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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충충충〉 인디토크 기록: 내 얘기 좀 들어봐!

by indiespace_가람 2026. 6. 25.

내 얘기 좀 들어봐!

〈충충충〉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6년 6월 19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한창록 감독, 주민형 배우, 백지혜 배우

진행 〈3670〉 박준호 감독

 

* 관객기자단 [인디즈] 강신정 님의 기록입니다.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깨물고 부딪히는 수밖에. 그렇게 죽은 벌레들이 몇 마리일까. 〈충충충〉의 인물들이 그 머릿수를 더한다. 벌레같이 날아드는 서툰 몸부림을 따라가며 영화는 묻는다. 썩 보기 좋진 않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욕하고 때려잡기 바쁜 건 아니었는지. 파리채는 잠시 내려놓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길. 우리에게 그 정도의 인간성은 있을 테니. 혹은 우리 역시 벌레일지 모르니.

 


박준호 감독(이하 박준호): 안녕하세요. 오늘 모더레이터를 맡은 박준호입니다. 먼저 한 분씩 인사 부탁드립니다.

백지혜 배우(이하 백지혜): 안녕하세요. 지숙 역할을 맡은 백지혜입니다. 반갑습니다.

주민형 배우(이하 주민형): 안녕하세요. 용기 역을 맡은 배우 주민형입니다.

박준호: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딱 영화를 요약해 주는 것 같아요.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벌레의 이미지로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여러 장면이 교차가 되고 색깔이 반전되어 있기도 하잖아요. 정말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시퀀스였는데 어떻게 이런 시퀀스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한창록 감독(이하 한창록): 사운드나 연출적인 부분들은 편집 단계에서 많이 고민해야겠다 생각하고, 촬영 때에는 소스를 많이 찍자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많이 찍어봤습니다. 영화의 음악은 전자음악을 하시는 ‘리비게쉬’ 님이 작업해 주셨습니다.

박준호: 첫 시퀀스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촬영이 돋보이는 영화잖아요. 엄청난 광각렌즈를 사용하고 심도가 깊은 화면을 쓰면서 인물과 배경이 잘 보이고요. 인물이 가만히 서 있는데 카메라 혼자 움직이는 연출이 세기말 감성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우리 삶의 허무함과 덧없음을 생각하게 하는 촬영 스타일이었는데요. 영화를 만드시면서 정해진 스토리보드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까지 정해두고 찍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창록: 스토리보드는 처음에는 그림으로 그렸는데요. 그림으로는 광각의 왜곡 같은 걸 다 표현할 수가 없어서 줄 콘티로 하는 게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각렌즈의 활용 같은 경우에는 영화 전체적으로 동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광각렌즈를 아래에서 위로 찍어서 시각적으로 몰입감을 높이고 맥시멀한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영화 〈충충충〉 스틸컷



박준호: 주민형 배우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용기’라는 캐릭터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어요. 특유의 지질한 면모들이나 말도 안 되는 대사들이 있는데, 연기하실 때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주민형: 용기라는 인물이 생명력을 빠르게 불꽃처럼 소멸시키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인물에 현실 속 사람이라든가, 영화 속 인물이라든가, 저의 이면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계속 하나씩 덧붙여 갔던 것 같습니다.

박준호: 용기가 마지막에 살인을 준비할 때는 눈동자에서 흰자가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런 장면에서 표정 연기는 어떻게 준비하셨을까요?

주민형: 쉼 없이 무언가를 내지르는 일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계속 인물을 빚어주셨고요. 어떻게 보면 무아지경일 수 있는데요. 이렇게 해야 되겠다, 생각하고 연기했던 건 아니었어요.

박준호: 영화에서 용기가 텀블링을 정말 많이 시도하는데, 텀블링은 원래 하실 수 있으신 건가요?

주민형: 입시를 준비하면서 무용을 하게 됐었는데, 그때 당시에도 텀블링을 깔끔하게 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용기가 계속 텀블링을 반복하는 장면처럼, 저도 몇 시간이고 반복하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그럴 때가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면서 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박준호: 백지혜 배우님께 질문드려보겠습니다. ‘지숙’이 딥페이크 사건 이후에 ‘우주’를 찾아가서 위로해 줄 때 객석 곳곳에서 탄식이 들렸어요. 그렇게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인데 한편으로는 깊이 이해가 됐어요. 사랑스럽기도 하고 당돌하면서 외로운 캐릭터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지숙을 연기하셨나요?

백지혜: 지숙에게는 거식증이라는 가장 큰 특징이 있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 모델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 며칠 굶고 몸을 계속 체크하고 무너지고 그런 경험도 있고요. 그래서 지숙이의 욕망들이 이해가 됐고, 그 욕망을 더 확장해서 끝까지 표현해 보려는 식으로 접근했어요.

박준호: 지숙에게 용기는 어떤 존재인가요?

백지혜: 공기 같은 존재예요. 항상 옆에 있으니까 당연하지만 없으면 죽겠는 존재죠. 용기의 결말 이후에 지숙에게 긍정적인 결말이 있을까 고민했는데 잘 그려지지 않았어요. 더 이상 용기만큼 지숙의 삶에 빛이 되는 존재는 없을 것 같아요.

영화 〈충충충〉 스틸컷


박준호: 영화가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는데요. 주민형 배우님이 엄마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왜 그렇게 구성하셨나요?

한창록: 촬영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용기가 어머니를 연기하는 게 묘한 매력이 있는 거예요. 그냥 어머니를 연기한 게 아니라 용기가 생각하는 어머니를 용기가 연기하는, 이런 복잡한 맥락이 있잖아요. 용기라는 캐릭터 자체가 뭔가 하고 싶은데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상태의 인물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용기의 연기도 복합적으로 섞인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박준호: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용기가 붕대를 장난스럽게 두르고 있을 때 엄마 연기를 하는 용기가 들어오잖아요. 새침하게 ‘의대에 가려나’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 짧은 순간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주민형: 그 부분이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시기도 하면서 다듬어갔어요.

한창록: 용기는 엄마를 한번 웃기기 위해서 하루 종일 붕대를 감고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는 피곤해서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가잖아요. 그런 타이밍 때문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용기를 정확하게 쳐다보면서 대사를 하기보다 그냥 지나치듯 타이밍을 잡았죠.

박준호: 엄마와의 통화 장면에서도 용기가 연기하는 엄마가 등장하는데요. 보통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식으로 구성할 텐데 이렇게 재미있게 구성한 게 이 영화답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감독님의 야심도 드러나고요.

한창록: 조금이라도 재미있고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용기라는 인물과 거리감을 주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너무 감정이입이 되게 하기보다는, 조금 떨어진 느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으면 했어요.

박준호: 사회 문제를 다루는 진지한 면도 있지만 영화의 스타일이나 기법 덕분에 장르적인 쾌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 〈충충충〉 스틸컷


관객: 영화 제목에 대한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한창록: 처음에는 제목이 〈벌레벌레벌레!〉였어요. 무키무키만만수의 ‘안드로메다’라는 곡의 가사인데요. EBS 공감에서 했던 무대를 보면 관객들이 당혹스러워해요.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를까 하는 거부감이 느껴지는데, 그게 이 영화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충’이라는 용어들이 있잖아요. 그런 표현도 영화에서 느껴졌고요. ‘벌레 충’ 말고도 ‘찌를 충’이라는 한자가 있는데, 그 한자에서 파생되는 ‘충동, ‘충돌’, ‘충격’이라는 단어들이 마치 한 문장이 돼서 영화를 설명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충동적인 아이들이 충돌하고 사회적으로 충격을 일으킨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충충충〉이라는 제목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영화 전반적으로 앞면에서 찍는 것도 아니고 옆면에서 찍는 것도 아니고 약간 비틀어진 아래에서 찍는 장면이 많은데요. 새로운 비틀린 이면을 인물들에게서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촬영하신 이유가 있나요?

한창록: 정면으로 촬영하면 인물의 배경이 막 바뀌는 등의 다이나믹한 느낌이 살지 않아서 그런 앵글을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박준호: 용기가 복면을 만드는 장면에서 자살 중계 영상이 같이 흘러나오면서 장면이 만들어지잖아요. 용기가 살인을 준비하면서 복면을 만드는 게 용기에겐 마치 자살을 준비하는 심정일까 했는데요.

한창록: 영화의 제작 지원 결정이 난 게 2023년 3월쯤이었어요. 발표가 나고 하루이틀 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어요. 또 하루 차이로 교내에서 친구를 칼로 찌르고 투신한 사건도 있었고요. 24년도에는 칼부림 사건도 있었잖아요. 영화에도 나오듯이 끔찍한 일들은 잘 일어나는데 금세 잊히고 아무런 대안 없이 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 같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서 그런 시대적인 문제들이 한 번 더 논의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

박준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용기가 텀블링에 성공하고 나서 ‘할 수 있다’ 외치면서 끝이 나는데요. 정말 짠한 그 모습이 요즘 청소년과 현대인의 모습인 것 같아요. 이런 울림이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자리 지켜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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