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지난 여름〉: 결국 내리고 말 비를 기다리며

by indiespace_가람 2026. 8. 24.

〈지난 여름〉리뷰: 결국 내리고 말 비를 기다리며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미 님의 글입니다.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지난한 여름이었다. 농번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면사무소 직원인 민우는 매일 아침 노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라도 출근을 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며, 청년 자살률은 높아져만 간다는 뉴스는 몇 해 동안 바뀌질 않는다. 다음날이면 결국 후회하고 말 늦은 술자리의 끝은 언제나 아쉽다. <지난 여름>은 민우가 겪은 단 한번의 여름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통과해 온 수많은 여름, 그리고 봄과 가을, 겨울이 배어 있다.

 

영화 〈지난 여름〉 스틸컷

 

가뭄, 장마, 추수 세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러닝타임의 3분에 2 지점까지 가뭄의 시기를 유독 오래 비춘다. 긴 가뭄 속에서 우리는 마을에 비가 내리기를 함께 염원하게 된다. 권태로운 매일을 그저 지나치고 있는 민우의 마음 역시 점차 메말라 가는 것처럼 보인다. 민우는 친구 성훈의 수족관에서 금붕어 한 마리를 산다. 금붕어는 좁은 사각 어항 속에서 가장자리를 따라 하염없이 돌기를 반복한다. 순환하는 금붕어의 움직임은 민우의 삶과, 모든 인간의 삶과 닮았다.

 

마을 어른들은 농사란 게 하늘이 80%, 사람이 하는 게 20%’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결국 사람은 하늘의 뜻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살아간다는 말이다. 장마는 돌연 마을에 찾아오고, 민우의 할머니 역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비와 죽음, 모두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다. 인간은 매일 죽음에 가까워지고, 어쩌면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영화 〈지난 여름〉 스틸컷

 

카메라는 장례식장에서 인터뷰하듯 마을 어른들의 대화를 포착한다. 어떤 이는 병에 앓는 일 없이 떠난 민우 할머니의 죽음을 행복한 일이라 표현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민우의 아버지 역시 죽음 앞에 크게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 도래했음을 알기에 담담했지만, 서글픈 감정은 살면서 불쑥 그를 찾아올 것만 같다.

 

비 덕분에 다행히도 곡식은 노랗게 익었다. 마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다. 비가 갠 뒤 민우를 감싼 햇살과 빛을 바라보는 민우의 모습이 잔상처럼 남았다. 지난했던 여름의 그 짧은 순간이 유독 빛나 보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