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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지난 여름〉 인디토크 기록: 요약되지 않는 영화

by indiespace_가람 2026. 8. 27.

요약되지 않는 영화

〈지난 여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년 8월 16일(일) 오후 6시 10분 상영 후

참석 최승우 감독, 김민혁 배우

진행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기록입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데?"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영화 속 시간은 계속 흐르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 여름〉은 특정 시점의 공간 자체를 영화로 만든다. 그곳에는 흘러간 과거의 빗줄기와 녹음이 있고, 영화가 끝나도 계속해서 이어질 삶이 있다. 여름이 지나갔다고 말하기엔 조금 이른 시기, 2022년의 홍천과 도심 한복판을 잠시나마 이어주었던 인디토크 현장을 기록해 보았다.

 

 

조지훈 프로그래머(이하 조지훈): 안녕하세요. 저는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조지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바깥세상과 여기 있는 세상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을)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몇 년 전에 뵙고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해서 오늘 극장에서 봤거든요. 큰 화면으로 보니까 너무 좋았고 다시 만나 뵙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관객 여러분께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승우 감독(이하 최승우):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여름〉을 연출한 최승우라고 합니다.

 

김민혁 배우(이하 김민혁): 안녕하세요. 저는 '민우' 역을 맡은 배우 김민혁이라고 합니다.

 

조지훈: 두 분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인가요? 김민혁 배우의 이름이 제작에도 있던데 두 분의 관계를 알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최승우: 저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제가 25살 때 영화를 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배우가 필요했고, 김민혁 배우가 그때 배우에 대한 뜻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도움을 조금씩 받으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김민혁: 저는 사실 친구 따라 강남 간 거고, 최승우 감독이 제게 보라고 말했던 영화들을 보고 영화를 좋아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조지훈: 2022년 여름에 촬영한 영화를 4년 만에 개봉하게 된 소감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최승우: 이게 22년에 만들어진 영화고 영화제에서 2023년에 공개했습니다. 지금은 2026년이잖아요. 사실 개봉이 다가오니까 기억이 안 나서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할까 봐 걱정이 많이 됐어요. 요즘에 계속 GV를 하면서 조금씩 기억도 나고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저도 다시 영화를 보기도 했고요.

 

조지훈: 개봉을 위해서 영화를 따로 고치거나 수정하지는 않으셨나요?

 

최승우: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이 보이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제게는 2022년의 강원도 홍천이 담기는 게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2022년의 생각에 2026년의 생각이 개입되면 오히려 좋지 않겠다 싶어서 그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조지훈: 2022년의 홍천이 꼭 담겨야 했던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 이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를 어떻게 홍천까지 가서 찍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승우: 강원도 홍천을 설정한 것은 사실 되게 단순한 일입니다. 외가가 강원도 홍천이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시골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홍천이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평범한 날에 밥을 먹는데 그 밥 한 공기에 눈이 가더라고요. 분명 이걸 지은 사람이 있기에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일 텐데요. 자연과 함께 살면서 땅을 가꾸는 농부 어르신들의 삶이 되게 위대하게 느껴졌어요. 그분들을 찾아가서 뵙고 삶을 담을 수 있다면, 또 그 과정에서 제가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습니다.

 

조지훈: 배우님은 이 계획 때부터 작업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김민혁: 쌀에 대한 내용은 잘 몰랐고요. 촬영보다 1, 2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때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어요. 사실은 지금보다 극영화에 훨씬 가까웠고요. 질문에 답을 드리면 저는 쌀 빼고 모든 부분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지훈: 그럼 김민혁 배우도 홍천하고 관련이 있으신 건가요?

 

최승우: 아니요. 그건 아닌데 2021년부터 계속 같이 홍천에 다녔어요. 그때는 워낙 내향형이었어서 어르신들께 말 붙이기도 어려워했었거든요. 김민혁 배우는 그걸 되게 쉽게 해서 거의 전담으로 맡았습니다.

 

조지훈: 촬영할 때 홍천에 거주하는 주민분들을 영화에 그대로 담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하신 건가요? 아니면 현장에 가서 하시다 자연스럽게 영화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인가요?

 

최승우: 일단 농부 어르신들의 삶이 담겨야 하는 게 우선이라서 농사짓는 장면을 배우들과 같이 찍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들의 삶을 보고 배워야 하니까요. 사실 어르신들이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는 설정은 완전 초기 단계에서 결정되었습니다.

 

조지훈: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작업을 할 때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시간이나 카메라 뒤의 제작진과 관계 맺는 과정 등이 분명 필요했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 과정 자체가 다큐멘터리와 비슷할 테니까요. 그런 준비 기간은 어떠셨나요?

 

최승우: 나름대로 로케이션도 보고 어르신들도 뵙고 하는 시간이 꽤 있었습니다. 2022년 5월부터 촬영했는데요. 그 전부터 계속 인사드리고 장소를 협조받아서 보게 되는 과정 등이 있었고요.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모 심는 과정 이전까지도 저는 계속 같이 있었는데 이 부분까지 영화로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지난 여름〉 스틸컷

 

조지훈: 이 영화는 거의 고정 숏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본적으로 프레임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계획이 정확히 서 있을 때 가능한 일처럼 보입니다. 민우가 어머니를 보러 가는 장면처럼 어디까지 찍고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지점에서 숏의 지속 시간이나 프레임 안에 대상을 담는 것에 대한 고민 또는 원칙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승우: 저는 씬 하나에 컷을 많이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짧은 호흡이 무언가를 너무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저는 그냥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어르신들이 화면 안에서 농사를 짓거나 축사에서 일을 하시는 것들은 사실 저희가 다시 해달라고 부탁드릴 수 없잖아요. 그래서 모 심는 장면을 고정된 카메라로 찍는다고 해도 저희는 카메라가 멈추기 전까지 엄청나게 뛰어다니면서 찍고요. 다큐멘터리 요소들은 어떤 게 담길지 제가 다 알 수 없으니까 밤마다 촬영본을 계속 봤습니다. 그래서 조각들을 조금씩 모으면서 극영화의 요소들도 비슷한 호흡이어야 되니까 수정해 보는 식으로 맞췄습니다.

 

조지훈: 편집하는 과정에서 숏의 지속 시간이 다른 숏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타이밍들이 있잖아요. 어떤 일이 벌어진 다음에도 빈 공간을 계속 보여준다던가, 그때의 어디까지 보여줄까 하는 원칙은 편집자의 믿음에 따라서 하신 것인가요?

 

최승우: 그건 완전히 편집의 리듬인 것 같습니다. 제 영화에서는 인물이 화면 안에 있다가 나가더라도 카메라가 바로 쫓아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홍천이라는 장소가 인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조지훈: 민우가 약국에 갔다가 나오는데 카메라가 따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있던 숏들이 기억나네요. 영화 안에서 상황이 소리로 지속되는데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식당에서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데 그 소리는 계속 이어지지만 혼자 냉면을 드시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이고, 그 뒤로 민우와 성훈이 가게에 입장하는 장면 등이 떠오릅니다. 이런 장면들에 대한 설명을 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승우: 처음에는 굉장히 좌절했었는데요. 실제 마을 분들과 김민혁 배우를 화면 안에 같이 넣으면 너무 티가 많이 나게 되더라고요. 분장해도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어서 같이 있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실적으로 그걸 맞추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한 공간에 있는 거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인 것 같아요. 식당에서 어르신들과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는 도중에 극영화 인물들이 뒤에서 지나간다는 요소는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후반부에는 그런 요소들이 좀 더 있었으면 했고요.

 

조지훈: 가족 중에서 할머니는 주민분이신데,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비연기자와 함께 호흡을 맞출 때의 어려움이나 경험 등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민혁: 아버지 역할을 하신 문영동 선배님이 계셔서 의지를 되게 많이 했고, 할머니를 찍을 때도 상황 설명을 다 해드리면 굉장히 흔쾌히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식사 장면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조지훈: 감독님 입장은 어떠신가요? 배우들은 현장에서 이질감 없게 느끼더라도 실제로 찍는 사람은 좀 어색함이 느껴질 법한데 주민들과 훈련된 연기자가 한 장면 안에 들어갈 때 오케이 컷 선택에 대한 원칙 같은 게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승우: 사실 그런 이질감도 들긴 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그게 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촬영하면서 조금씩 어르신들을 찍을 때의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요. 저희가 보통 촬영하는 것처럼 오디오 장비랑 카메라랑 슬레이트를 가져와서 레디 액션까지 하고 나면 바로 얼어버리시거든요. 그래서 시작한다는 말을 안 하고 시작하는 게 제가 찾은 방법이었습니다. 기술팀들은 알아서 서로 사인을 주고받고요. 그리고 그냥 화면 안에 어르신들이 있으면 저나 김민혁 배우가 안에 들어가서 대화하는 식으로 예열하는 시간이 항상 있었습니다. 저희는 못 쓰는 장면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조금 더 일상의 대화나 가정사 얘기도 편하게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뭔가 풀린 느낌이 있으면 제가 가져온 질문을 하나씩 하면서 천천히 화면 밖으로 나가는 거예요. 그 방법이 자연스럽게 생겼죠.

 

조지훈: 그럼 장례식장에서 말씀하시는 씬은 상황을 미리 듣고 연기를 하신 걸까요?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연출된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생각해서 하신 말씀인지 궁금하네요.

 

최승우: 그 마을에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설정은 말씀을 드렸고요. 실제로 돌아가신 건 아니고 우리가 이런 걸 담으려고 한다고요. 그런데 어르신들께서 각자가 사별하고 그런 경험들이 다 있으시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면 우리가 조금씩 담겠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대사를 드리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분들의 실화인 거죠. 아무래도 돌아가신 분에 대해 말씀하시다 보니까 어르신들께서도 되게 자연스럽게 몰입하셨어요. 제 기억에는 그때가 어르신들이 가장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셨을 때인 것 같아요.

 

조지훈: 사실 이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풍경 숏이 있고 주민의 일상을 담은 것이 있죠. 그리고 전문 배우가 들어간 장면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두 개를 생각했는데요. 하나는 드니 코테라는 퀘백 출신의 감독이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가 되었던 감독인데요. 이분이 만든 영화 중에 〈카르카세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평생 폐차장을 지켜온 할아버지가 나오고 그 공간 안에 그분이 모르게 자폐아 5명을 집어넣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과 이에 반응하는 할아버지를 다루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노매드 랜드〉라는 영화는 아주 유명하죠. 그 작품도 현지의 실제 노매드들과 전문 배우가 뒤섞여서 연기의 효과를 낸다는 측면에서 영화를 보며 떠올랐습니다. 감독님이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던 페드로 코스타 같은 감독의 이름도 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이 영화를 준비하시면서 참고했던 영화 같은 게 있을까요?

 

최승우: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페드로 코스타의 영향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 작품들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기보다 저는 그 태도가 사실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완전 극영화였는데 두 번째는 다큐가 조금씩 들어가고 하는 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두 번째 영화는 또 생각이 달라진 대로 찍자, 그러니까 엄청 대단한 걸작을 만들려 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태도를 배운 것 같습니다. 민혁 배우는 기억이 나나요?

 

김민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이 떠오릅니다.

 

조지훈: 페드로 코스타의 데뷔작도 〈뼈〉라는 작품인데요. 페드로 코스타가 보통 극영화 찍듯이 대규모의 스태프와 인원으로 이 영화를 찍고 난 이후에 디지털 카메라를 하나 들고 폰타이냐스라고 하는 빈민가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주민들과 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싹 모아서 이야기를 만든 다음에 실제로 거기 사는 사람들을 데려다 훈련을 시켜요. 카메라를 인식하지 못할 때까지 그냥 생활하는 겁니다.

〈환상의 빛〉도 특이한 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형식적인 특성이 강한 영화입니다. 고레에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환상의 빛〉을 찍고 나서 다시는 이렇게 찍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음 영화로 〈원더풀 라이프〉를 찍거든요. 왜냐하면 〈환상의 빛〉은 완벽하게 통제된 영화예요. 동선 하나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감독의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통제된 작품인데 나는 이제 이렇게 찍지 않겠다면서 그 다음부터 영화의 이야기나 형식을 풀어놓거든요. 그런 측면에서는 〈환상의 빛〉을 참고하셨다는 게 되게 흥미롭네요.

 

최승우: 진짜 기억이 안 났었는데 그 얘기 하니까 기억이 나네요. 〈환상의 빛〉에서 그 인물이 어떤 원인을 끝내 알 수 없잖아요. 아마 그 인물의 상태를 민우에게 좀 대입하려 했었던 것 같아요.

 

조지훈: 그러면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영화에서 갑자기 남편이 이유 없이 자살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 여자는 남편이 왜 죽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평생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그런 측면에서도 되게 주인공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영화 보신 소감도 좋고, 질문도 좋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지난 여름〉 스틸컷

 

관객: 영화에 나오시는 어르신분들께서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 아주 궁금해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분들께 이 영화를 보여드렸던 상영회 같은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최승우: 원래 2023년에 조금 더 짧게 어르신들 위주로 해서 음악도 좀 넣고, 좀 덜 지루하게 보실 수 있게 해서는 한 번 보내드렸어요. 그건 사실 영화는 아니지만 당장 궁금해하실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보내드렸어요. 사실 이 영화가 2023년도에 부산국제영화제, 2024년에는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상영되었는데요. 저희가 거의 매년 홍천에 찾아가서 영화가 잘 된 거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사실 어르신들은 영화제를 잘 모르시긴 했지만요. 그러다 이제 개봉 직전에 홍천에 극장을 대관해서 한 번 모시고 상영을 했습니다. "잘 봤어." 하고 그냥 가셨죠. (웃음) 그런데 출연하신 분들 중 돌아가신 분도 계셨어요. 가족분들은 고마워해 주시기도 했고 저희도 감사했습니다.

 

조지훈: 〈지난 여름 이후〉라는 영화가 있잖아요.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최승우: 〈지난 여름 이후〉는 두 달 전에 실제로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지난 여름〉이 드디어 개봉을 하게 되었고 극장에서 보실 수 있게 저희가 준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영상입니다. 저는 모든 상영에서 〈지난 여름 이후〉를 같이 틀고 싶었는데 그게 또 여의치가 않더라고요.

 

관객: 상당히 의미 있고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가뭄, 장마, 수확이라는 세 개의 챕터가 자연과 인간이 나란히 흘러가는 순환의 과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뭄과 고령의 어르신들, 빗줄기와 활기찬 젊은 세대, 그리고 수확은 성장과 세월의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느꼈는데요. 특히 장마 챕터에서 푸른 녹음을 바라보는 민우의 모습과 추수 챕터에서 무르익은 금빛 물결을 바라보는 장면이 유독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마 챕터에서 추수 챕터로 넘어가면서 여러 가지 장면이 이어져 나오더라고요. 할머니의 죽음, 손톱을 깎고 있는 민우의 모습, 닭 울음소리와 빛, 송아지로 대표되는 새 생명,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과 장기 두는 장면 같은 6, 7개의 장면 연결이 인간의 모습하고 똑같잖아요. 이런 연결을 통해서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셨던 것들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승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또 해가 뜨잖아요. 균형을 찾고서 넘어가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손톱하고 발톱은 계속 자라잖아요. 근데 또 때가 되면 잘라야 하고요. 송아지는 제가 홍천에서 이틀 정도 기다렸어요. 그런데 새벽에 송아지가 태어나면 축사 선생님도 주무시니까 연락을 드릴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아침에 찍었고요. 이렇게 다 자라서 팔려나가는, 죽으러 가는 소도 있지만 여기에서 태어나는 소도 있다는 순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이지만 어린 학생들도 계속 있을 거고요. 그게 전교생이 나와서 축구를 해주신 거거든요. 그때는 촬영 막바지라 협조를 구하기도 쉬웠습니다. 교실보다는 밖에서 노는 게 좀 더 좋겠다고 말씀드리니까 시간표를 바꾸셔서 갑자기 전교생이 전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해주었어요. 아무튼 저는 그 조화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조지훈: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는 76분 정도 되는 시간에 삶과 죽음, 다양한 인간사의 모든 것들이 다 응축되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감독님은 약간 다큐멘터리 감독의 마음으로 찍고 싶었던 장면들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민우 이야기인데요. 그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데 유일하게 이 영화에서 사회적 맥락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버지가 꺼버리는 뉴스 장면이잖아요. 자살과 고령화 이야기가 있어서 민우의 상황을 그것과 연결 지어서 이해할 수도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이 영화를 찍을 때 민우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알고 연기하셨나요? 인물의 전사 같은 것들이 있었을까요?

 

김민혁: 계속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일단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안고 있자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었고요. 저는 사실 평상시에도 최승우 감독을 많이 보니까 그 당시에는 감독님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일기를 쓰면서 계속 주입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감독님의 일상을 보고 힌트를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조지훈: 동의하십니까? (웃음) 실제로 어떤 인물을 상상하셨던 거예요? 저는 무주에서 일하니까, 무주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거든요.

 

최승우: 사실 조금 시시할 수도 있지만 보통 영화의 캐릭터 설정과는 좀 접근법이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설정은 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만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신에 저는 인물을 계속 쫓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뭔가 계속해서 멀어지는 방법을 좀 찾았어요. 5월 17일이 첫 촬영이었고 어르신들이 화면 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날인데 사실 그전에도 그분들은 그 공간에서 살아오셨잖아요. 극영화이기에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있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출근해서 토를 하고 친구를 만나 새벽까지 술을 먹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은 극영화적 문법에 따르면 아침까지 술 먹고 들어온 다음에 버스를 타고 면사무소에 가서 토하는 게 더 맞겠지만 배치를 좀 다르게 했던 거죠. 그러니까 그 인물의 기승전결이 저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조지훈: 저는 관객분이 말씀하신 바라보는 장면을 보면서 되게 우울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우가 벼를 보면서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여기서 대체 뭘 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평온하고 아주 철학적인 의미보다 되게 현실적인 느낌으로 저한테 보여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 〈지난 여름〉 스틸컷

 

관객: 봄, 여름, 가을이 나온 영화인데 콕 집어서 제목이 〈지난 여름〉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도 농어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또다시 하고 싶으신지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성이 있으신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최승우: 〈지난 여름〉이라는 제목도 사실은 되게 간단하게 정했습니다. 뭔가 조금 더 표현을 더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특정 관점으로만 영화를 보게 될 것 같아서 어떤 시점으로만 생각했고요. 초가을 정도가 됐을 때 영화가 끝나서 그때 〈지난 여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 〈겨울날들〉이 작년에 영화제에서 공개되었는데요. 배경이 서울의 겨울입니다. 이야기의 연결은 좀 안 되지만 민우가 서울로 이사 와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조지훈: 이 영화는 시네마토그래프라는 배급사를 통해 개봉하고 있는데요. 〈지난 여름〉은 여름에, 〈겨울날들〉은 겨울에 개봉을 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을 이 영화와 함께 보내시고 또 다가오는 겨울에는 감독님의 두 번째 장편 영화와 함께 보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객: 저는 제사 장면의 파리에 눈길이 많이 갔어요. 베스트 컷을 사용했다는 감독님 말씀을 들으니까 파리는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배우들의 반응에 대한 디렉션이 있었던 것인지, 감독님께서는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김민혁: 제사 씬의 파리는 저를 정말 많이 괴롭게 했어요. 그건 통제할 수 없었어요. 저희가 촬영하던 그 집은 에어컨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고 파리를 계속 잡아도 어디선가 또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가장 파리가 적게 나온 컷이 OK 사인이 났을 거예요.

 

최승우: 파리의 연기를 보고 결정했습니다. 아마 테이크를 8번, 9번이나 가면서 배우분들도 되게 고생 많으셨는데 정말 이게 계속 잡고 뭘 어떻게 해도 쉽지 않더라고요. 파리의 존재도 저는 첫 테이크 가면서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신경도 안 쓰이다가 이제 그때부터 신경이 계속 쓰이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가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조지훈: 그 소 싣는 장면도 찍기 어렵지 않으셨어요? 그것도 통제할 수 없는 거니까.

 

최승우: 네, 소도 진짜 힘들었어요. 그분은 정말 생업으로 하시는 거니까 저희가 소를 팔러 가시는 날짜를 받았죠. 그날 세 마리였나 네 마리를 판매하시는데 차 한 대에 두 마리를 실을 수 있으니까 이제 테이크로 치면 두 번은 할 수 있는 거죠. 근데 첫 번째 테이크는 너무 자연스럽게 저희가 날려 먹다시피 하고 대신에 열심히 봤어요. 왜냐하면 한 번 더 기회가 있으니까 전력을 다해서 만들어야 하잖아요. 카메라도 울타리 안에 넣고, 성훈 역을 맡았던 김현섭 배우도 들어가서 두 번째가 시작됐는데 김현섭 배우가 이렇게 천을 들고 있었어요. 그걸 벽으로 위장해서 소가 그쪽으로 안 가게 하는 건데 잘못해서 밑부분이 드러난 거예요. 소한테 들킨 거죠. 소가 그쪽으로 나가면서 김현섭 배우의 발을 밟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고요. 갑자기 김현섭 배우가 연기를 안 하고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인서트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조지훈: 저는 사실 가장 좋았던 연기는 민우가 등을 돌리고 설거지할 때 아빠가 물 틀어놓고 한다고 잔소리를 하잖아요. 그때 그 뒷모습으로 짜증을 내는 장면이었습니다. 혹시 그러면 배우님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김민혁: 저는 사실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감독님이 편집을 마치고 보내줘서 집에서 혼자 TV로 봤는데 저는 그걸 보고 박수를 칠 정도로 좋아했고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손발톱 깎는 장면이고요. 개봉 이후 영화를 보고 좋았던 부분은 제사 장면 이후에 매형이랑 누나랑 아버지가 나오면서 대화하고 제가 갔다가 또 나오는 긴 테이크가 있잖아요. 그때 마지막 골목길 앞에서 아버지 혼자 남아 있을 때까지의 호흡이 엄청 좋더라고요.

 

조지훈: 감독님도 그런 생각 하십니까?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물론 다 좋으시겠지만 하나만 꼽자면요?

 

최승우: 근데 저는 대체로 다 안 좋아합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때보다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 더 유연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제 때는 중간중간에 나가시는 분들의 뒷모습을 보게 되니까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 후로는 극장에서 못 보고 있고요. 그래도 저는 어머니 산소로 가는 장면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생각의 환기가 되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지훈: 저는 아까 배우님이 말씀하신 손발톱 깎는 장면을 보면서 페드로 코스타 생각을 했어요. 장면 자체도 좋았지만 타이밍도 좋았고, 얼굴을 밝게 하는 빛이 밝아오는 느낌 자체가 영화 전체에서 거의 유일하게 민우를 고민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그래서 되게 평화롭고 깊이 다가왔던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관객: 홍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홍천에서 볼 수 없어서 서울로 보러 왔습니다. 초반에 모내기를 할 때 대사를 주고받는 어르신들 중에 꽤 연세가 있으신 것 같은데도 모내기가 생전 처음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셨던 게 떠오르는데요. 그 장면을 보면서 저분은 도시에 살다가 지역으로 오신 분인지 혹은 감독님의 경험을 반영해서 요청하신 대사인지 궁금했습니다.

 

최승우: 제가 어르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대사를 드린 적은 없고요. 그 부분은 사실 농담 같은 거였습니다. 그렇게 나이 지긋하신 분이 카메라가 있다고 하니까 장난을 치신 거예요. 그런데 되게 잘 담겨서 저는 감사했죠.

 

조지훈: 제게는 오늘 〈환상의 빛〉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GV의 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민우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되게 중요한 단서 같은 거라서요. 안 보신 분들은 꼭 챙겨보시면 좋겠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여자 주인공을 따라가는 영화인데요. 잘 살고 있던 부부 중 남편이 갑자기 자살하면서 그 이후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민우도 계속 고민하는 지점이 어떻게 보면 되게 우울해 보이기도 해서요. 저는 이 인물이 혹시 자살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인상도 받았던 것 같아요. 고요한 자연의 모습과 고민하는 한 청년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고, 그 안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으면서 극과 현실, 우리의 삶이 모두 영화 안에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가 나왔던 4년 전에는 한국의 많은 독립영화가 한 다섯 줄 정도의 시놉시스로 간략하게 요약되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정리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당시에 이 영화가 저는 엄청 반가웠고 무언가를 담담히 담아내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려는 감독의 의지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같은 것들이 지금도 좋지만, 당시에는 되게 큰 발견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런 마음이 여러분께도 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최승우: 다음에 제가 영화를 잘 만들면 그렇게 한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민혁: 〈지난 여름 이후〉까지 극장에서 보면 감상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지훈: 요즘 한국 극장가에 다시 사람이 많아지고 있죠. 화제작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관객이 많아질수록 사실은 독립영화 관객도 같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국 독립영화 상황이 최근 몇 년간 관객분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느낌을 받거든요. 여러분들도 오늘 영화 보고 좋으셨으면 주변에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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