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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매체
〈그림자 아이〉 그리고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홍석 님의 글입니다.
“옛날 옛적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의 서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절이다. 신기한 일이다. 수많은 전래동화의 시작이 똑같다는 사실도,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는 한 문장이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신비하게 바꾼다는 점도. “옛날 옛적”을 배경으로 설정하는 순간, 갑자기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먼 과거라는 배경은 이야기를 ‘현실’의 굴레에서 해방하는 동시에 나와는 멀리 떨어진 일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괴담이나 저주를 다룬 영화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멀리 있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특정 가문 또는 장소와 연결되어 이어진다. 이야기는 더 이상 “옛날 옛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림자 아이〉는 ‘수련’과 ‘수안’ 자매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충격적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는 수안의 모습이 보인다.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연락을 받은 자매의 어머니 ‘금옥’의 반응은 전날 밤 사고를 겪었다기엔 다소 어색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곧 사고와 다음 장면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했음이 드러난다. 3년 동안 코마 상태에 있다가 이제 막 깨어난 수안의 곁에 언니는 없다. 기적처럼 딸을 되찾은 기쁨도 잠시, 금옥은 하나 남은 아이마저 잃게 되진 않을까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수안이 죽은 언니와 똑같이 생긴 아이 ‘재인’과 함께 나타난다. 금옥의 불안은 두려움과 광기로 변해간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자매가 읽고 있는 “그림자 아이” 이야기를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한다. 그림자는 몸을 달라며 두 아이를 찾아오고, 그중 한 명을 대신해 세상에 나온다. 몸을 내준 아이는 그림자가 살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한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이야기가 금옥의 집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전 세대에게 내려진 저주는 대를 이어 계승된다. 연좌제가 만연했던 과거와 달리, 가족 간의 연결이 약해진 오늘날에 이러한 설정은 희생의 불합리성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야기를 금옥의 어머니가 그림책으로 만들었다는 언급이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던 이야기는 그녀에 의해 이미지로 변한다. 보통의 그림책과 달리, 영화에 등장하는 책은 글씨가 전혀 없어 매번 이야기를 붙여 읽어야 한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다른 세계’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과 해석을 가질 수 있다. 매체가 제시한 상상의 가능성은 마지막 장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는 그 매체가 방송실 구석의 낡은 비디오테이프로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죽음의 숨바꼭질’의 핵심 규칙은 게임의 모든 과정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비디오를 본 사람은 반드시 숨바꼭질에 참여해야 하기에, 기록을 남기는 행위는 괴담이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참여하는 동시에 재생산하도록 만드는 규칙 때문에, 학교라는 장소를 기반으로 한 전설은 영원해 보이는 생명력을 얻는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전승의 매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영화 보러 가기: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김민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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