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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비밀일 수밖에〉: 상처를 줄 만큼은 알고, 받아들일 만큼은 모르는

by indiespace_가람 2025. 9. 19.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를 줄 만큼은 알고, 받아들일 만큼은 모르는

〈비밀일 수밖에〉 그리고 〈과화만사성〉 

 

*관객기자단 [인디즈] 안소정 님의 글입니다.


가족은 서로의 상처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밀일 수밖에〉는 ‘처음 만난 가족’ 이후에 각자가 새로운 가족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수영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정하와 진우는 각기 다른 가족을 이루어 다시 마주한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스틸컷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아들 진우는 결혼 상대 제니와 함께 춘천에 사는 정하를 찾아오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감춰온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제니의 부모님 역시 갑작스럽게 춘천을 방문하면서 인물들 사이에는 긴장이 흐른다. 흔히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고 하지만, 진우의 가족과 제니의 가족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함부터 치는 제니의 아버지 문철, 그런 남편을 달래며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어머니 하영, 그리고 그런 부모에게 쌓인 불만이 많은 제니. 여기에 더해, 연인 지선과의 동거를 숨기고 암 진단 사실마저 감춘 정하의 사정까지 얽히면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밀이 드러나고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면모를 드러낸다. 가족은 정말 서로의 상처이자 약점일 뿐일까?

 

영화 〈과화만사성〉 스틸컷

 

〈과화만사성〉은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비밀일 수밖에〉와 달리, 오랜 시간 함께해온 가족이 서로 다른 입장을 안고 싸우는 애증을 그린다.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희생했던 맞언니 경실, 비혼을 선언하며 언니를 구시대적이라 말하는 경재, 동성과의 연애 사실을 숨기는 경화, 그리고 결혼도 무엇도 없이 혼자 살고 싶어 하는 집안의 독자 경수. 아버지의 장례 이후, 그가 살던 허름한 원룸을 정리하며 남매들은 서로의 상처를 건드린다.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아 가장 아프게 할 수 있지만, 정작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알지 못하는 구석이 많은 남매들. 결국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타인이자 가장 가까운 타인인 가족에게도 모르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알면 뭐가 달라져?”라는 질문과,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비밀일 수밖에〉의 대사는 가족에 관한 해소될 수 없는 질문을 관객에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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