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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지구 최후의 여자〉: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사람

by indiespace_가람 2026. 7. 27.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지구 최후의 여자〉 그리고 〈잔챙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글입니다.

 


한아와 철은 영화 수업 수강생이자 서로의 영화를 깎아내리기 바쁜 사이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누아르 복수극과 모든 남자를 죽이려는 SF 극은 닿지 못할 아주 먼 대척점에 서있는 듯하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두 영화 모두 영화제에 선정되지 못할 거라는 것뿐.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려는 철의 제안으로 둘은 손을 맞잡고, 전에 없던 새로운 영화를 쌓아 올린다.

 

영화 〈지구 최후의 여자〉 스틸컷


현실인지, 영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제3의 세계로 가는 여정에 서있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는 영화를 보고 있다. 〈지구 최후의 여자〉는 극중극으로 연출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다가도, 홀연히 다른 장르로 변주해나간다.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세계관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다 보면 영화의 궁극적인 시작점에 다다른다. ‘영화 지망생을 밟고 일어선 영화감독을 고발하는 영화를 찍는 영화’라고 정의하려 한다. 상처를 영화로 승화시키려는 두 인물은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멈추지 않는다. 설령 죽어도 혹은 죽여도, 죽지 않는 삶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구 최후의 여자〉가 건네는 위로이다.   

 

영화 〈잔챙이〉 스틸컷


반면 〈잔챙이〉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만드는 일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일이라는 간극을 들여다본다. 유투버 ‘호사마’로 살아가는 호준은 꽤나 잘나가는 낚시꾼이지만 배우라는 정체성을 꺼내오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낚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로서 설 기회조차 없는 호준은 취기에 기대어 남감독 앞에서 연기를 펼친다. 어떻게든 자신을 보여주고 어떻게든 낚이고 싶어서. 어쩌면 호준의 분노는 ‘왜 나를 이용했나요?’보다 ‘왜 나를 이용하지 않았나요?’에 더 가깝다. 아무런 소득 없이 낚시터에 돌아온 호준은 다시 낚싯대를 잡는다. 영화를 그만둔 사람에게도 영화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꿈이고, 어쩌면 잔챙이로 살아간다는 건 다시 한번 낚일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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