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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소년들
〈겨울의 빛〉 그리고 〈거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진 님의 글입니다.
‘가족’이라는 단어 속에는 칼과 방패가 공존한다. 누군가에게는 울타리가 되어 주고, 또 다른 이에게는 숨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소년들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가족을 누구보다 미워하지만 멀어질 수 없는,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끝내 외면하지 못하는 소년들이 있다.
〈겨울의 빛〉의 다빈(성유빈)은 엄마인 경옥(이승연), 청각장애를 지닌 동생 은서(차준희)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있으나 그 투정을 모두 받아주기엔 벅차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 역시 좋지 않다. 은서의 병원비 감당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주어진 해외 교류 연수 기회는 다빈에게 깊은 고민으로 다가온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 다빈은 그저 묵묵히 삶을 견딘다. 영화 역시 정적으로 그 생활을 좇을 뿐이다. 온전히 다빈을 보호하는 어른 하나 없지만 매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은서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은 채.

〈거인〉의 영재(최우식)는 보다 적극적으로 가족에게서 도망치는 소년이다. 아픈 부모님과 동생을 뒤로하고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영재는 자신에게 득이 된다면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어 보인다.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건네며 가족을 영영 떠날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누구보다 집의 상실을 두려워하는 아이다. 그렇기에 동생인 민재(장유상)까지 시설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실망하고 분노하며 불안해한다. 민재의 존재로 그들의 책임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데, 민재가 떠나면 곧 가족까지 붕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하게 덧입혀오던 영재의 삶 위 균열은 점차 커지고, 덜 자란 마음이 고개를 든다. 영화는 이 위기를 포착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두 소년은 삶의 위기를 정반대의 방식으로 대하지만, 그 모습이 겹쳐 보이는 순간도 있다. 능숙해 보이려 하면서도 드러나는 어린 마음이 그렇다. 하지만 어리기에 종래에는 성장이 기다린다. 다빈과 영재가 마냥 착한 아이라 말하긴 어려워 보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모든 행동이 그들을 둘러싼 상황에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친 결과라 여기게 된다. 성장의 시간에 존재하는 소년들이지 않은가. 많은 어려움이 지나간 뒤 다빈을 향해 빛이 비치고 영재는 새로운 공간으로 향한다. 러닝타임 내내 그려지던 현실의 비극이 유일하게 희미해진 순간이다. 수없이 부딪혀도 끝내 성장하는 소년들의 길을 함께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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