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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산양들〉 그리고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주연 님의 글입니다.
매년 11월의 셋째 주 목요일, 수능 한파와 함께 세상이 잠시 차갑게 얼어붙는다. 아이들은 그날을 위해 일찍부터 미래를 준비한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면접을 준비하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산양들〉 속 선생님이 “너네가 살 길은 오로지 면접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그들의 미래는 이미 하나의 방향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아이들이 학교 사육장의 동물들을 데려와 쉘터를 만든다. 고3이라는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터무니없고 철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에게 쉘터를 만드는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던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남자친구 앞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온 인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생존 방식을 익혀온 서희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 정애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던 엄마의 부재를 다시 마주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수민은 아이들과 동물들 사이로 들어온다.
쉘터는 단순히 현실을 피해 숨는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미리 연습해 보는 작은 사회에 가깝다. 무엇을 선택할지, 선택한 것을 어떻게 책임질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어떻게 살아갈지. 학교를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될 아이들이 그보다 먼저 아주 작은 세상을 직접 만들어본 셈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미래를 위한 준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더 어린 나이에 비슷한 요구를 받아온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동춘과도 맞닿아 있다. 동춘은 열한 살의 나이에 여러 학원을 오가며 미래를 준비해 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배워온 아이에게, 어느 날 막걸리의 기포가 이상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동춘은 그 신호를 따라 자신이 알던 세계 바깥으로 나아간다.
갑작스런 동춘의 행동을, 어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아이를 바라보며 걱정하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하지만 동춘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방향에서 벗어나, 궁금한 것을 따라가고 보고 싶은 것을 직접 찾아간다. 〈산양들〉의 아이들이 대학이라는 정해진 다음 단계 대신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쉘터를 만들었던 것처럼, 동춘 역시 어른들이 마련해 놓은 미래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방향으로 걸어간다.

두 영화에서 아이들이 선택한 것은 거창한 꿈이 아니다. 지금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궁금했던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만난다.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즐거움, 낯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설렘, 선택한 일을 책임을 지는 마음. 어른들이 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였던 시간이, 아이들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간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동안에는 만나지 못했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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