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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도망친 여자〉: 다시 한 번 파도치는 홍상수의 세계

by indiespace_한솔 2020. 9. 29.






 〈도망친 여자〉  리뷰:  다시 한 번 파도치는 홍상수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호진 님의 글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홍상수 영화는 한 편이면 충분하다고. 그러나 홍상수는 지금 다시 우리를 영화관으로 불러들인다.

 

언젠가부터 홍상수의 영화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질한 남자들, 술을 마시며 어떻게든 여자를 한 번 꼬셔보려는 그 남자들은 영화 속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 자리를 여성들의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도망친 여자>는 그 변화의 정점에 서 있다.





감희(김민희)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난다. 두 번은 예정된 만남, 한 번은 우연한 만남이다. 가장 처음 만난 친구는 영순(서영화)이다. 감희와 영순은 막걸리를 마시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남편과 이혼한 영순은 룸메이트 영지(이은미)와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수영(송선미)의 집이다. 수영의 집, 자주 가는 술집, 새로 만나는 남자 등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어색해진 친구 우진(김새벽)을 만난다. 어색해진 이유는 우진의 남편인 정 선생(권해효)과 감희의 과거 때문이다. 이에 우진은 내내 그것이 신경 쓰였다며 감희에게 사과한다.

 

영순, 수영과의 만남에서는 어딘가 부유하고 있는 대화들과 정적, CCTV를 통해서 밖을 내다보는 감희가 반복된다. 우진과의 만남에서는 조금 다르다. 처음엔 어색함을 표출하던 감희는 영화를 보고 나와 다시 만난 우진이 깎아준 사과를 먹으며 두 사람은 화해한다. 그리고 나눈 대화들은 앞선 두 번의 만남과는 다르게 더 이상 부유하지 않는다.




 

감희는 영화에서 계속 반복해 말했다. “5년 동안 하루도 남편과 떨어져 있던 적 없다. 그 사람 생각이 그렇다. 사랑하면 붙어 있어야 한다고이 말이 로맨틱하고 행복해 보이기는커녕 어쩐지 강박적이고 공허하다. 그 해답 역시 우진이 준다. 우진은 자신의 남편이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이상하다고,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 게 진심일 수 있냐는 말에 감희는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우진과의 만남 후 나선 정 선생에게 감희는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낸다. 그리고 이내 자리를 뜨지만 곧 다시 돌아와 영화관에 앉는다. 떠나기 전과 다시 돌아와서 보는 영화의 이미지는 같은 것이다. 바다와 섬. 그러나 이 이미지는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있다. 마침내 감희는 도망친 것이다.





홍상수 세계에서 견고히 존재하던 두 배우 서영화와 송선미,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얼굴 김민희와 김새벽. 영화에서 감희는 견고하던 두 여자를 떠나 새로운 얼굴에게 도망칠 기회를 얻는다. 이건 어쩌면 홍상수의 2막이 열린다는 상징과도 같은 영화다. 그리고 홍상수는 또 유유히 도망친 여자들을 자신의 프레임 안에 담는다. 이 변화가 홍상수의 다음을 또 기대하게 만든다.


홍상수의 영화는 한국영화계에 홍상수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었다.  <도망친 여자> 역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홍상수에게 일련의 사건들이 존재했지만 동시에 그는 한국영화계에서 진정한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그리고 이 홍상수라는 장르는 여전히 파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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