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이
〈이반리 장만옥〉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년 8월 1일(토) 오후 6시 30분 상영 후
참석 양말복, 김정영, 색자, 권은혜, 신지이, 황순미 배우
진행 〈이반리 장만옥〉 이유진 감독
*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기록입니다.
무더운 여름.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사람들이 여기 있다. 뜨거운 사랑들도 여기 있다. 영화 속 외로운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만옥의 바람이 이반리를 덮은 것처럼, 유난히 활기찬 오늘의 극장에 외로움이 발 디딜 틈은 없어보인다. 더운 여름날, 〈이반리 장만옥〉이 더 무더운 사랑을 안고 인디스페이스를 찾아왔다.

이유진 감독(이하 이유진): 안녕하세요. 오늘 매진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꽉 채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반리 장만옥〉을 만든 이유진 감독입니다. 오늘 배우님들께서도 많이 참석해주셔서, 마지막 GV인 만큼 한 분씩 호명해서 환호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싶어요.
혼인평등 티셔츠를 쭉 입고 출연해주신 활동가 ‘미애’ 역의 권은혜 배우님, 개량 한복 입고 다니는 슈퍼 알바생 ‘하나’ 역의 신지이 배우님, 성소수자 부모모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 많은 퀴어 친구들에게 감동을 주신 ‘송이’ 역의 황순미 배우님, 1만 돌파 공약으로 멋있는 공연도 보여주시고 ‘선아’ 역 멋지게 해주신 색자님, 이제 부치하면 ‘금자’, 금자하면 부치 이런 고유 명사로 만들어주신 김정영 배우님, 마지막으로 꼰대 레즈비언부터 정의를 이루는 이장, 그리고 성장하는 모습 많이 보여주신 욕심 많은 ‘만옥’ 역의 양말복 배우님 모시겠습니다.
양말복 배우(이하 양말복): 엊그제 개봉한 것 같은데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긴 여정을 함께 해주신 관객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다회차 관람해주신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여기 계시죠? 정말 여러분들 힘으로 만 명 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영 배우(이하 김정영): 3년 전에 촬영해 힘차게 달려와서 오늘이 공식적인 마지막 행사인데요. 이렇게 대단하게 막을 내리는 것 같아 감동이 밀려오네요.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색자 배우(이하 색자): 자기네들 안녕. 난 너무 감격스러워요. 우리 모두의 힘이고 자기네들의 힘으로 이렇게 이루어낸 것 같아. 다들 많이 봐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가득 채워주셔서 감사해요. 만 명 공약 드랙쇼 어땠어요? 40년 만에 하는 건데 허리가 안 돌아가서… 그래도 호응해줘서 감사하고요. 만 명 채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려 그래요.
황순미 배우(이하 황순미): 안녕하세요, 황순미입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주변에서 제가 출연한 영화를 너무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극장에서 뵙는건 또 처음이지만 그래서 감사하고, 오늘 영화를 한 번 더 보려했는데 매진이더라고요. 매진 만들어주셔서 또 감사하고, 많이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지이 배우(이하 신지이): 안녕하세요. 하나 역 맡았던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 신지이입니다. 반갑습니다. 만 명이 넘게 관객이 되어주신 게 너무 기뻤고,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영화의 일원이 되어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 기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기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은혜 배우(이하 권은혜): 안녕하세요. 미애 역의 권은혜입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여서 놀랐어요. 한 달 좀 넘는 시간 동안 만 명이라는 숫자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잖아요. 엄청 큰 숫자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러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다음에 또 더 좋은 자리에서 자주 뵙길 바랍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유진: 제가 여태까지 GV를 하면서 시간을 잘 못지켜서 얼마 전에는 1시간 반을 진행했어요. 여전히 떨립니다. 이 영화가 관객분들의 질문도 굉장히 많은 영화이기도 해서, 배우님들 한 분씩 개별 질문 드리고, 관객분들 질문받은 뒤 공통 질문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만옥 역의 양말복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사실 지금이 거의 8주차 마지막 GV인 만큼 관객분들 만나면서 수집해온 이야기들도 전달드리면서 함께 질문드리고 싶어요. 만옥을 보고 되게 많은 관객 분들이 내가 불완전한 사람이더라도 욕심을 내고 하고자 하는 것을 힘을 내어 도전해보겠다는 용기를 얻으셨던 분도 많았어요. 그리고 재연을 보며 만옥을 만난 재연이 부럽다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사실 만옥 캐릭터는 비호감의 꼰대 캐릭터부터 시작하여 여러 우여곡절과 소동을 겪으며 성장하는 인물이잖아요. 만옥은 그런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홀로 고립되기보단, 뻔뻔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잖아요. 이런 변화들을 뻔뻔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주셨는데, 배우님께서 이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하고 고민하셨는지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양말복: 사실 만옥은 저랑 반대에 있는 인물인데요. 화를 잘 내는 부분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일상에서 화를 잘 내는 제 모습과, 만옥이 갖고 있는 삶의 굴곡을 잘 맞추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갭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삶이라는 게 살아보니까 제가 느끼는 외로움과 여러 감정들이 다른 것 같던 만옥에게 그대로 있어요. 인생에서 어떤 부분에서는 꼰대가 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애쓰기도 하는 많은 모습들이 제 나잇대와 비슷해서 그런지 저라는 사람과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표현하지 고민하다, 나중에 ‘사람은 누구나 어느 지점은 같다. 개성은 다를 수 있어도, 사람이 살아가며 느끼는 외로움과 기쁨, 도전의식과 실패 같은 것들은 모두 같다. 그러니 만옥은 곧 나와 같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던 것 같아요.
이유진: 말씀 듣고 보니, 사실 만옥은 ‘외로운 사람 없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인물이잖아요. 근데 사실 본인이 가장 외로울 것 같기도 해요. 짊어진 무게 같은 것들 때문에요. 정말 다행인건 이제 금자가 내려오잖아요. 금자가 처음엔 만옥을 설득해 서울로 데려가려다, 자신이 내려오게 되는데요. 그래서 금자역의 김정영 배우님께 이어서 질문을 던져볼게요. 영화를 본 많은 관객분들이 금자 홀릭이 되었습니다. 한국 극영화에서 이렇게 멋진 부치가 있었나, 금자 같은 애인이 있으면 좋겠다 등등 많은 관객분들께서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선배님께서 이런 캐릭터를 맡으셨던건 또 처음이시잖아요. 멜로 연기도 정극 위주로 맡으셨고요. 그래서 이렇게 금자를 연기하면서 있으셨던 힘들었던 점과 즐거웠던 점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이 부분 이야기 듣고 싶고요, 추가로 여자를 사랑하는 역할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해주셨는데, 어떤 캐릭터를 하고싶으신지 궁금해요.
김정영: 찍으면서 힘들었던 것은 외모를 가꾸는 거였어요. 해본 적이 없는 역할이니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반대로 좋았던 것도 외모 가꾸기였어요. 결과적으로 젊은 감독님 덕분에 저의 다른 면을 봐주시는 관객들이 생긴 것 같아서, 배우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자를 사랑하는 역을 하겠다라고 말을 하고 다닌 건 아니고, 들어오면 주저없이 하겠다라고 했었는데요. 옛날에 〈몬스터〉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거기서 샤를리즈 테론 배우가 맡았던 역할 같은 인물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파괴적인 사랑 같은 걸 해보면 배우로서 행복하겠다고 생각하며 왔어요. 액션도 물론 좋지만, 밑바닥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구원하려다 다시 파괴의 길로 걸어들어가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배우로서 한번 꿈꿔봅니다.
이유진: 저도 정영 선배님께서 해주시는 파괴적 멜로 궁금하네요. 그리고 색자님은 이번 캐릭터에서 되게 다채로운 지점이 있어요. 선아라는 캐릭터가 만옥과 금자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이면서도, 셋 중에서 홀로 남고 뒤에서는 부부 싸움이 벌어질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요. 그리고 불의를 유머러스하게 대처하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멋진 드랙 공연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캐릭터입니다. 관객분들께서도 색자님 연기가 좋았다, 정말 많이 웃었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사실 이번이 배우로서 장편 영화 프로덕션을 처음 경험하셨잖아요. 그래서 캐릭터를 맡았을 때 부담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어떻게 준비해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드셨는지 듣고 싶어요.
색자: 사실 제가 젊은 사람도 아니고, 새로운 것을 하는 데에 두려움이 있었어요. 역할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할 거면 잘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늘 하던 것과 같을 줄 알았는데요. 그러다가 감독님께 혼났어요. 우리 감독님 굉장히 단호하시고 엄하세요. 그래서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혼나고 나서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옆에 부치 오빠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붙어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그런 도움들 통해서 많이 배웠죠. 그래서 마지막엔 감독님도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쿠키 장면도 제가 부르는 것 같았죠?
이유진: 가창을 녹음해서 이렇게 편집을 했는데, 색자님과 딱 붙어서 공연이 완성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송이 역의 황순미 배우님께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GV에 처음 참석해주셨어요. 그런데 마지막 GV여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렇게 GV를 진행하다보면, ‘송이파’가 있어요. 송이가 만옥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시는 관객분들인데요. 둘의 텐션이나, 손을 잡으며 재연을 찾아다니는 장면들을 말해주시면서 그렇게 송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송이가 재연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영화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아요. 재연의 팬티를 발견하고, 철주가 만옥을 아웃팅한 것을 보고, 재연이 만옥이 나온 프로그램을 트위터를 통해 보여준 장면들 이후에 바로 성소수자 부모 모임 티셔츠를 입고 나오잖아요. 관객분들은 영화를 보며 장면 사이의 공백을 상상하여 연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님 입장에선 서로 떨어져있는 장면들이 조금은 어려우셨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황순미: 첫번째 얘기하셨던 만옥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첫 촬영이 미용실 장면이었는데, 거기서 둘이 마주 볼 때 멋있어서 되게 놀랐거든요. 사실 제가 학교 후배이자 동네 후배로 계속 알고 지냈으니까 많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금자 언니가 영화에서 ‘내가 쟤 저래서 좋아한다’라고 할 때의 만옥을 제가 봤으면 좋아했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어요.
이유진: 생각해보니 전 재연을 찾으러 다니는 장면에서 손잡으라는 디렉팅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재연을 두 사람이 찾으러 다닌다고 써두었는데, 이렇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네요.
황순미: 재연을 찾으러 가는 장면 직전에 제가 만옥을 찾아가는 장면이 편집이 되었어요. 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었는데, 뻘쭘할 수도 있는 사이에 찾아가서 울며 재연을 찾는 게 좋았거든요. 사실 도와주지 않아도 됐는데, 바로 도와주고 달리는게 좋아서 그렇게 손을 잡고 뛰었을까요?
이유진: 맞아요. 그때 송이가 재연이 없어졌단 걸 알고 만옥 집 대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두 사람의 감정이 잘 드러났는데, 제가 편집을 왜 했을까요? 그리고 성소수자 부모 모임 티셔츠까지에 대한 고민도 깊으셨을 것 같아요.
황순미: 사실 제가 처음에 고민이 많이 되어서 감독님께 여쭤보기도 했어요. 초반부터 팬티로 장난치는 장면부터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여쭤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제가 조금은 고민을 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재연의 고민을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바라보고 고민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후에 이혼을 말하는 장면도 있었고, 나와 재연의 말을 들으라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어서 이미 재연에 대해 알고 있었고 충분히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유진: 이렇게 깊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네요. 이제 하나 역의 지이 배우님께도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주위에 독특하지만 한 번은 봤던 것 같은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은 인물인데요. 그리고 GV를 다니나보면 하나가 식이라고 해주시는 관객분들이 소수지만 또 분명 있었거든요. 그래서 하나라는 인물을 준비하실 때 어떤 서사를 생각하고 인물을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신지이: 저는 우선 하나가 인서울 4년제 대학을 다니며 운동권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 사람이 마음과는 달리 계속해서 메인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하고 싶은 욕망과는 달리 계속 꺾이고, 주목받지 못하고, 일이 잘 안되기를 반복하다가 이반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설 수 있고 살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결국 나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도달하고, 마침 마음에 드는 절이 이반리에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장만옥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죠. 사실 저도 하나가 좀 어려웠어요. 파편적이기도 했고, 갑자기 개량 한복을 입으라고 하셔서 되게 혼란했는데,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사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댄스 배틀이었는데 영화를 다시 보니까 정말 부끄럽네요.
이유진: 저도 그게 기억이 나네요. 사실 댄스 배틀 장면에서는 지이 배우님은 젊으니까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김현, 박승태 배우님이 장난 아니신거예요. 정말 카메라를 장악하시더라고요.
신지이: 맞아요. 저도 그때 위기의식을 확 느꼈어요. 사실 김현 배우님과 제가 춤을 추는 소모임에서 같이 배웠어서 워낙 춤 잘 추시는 걸 알았어요. 근데 승태 배우님을 제가 예상 못 한 거죠. 이건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췄습니다.
이유진: 하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가 많잖아요. 광인 같기도, 도파민을 좇기도, 마음 수양을 하기도 하는 그런 캐릭터라 지이 배우님도 제게 많이 여쭤보셨어요. 지금 생각난건데, 제가 하나에 대해서 지이 배우님께 막 설명하고 자리에 앉으니 스크립터 친구가 방금 지어낸 거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일이 많았고. 제가 하나에게 개량 한복을 입게 한 것도 이 친구를 관객들이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또 개량 한복에 이어서 혼인 평등 티셔츠를 계속 입고 출연해주신 미애 역의 권은혜 배우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초반부에 되게 강한 캐릭터로 나와 만옥과 직접적으로 갈등을 빚는 캐릭터잖아요. 그리고 나서 만옥과 아사리판이 나고, 그 후에 만옥의 사과를 받은 뒤 퍼레이드까지 참여하게 되는데요. 그 사이가 영화에서는 안보여주었어도, 이태원 공연장까지의 미애의 감정 변화와 고민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그 갈등 신과, 장면 사이를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해요.
권은혜: 저는 초반의 갈등 장면을 정말 재밌게 찍었어요. 사실 저는 원래 화를 내지 않는 성격이라, 배우로서 막 화를 내고 그런 점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특히 꼰대 짓을 하는 누군가에게 마음껏 화내고 째려보는게 일상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영화를 빌려 그렇게 화를 내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때 선배님께서 정말 꼰대처럼 봐주셔서 더 잘 받고 리액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유진: 그때 사람 되게 많은 수유 길거리에서 찍었는데 에너지가 강렬했던 기억이 있어요. 핸드핼드로 찍었잖아요.
권은혜: 맞아요. 또 촬영이 좀 뒤에서 이뤄져서 행인 분들이 카메라가 있는 줄 모르고 실제로 싸우는 줄 알고 쳐다보는 분도 많았어요. 그리고 뒷부분에는 한참 있다가 제가 나오게 되는데, 그 사이에 개인적으로 만옥과 미애의 닮은 점을 발견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혼인 평등 티셔츠 하나만 입는 캐릭터잖아요. 촬영 때 맨날 같은 티만 주시고, 또 의상팀 분이 되게 디테일하게 두 번 반만 접어야한다고 하셨거든요. 몇 주 있다가 다시 가도 똑 같은 티셔츠 주셔서 그렇게 내리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그만큼 고집 있는 아이잖아요. 그걸 통해서 정말 성격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혼인 평등에 올인한 친구라서, 어른으로서 올인하고 있는 만옥을 이해하는 시기도 가졌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차가운 서사장과 지내면서, 꼰대스러워도 자기가 직접 음식해서 먹으라고 하는 욕쟁이 할머니 같은 만옥이 그리워졌을거라 생각해요. 좋은 어른은 아니더라도, 통쾌한 그런 어른이 보고싶었을 것 같아요. 특히나 혼인 평등 운동을 하면 같이 화내주고 나서주는 어른들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만옥을 이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나서주는 어른에게 눈을 부라렸던 것을 사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진: 맞아요. 좋은 퀴어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번 GV에서 대화를 나누었거든요. 그러다가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란 답변이 인상깊었는데요. 소수자로 살다 보면 계속 불평등을 겪고, 혐오를 마주하니까 소수자 위치성이 있단 말이죠. 자기가 그래도 이만큼 해왔고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챙기고 무얼 더 하려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관객: 영화를 여러 차례 봤는데 한 번도 운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오늘따라 눈물이 나더라고요. 오늘이 마지막 행사이기도 하니까 떠나보내는 아쉬움인가 싶기도 해서 울컥하지만, 이렇게 배우님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마지막에 재연이 ‘어떻게 그렇게 욕심이 많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답으로 만옥이 ‘희망이 없어 그런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게 된다’는 대사를 정말 좋아해요. 많이 공감이 됐습니다. 사실은 슬픈 말이지만, 희망이 없다는 것이 원동력이 된 만옥의 심정과 삶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이런 대사를 쓰게 되신 비하인드도 궁금하고 말복 배우님도 어떤 심정으로 연기하셨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금자의 의상이 정말 잘 어울렸던 것처럼 말복 배우님도 만옥의 화려하고 멋진 청 점프 슈트와 붙임머리가 잘 어울렸거든요. 또 그런 스타일링 도전해보실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팬심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유진: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상과 후기, 질문까지 주셨는데요. 욕심에 대해서는, 사실 세상이 빨리 바뀌었으면 하지만 그게 눈에 잡히진 않잖아요. 동성 법제화나 혼인 평등, 차별금지법 이런 것들이 사실 눈에는 안 잡히는데 늘 말이 나오잖아요. 이런 것에 희망을 가지면 제가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고 살면 좋겠다, 재연이가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성소수자가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그런 게 싫었던 것 같아요. 그게 정체성이고, 사람이 나쁘기도 좋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양말복: 색자님이 출연하신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는 연극이 있어요. 정말 재밌는데, 1인극이에요. 연극인데도 무대에서 대사를 까먹으면 연출이 불러주고 그래요. 근데 제목이 가진 반어적인 의미가 있어요. 사실 뺨을 맞지 않는 건 되게 당연한 행위잖아요. 내가 누구든 뺨을 맞으면 안되는거니까. 내가 나라는 이유로 뺨을 맞을 이유는 없잖아요. 근데 뺨을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이라고 생각해야하는 소수자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그 소수자가 뺨을 맞지 않게 된 그 순간, 그게 끝인가라고 생각하면 그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거기서 더 욕심을 낼 수 있을지는 우선 뺨을 안 맞아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만옥의 말이 희망을 갖지 마라, 인생 별거 없다는 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충분히 희망을 갖고 꿈꿀 수 있지만 지금 현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하라는 의미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관객: 굉장히 많은 추천을 받은 영화를 오늘에야 봤어요. 저는 무성애자라서 퀴어 중에서도 퀴어 취급을 받아요. 사실 원래 제가 퀴어 축제를 잘 못즐기는데, 화려하고 시끄러운 걸 힘들어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시끄러움이 유쾌하고 위로가 되는 느낌이어서 피곤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골에서의 퀴어 퍼레이드를 구상하신 감독님이 되게 천재적이고 따스하다고 생각해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전 신지이 배우님이 맡으신 하나 역이 정말 식이었는데, 소수라고 해서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저는 감독님께서 하나를 넣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사실 만옥은 나이가 많으니 저의 고정관념에 의하면 농촌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를 넣게 된 이유가 궁금했어요. 그저 젊은 캐릭터와 농촌이 이질적이다라는 것이 시작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유진: 감사합니다. 사실 귀촌한 젊은 분들이 생각보다 되게 많았어요. 저는 영화 준비하면서 시나리오 쓸 때 충청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면서 여행하고 그랬는데요. 그 때 귀촌해서 카페하시고 일 도우시고 하는 분도 생각보다 많았고, 제 친구도 귀촌을 해서 지내요. 그래서 워커홀릭으로 정말 열심히 살다가 내려와 건강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하나를 넣었던 것 같아요.
사실 독립영화 한 달 상영하면 바로 종영인데 이렇게 길게 살아남아 두 달이 되었어요. 〈이반리 장만옥〉이 배우님들께 남긴 것이 무엇일지, 또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해요.

권은혜: 〈이반리 장만옥〉이 제게 남긴 건 제 첫 1만 달성 장편 영화였어요. 그리고 영화 안에서 캐릭터를 빌어 혼인 평등을 열심히 응원할 수 있었던 영화였던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GV를 영화제부터 해서 네 번 정도 참여했었는데, 저희를 바라봐주시는 관객분들의 반짝이는 눈과 에너지를 많이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또 서로 뵙고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지이: 저는 영화를 찍고 후반까지 개봉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시야를 넓히고 사랑을 배운 것 같아요. 오늘 영화를 보며 와닿았던 부분은 친구면 걱정 말고 응원을 해달라는 게 역시나 좋았어요. 제가 오랜만에 영화를 보니 그 당시에 제가 무얼 느꼈는지 기억이 났어요. 제가 역할을 준비하면서도 해온 게 있지만, 현장에서도 선배님들과 연기하며 얻게 되는 것이 있어요. 그래서 그 대사를 듣고 하나로서 내가 이 사람을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겼고, 그와 동시에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었거든요. 그 장면이 제겐 그랬어요. 그래서 그런 사랑을 많이 배웠던 것 같고, 관객분들의 반짝이는 눈이라는 말에 공감을 많이 했는데, 늘 환대해주셔서 괜히 제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항상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나요.
황순미: 저는 오늘 영화를 보고 싶은데 매진이라 못 봤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오전에 다른 극장에서 정말 관객으로 영화를 봤어요. 정말 재미있게 봤고, 마음들을 따라가느라 혼자 많이 울었어요. 만옥이 화가 났을 때도 그 마음을 알겠어서 울고 웃으며 재밌게 봤어요. 또 당시 생각도 나고 하면서, 그런 작은 순간들이 좋았던 게 많았어요. 저에게는 든든한 언니들 같이 느껴졌고, 그리고 그 퀴퍼 장면이 제게 많은 사람과 찍은 유일한 장면이었는데 그 더운 환경에서도 모두가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던 것이 제게 온기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함께 있어서 좋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 후에도 계속해서 만나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색자: 어쩜 이렇게 다들 말을 잘 해. 나는 말 잘 못해요. 다들 외워온 것처럼 말을 잘하네. 나는요. 제가 이 〈이반리 장만옥〉에 선아로 참여할 수 있어서, 퀴어여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영화가 나올지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나는 자기네들보다 인생을 좀 더 살았기 때문에 느끼는 게 더 많아요. 늘 어려서부터 당당하게 공권력과 맞서 싸우고 살아왔지만, 이 영화로 인해 정말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 주변에 편들이 정말 많구나, 깐부들이 많구나 느꼈어요. 아마 내 인생에 잊지 못할 한 페이지가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김정영: 이렇게 젊은 분들을 만나 좋은 기회 얻어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고, 멋진 선후배들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어가고,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작품하면서 겸손함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를 느꼈고, 이렇게 헤어지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파이팅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봤으면 좋겠네요. 친구니까 응원도 하고 연락도 하고 그러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말복: 제가 54세인데, 이젠 50넘으면서 나이가 많이 헷갈리는데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는 시간의 개념을 많이 느꼈어요. 서른엔 무얼 해야하고 마흔엔 어떤 걸 해야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사회가 만들어놓은 그 세대에 이루어야할 지점을 모두 이루지 못하고 지나왔거든요. 그런데 〈이반리 장만옥〉을 하면서 삶을 공간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삶이라는 게 시간이 아니구나. 이렇게 우리가 만나는 순간, 공간에 있고 그 안에서 내가 많은 감동을 느끼면 그 시간이 아주 커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이런 공간을 앞으로 많이 만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 게 〈이반리 장만옥〉이었어요. 출연진에게 얻는 에너지가 정말 컸어요. 그 많은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났던 그때 그 공간이 자꾸 떠올라요. 시간은 자꾸 까먹어지는데 공간은 떠오르는 게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기억하는 방법이, 여러분께도 공간의 개념이 많이 생긴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유진: 이렇게 배우님들 모시고 개봉 기간 마지막 GV 잘 마쳤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공동체 상영으로 많이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홍보를 하고 끝내려고 합니다. 저희가 또각이라는 스튜디오와 같이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 중이에요. 일부는 청소년 퀴어 상영회를 여는 데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기부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 기부를 하려고 하는데, 이미 극장 대관료는 모두 충당이 된 상황이에요. 그래서 함께 기부도 해주시고, 귀여운 굿즈도 받아가시면 좋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이반리 장만옥〉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또 완전히 종영은 아니니 입소문 많이 내주시고, IPTV 부가 서비스에 올라올 때 많이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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