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코리아〉리뷰: 이방인에게 보내는 편지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하나의 핏줄이 둘로 나뉘어 보내길 약 80년, 1997년 북한이탈주민 집계 개시 이후로 3만 4천여 명이 국내에 입국했다. 코로나로 주춤했던 것도 잠시였을 뿐 다시금 연간 200명의 사람들이 한국행을 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북한을 떠난 이들의 이주 생활은 여전히 낯선 이야기다. 이 시점에서 〈하나 코리아〉는 가장 가깝고도 먼 곳에서 떠나와 새로운 삶을 일구는 여성들을 그린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하나 코리아〉는 여타 탈북 이야기와 다른 지점부터 이야기를 전개한다. 탈북 과정의 극적인 장면이 아닌, 대한민국에 당도한 혜선의 모습을 담는다. 그 순간부터 영화의 주제가 명확해진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에 새롭게 정착한 이방인 혜선의 이야기다. 탈북 역시 그녀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보다 더 큰 범위를 바라본다고 느껴진다. 마치 혜선이라는 한 사람의 이주 과정을 그린 적응 생활기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혜선’이라는 실존 인물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대한 감정 변화보다는, 일상의 사건과 혜선의 변화를 중심적으로 그리며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점차 변해가는 혜선의 말투와 행동도 몰입감을 더한다. 영화 초반 강한 억양을 구사하던 혜선의 말투와 사용 어휘는 빠르게 변하다가도, 편한 이들과 함께일 때는 자연스럽게 다시 나타난다. 이렇듯 사소하지만 현실성을 부여하는 요소들이 서사에 생명력을 더한다.
주변 인물인 숙희와 보미의 역할도 크다. 숙희는 혜선과 비슷한 듯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렇기에 듣지 않고도 혜선의 마음을 이해하고 반대로 혜선에게 기대기도 하는 관계를 맺는다. 보미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북한 출신일 뿐 중국에서 태어나 북한에 관해 잘 알지 못하고, 하나원에서도 혜선과 달리 명랑한 모습을 보인다. 혜선의 새로운 안식처이자 서로의 안식처인 그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동시에 하나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렇듯 입체적인 인물들이 있기에 북한이탈주민의 표면적인 모습을 넘어 한 개인의 현실적인 생활이 구현된다.

작품 중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던 혜선 앞에 죽은 새가 나타난다. 혜선은 이 새가 신경 쓰이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자리를 뜬다. 이후 새 이야기가 다시금 등장하는데, 보미와 숙희는 건물 안에 들어온 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이 살던 자연이 아닌 도심 속으로 날아든 새. 출구조차 잘 찾지 못하는 새가 누군가의 눈에는 무섭고, 누군가의 눈에는 안쓰럽다고 말한다.
이 새에는 그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태어난 곳을 떠나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편입하는 그들의 삶은 건물로 들어선 새와 같다. 이를 증명하듯 혜선이 북한을 떠올리는 장면은 대부분 자연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연으로 회귀하지 않는다. 숨을 돌리고 다시 도시로 향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 다시금 노력한다.

혜선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이곳을 언젠가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독사처럼 살겠다 다짐했던 혜선이 더는 자신을 숨기지 않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하게 되는 과정에서 혜선은 점차 자신의 집을 완성해 가는 듯하다. 북한이탈주민이 아니더라도 이방인이라면 한번쯤 자신에게 같은 물음을 던져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 코리아〉는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를 넘어 수많은 이방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았다. 새로운 집을 찾아 떠도는 이들을 향해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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