도 우리 망한 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감독님도 입버릇처럼 “우리 망한 거 아니죠?” 이렇게 서로 망할까봐 확인도 하고, 저희가 EBS식 청춘의 대화를 많이 나눠요.(웃음) 그래서 서로 주고받은 게 많은 느낌입니다.
궁유정: 저는 거의 완성본을 봤고, 처음부터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냥 음미했다고 해야 하나. ‘이런 건 줄여야 되지 않을까요?’ 이런 얘기도 전혀 안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한 게 별로 없는데 시각효과로 이름이 올라갔어요. 이 영화가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뭘 했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은 거예요.(웃음) 원래 CG가 두 부분이 들어갔는데, 한 부분은 필요한 것 같은데 다른 한 부분은 너무 설명적인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 부분이 너무 설명적이어서 안 되겠다고 말하면 하기 싫어서 그런 걸로 오해할까봐(웃음) 일단은 만들었어요. 그런데 역시나 그 부분은 통편집 하셨더라고요. (좌중 웃음) 그런데 영화를 위해서는 없어야 될 작업이라 납득했습니다.
이옥섭: 그런데… 궁유정 감독님 말투가 원래 이런 건데, 술 취하셨다고 생각하실까봐… (좌중 웃음) 계속 걱정이 되네요. 긴장했다는데 다리 꼬고 있고 그러니까.
궁유정: 어머, 어떡해. 죄송합니다.
한태의: 모순적인 분이셔서…(웃음) 떨리는데 말은 길게 하시고. (좌중 웃음)
정지혜: 다리 꼬는 게 뭐 어떤가요.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웃음) 편히 보시면 됩니다. CG 장면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말씀 좀 해주세요.
한태의: 그 CG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좌중 웃음) 아니, 잘해주셨는데 비슷한 의견이에요. 너무 설명적이었어요. 넣어서 봤더니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당시 제가 이상했는지 전혀 미안하지 않았어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말씀해주시니까 미안해지고… 오늘 생신 축하드리고! (좌중 웃음)
정지혜: 세 분이 정말 가까운 사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웃음) 감독님, 제가 아까 공백이라고 표현했던 부분, 그게 영화에서 공백이 아닐 수도 있고 불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을 텐데요. 그 과정도 궁금했습니다.
한태의: 사실은 영화 속의 태의나 저나 같은 사람인데, 제가 편집을 할 당시는 이미 모든 상황이 파악되었을 시점이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찍을 당시의 저는 그 물음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가져가던 상황들이었으니 관객분들이 같이 가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영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1번, 2번, 3번 나열한 것도 사실은 답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재미를 드리기 위한 설정이었던 것처럼요. 계속 알쏭달쏭한 느낌을 관객분들도 가져가시고 각자의 상황에 대입하거나 상상하면서 같이 알아가고 싶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정지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질문이 있는데요. 세 분은 어떻게 작업실을 쓰시게 되셨는지 물어보시네요. 찾아보니까 오래 전에 옥섭 감독님의 단편작업을 궁유정 감독님이 같이 하시기도 하셨고, 이후에도 크고 작게 같이 해오셨더라고요. 인연이 궁금합니다.
이옥섭: 한태의 감독님과 궁유정 감독님은 모르던 사이였고, 궁유정과 저는 학교 동기였어요. 동갑이고. 그래서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 영화를 도우면서 품앗이를 하는데, 제 단편 작업 때 태의도 도와줬고요. 그리고 회사를 다니던 궁유정 감독이 제가 〈메기〉를 촬영할 때 주말마다 와줬어요.
궁유정: 주말마다가 아니라 한 번 갔어요, 한 번.
이옥섭: 어? 그런데 왜 많이 온 것 같지? 제가 맨날 사람들에게 와줄 수 있냐고 전화했거든요. 그런데 다 거절당하고 항상 궁(유정 감독)이 와줬어요. 그때 궁이 단편영화 스태프를 물색하다가 조연출로 태의를 픽하셨죠.
정지혜: 그 작품이 〈창진이 마음〉이라는 단편이었죠.
궁유정: 저희 셋이 여행을 한 번 갔다 왔는데 안 싸웠어요. 더 친해져서 돌아왔어요. 여행을 잘 갔다 오는 게 진짜잖아요. (좌중 웃음)
한태의: 근데 그때 이후로 궁 감독님이 여행 더 안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말을 들었냐면, 처음 갈 때는 너무 설레고 좋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처음이 아니니 또 가고 싶지 않다는… 연애상대에게 듣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는데, 기억나시나요?
이옥섭: 그리고 저희가 의지가 너무 약해요. 그래서 벌금을 타력으로 글쓰기를 해보자 하는 식으로 같이 시간을 보내거든요. 아침형 인간 되자, 이런 다짐들. 둘일 때는 한 명이 안 하면 금방 와해되는데 세 명이니까 잘 안 무너지더라고요. 2018년 10월부터 같이 했거든요.
정지혜: 2주년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오늘 축하할 일이 많네요.
궁유정: 오늘 또 한태의 감독님이 벌금을 내게 되셨네요. 금요일 벌금이 제일 센데.
이옥섭: 태의가 벌금을 많이 내서 작업실 대여비가 돈을 걷지 않아도 충분히 다 채워지고 있어요.
정지혜: 셰어를 하시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네요.(웃음) 글 쓰시면서 서로 피드백 하시다 보면 각자 관심 있는 것들이 보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한태의: 일단 궁유정 감독님은 ‘미생’ 느낌의 글이 많아요.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런데 그게 저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일들인 거예요. 재밌고 디테일이 살아 있어요. 내가 현실에서 다닐 수는 없지만 관객으로서는 들여다보고 싶은 회사 이야기를 많이 쓰셔요. 이옥섭 감독님은 누구 일기장을 보고 쓰신 것처럼 상세해요. 저희가 한 시간을 두고 글을 쓰는데 인물의 과거부터 미래까지가 다 들어 있어서 ‘이걸 어떻게 한 시간 안에 쓰셨지?’ 싶어요. 역시 슈퍼스타 감독님.(웃음)
이옥섭: 저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냐면…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기숙학원 같은 데를 가야겠는 거예요. 어떤 억압과 규칙이 있을 때 쓰게 되거든요. 우리끼리 한 시간 안에 글을 못 쓰면 돈을 내게 되니까 그게 막 쓰는 동기가 돼요. 많은 시간이 있으면 오히려 말을 고르느라 못 썼을 말들도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한태의 감독님은 주로 죄의식이나 죄책감에 대해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정지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게, 세 분에게 ‘프라이탁’이란? 가방 브랜드명이죠. 이옥섭 감독님 영화에 나오기도 하고 〈웰컴 투 X-월드〉에도 나왔던 것 같아요. 조금 덧붙이면 그런 소품, 의상, 미술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도 세 분 다 관심이 있으실 것 같아요. 궁유정 감독님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웃음)
궁유정: 네, 완전히 달라요. 저는 그 가방 이름도 잘 몰라요. 그게 재활용 가방이라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비싼 지도 잘 이해가 안 가고. (좌중 웃음) 그런데 이 분들은 너무 좋아하시고요. 이렇게 너무 다들 달라서 재밌기도 해요. 조금 벗어난 얘기지만, 저는 요즘 태의 감독님의 목걸이가 너무 의외인 거예요. 이 하트 목걸이가.(웃음) 저는 태의 감독님의 스타일과 취향을 다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목걸이가 나타남으로 해서 ‘아,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했죠.
이옥섭: 그냥 저희가 같은 세대를 살아서 그런 것 같고, 〈메기〉 때 태의와 태의 친구분이 메던 가방을 다 모아서 촬영했어요.
정지혜: 어머니도 프라이탁을 메고 계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어머니가 옛날 사진을 봐도 그렇고, 멋을 아시고 본인의 세계를 잘 가꾸어나가시는 분인 것 같았어요. 세 분 글쓰기 이야기를 나눴더니, 관객분들이 ‘협업을 해도 좋겠다, 옴니버스 영화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주셨어요. 한태의 감독님께 질문을 더 드리면, 가족분들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까요? 가족 다큐멘터리라면 가족에게 공개하는 시점이 굉장히 걱정되고 두근거릴 것 같은데요. 좋아하시면 다행이지만 영화로 의가 상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요.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 반응을 보여주셨을까요? 지금 어머니와 GV를 많이 계획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서 엄마의 반응이 특히나 궁금합니다.
한태의: 영화가 완성되고 방에서 엄마 보라고 틀어드리고, 저는 너무 떨려서 거실에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80분이 끝나가는데 한 번도 안 웃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망했다. 엄마가 싫으신가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방문을 열었는데, 엄마가 울고 계셨어요. “너무 슬프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관객분들과 보시니까 되게 좋아하셨어요. 감사하게도 따뜻한 응원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영화관 안에서 같이 웃고 대신 울어주시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엄마가 “나 잘 살았구나”라고 말씀하셔서 저도 너무 기뻤어요. 이 영화가 탄생한 게 정말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제가 부산 상영 전에 보여드리려고 집에 들렀어요. 너무 쑥스러운 채로 할아버지에게 “제가 뭐 찍은 거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그랬어요. 할아버지가 알겠다고 하셔서 보여드렸는데, 5분도 안 지났는데 이거 언제 끝나냐고… (좌중 웃음) 그래서 제가 너무 민망해서 할아버지가 나오는 부분만 점프해서… 반응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끝까지는 못 보시고, 저한테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셔가지고. (좌중 웃음) 그래서 영화관에 초대해드릴 예정이고요. 할머니는 이전에도 한번 보셨는데, 최근에 저희 멋진 배급사에서 편안한 관에서 볼 수 있는 모녀시사회를 마련해주셨어요. 거기 초청해드려서 누워서 영화를 보셨어요. 관객분들이 반응을 잘해주시니까 ‘우리 손녀 잘했다’고 예뻐 해주셨습니다.
정지혜: 관객분들이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엄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계획하던 중 타이밍이 맞아서 할아버지가 혼자 살고 싶다고 말씀하신 건지, 아니면 이사를 준비하면서 영화를 찍게 되신 것인지. 만약 이사라는 게 없었다면 과연 이 영화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고 궁금증을 남겨 주셨어요.
한태의: 저는 진짜 삶이 우연과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처음 이 다큐를 찍을 때는 아무런 것도 없었어요. 할아버지도 그런 말씀이 없으셨고. 그래서 저는 엄마만 따라다니면서 찍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따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사실 저도 그런 일이 있을 줄 몰랐는데 운명처럼 그런 일이 벌어졌죠. 그때 운이 좋게도 시간이 많았고 중고 캠코더도 샀으니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리고 그 당시엔 이사가 막막하기도 했어요.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셨으니까요. 이게 엄마에게는 비극처럼 다가오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는데 불과 3년이 지난 지금은 이사 안 왔으면 어쩔 뻔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 되었잖아요. 희극인지 비극인지 모르겠는… 이런 게 참 재밌지 않나요?
정지혜: 기존 다큐멘터리 작품들에서 봤던, 감정적으로 격앙된 방식의 고부갈등과는 다른 갈등의 형태를 본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시월드라는 소개를 봤을 때는 ‘이 갈등을 뿌리 뽑겠다’는 격한 이야기를 던질 거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도 계셨을 텐데, 오히려 영화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게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웰컴 투 X-월드〉라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꺼내 주셨어요.
한태의: 제목의 ‘X-월드’는 X라는 재밌는 알파벳 때문에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X가 과거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Ex-’로써 엄마의 ‘이전 세계’라는 의미를 부여했는데, 제 친구가 X는 미지수이다 보니 그 자리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어떤 숫자가 나올지 모르는 재밌는 글자이고, 이 제목엔 ‘미지의 세계’라는 뜻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해주었어요. 그 해석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두 감독님은 생각이 어떠세요?
이옥섭: 중간에 많은 제목들이 있었는데, 얘기해주실래요?
한태의: 제가 “‘맘스터치’ 어때요?” 이렇게 단톡방에 물어봤는데 숫자 2가 지워졌는데도 아무런 응답들이 없으시더라고요. (좌중 웃음) 그러다가 옥섭감독님이 “ㅎㅎ”라고 보내셨어요. 그래서 제가 “왜죠? 별론가요?” 했더니 “X-월드가 좋아요”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궁유정 감독님은 아주 감사하게도 동의해주셨어요. 한편으로는 그 당시에 기업들이 말썽을 많이 부릴 때였어요. 그래서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봐 꺼려지더라고요.(웃음) 참, 생각해보니까 옥섭 감독님이 제목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영화에도 나오는, 아빠가 앨범에 적어둔 글귀 ‘light of my life'를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ㅎㅎ”라고 대답했죠.
정지혜: 저도 ‘X-월드’라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오늘 영화를 다시 보면서 X-월드를 말할 수 있다는 건 지금의 내가 그만큼 건강하고 단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X라는 과거의 나를 이야기하려면 그만큼의 에너지가 있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이 두 분이 참 건강한 관계이고 건강한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한 장면이 굉장히 많았을 것 같은데 장면을 선정한 기준이 있으셨는지, 혹은 넣고 싶었는데 넣지 못한 장면들이 있으신지 질문이 나왔어요. 영화에서 어머니께서 “그만 좀 찍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거의 계속 카메라를 들고 계셨던 것 같은데, 방대한 양에서 어떻게 옥석을 가려내셨습니까?
한태의: 소스가 되게 많았어요. 편집할 때 제일 걱정되었던 건, 저는 할아버지, 엄마와 함께 20년 넘게 같이 살아왔으니 이분들이 얼마나 입체적인지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로 처음 보는 분들은 81분 동안만 그 분들을 뵈니까 한 면으로만 비춰지고 오해받을까봐 그게 제일 무섭고 걱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계신 슈퍼스타 궁유정, 이옥섭 감독님 두 분께 많이 부탁을 드렸습니다. 가족들이 오해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시간이 어느덧 훌쩍 지났네요. 어머니께서 감독님의 이름을 부르는 습관이 참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엄마가 “태의야” 이렇게 부르시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어요. 관객분들께서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을 주셨는데 이건 정리하여 감독님께 잘 전달하겠습니다. 세 분이 당분간 계속 함께 하실 것 같아요. 이따 벌금도 내실 테고. (좌중 웃음)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길 응원하고요. 오늘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옥섭 감독님부터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옥섭: 유익한 시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떠셨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영화에서 할아버지가 ‘이사를 나가라’고 이야기 하셨을 때 한태의 감독님이 막막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던 것처럼, 혹시 ‘왜 이런 비극이 나에게?’라는 생각에 빠져 계시다면,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신 감독님의 말처럼 이 시간을 잘 보내셔서 희극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연말은 항상 사람을 다운시키잖아요. 그러니 맛있는 것도 좀 많이 드시고요.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SNS에 후기 많이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궁유정: 저는 오늘 감독님들 얘기하시는 걸 들으면서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완결된 영화로 보니 ‘잘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며 영화관에 들어왔고, 실제로 잘 마무리된 것도 봤지만, 당시의 이들에게는 ‘이게 해결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원에 가까운 시간처럼 느껴졌을 것 같더라고요. 여러분도 재밌으셨다면 한 번 더 보시면 어떨까 말씀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한태의: 일단은 오늘 슈퍼스타 정지혜 평론가님, 슈퍼스타 궁유정 감독님, 슈퍼스타 이옥섭 감독님이 모두 같이 해주셔서 어려운 와중 많은 분들이 와주신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안 계셨다면 저희 넷이서 초라하고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뭔가 하기 힘들 때는 되게 조그만 것, ‘내일 컬러링 바꾸기’ 이런 식으로 조그맣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계획표에 쓰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면 다음날이 조금 더 맑아졌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혹시나 힘드시다면 그 다음 날 〈웰컴 투 X-월드〉와 함께 하시면(웃음)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개봉 첫 주에 많이 봐주시면 좋다고 들었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지혜: 오늘 정말 좋은 기운을 받고 가네요. 참 편안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영화에서도 감독님께서 엄마의 싸움의 과정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진행형인 그 싸움을 응원하면서 저도 에너지를 받고 관객분들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궁유정: 제가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한태의 감독님은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제가 유행어로 밀고 있는 게 있어서요. "렛츠 고 X-월드"라고…. (좌중 웃음)
한태의: 궁유정 감독님이 "렛츠 고!" 선창하시면 저희가 답하겠습니다.
궁유정: 진짜 해요. 렛츠 고!
관객: X-월드! (박수)
정지혜: 감사해요, 감독님. 오늘 정말 색다른 GV를 함께 했네요. 오늘 끝까지 해주신 관객분들 감사드리고요, 또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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