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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너와 나의 5분〉: 그 시절의 우리

by indiespace_가람 2025. 11. 20.

〈너와 나의 5분〉리뷰: 그 시절의 우리

*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오래된 물건, 앨범을 구경하다 본 옛 친구와의 사진, 오랜만에 듣게 된 익숙한 음악까지, 한때 나를 이루었던 것들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지금의 나를 어느 시절로 다시 데려다 놓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너와 나의 5분〉도 우리의 마음속 한구석에 항상 존재하는, 그리워하는 어느 한 시절에 관한 영화다.

 

영화 〈너와 나의 5분〉 스틸컷


21세기의 시작을 여는 2001년, 대구로 전학을 온 경환(심현서)은 모든 것이 낯설다. 소심한 경환에게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출발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경환에게도 누구보다 푹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일본 음악과 애니메이션. 경환은 지독한 일본 문화 마니아다. 직접 온라인 사이트에 음원을 업로드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비주류의 취향을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탓에 경환은 취향을 감추며 홀로 이어폰을 꽂고 ‘글로브(globe)’의 음악을 듣는다. 그런 그에게 짝꿍 재민(현우석)이 글로브의 음악을 알아보며 말을 걸어온다. 고요했던 경환의 세계에 재민이 들어오는 순간이다.

주류만 선호하는 세상에서 비주류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것은 너무나도 짜릿한 일이다. 경환과 재민은 장소가 어디든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며 둘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Departures’를 좋아하는 경환과 ‘FACES PLACES’를 좋아하는 재민, ‘글로브’라는 공통분모 안에서도 각자의 취향은 뚜렷이 나뉜다. 이방인처럼 홀로 겉돌던 경환도 어느새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있다.

 

영화 〈너와 나의 5분〉 스틸컷

 

음악을 나눠 듣는 5분을 넘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환은 자신에게만 유독 잘해주는 재민에게 친구 이상의 마음을 쌓아간다. 하지만 경환이 마주한 현실은 한겨울의 추위보다 매서웠다. 급속도로 가까워진 마음의 거리는 애석하게도 멀어지는 것 또한 한순간이었다. 풀어보려 애쓸수록 더 복잡하게 꼬여가는 이어폰 줄처럼 둘의 관계는 어떠한 진심에도 되돌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경환은 대구를 떠나기 전 재민이 선물한 글로브 CD를 발견한다. 오랜만에 꺼내보는 CD의 안쪽에는 재민이 꾹꾹 눌러쓴 진심이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경환에게 닿게 된 재민의 늦은 진심은 이미 사라져 버린 후다. 

함께 음악을 듣던 그 시절의 우리는 없지만, 그럼에도 경환은 다시 MP3의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그리웠던 글로브의 음악과 함께 경환과 재민이 같은 마음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그 5분의 시간은 둘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재생되고 있다. 〈너와 나의 5분〉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고 소중한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더라도 우리가 그리워하는, 어느 시간과 공간에 함께일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우리만큼은 여전히 여기에 남아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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