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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0 영화의 끝과 시작

by indiespace_가람 2025. 11. 11.

 [인디즈 소소대담] 2025. 10 영화의 끝과 시작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다람쥐, 도토리, 솔방울

돌아오는 계절의 변화에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부는 10월의 마지막에 우리는 그동안 모은 영화의 결들을 겹겹이 쌓아보았다. 쏟아지듯 무수히 많았던 영화와 여전히 기대와 설렘을 안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순간들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들. 하루에 스며든 몇 시간의 기억들을 모아 나누기로 약속하며 다시 한번 영화에게로, 서로에게로 빠져들길 희망해본다.       



* 다시 돌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 

 

도토리: 다들 벅차있는 것 같더라고요. 오랜만에 미쟝센단편영화제가 다시 시작해서 오는 분들이 많이 계셨던 것 같았어요. GV 때도 관객들이 다 감동받은 표정으로 계시고, ‘다시 열어서 너무 좋다’ 이런 말부터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고라니 아이돌과 나〉가 재밌었어요, 되게 특이한 애니메이션이잖아요.


솔방울: 저는 전부터 〈스포일리아〉가 궁금했었는데 듣던 대로 좋았어요. 그리고 같은 섹션에 〈체화〉라는 영화도 너무 좋더라고요. 약간 한국형 〈미드소마〉같은 느낌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잔혹동화 같았어요.


도토리: 〈스포일리아〉는 제작하는 데에 정말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 섹션 안에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분들의 영화도 있고, 학교를 다니면서 워크숍으로 만든 영화들도 같이 섞여 있잖아요. 어떤 영화제에서 대상 받은 영화들도 있는데 그런 영화들이 하나의 섹션으로 묶여서 상영되는 게 재밌었어요.


다람쥐: 저는 ‘질투는 나의 힘 2’ 섹션을 봤어요. 〈엉겅퀴 사랑〉과 〈봄매미〉와 〈오후의 손님〉 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셋 다 이렇다 할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주제가 무엇인지 모호하고, 소재만 알 것 같은 영화들이었어서 저한테는 이번 영화제가 그렇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영화가 머물던 자리 

 

도토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가 없어진다더라고요. 잠깐 다녀왔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처음 (지금처럼) 영화를 보고 다닐 때에, 저는 그 영화관이 지도에서 제일 가까운 아트하우스여서 거기서 많이 봤었거든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보였어요, 문을 닫는다고 하니 다들 한 번씩 오는 것 같더라고요.


다람쥐: 장례식에 오는 느낌이네요. 랜드마크 하나씩 없어지는 게 마음이 좋진 않아요. 메가박스 성수점도 없어지고요.


도토리: 계속 점포가 줄더라고요.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했던 상영관도 닫는다 하고, 명동 씨네라이브러리는 특히 더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곳에서 막차 끊길 때까지 정성일 선생님 GV를 듣던 사람들이 엄청 많을 텐데 그런 특징 때문에 다른 영화관하고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2025년 10월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양양〉

 

[리뷰]: 이름 부름(문충원)

[단평]: 오래된 이름 위에 새로운 이름을(안소정)

[뉴스레터]: Q. 🌙 '너는 ○○처럼 되면 안 된다?' [2025.11.12] 

[인디토크]: 당위적 파묘(김보민)

 

다람쥐: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맥락이 되게 다양해요.  감독이 고모의 존재에 대해 파헤치지 않았다면, 고모라는 사람의 어떤 죽음이 밝혀지지도 않은 채 영원히 묻혀 있었을 텐데 정말 소름이 끼치거든요. 고모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파헤치는 하나의 레이어를 벗어나면 ‘그럼 이 가족들은 왜 이 사람의 죽음을 숨겼는가’에 대한 레이어가 등장하고요. 또 한 발짝 물러나면 그렇게 숨겨야 했던 사회적 상황들이 나와요. 다양하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요.


도토리: 그렇게 시작이 추리극의 느낌으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가 매력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케이 넘버〉도 그렇고요.

 

 

 

〈만남의 집〉

 

[리뷰]: 서로의 방에 건네주는 볕(오윤아)

[단평]: 닮은 구석 마주하기(남홍석)

 

도토리: 시종일관 무난한 영화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 영화가 특별하거나 도발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안전한 선택만을 밟아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완성도 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송지효 배우는 좋은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차가운 FM 교도관을 송지효가 연기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계속 홍보했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생각했던 모습보다는 더 입체적인 연기를 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교도소 내부 모습을 (배경을) 다룰 때 고민을 조금 덜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관계와 어떤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한 게 보이는데. 그래서 약간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는 것처럼 흘러가는 거예요.


다람쥐: 너무 세트장 같았나요?


도토리: 약간 가볍게 다뤘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 수감자와 그 방에 동료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동료들이 캐릭터성이 있다기보다는 시트콤처럼 역할을 하나씩 부여받은 느낌으로 보였어요. 그 사람들도 각자 어떤 이야기가 있을 거고, 사실 교도소에 수감된 거라면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란 설정이 있을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수학영재 형주〉

 

[리뷰]: 현재 네 옆엔 내가 있고(박은아)

[단평]: 가장 가까운 타인(김보민)

[뉴스레터]: Q. 🧐 아빠 찾아 (수학) 여행? [2025.10.29] 


솔방울: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데 유전병을 물려받은 수학 영재인 아이가 건강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서 신장 공여자를 찾고자 하는 사명을 비추는 영화예요. 평생 살아온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었고, 친아빠를 찾기 위해 엄마와 인연을 맺었던 세 분을 한 명씩 에피소드 식으로 구성하며 넘어가서 사실 영화가 길게 느껴지기는 했어요. 
한 분씩 만날 때마다 김세원 배우가 사진으로 담아주거든요. 그렇게 반복되는 이야기가 되게 흥미로웠어요. 따듯하고 아빠로 출연하는 곽민규 배우님이 너무 매력적이시더라고요. 친아빠가 아니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캐릭터 연기를 너무 잘하셨어요. 형주 역을 맡은 정다민 배우의 첫 작품이라고도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정말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다람쥐: 저는 최창환 감독의 신작이어서 기대했었어요. 왜냐하면 기억에 남는 독립 영화들을 생각했을 때, 몇 작품이 최창환 감독의 작품이더라고요. 그리고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연기를 좋아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곽민규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봤어요.

최창환 감독이 대구에서 활동을 해요. 그래서 영화의 거의 대부분이 대구의 지역을 다뤘는데, 대구가 아니더라도 그런 지역성을 잘 살리는 감독이거든요. 서로 미워하면서도 서로 좋아하고 각자 정을 표현하는 대구 사람들의 모습을, 그러한 지역성 짙은 색채를 보고 있으니 ‘내가 찾던 최창환 감독의 영화가 이거구나’ 싶었어요.  

감독이 일상적인 것을 영화로 잘 살리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냥 일상의 대화인데도 특별하게 느껴지게끔 하는 그런 영화의 재미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잘 살려요. 사실 그런 것에 한몫하는 것은 곽민규, 김세원 배우 등 배우들의 힘이 진짜 컸던 것 같아요. 곽민규 배우가 아니었으면 사실 영화가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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