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양들 〉리뷰: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10대에게 삶은 어렵다. 모두가 내게 세계정도는 뒤집어 엎을 꿈을 원하지만, 그 꿈을 향하는 여정이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면 언제든 손가락질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우리에게 성적표란 삶을 이끄는 이정표임과 동시에 미달의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기준이 된다. 영화 〈산양들〉은 수능을 앞두고 이 차가운 성적의 사선 밖으로 밀려난 소녀들의 얼굴을 가만히 비추며 시작한다. 진학 지도실의 답답한 공기를 뒤로하고 학교 사육장 앞을 떠돌던 네 명의 외톨이들. 당장 대입과 성과가 최우선이라 말하는 효율의 세계 속에서, 그들은 폐쇄와 살처분이라는 위기에 놓인 소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른들의 눈에는 입시라는 중차대한 정답지를 내팽개친 엉뚱한 탈주처럼 보이겠지만, 소녀들에게는 당장 자신의 손으로 보듬어야 할 작고 약한 생명의 온기가 그 무엇보다 절박하다.

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거창한 영웅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숲속 버려진 터에 텐트를 치고 동물들과 자신들만의 ‘안식처(쉘터)’를 지어가는 소녀들의 발걸음을 그저 일정한 거리에서 묵묵히 따라간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오리의 집을 고치고 밤새 사소한 농담을 나누는 소녀들의 얼굴에는 교실 안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생기가 감돈다. 남들이 다듬어놓은 매끄럽고 평평한 길 대신, 오르기 힘든 숲길을 헤쳐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남들은 쳐다보기도 두려운 가파른 절벽 위에서도 자신만의 걸음으로 바위를 딛고 서는 산양을 닮아있다. 영화는 섣부른 성공이나 화려한 구원의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정해진 궤도를 벗어난 자리에도 여전히 삶은 숨 쉬고 있으며, 그곳에서 나누어 가진 체온이 서로를 얼마나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 소녀들이 거친 숲속에서 짓는 서툴지만 다정한 표정들은 우리 안의 조급함과 불안을 가만히 매만진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답안지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혹은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한 삶은 아니다. 험난한 절벽 위에서 이끼를 핥으며 버티는 산양들처럼, 소녀들은 스스로 만든 안식처에서 진짜 연대와 생존의 방식을 배워나간다. 쉽게만 살아가는 매끄러운 길보다, 조금은 모나고 험난하더라도 제 발로 밟아나가는 그 모든 굽이짐이 나라는 존재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영화는 나지막이 일깨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 까닭은, 그들의 여정이 결국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다다르고 싶었던 진짜 삶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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