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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디어 마이 지니어스〉 인디토크 기록: 16년 전의 나를 만난다면

by indiespace_한솔 2020. 10. 28.



16년 전의 나를 만난다면  〈디어 마이 지니어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10월 24(토오후 7

참석 구윤주 감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은다강 님의 글입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가슴에 사표 한 장을 품고 있다고 했다야근과 박봉에 지쳐 퇴사해야지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당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통화하며 우리가 명문대만 나왔어도 이러지 않았을 텐데라고 한탄하다가 외고나 과고를 갔으면 더 좋았을 걸’, ‘그러려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준비해야한다더라며 결국 다시 태어나야겠다고 결론짓고 씁쓸하게 웃었던 적이 있다촘촘한 시간표가 반드시 안정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건 안다내가 얻고 싶었던 게 성공인지겨우 낙오를 면하는 삶인지 헷갈리기도 한다그날의 대화가 자꾸 떠오르는 영화였다그래서 쉴 틈 없는 엄마의 계획표도기대에 부응하려 하지만 힘에 부쳐하는 윤영도그걸 안쓰럽게 바라보는 첫째 언니 윤주의 마음도 와 닿았다.

 

누구의 교육관이어떤 삶의 태도가 옳은지는 모르겠다가끔은 삶에서 교육보다 운이 발휘하는 영향력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그래서 영화관에서 디어 마이 지니어스를 본 관객들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웃을 일 드문 이 시국에, 80분 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은 거니까아직 늦지 않았다운을 확인하고 싶은 관객들은 어서 극장으로 향해 가시길.




 

김현민 기자(이하 김현민): 저는 이 영화를 무엇보다도 굉장히 재미있고 유쾌하게 봤어요. 저는 영화가 재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윤영 양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죠. 윤영 양이 다큐가 지루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하셨고, 그런 영화를 만든 것 같은데. 윤영 양이 이 영화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구윤주 감독(이하 구윤주): 영화를 만들고 최고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는데요. 윤영이한테 영화 재밌었니?”라고 물어봤을 때, 윤영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나는 내가 나오고 우리 엄마가 나오고 아는 인물들이 나오니까 재밌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어.”

 

김현민: 역시 날카로우십니다. 두 분이서 대화를 나눌 때 윤영 양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윤영이 일상이 재미없으면 어떻게 해?”라고 해서 감독이 돼가지고 왜 저런 말을 하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재미있게 편집할 수 있어야죠.(웃음) 근데 윤영 양께서 뭐 그럼 별 수 없지.”라고 쿨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 어머니는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해요.

 

구윤주: 거실에서 첫 내부 시사를 한번 했고, 그 다음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셨는데 집에서 볼 때는 엄마가 자긴 오른쪽이 더 잘 나오는데 왜 왼쪽으로 찍었냐.” 이런 얘기를 주로 하셨어요. 그랬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버전을 보시더니 집에 가는 길에 저한테 전화를 하셨어요. “정말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내가 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저렇게 독하게 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사실 나를 누군가가 찍고, 그 영상을 다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진 않잖아요. 그 이후로 굉장히 많이 생각을 하시고 바뀌신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김현민: 확실히 엄마가 댁에서 거실 TV로 볼 때와 극장에서 봤을 때 반응이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그게 바로 극장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큰 스크린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경험이 작품을 보는 시선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내가 어린 애를 저렇게 독하게 시켰구나.’하고 말씀하셨는데, 사람마다 다 기준이 다르기도 하고 교육에는 기준도 없잖아요. 저는 종종 감독님을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참견이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웃음) 감독님도 본인이 나온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구윤주: 카메라를 들고 다큐를 찍기 시작할 때는 뭔가 자신감이 넘쳤어요. 제가 이런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라고 했을 때, 엄마도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나도 그런 게 고민이야라고 분명히 말씀을 하셨고. 그렇게 동의를 하고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촬영을 할수록 엄마가 저의 기대에 맞춰서 변화를 보여줄 거라고 저 혼자 자신했어요. 사실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해를 거듭하면서 알게 되었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면도 더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어쩌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현민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첫째는 유쾌하고 재미있었고, 둘째는 어떤 결론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여기서는 어떤 결론을 내기 어렵고, 그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족들에게 보여드릴 때 많이 떨린다고 하셨는데,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자기가 주변 사람들을 좀 팔아먹는다는 느낌을 가지면 윤리적으로 죄책감이 들거든요.(웃음) 그 경계에서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구윤주: 그게 저를 되게 힘들게 했던 거 같아요. 촬영을 시작하고, 두 달도 안됐을 무렵에 윤영이가 일기장에 저를 굶주린 독수리라고 쓰고 나서부터는 제가 카메라를 드는 게 되게 두려웠어요.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 내가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괴롭고,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 있었어요. 그때부터는 카메라를 두고 저는 방에 들어가 있는 식으로 편집을 하면서 확인했던 거 같아요. 편집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죠. 어떤 걸 선택해야하고, 또 어떤 걸 빼야 되고, 계속 갈등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김현민: 그랬을 것 같아요. 어떤 컷을 쓰냐, 어떤 대화가 들어가냐에 따라서 완전 인상이 달라져버리니까. 제가 이 영화가 유쾌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감독님이 기본적으로 화목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져서예요. 날카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떤 순간들은 불편해질 수 있는데, 그런 경계심 같은 긴장상태를 제가 못 느꼈어요.

 

구윤주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웃음)




김현민: 그래서 윤영 양이 굶주린 독수리라는 표현을 해서 깜짝 놀랐거든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3년이 지나서 언니가 어떻게 변한 것 같아?”라고 했을 때 노련해진 것 같아.”라고 답할 때는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영특하신 분인 것 같아요.

 

구윤주저는 그 다음 질문이 무서웠어요. “언니로서 아니면 감독으로서?” 이렇게 물어보는 게. 저를 그렇게 분리를 해서 생각을 한다는 게.

 

김현민: 그렇죠. 우리가 생각할 땐 아이인데, 굉장히 정확하고 통찰력 있어요. 관객분이 보내주신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윤영이가 굉장히 많이 우는데도 엄마와 소통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어요. 거실에서 다 같이 대화하며 일상을 공유하셨나요?”

 

구윤주부엌에 있는 식탁에서 간식 먹으면서 수다를 떨죠. 뭘 되게 많이 먹어요. 학원에서 이랬니, 학교에서 저랬니 많이 얘기했죠.

 

김현민둘째 언니 윤희 씨도 그런 표현을 하셨지만, 기본적으로 이 가정은 대화가 많기 때문에 아슬아슬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굉장히 수긍을 잘하세요. 저희 엄마만 그러실 수도 있지만(웃음) 보통 엄마들이 잘 인정을 안 하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 어머니는 내가 그러니?”라고 하시잖아요.

 

구윤주: 그게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용기였던 거 같아요. 엄마가 처음부터 그래 맞아, 나도 이걸 계속 반성하는데 잘 안 돼.”라고 하시면서 자기 객관화를 하셔서.

 

김현민: 저도 궁금했던 질문을 써주셨는데요. “아빠는 처음과 끝에만 나오는데, 촬영을 거부하신건지 아니면 마땅한 장면이 없었는지요. 그리고 막내 동생 교육에 대한 아빠 생각은 어떠셨는지 궁급합니다.”

 

구윤주: 아빠가 잔소리 랩퍼인데(웃음), 부끄럽다고 촬영을 별로 안 좋아하시기도 했고 자녀 교육에 대해서 많이 관여를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엄마한테 일임하시고 경제적인 것들을 담당하시면서, 저희가 백점을 맞아오거나 상을 맞아오면 외식 한 번 하면서.(웃음)

 

김현민전체적으로 유쾌하게끔 애니메이션을 삽입하는 등 나름의 장치들이 있었어요. 영화의 톤앤매너에 대한 목표가 있으셨을 텐데, 어떤 목표가 있으셨어요?

 

구윤주일단 가벼운 느낌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큐라는 게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장르인데, 이야기를 가볍게 보되 한번 생각 좀 해볼까?’ 이런 정도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사적 다큐고,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얘기하다보니 이게 너무 답답해보이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넣어보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죠. 저도 관심이 있었고 유능하신 감독님을 일찌감치 섭외해서 같이 오랫동안 작업을 했죠.

 

김현민그럼 감독님은 제작비를 어떻게 충당하셨는지.

 

구윤주저는 운이 좋게도 제작지원을 여러 군데서 많이 받았어요.

 

김현민: 처음에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시작하셨던 거죠?

 

구윤주그렇죠. 그때도 저는 스스로 끝을 못 보는 성격인 걸 알고 있어서 다큐멘터리 워크숍에 지원해서 기획서 마감을 스스로 정하고.

 

김현민: 역시 영재 출신답게 용의주도하시네요.(웃음) 그렇게 해서 애니메이션 감독님들도 조우하시고.

 

구윤주, 거기서 다 만났어요.




 

김현민저는 이 다큐가 사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대한민국 (교육)실태를 볼 수 있는 확장된 이야기임에도 스스로 거창하려고 하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가끔은 확장해야겠다는 강박 때문에 연출자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지점까지 나아가서 되게 요란해지고 끝나버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가족들로만 구성된 얘기인데도 저 같은 사람에게까지 과거를 환기시키는 힘이 있었거든요. 이걸 보고 사람들이랑 너의 학창시절은 어땠어?’하고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감독님 학창시절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감독님이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해요.

 

구윤주저한테는 윤영이가 계속 저의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였어요. 그래서 윤영이가 울 때는 저도 되게 울컥한 순간들이 많았고. 윤영이와 16살 차이인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저와 정말 똑같은 거예요. 엄마가 윤영이를 대하는 것과 윤영이의 일상이. 초등학교 때까지는 엄마를 만족시키면 된다’, ‘엄마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중학교 때는 머리가 커지잖아요. ‘내가 공부를 왜 해야 되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거랑 관련이 없는데 왜 해야 하지?’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춘기를 굉장히 힘들게 겪었는데, 그 와중에도 굉장히 K-장녀(웃음), 착한 딸로서 엄마 아빠한테는 티를 안 내고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척을 했죠.

 

김현민: 그래서 둘째 윤희 씨는 아예 선언하듯이 나 중학교 때 그냥 놀 거야라고 했잖아요.

 

구윤주: 허용은 안하셨죠. 그래서 굉장히 상처가 많습니다.(웃음)

 

김현민: 윤희 씨의 얘기도 더 들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분량이 아쉽네요.

 

구윤주:동생이 교대를 다닐 시점에 제가 주로 촬영을 해서 동생이 집에 없었어요. 방학 때만 집에 와있고.

 

김현민뭔가 모든 상황이 이 작품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둘째 동생이 선생님이 되어서 요즘 아이들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얘기를 해주잖아요. 또 열여섯 살 차이라는 게 상징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과 대학교 졸업반 언니라는 것도 놀랍고요. 일단 그렇게 나이 터울이 큰 동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상상이 안 되는데 동생에 대한 감정이 어때요?

 

구윤주: 둘째 동생과 비교해서 생각을 해보면, 언니 이상인 것 같아요. 엄마 같은 느낌도 살짝 있지만 엄마는 아니니까. 약간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건 떨어져서 보되, 터울이 적은 언니보다는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김현민윤영 양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엄마의 교육관과 언니의 교육관은 차이가 있고 그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는지도 알고 있을 거고. 되게 상징적인 장면으로 하교하고 돌아오는 윤영에게 엄마와 언니가 누구한테 안길 거냐고 묻는 장면도 있죠. 이 아이도 머릿속으로 갈등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누구의 말이 맞는지.

 

구윤주윤영이에게 그런 갈등을 주기 싫었어요. 윤영이의 교육에 대해 엄마와 제가 치열하게 얘기를 할 때는 주로 윤영이가 학교 갈 시간, 학원 갈 시간이었고 굉장히 촉박했어요.(웃음) 보시면 저랑 엄마랑 막 얘기하다가 윤영이가 들어오면 대화가 멈추고 그런 장면들이 대부분이에요.

 





김현민나름의 보호 장치가 있었군요. 관객 분이 저는 어려서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다가 현재 힘든 삶을 살아서 가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라고. 저도 약간 비슷한데요. 저희 부모님이 방임주의였어요. 그래서 제가 초등학교 때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하는 대신 네가 전화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윤영 양 엄마 같은 분들을 보면 부러워요. 이분도 본인의 자식은 주입식 교육을 시키고 싶단 생각을 하셨대요. 그런데 감독님은 본인의 아이가 있다면요? 동생과 아이는 다르거든요. 감독님의 욕망이 들어갈 수 있고요.

 

구윤주제가 엄마,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나 20년 넘는 세월 동안 받아온 영향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저는 정말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거든요. 제가 강아지를 기르는데, 친구 강아지가 장난감을 던져서 물어오는 걸 했다는 걸 듣고 그날 밤에 저희 강아지한테 물어와를 시켰어요. 근데 얘가 못하는 거예요. 너무 답답하고, 그걸 몇 시간을 시키는 제 모습을 보면서 너무 무서운 거예요.(웃음)

 

김현민: 사실은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이 있으실 텐데. 감사한 마음도 있고 원망도 있으실 테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습관을 들여서 감독님이 영화도 찍고 잘 살고 있는 걸 수도 있는 거거든요.

 

구윤주: 그 습관!(웃음) 그 습관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김현민: 그래서 누울 수 있을 때 누워있자는 그런 포스터도 붙여놓고) 저는 좀 게을러서 마감이 있어야 움직이는 편입니다. 습관은 별로 효과가 없었던 것 같아요.

 

김현민: 엄마가 들으시면 서운하실 것 같은 코멘트네요.(웃음) 다른 관객 분이 누구도 크게 배제하지 않고 흘러가는 영화라 좋았습니다, 엄마의 고민, 윤영과 윤주의 고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촬영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거의 모든 시간 카메라를 돌리셨는지, 완성된 영화가 처음 구상했을 때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하다고 하십니다.

 

구윤주두 번째 질문부터 답변 드리자면 처음 시작했을 때 되게 자신감이 넘쳤어요. 근데 영화가 제 구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서 그래, 현실은 이렇게 쉽지 않은 거였어.’ 싶었죠. 촬영방식은, 저도 화면에 나와야할 것 같아서 초반에는 외부인이 우리를 찍어주는 방식을 몇 번 시도해보기도 했어요. 그걸 윤영이가 독수리같다고 하기도 했고. 그 뒤로는 집에 있는 컷들은 제가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촬영 퀄리티가 좋지는 않아요.(웃음) 레코드 버튼을 누르고 5~6시간을 돌려놓고 나중에 편집할 때 확인하는 거죠.

 

김현민: 소스가 방대하다 보니까 편집 때에 엄청난 공이 들었을 것 같아요.

 

구윤주: 보물찾기하는 느낌이었어요. 상황들이 다 숨어있어요. 다섯 시간 정도 되는 촬영 분을 제가 나중에 보는 거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지만 그날의 상황을 알 수 있어서 그게 정말 어려웠죠.

 

김현민형사가 CCTV 뒤지는 마음으로 봤겠어요.(웃음) 극영화도 그렇지만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벗어나 혼자 편집본 앞에 앉아서 계속 보다보면 대상에 대한 애정이 안 생길 수가 없잖아요. 카메라만 돌려놨기 때문에 몰랐던 대화들이나 표정들 같은 걸 보게 되고, 엄마나 동생에 대한 마음도 조금 애틋해졌을 것 같아요.

 

구윤주맞아요. 집 안에서는 편집을 못하겠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위험하다고도 생각이 들어서 편집자, 감독, 가족으로서 구분을 잘 하려고 일단 집을 나와서 15만 원 짜리 작업실을 구했어요. 주로 거기서 편집본을 봤는데, 어떤 장면을 볼 때는 , 엄마 보고 싶다’, 또 다른 장면을 볼 때는 윤영이 보고 싶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김현민가족이자 감독으로서 편집자로서 객관성을 잃지 않아야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상대적으로 도움이 되셨을 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집안 식구들이 대체로 시니컬해요. 대체로 감정적이지 않아서 보는 사람도 편안했던 것 같아요. 내밀하기도 하고 아닌 순간도 있어서. 관객 분이 어머니의 우쿨렐레 연주는 많이 늘었는지 궁금해요. 혹은 윤영이의 주산처럼 잊혔는지라고 질문을(웃음).

 

구윤주어머님이 우쿨렐레를 그 이후로 몇 년간 하셔서 공연도 하셨어요. 엄마들 우쿨렐레 모임이 있거든요. 최근에는 조금 시들해지셨어요. (김현민: , 공연을 하고 나서?) , 약간 마스터했다. 이런 느낌.(웃음)

 

김현민관객 분들이 재밌다,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고 올려주셨는데 이런 평을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구윤주부끄럽죠. 좋고.




 

김현민: 윤주님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에 대한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얘기도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영화 전공자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배급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구윤주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이것은 개인적으로 술을 마시면서 얘기할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은데.(웃음) 일단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마감을 만드시는 걸 추천 드려요.

 

김현민: 확실히 주입식 교육의 느낌이 있어요.(웃음)

 

구윤주그렇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습니다.(웃음)

 

김현민: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거란 확신이 있으셨냐.”는 질문이 있네요.

 

구윤주솔직히 말하면 별로 없었어요. 엄마의 입장, 학생의 입장, 그리고 저 같이 청년의 입장에서 반응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거든요. 학부모님이 보시면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 ‘반성을 많이 했다이런 피드백을 주시고요. (김현민: 저 엄마처럼 되어야겠다, 이렇게요?) 그런 반응도 있어요. 학생들은 보면서 우리 엄마가 많이 생각났다는 의견이고요. 공감하는 대상이 좀 다른 것 같더라고요.

 

김현민그래서 이 영화가 좋은 거예요. 사람마다 다르게 포커싱하게 되는 영화예요. 저 같은 경우는 초반에 감독님이 졸업반이 됐을 때,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그동안 살면서 내가 정작 뭘 원하는지 들여다볼 수 없었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이건 30~40대 직장인들도 많이 생각하고 찾아 헤매는 부분이에요.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를 구분해 내는 게 어렵거든요. 감독님은 영화를 해야겠다고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그렇게 도달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과거에 아이비리그 투어에 갔을 때도 나는 이런 것들을 찍어오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갖는 조각들이 있잖아요.

 

구윤주이 작업을 하면서 제 일기장을 많이 봤어요. 초등학교 일기장은 시험 백점 맞았다, 만세이런 것들이 많았고. 중학교 때는 저 혼자 몰래 쓰던 일기장에 나는 왜 공부를 잘 해야 되는 거지? 왜 모범생이어야 하는 거지?’라고 갈겨 쓴, 제 생각엔 울면서 썼을 것 같은 그런 일기가 많은데. 거기 보면 나는 미술도 좋고 음악도 좋고,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예술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정작 부모님께는 표현하지 못했던 거죠. 그때부터 나는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는 걸 영화를 작업하면서 알게 됐어요.

 

김현민결국 종합예술을 선택한 거네요. 영화에 아빠가 진짜 짧게 등장하시는데 초반에 잔소리하시는 모습으로 등장하시죠. 아빠가 감독님을 자랑이라고 핸드폰에 저장하셨는데 지금도 유효합니까?

 

구윤주확인 안 해봤는데, 그럴 것 같아요.(웃음)

 

김현민자식 입장에서는 웃기고 귀엽고 좋다가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된 단어 같아요. 내가 엄마, 아빠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단 생각이 들 때 이상한 반항심도 들지만 죄책감도 들고. 지금 감독님이 이렇게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는 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인가요?

 

구윤주어제 인천에서 무대인사를 했는데, 저희 집이 인천이라 아빠는 호두과자 100박스를 관객 분들에게 나눠준다고 주문하시고 관객분들이 객석을 거의 꽉 채워주셨어요. 다 지인들을 초대하신 거예요. 엄마, 아빠가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김현민: 자랑맞네요. 윤영 양의 꿈에 대해 질문해주신 분이 있어요. 영재를 꿈꾸고 서울대를 꿈꿨는데 지금은 달라졌을 것 같다고요.

 

구윤주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느냐는 게 최대의 화두예요.

 

김현민: 어떤 취미를 갖고 있어요?

 

구윤주그림 그리는 건데, 그림을 굉장히 잘 그려요. 저는 윤영이 그림이 되게 좋거든요. 그래서 제가 윤영아, 너는 화가나 웹툰 작가가 꿈이야?”라고 물었더니,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별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얘기해서 또 한 번 놀랐죠.

 

김현민: 윤영 님은 왜 이렇게 어른들도 깜짝 놀라는 생각들을 하고 그럴까요.(웃음) 윤영 양도 나중에 영화감독을 한다고 하는 거 아닐까요? 추천하십니까?

 

구윤주저는 추천하는데, 저희 부모님이 저한테 굉장히 뭐라고 하실 것 같네요.(웃음)

 




김현민그런 포인트가 웃겼어요. 윤영 양 친구들이 너네 언니 뭐냐고 감독님을 하찮게 보잖아요. 그런 굴욕을 참아내시면서.(웃음) 하지만 윤영이 마음속에는 언니가 월트 디즈니보다 위에 있어요. 비유를 하는데 언니를 월트 디즈니에 비유하는 게 아니라 월트 디즈니가 우리 언니처럼 재밌는 영화를 만든다고 썼더라고요. 언니에 대한 사랑이... 감독님은 이 영화를 찍고 영화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구윤주. 그래서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이 다큐를 만들면서 편집과정이 저를 제일 고통스럽게 했는데 동시에 제일 재밌었어요. 연출은 나중에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나중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편집은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라고요.

 

김현민왜냐면 다음 영화는 어떤 걸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었거든요.

 

구윤주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은데, 지금 연출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다음 작품을 쉽게 시작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김현민: 감독님은 첫 작품부터 투자 지원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는 걸 보니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잘 캐치하신 것 같아요. 세상에 나올 이유가 분명할 때 투자지원이 잘 되거든요. 혹시 요즘에 관심을 갖고 계신 화두가 있으신가요?

 

구윤주너무 많죠. 일단 페미니즘이 가장 큰 화두이고. 또 뭐가 있을까요. 당장은 떠오르지 않는데 굉장히 많은 이슈에 관심이 있습니다.

 

김현민: 동시대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신 거죠? 저도 감독님이 앞으로 계속 다큐를 할 건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하더라고요. 그게 제일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었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지도 궁금했어요.

 

구윤주저는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좀 불안하고, 사실 영화 일이라는 게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기도 한데, 영화나 방송, 이런 경계를 떠나서 제 이야기를 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이에요.

 

김현민오늘이 첫 GV인 거죠? 극장 개봉 버전이 영화제 버전과는 좀 다르다고 들었거든요.

 

구윤주:조금 달라졌어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스크린에서 보고 너무 나를 숨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버전에 제 얘기가 더 들어있어요.

 

김현민감독님의 이야기라는 게 감독님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감독님의 목소리인가요?

 

구윤주: 당시 제가 고민한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어요. 영화제 버전에선 저를 자꾸 숨겼더라고요. 객관화가 잘 안됐던 것 같아요.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하고 그 후로 2년 동안 화면 안의 저를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어요.

 

김현민편집은 시간이 있으면 계속 고치고 싶거든요. 이것도 마감이 필요해요

 

구윤주그것 때문에 우리 PD님과 배급사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웃음)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어서 결국 개봉일정에 맞춰 마감을 했습니다.

 

김현민그러면 지금의 버전이 감독님으로서는 최선이다, 그런 느낌으로 봐야겠네요.

 

구윤주: 그래야죠. 최선이어야겠죠?

 

김현민: 그래야죠라뇨!(웃음) 오늘 관객 분들과 처음으로 GV를 했는데 어떠셨어요.

 

구윤주직접 목소리를 듣는 GV만 보다가 이렇게 오픈채팅을 통해 진행하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네요.

 

김현민저는 마스크를 쓰는 GV를 몇 달째 하면서 익숙해졌어요. 관객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휴대폰만 보고 있으니까 감독님은 좀 무섭잖아요. 근데 저분들이 마스크 뒤에서 웃고 있어요. 다 응원하고 있고, 그런 마음을 저희는 이렇게 전달받을 수 있고요. 이제 개봉했으니 감독님이 관객 분들께 감사의 메시지나 홍보의 메시지를 마음껏 전하실 시간입니다.

 

구윤주: 이 시국에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어떻게 소문을 좀 내주세요.(웃음) 이 이야기가 여러 군데 닿았으면 좋겠는데 여의치가 않아서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김현민: 황금 같은 시간에 영화를 보러와 주셔서 관객 분들께 감사합니다. 남은 주말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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