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소닉〉리뷰: 온 몸으로 들이키는 오아시스
*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윤아 님의 글입니다.
“로큰롤”이란 무엇일까. 로큰롤을 만들어내는 재료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둔탁한 걸음들이 무대에 들리기 시작하고 잔디처럼 땅을 메운 사람들이 하나둘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그들의 로큰롤은 시작됐다. 관중의 눈을 대변하는 카메라가 오아시스 멤버들의 발과 손, 몸짓 하나하나를 꼼꼼히 훑는다. 공연이 시작되고, 리암 갤러거의 멘트와 관중의 환호성이 하나가 되어가자 비로소 오아시스의 “로큰롤”이 끓어오른다. 초음속으로 온도를 높여가는 로큰롤은 끝을 모르고 달려간다.
다큐멘터리는 인물이나 사건을 여러 시선에서 담아낸다. 삶을 살아오며 여러 굴곡과 사람을 거쳐온 오아시스는 이 형식에 너무나도 적절한 뮤즈다. 〈슈퍼소닉〉은 콜라주 형식과 교차 편집을 통해 그들을 입체적으로 톺아본다. 어린 시절 기타만 껴안고 방에 살았던 노엘과 그저 막무가내였던 리암. 원하는 것만을 쫓아가며 살아갔던 갤러거 형제를 그들의 어머니 페기의 눈으로 바라본다. 필름으로 재생되는 화면처럼, 그들은 자주 치직 거리고 울렁였다. 리암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고 왔을 때를 읊는 순간, 페기는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 길로 문득 음악에 취해 살게 된 삶을, 오히려 망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리암은 그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명하게 웃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당신의 얼굴을 알지 못했기에 오아시스의 기틀을 쌓을 수 있었나.
I live my life for the stars that shine 난 빛나는 별들을 위해 살아
People say, It's just a waste of time 사람들은 시간 낭비라 하고
Then they said, I should feed my head 유용한 일을 해보라 하지만
That to me was just a day in bed 그건 내겐 누워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 (중략)
Tonight I'm a rock 'n' roll star 오늘 밤, 나는 로큰롤 스타야
오아시스의 1집 〈Definitely Maybe〉의 첫 번째 트랙 〈Rock 'N' Roll Star〉의 거칠지만, 단순한 기타 리프와 직관적인 가사는 리암의 캐릭터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노엘은 리암을 관찰하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방바닥에 누워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기타를 훨씬 먼저 잡은 형보다 빠르게 밴드를 결성한 리암. 목표를 향해 앞뒤 재지 않고 뜀박질을 한 그는 두세 명이 모인 공연장에서도 고함치듯 노래를 부른다. 그가 무대에 선 순간을 조명하는 카메라는 관객을 “더 레인(The Rain, 오아시스의 전 이름)” 앞에 선명히 올려놓는다. 학교의 악동이 음악의 악동으로 완전히 전환되는 순간이다.
노엘은 한평생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영화는 끝까지 그를 해체하지 못한다. 이리저리 시선을 교차시키고 사건을 찢어보아도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노엘조차 본인을 음악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자신을 때리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사랑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동생이 있는 시절 속에서 그는 자신과 숨바꼭질하며 자라났다.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는 것은 스스로에게 쓰는 헌정 시일 때가 많았다. 혼란스러운 자신을 굳이 상세화하지 않았기에 노랫말은 모두가 각자의 사정을 안고 듣게 된다.
How many special people change? 얼마나 많은 특별한 사람들이 변할까?
How many lives are living strange?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Where were you while we were getting high? 우리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을 때 넌 어디에 있었어?
… (중략)
But you and I, we live and die 그렇지만 너와 나는 살다가 결국은 죽게 돼
The world's still spinning 'round, we don't know why 세상은 계속 도는데 우리는 왜 그러는지 몰라
Why? Why? Why? Why? 왜 그러는 걸까?
오아시스의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마지막 트랙, 〈Champagne Supernova〉의 시작은 삶과 날에서의 노엘의 질문을 그대로 담아낸다. 매일같이 싸우는 것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늘 마약과 담배를 곁에 두며 살았다. 강하게 살아야 했던 노엘을 한 움큼 유화 시킬 수 있는 그것들은 노엘의 불을 지피기도, 때로는 꺼뜨리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을 긍정하고 싶진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 앨범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분명히 장작이 되어주었다는 것.
오아시스의 주축이 갤러거 형제임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오아시스를 논할 때 갤러거 형제만을 논해서는 그들 전체를 아울러 이해할 수 없다. 메인 기타리스트 본헤드, 노엘을 영입한 베이스 귁시, 드러머 토니와 앨런은 갤러거 형제와 마찬가지로 포탄 같은 멤버들이었다. 높은 무대에서도 지하 연습실에서도 폭발하듯 연주하고 소리를 뿜어내는 그들을 조명하면서도, 영화는 그 내부에서의 관계성을 놓치지 않는다. 공황장애를 앓아가던 귁시와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력으로 골머리를 앓게 한 토니. 함께 박동하고자 했지만, 다른 곳을 가고 있었던 오아시스는 엔진을 종종 갈아 끼워야 했다. 어떤 엔진을 써도 결국엔 무대로 향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슈퍼소닉〉은 수미상관의 엔딩으로 영화를 종결시킨다. 공영 주택단지의 작은 지하 연습실, 음향이 잘 돌아가지 않는 녹음실에서의 그들을 영국 인구 1/20이 매표에 참여한 공연으로 돌아오게 한다. 또다시 드럼 소리에 심장 박동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리암은 넵웨스에서 수십만 개의 눈을 마주하며 우리와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해낸 것이라고 말한다. 카메라는 관객의 눈으로, 그리고 오아시스의 눈으로 넵웨스를 둘러본다. 오아시스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오아시스는 나의 오아시스가 된다. 그들은 서로의 원더월이 되어주었을까. 멀어지는 카메라를 보며 영화를 덮고 Wonderwall을 흥얼거렸다.
And all the roads that lead you there were winding 너를 이끄는 길은 굽어 있고
And all the lights that light the way are blinding 길을 비추는 빛에 눈이 멀고 있어
There are many things that I would like to say to you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But I don't know how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I said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that saves me 난 어쩌면 네가 날 구할 사람 같았어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 넌 어쨌건 내 원더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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