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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하나 코리아〉: 보통의 용기,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by indiespace_가람 2026. 7. 21.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용기,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하나 코리아〉 그리고 〈그림자꽃〉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예송 님의 글입니다.



 내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했다. 같은 하늘을 공유하고 시차마저 없는 같은 땅덩어리임에도 적응은 쉽지 않다. 나를 냉담하게 내치지도 않지만, 친절하게 안아주지도 않는 곳. 어느 장단에 맞춰 행동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하나코리아〉의 혜선(김민하)에게 쉬이 마음이 밀착된다는 건, 탈북민의 이야기가 결국 미지의 세계로 첫걸음을 내딛는 우리의 시작과 다르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대한민국 국민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비행기를 탄 혜선을 비추며 영화는 시작된다. 국정원의 까다로운 심사를 받고 하나원에 입소한다. 남한에 도착한 것을 환영한다는 말과 달리 혜선은 시작부터 검사를 위해 자신의 가장 은밀한 속옷을 벗으라는 요청을 받고 구충제를 삼켜내야 한다. 매서운 말 한마디와 눈총보다 이국의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는 감각은 살갗으로, 더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고개를 들이민다. 자유민주주의, 나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나원 음악 시간에 마음껏 드럼을 내리치는 건 가능하지만, 바로 옆 방에 있는 누군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연주는 소음이자 방해가 된다. 혜선은 함께 방을 쓰는 룸메이트 보미(안서현)와 함께 처음 남한의 도심으로 현장학습을 나온다. 길거리 로드샵에 들려 친절한 판매원의 안내에 따라 얼굴 위로 색조를 얹고 화장품을 구매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일정한 치장이 덕목이라며 숨길 수 없는 설렘으로 번진 얼굴이 거울 위로 어색한 표정으로 잡힌다. 그러나, 탈북민을 인솔한 하나원 관계자는 정해진 규정을 이탈한 두 사람에게 단호하게 지도하며 규칙의 중요성을 논한다.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생김새와 외양만으로 정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은 사람 사는 동네라는 하나의 범주화로 묶이는 것이 일상이나 여느 곳에서도 이방인인 나를 소속시킨다는 것은 조금 더 깊숙한 것에서부터 발맞춰야 한다는 감각을 곤두서게 만든다. 혜선은 한 손에 자신의 목숨을 쥐고 온 만큼 남한에서의 삶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좋은 직업을 소개하는 관계자들의 제안과는 달리 혜선은 간호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굳은 다짐을 꺾지 않는다.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빠르게 돈을 모아야 하는 만큼 혜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바쁘다. 혜선의 정착을 도와주는 정선(김금순)은 쉬지 않고 쳇바퀴를 돌리는 그녀에게 지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한다. 갖가지 선택을 취하여 단계에 빠르게 올라서는 것에 열중한 혜선은 변화에도 기꺼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조선족이라는 거짓말을 섞어야 하며, 북한 사투리가 섞인 어눌한 어투를 빠르게 남한의 표준어로 바꿔야 한다. 보는 것, 먹는 것, 주변의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변화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영화의 마지막 혜선은 하나원에서 인연을 맺은 보미, 숙희(김주령)와 함께 산을 오른다. 정상에 오르자, 서울의 풍경이 멀찍이 내려다보인다. 언제쯤 이곳이 익숙해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던 것도 잠시, 어느새 다리는 자유롭게 낯선 땅을 활보한다. 투박한 결심과 어지러운 심경과는 달리 머지않아 익숙하게 서울의 법을 따르는 나를 발견한다. 높이 솟은 건물이 신기했던 시절을 지나 어느새 고도의 눈높이를 맞추는 위치로 사뿐하게 올라선다. 〈하나코리아〉는 탈북민이 경계를 넘어서기로 결심한 계기와 험난한 과정을 목격하는 대신, 그들이 적응하고 정착해내는 시간을 조심스레 따라간다. 시끄러운 속사정을 의도적으로 들춰내기보단 조용하고 섬세하게 혜선의 선택과 노력을 바라본다. 결국 누구 하나 치열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듯, 혜선을 보통의 사람으로 보는 영화의 시선은 결국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삶으로 주변을 둘러보게 만든다. 모두가 가족의 곁을 떠나 내가 살 집을 구했고, 새로운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한다. 낯선 매일이 들이닥치지만 조금씩 그곳에서의 삶을 따라간다. 외로울지라도 다가올 미래가 나에게 조금은 더 친절하길 바라는 욕심과 소원 속에 그렇게 하루를 견딘다. 

영화 〈하나 코리아〉 스틸컷


혜선의 삶은 다채롭다. 내뱉는 말투로 인해 타인에게는 자연스럽게 탈북민으로 카테고리화되지만, 그녀는 간호사가 되고 싶은 대학생이자, 스페인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쪼개어 사는 삶 속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혜선을 날카롭게 찌르기도 한다. 가게 직원은 혜선을 희롱하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며 폭력을 저지른다. 겨우 모은 돈을 부쳐 어머니의 안부를 묻지만, 병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돌아올 뿐이다. 혜선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나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 폭력과 차별, 서러움 속에서 혜선은 꼭꼭 씹어 나가며 세상의 격랑에 마주해 가기를 다짐한다. 그럼에도 살아 나가야 한다는 것. 탈북민으로서가 아닌, 보편적인 초상으로서 혜선의 모습은 우리와 정말 많이 닮아 있다. 

 


〈그림자꽃〉(2021), 이승준 

영화 〈그림자꽃〉 스틸컷


‘집’이라는 단어가 가장 멀게 느껴지는 순간은, 돌아갈 곳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떠나온 자리와 도착한 자리 사이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에 붙들린 삶이 있다. 넘어서는 일만큼이나 되돌아가는 일 마저 불가능하다가는 것을 영화는 전한다. 〈그림자꽃〉은 남과 북 어느 곳에도 닿지 못한 ‘김련희’의 시간을 따라간다. 그녀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평양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땅을 넘러서 남한의 국민이 된 그녀에게 문을 다시 열어넘기란 쉽지 않다. 돌아가려는 자를 붙잡는 환대와 떠나보내지 않음으로 완성되는 소속, 기이한 매듭 위에 놓인 한 사람을 응시한다. 
영화는 상황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대신 반복되는 일상과 기다림을 곁에서 담담하게 지켜본다. 화면은 채우는 것은 끝나지 않는 유예의 시간이며, 탈북민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축소되지 않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한 사람의 얼굴이다. 남북의 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앞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물어야 하는지 영화는 질문한다. 

 

* 영화 보러 가기: 〈그림자꽃〉(감독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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