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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
〈담요를 입은 사람〉 그리고 〈파밍 보이즈〉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방안에 가만히 누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몇 차례 호흡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가 있다. 조용히 누워 숨만 쉬더라도 우리는 자본을 소비하게 된다. 누워있는 공간의 대가, 조금 뒤 먹으려 주문한 음식의 대가, 할부로 결제했던 침대의 대가 등 많은 것이 저절로 소비된다. 〈담요를 입은 사람〉의 정미는 이 사실이 못 견디게 괴로워 분노했다. 그리고 이 분노를 원동력으로 1년 간의 소비 없는 삶을 출발한다.
정미는 한 중고 자전거 가게에서 기증한 자전거를 타고 영국을 누볐다. 다른 사람의 보트를 맡아주며 스킵 다이빙으로 먹을거리를 모으기도 하고, 자급자족 친환경 공동체인 ‘팅커스 버블’을 찾아가 화석연료조차 없는 생활을 체험하기도 한다. 그 여행은 국가가 바뀌어도 계속됐다. 다만 히치하이킹이라는 새로운 이동 방법이 추가된 여행은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괴로움을 선사했다.
영화 초반의 정미는 소비 없는 삶을 위해 자급자족에 관심을 보인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생활하는 여러 공동체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수많은 친환경 공동체를 만나며 끊임없이 불편했고, 다른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자연 속 평온’을 느끼기 어려웠다. 결국 1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정미는 돈 없는 삶에 적응했으나 여전히 불안하고 공허한 마음은 떨치지 못했다. 이 지점부터 영화는 조금씩 방향을 틀어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한다. 소비도 문제가 아니라면, 마음속 진짜 두려움을 마주할 차례였다. 신기하게도 이 두려움을 인정하고 극복하니 점차 자연과의 단절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파밍 보이즈〉의 여행 과정은 정미의 여행과 무척이나 닮았지만, 출발 지점이 살짝 다르다. 두현과 하석, 지황 역시 소비 사회에서 취업난을 겪으며 두려움을 느끼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명확했다. 세 청년의 목표는 한국에서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 세계의 농장에 방문하고 젊은 농부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정미와 반대로 처음부터 자연을 사랑했던 이들이기에 여행의 깨달음 역시 다른 순서로 찾아왔다. 그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여정 끝에 능동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마음과 목표를 발견했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과는 다른 방식으로 걸어야만 찾을 수 있는 인생의 가치가 있다. 너무 빠르게 지나쳐 놓치거나, 두려움으로 인해 가보지 못했던 길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삶에 물음표가 가득할 때, 혹은 삶에 쉼표가 필요할 때. 정미와 두현, 하석, 지황이 그랬던 것처럼 다르게 걸어보자.
* 영화 보러 가기: 〈파밍 보이즈〉 (감독 변시연, 장세정, 강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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