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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디어 마이 지니어스〉: 디어 마이 지니어스, 꼭 네가 되길 바라

by indiespace_한솔 2020. 11. 3.


 〈디어 마이 지니어스〉  리뷰:  디어 마이 지니어스, 꼭 네가 되길 바라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동생들에겐 인생의 예고편을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언니가 있기 때문이다.

언니 옷을 훔쳐 입고 언니가 하는 것이라면 죄다 따라하고 싶은 동생은 금세 자란다. 그리고 언니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된다. 김애란의 소설 「서른」에 나오는 문장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는 자매의 운명을 말하는 것 같다. 유독 자매 사이에 애증이 심한 건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까.

 

디어 마이 지니어스는 동생의 인생 예고편이 되고 싶지 않은 언니의 고군분투기다.

 




대학졸업을 유예하고 본가에 들어온 감독 윤주는 막냇동생 윤영의 일상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 초등학교 일학년 윤영의 일상은 숨 가쁘다. 하교 후 학원을 종류별로 순회하고 밤늦게 돌아와 숙제를 하고, 시험 압박에 시달리며 밥도 잘 먹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교육의 희생양이 내 동생이라니. 언니는 머리가 띵하다. 그러나 동생은 언니처럼 영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한 때 영재였지만 지금은 캥거루족 백수가 되어버린 언니는 동생을 선뜻 응원하지 못한다. 규정된 영재와 창의력 경시대회가 얼마나 말이 안 되고, 백점짜리 시험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걸 이젠 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언니는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일상의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입시 스릴러라는 장르가 따로 생길만큼 한국교육은 깊게 병들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문제를 고발하거나 개혁을 논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 대신 일상 브이로그 같은 친근한 방식을 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윤영의 집은 "스카이캐슬"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과 학교, 학원 그 어디에도 악역은 없다. 그런데도 윤영의 하루는 섬뜩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윤영의 엄마는 딸이 읽은 책 목록을 기록하는 것에 성취를 느낀다. ‘공부를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철썩 같이 믿고 헌신하는 부모는 나와 내 친구의 집에서 흔히 봐온 얼굴이기도 하다. 영화는 한순간도 엄마와 동생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다. 지적하고 싶은 문제들은 꾹 참고 엄마의 교육방식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대화하길 시도한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영재의 권위와 행복한 삶의 루트 같은 것들에 물음표를 던지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것은 감독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장장 16년 동안 교육의 울타리 안에 있던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세상으로 내쫓긴다. 갑자기 어른이 된 감독은 갓 초등학생이 된 동생보다도 어수룩해 보인다. 세상은 숙제와 시험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서일까. 스스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감독은 굶주린 독수리처럼 동생의 뒤를 쫓는다.

 

언니의 조급함을 알아챘는지, 동생은 언니는 뭐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묻는다. 언니가 잠시 뜸을 들이는 동안 관객은 함께 고민하게 된다. 윤영이기도 하고 윤주이기도 한 나는 무얼 할 때 행복한 지. 지금 그것을 하고 있는 지. 이 물음들에 명쾌한 답을 내리는 것은 어쩌면 영재 되기보다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촬영기간이 두 달에서 삼년으로 늘어나면서 동생은 키가 자라고 언니는 졸업을 한다. 여전히 동생은 두통에 시달리고 엄마는 자식 교육의 미련을 완전히 놓지 못한다. 끝까지 리얼리티를 고수하며 드라마틱한 변화는 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린 알 수 있다. 자매는 앞으로도 위태로운 사다리를 오를 테지만, 불안할 때 잠시 멈추고 질문하며, 춤을 춘다면, 사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란 걸 말이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윤영은 주저 없이 대답한다. “나는 내가 되고 싶어!” 이 한마디에 여태 쌓아올린 질문들은 한 큐에 해결된다. 결국 이 자매는 각자의 로 자랄 것이다. “인생 예고편 따위 무시하고 예측 불가한 반전이 펼쳐지겠지!”라고 마음대로 확신하며, 나는 되고 싶은 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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