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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홍이〉: 이런 가족, 저런 가족

by indiespace_가람 2025. 10. 13.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족, 저런 가족

〈홍이〉 그리고 〈흐르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동시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 테다. 가족이라고 해서 전부를 알 수는 없다. 또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에게 항상 솔직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진심을 감추기 위해 반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가족의 의미를 곱씹다 보니 〈홍이〉와 〈흐르다〉 속의 두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홍이(장선)가 엄마 서희(변중희)를 요양원에서 데려오면서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이는 서희의 돈을 가져다 쓰는 것에도 서희를 홀로 내버려두는 것에도 점점 무감각해진다. 매사에 툴툴거리는 서희의 잔소리도 홍이의 신경을 자꾸만 긁는다. 애초부터 서희의 돈이 동거의 목적이었기에 서희와의 관계 회복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관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기만 한다.

 

영화 〈홍이〉 스틸컷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 관계의 주축이었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세 가족이 살던 집에는 진영(이설)과 아빠 형석(박지일)만 남겨지게 된다.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부녀에게 엄마의 빈자리는 꽤 크게 다가온다.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그 공백을 함께 채워 나가야 했기에 어색하게나마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보려 하지만 이미 멀어져 버린 마음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조금씩 서로를 못마땅해하던 둘은 결국 그동안 쌓아뒀던 감정을 쏟아내고 만다.

 

영화 〈흐르다〉 스틸컷

 

〈홍이〉와 〈흐르다〉는 각각 엄마와 딸, 아빠와 딸이라는 가까운 관계에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을 포착해 낸다. 홍이와 서희, 진영과 형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틋한 부모 자식의 관계보다는 사사건건 부딪치고 끊임없이 어긋나는 관계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얽혀 있지만, 가족은커녕 남보다도 못한 사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가장 가까운 존재임에도 서로에게, 심지어 스스로에게까지 솔직하지 못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불협화음은 내내 삐걱거리는 소음만 만들어 낼 뿐이다.

 

계속 어긋나더라도 결국에는 하나의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는 보통의 가족 영화와는 달리, 두 영화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도 극적인 관계 진전이나 완전한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선택이 마냥 씁쓸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 이상 이들에게 안정적이지 않다. 꼭 함께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잘 살아가기를 묵묵히 바라는 것. 세상에는 이런 가족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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