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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바로 지금 여기〉: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by indiespace_가람 2025. 10. 1.

〈바로 지금 여기〉리뷰: 보이지 않는 당신에게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보민 님의 글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먹방 릴스 중독자다. 자극적인 음식을 푸짐하게 펼쳐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꿀조합’이라 불리는 메뉴들을 따라 먹기도 하면서 먹는 즐거움을 한껏 느낀다. 정작 그 음식들을 구성하는 재료와, 바로 지금 우리의 토양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는 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영화 〈바로 지금 여기〉 스틸컷



나처럼 기후위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인 강은빈 씨는 자신이 아주 어렸던 학창 시절, 그리 정의롭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주요 취재원인 60+ 기후행동 위원 민윤경혜 씨는 손녀가 태어날 나이가 되어 기후운동을 시작했다. 분명한 건, 이들이 현재 한국 내 기후운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평범했던 이들을 행동하게 했을까?

그 대답으로, 카메라는 쪽방촌과 농촌을 교차로 보여준다. 두 곳 모두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는 곳이다. 사각지대의 주민들은 냉방기기가 없어 매년 기록을 세우는 폭염 속에 죽어가고, 농민들은 병충해와 자연재해로 썩는 작물 때문에 울상이다. 자본과 힘을 가진 대기업은 석탄발전소를 새로 지으며 환경을 무자비하게 망가뜨리고 있는데, 그 결과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건 약하고 힘없는 자들이다. 대기업 vs 시민. 희망이 보이지 않는 대립 구도지만 시민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힘을 보탠다.

영화 〈바로 지금 여기〉 스틸컷


매년 역대급 가뭄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지만 진지하게 걱정해 본 적은 없었다. 그것이 곧바로 나의 문제로, 나의 식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의 파동이 어떻게 농작물로, 시장으로, 식탁으로 퍼져나가는지 목격하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액션을 취할 만큼 움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보낸 일상을 반성하며 식탁을 돌아보게 됐다. 과연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무거운 한 발을 내딛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당신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괜찮다. 그저 '바로 지금 여기'의 상황을 응시하는 목격자가 되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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