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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사이,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관계
〈너와 나의 5분〉 그리고 〈모퉁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독특한 취향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은 특별하다. 특히 그 취향이 대중에 속하지 않을 때, 나와 같은 것을 공유하는 자와의 만남은 커다란 짜릿함을 선사한다. 같은 장르의 음악을 듣고, 각기 다른 해석을 해보며 점차 스며들어 간다. 서로의 방에 나라는 존재를 확장해 간다. 5분 남짓한 시간, 교실에서 이어폰을 나누어 끼며 글로브의 음악을 듣던 경환과 재민도 분명히 경험했을 것이다. 서로에게 각자는 같은 템포, 다른 노래였음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21세기의 출발선에 선 경환은 위태롭다. 정말이지 그 시대 비주류의 총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체육 시간을 기피하고, 영화를 보다 울고, 당시 오타쿠로 취급받으며 멸시당하던 일본 음악과 만화를 좋아한다. 약점이 많은 경환은 여기저기서 괴롭힘당하기 일쑤다. 그런 그에게 글로브(Glove)를 알아보며 다가오는 재민은 구원과 같았으리라.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재민과의 만남은 분명한 짜릿함이었다.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음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그때의 경환에게는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렇게 경환은 집으로 가는 버스가 아닌, 재민과 함께 탈 수 있는 버스를 타며 우정 너머의 마음을 기울여 갔다.
5분의 음악을 나누어 듣던 둘은, 5분의 대화 속에서 엉키게 된다. 새로운 세상에 익숙해진 경환은 재민에게 자신이 살던 세상을 보여주었다. 이때부터 그들의 관계에서 커다란 오차가 생긴다. 그 간극은 취향이라는 매개체로도 메꾸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이 간극은 서로 다른 노래를 좋아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서글프게도 커져만 가는 균열 사이에는 절망감이 쌓여만 간다. 엉킨 테이프를 풀어 헤쳐보아도 점점 더 꼬여갈 뿐이다. 되돌릴 수 없다고 깨닫는 순간이 길어지고, 결국 둘의 시간은 같이 가 아닌, 각자 흘러가게 된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아무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버스 뒷자리에서의 세상이 다시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라 느껴졌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관계의 깨짐이 있다면 그렇다 할 이유 없이 멀어진 관계가 있다. 영화 〈모퉁이〉에서의 세 친구는 젊은 날의 한때를 함께 보냈으나, 시간이 흐르며 자연히 떨어지게 된다. 완전한 어른이 된 셋은 시절에서의 모퉁이를 떠올린다. 우연과 필연이 만나던 공간, 오가는 말들이 쌓여가던 곳을 다시금 되짚어본다. 거짓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나열되는 순간 중심에서도 관객은 어디선가 이 일을 경험했던 것 같은 데자뷔를 느낀다. 영화의 영제(‘No Surprise’)처럼,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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