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이상한 시공간
여성감독네트워크 WDN 영화제〈단편 섹션 3〉 스페셜토크 기록
일시 2025년 6월 15일(일) 오후 4시 상영 후
부제 우리만 아는 우리 마음, 우리도 모르는 우리 마음
참석 박상은, 조윤빈, 황슬기 감독
진행 차한비 리버스 기자
상영 〈밥상행사〉(박상은 감독), 〈무브 포워드〉(김나연 감독), 〈뮤즈〉(조윤빈 감독), 〈자유로〉(황슬기 감독)
*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은아 님의 기록입니다.
세상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헤아려지는 마음들이 있다. 시큰둥한 몸짓과 눈썹의 찡그림, 내쉬는 한숨과 꾹 닫은 입술에서 만들어지는 무형의 언어는 관계를 파고들며 균열을 일으킨다. 좋든 싫든,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마음을 맞닥뜨린 지금 이 순간. 피하지 않고 그대로의 나로 뚫고 나가는 정공의 여성들과 스페셜 토크를 함께 했다.
차한비 기자(이하 차한비): 우리만 아는 우리 마음, 우리도 모르는 우리 마음이라는 소제목으로 4편의 영화 같이 봤습니다. 어떤 관계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혹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 애매하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굉장히 가시처럼 분명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영화로 마주하셨겠다고 생각하고요. 그러한 결들에 대해서 오늘 감독님들과 깊이 있는 대화 한번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감독님들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상은 감독(이하 박상은): 안녕하세요. 〈밥상행사〉 만든 박상은입니다.
조윤빈 감독(이하 조윤빈): 저는 〈뮤즈〉를 연출하고 윤영을 연기한 배우 겸 감독 조윤빈입니다. 반갑습니다.
황슬기 감독(이하 황슬기): 안녕하세요. 〈자유로〉를 만든 황슬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차한비: 이 WDN 영화제에 참여하시면서 작품 상영뿐만 아니라 WDN의 회원으로서 여러 가지를 담당하시며 함께 결합을 하셨을 것 같은데 관객분들을 만나는 소감 조금 더 듣고 싶고요. 꽤 오래전 작품들을 다시 꺼내어서 관객분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소감도 궁금합니다.
황슬기: 오랜만에 WDN 영화제를 통해 관객분들과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저로서 굉장히 의미 있고, WDN 회원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이랄까? ‘좋은 동료들이 있구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여성 감독님들, 창작자분들이 있구나’ 느끼고 있어서 더더욱 이곳에서 상영하게 되는 게 더 기쁘게 느껴집니다.
조윤빈: 저는 작년 여름, ‘썸머프라이드시네마’로 인디스페이스에서 마지막 상영을 했었는데요. 이렇게 계절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인디스페이스에서 또 상영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WDN과 인디스페이스 너무 감사드리고요. 1년 만에 다시 보니까 여태까지 제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윤영’이라는 인물이 타인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이해가 안 된다 싶은 면모도 있을 정도로 느껴져서 그간 1년이 나에게 큰 무언가의 변화가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박상은: 저도 최근에 올해 2025년 2월에 공동체 상영 비슷하게 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만은 아니지만, 5년이나 지났는데 이렇게 상영 기회를 갖게 되어서 무척 감사하고 WDN 영화제라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WDN 회원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쑥스러운 마음으로 부끄럽게, 소심하게 시작했어요. 사실 〈밥상행사〉 이후로 영화 작품은 없어요. 〈밥상행사〉를 만들고 나서 많이 지쳤고 한동안 조금 조용히 지냈어요. 그러다가 WDN 활동을 하게 되면서 저에게 굉장한 에너지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많은 소모임에도 참여하고 있고, 동료들께 감사한 마음이 대단히 큽니다.
차한비: 오늘 이 자리에서도 다들 힘 받아 가시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저도 진행자로서 어느 때보다 객석에서 ‘잘한다! 잘한다!’의 눈빛을 보내주고 계셔서 더 마음 편히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는 질문은 직접 드려볼까 하는데요. 저는 감독님들이 이 표제 들으셨을 때 각자 어떤 감정들,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셨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저는 영화들을 보면서 ‘진짜 여자 마음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감독님마다 작업 당시에 탐구하고 싶었던 관계, 감정, 기분 같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깐 시계를 돌려서 어떤 것을 갖고 출발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상은: 사실 졸업 작품으로 단편 시나리오를 써야 했고 처음에는 이 이야기로 시작한 게 전혀 아닌 SF적인,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쓸 때 유정이라는 캐릭터는 그대로 있었거든요. 제가 참고로 영화 전공이 아니어서 시나리오라는 형식을 갖춘 글을 쓰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너무 어려워서 친구한테 이 시나리오 같지 않은 글을 읽어봐 달라고 했는데, 친구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냐?” 하면서 주인공인 유정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했어요. 그래서 제가 술자리에서 ‘유정은 매일 이런 고통을 받고 있어’라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더니 그걸 시나리오에 쓰라 말해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여서 얘기하자면 당시 18년 말 무렵에서 19년 이맘때에 썼어요. 당시에 제가 집에서 저녁밥을 먹는 시간이 매우 많았어요. 사실 그전에는 학교생활 혹은 회사에 다니느라 늦게 집에 들어왔기 때문에 저녁 식사 때에 집에 없었고, 여전히 본가에 살고 있지만 부모님과 전쟁터 같은 저녁상이 있는 줄 몰랐었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마주하고 1년이 되니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어요. 그 스트레스와 당시에 일어났던 많은 여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삿거리도 너무 많았고, 그런 것들이 겹치면서 분노가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분노 게이지가 올라간 상태로 작업을 해서 끝나고 나니까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차한비: 분노가 많은 순간의 동력이 되어 주죠. 분노가 사라질 만하면 또 다른 분노가 피어나기 때문에 아마 곧 작업을 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윤빈: 저는 평소 관계에 대해서 많이 들여다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친구와의 관계, 아니면 연인과의 관계, 그리고 저의 관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내 마음은 뭘까’, ‘저 사람의 마음은 뭘까’, ‘이게 감정일까? 욕구일까? 아니면 어떤 평가일까?’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영화도 친구와의 관계 내에서 감정을 세밀하게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만들게 됐던 영화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 단계나 영화를 만들고 나서도 많이 하시는 질문들이 ‘수진은 윤영을 좋아하냐?’, ‘윤영은 수지를 좋아하냐?’, ‘이것은 사랑이냐? 우정이냐?’라며 받곤 하는데, 사실 그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어서 영화를 통해 펼쳐 보이고 싶었던 것이에요. 그런 마음과 욕구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황슬기: 저는 항상 중년 여성과 장년, 노년 여성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 시나리오를 처음 쓰게 될 즈음에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성격도 다른 두 중년 여성의 잊지 못할 하루를 그리고 싶은 생각에서 쓰게 됐고요. 하루 동안 두 여자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몰랐던 모습을 이해하는 과정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차한비: 〈자유로〉 공개 당시에 관람하면서 ‘우린 정말 델마와 루이스를 이룰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두 캐릭터의 대비가 크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외모적인 면에서는 묘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같은 단발이지만 한 사람은 생머리, 한 사람은 곱슬. 둘 다 셔츠를 입었지만 한 사람은 민무늬, 한 사람은 꽃무늬. 이런 식으로 화면 속에서 어떤 그림을 계속 보여주려고 하시는 건지 궁금했는데요, 작업 당시에 의상이나 배우분들한테 대화 톤과 같은 요소들에 대해서 감독님이 요청했던 부분이 따로 있었나요?
황슬기: 네. 기자님이 정말 잘 봐주셨어요. 의상은 일부러 구분을 두려고 했어요, 화려한 패턴의 옷을 주희가 입었다면 여진은 밋밋한 스타일의, 혹은 작업복에 가까운 옷을 입기를 바랐는데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조금은 화사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조감독님이 노란색으로 잘 골라줬어요. 그리고 헤어는 김정영 배우님께 단발이면 좋을 것 같다 싶어서 말씀을 드렸고, 이지아 배우님은 당시에 이미 스타일이 캐릭터와 찰떡이어서 “더 이상 하실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함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한비: 조윤빈 감독님께서 앞서 소감을 얘기하실 때 윤영은 나와 먼 타인 같다고 하셨는데 당시에 각본과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직접 소화를 하셨어요. 이런 결정을 내렸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윤빈: 사실 저는 영화 학교를 진학하기 전부터 연기를 먼저 했어요. 이후 진학하고 작업을 하면서 당연히 저도 배우다 보니 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게 되잖아요. 그런데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고 조연출, 촬영 감독님과 같이 고민해서 결정하는데 매번 제 영화 오디션에 떨어졌었어요. (웃음) 매번 지원하고, 다른 배우들이랑 똑같이 리딩하고, 촬영하면서 상대 배역이랑 다 맞춰보고요. 계속 떨어지다가 이번 졸업 작품에 간신히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반대가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잘 뚫고 캐스팅이 돼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이번 〈뮤즈〉는 쓸 때부터 ‘내가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쓰지는 않았고요. ‘내가 할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아요. 당연히 윤영과 딱 맞는 배우가 나타나면 그 배우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엄청 짧아서 많은 배우를 만나지 못했고, 그중에서 제가 제일 나았던 것 같아요. (웃음)
차한비: 늦었지만 캐스팅되신 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박상은 감독님께도 캐스팅 비화를 여쭤보고 싶어요. 영화를 보면 볼수록 왠지 장편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끌어내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 이상한 긴장감들을 배우분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손수현 배우님의 굉장히 지긋지긋해하면서도 꾸역꾸역 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오민애 배우님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최 속을 모르는 느낌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오민애 배우님의 가지 대사를 참 좋아하거든요. 가지를 찾다가 ”가지가지 하는 우리 딸“이라는 대사를 맛깔나게 살리시는 걸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요. 두 배우님을 어떻게 모녀로 등장시킬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두 배우님들의 반응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상은: 사실 시나리오 쓰면서 엄마 캐릭터에 대해서 배우를 선상에 올려놓고 시작하지 않았고요. 주인공 유정에 대해서는 그 나이 또래 배우님들 생각하다가 결정이 된 거였고, 제가 직접 DM을 보내서 캐스팅이 진행되었습니다. DM을 보냈는데 너무 좋게 반응해 주셨고, 바로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죠. 왜냐하면 손수현 배우라는 자체가 이미 전부터 유명하셔서 ‘내가 이걸 보냈다고 읽기는 할까’ 이런 마음으로 보냈거든요.
그리고 〈밥상행사〉를 더 잘 준비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해주셨어요. 사실 비화가 있는데, 원래 다른 스태프들과 준비하고 있었다가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서 한번 엎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스태프들이 다 남자였어요.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남자 스태프들에게 제가 이 시나리오를 설득하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었어요. 그래서 스태프들의 분위기를 미리 촬영 전에 안내하는 게 맞다 싶어서 말씀을 드리니 아까와 같이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원해 봐라, 이 영화는 돈을 받고 찍어야 한다’라며 응원을 해주셔서 스케줄도 미루면서 지원사업도 내봤어요. 물론 울산국제영화제 제작지원 선정작이 되기 전에 촬영을 했지만요.
오민애 배우님은 손수현 배우님 덕분에 알게 된 스태프진 중에 다른 작품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어서 소개를 받아서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대스타분들과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죠.
차한비: 손수현 배우님이 총괄 프로듀서처럼 함께해 주시면서 영화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지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같이 고민해 나가셨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객: 〈자유로〉는 꽤 몇 년 전에 봤었는데 한 번 더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두 캐릭터 간의 묘한 케미스트리가 다르게 읽히는 것 같더라고요. 엔딩과 택시 기사, 말씀하신 헤어 설정도 그렇고요. 단순히 어떤 우정의 느낌보다는 약간의 퀴어 코드를 생각하고 세팅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오늘은 특히 더 많이 들었는데 혹시 그런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조윤빈 감독님의 개구리 문신은 정말 감독님의 문신인가요?
조윤빈: 스티커입니다. 당시에 진짜 내가 문신을 한다면 어떤 걸 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제가 정말 개구리를 싫어해서 그 생각이 그냥 담겼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은 늘 변하는 것 같은데 개구리를 싫어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개구리를 새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쓸 땐 그렇게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고요. 촬영하고 나서 개구리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하고, 영화를 다시 보다 보니 결국은 윤영이가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몸에 새겨져 있고 바꿀 수 없지만 본인은 싫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계속 감추고 있다가 수진과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나는 점들이 저도 나중에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차한비: 레즈비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바지씨’들의 직업에 택시 기사가 항상 존재했었기 때문에 〈자유로〉를 보면서 ‘오랫동안 혼자 사랑했던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황슬기 감독님께서도 당시에 그러한 생각을 하셨었는지 궁금해요.
황슬기: 다들 예리하신 게 시나리오를 여러 번 고치면서 어떤 버전에선 둘의 전사가 중•고등학교 때에 연인이었던 설정이 있었어요. 그것을 발현시킨 시나리오 버전이 분명히 있었는데, 수정을 거듭하고 그 부분에 다른 사건들이 들어오면서 조금 희미해졌어요. 대신 여전히 남아는 있어서 현장에서 배우님들이 “야, 우리 사귀는 거 아니야?”라며 농담처럼, 진담처럼 얘기를 해주셔서 원래 어떤 버전에 그런 전사들이 있었고, 지금은 조금 다른 방향이 되면서 희석되었다고 설명해 드리기도 했어요. 정말 예리한 질문이어서 저도 잊고 있던 그 버전이 확 상기돼서 생각났어요. 너무 기쁩니다.
차한비: 여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가 어딨습니까? 어느 한쪽은 마음을 숨기고 있으니까요. (웃음)
관객: (박상은 감독에게) 〈밥상행사〉의 시나리오 첫 작업 당시 SF 소재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술자리의 얘기로 영화에 변화가 생겼잖아요. 그런데 저는 〈밥상행사〉안에서 SF적인 부분을 보게 돼서 ‘어떤 소재가 더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소재들이) 어떻게 합쳐져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조윤빈 감독에게) 연기와 감독의 역할을 동시에 하셔야 했는데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모니터링하고, 본인의 연기를 어떻게 판단하셨는지 그리고 연출의 방법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박상은: 오래전에 썼던 거라 〈밥상행사〉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가 되기 전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흐릿해져서 설명해 드리기가 조금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냥 SF 장르의 영화를 좋아해서 그냥 막연히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라 유정이라는 캐릭터는 저 자신과 다름이 없거든요. 그래서 유정이도 SF적인 상상력을 가진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무언가를 쓰는 사람으로 설정했어요. 이런 유정이라는 캐릭터가 그런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답답한 순간을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 어떻게 상상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중간에 SF적인 상상으로 넘어가는 건 진짜 최종 단계에서 나왔어요. 밥을 차리는 실제 장면에서는 굉장히 정신이 없잖아요. 그 가운데서 리얼하게 싸우는 톤의 목소리로 서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진지하게 마주 보고 앉아 대화하면서도 이질감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구현이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니”,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의 대사들은 정말 중요하니 정적이고, 굉장히 다른 분위기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 설정이 먼저 있었고, 유정이가 SF 소재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니까 표현도 SF적으로 되었습니다.
차한비: 보통 감독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분들이 자기 연기에 제일 신경을 덜 쓰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배우들에게는 기회를 굉장히 여러 번 주는데 본인은 웬만하면 OK하고 넘어간다는 식으로 얘기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조윤빈 감독님은 욕심 많이 내셨나요?
조윤빈: 제가 테이크를 제일 많이 갔어요. 갑자기 반성하게 되네요. 왜냐하면 이진하 배우와 전인기 배우는 너무 잘해요. 같이 욕조에서 씻은 다음 날 아침에 기타를 치면서 곡을 쓰는 신이 이진하 배우와 같이 찍은 첫 신인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원래도 잘하는 친구이지만, 리딩 때에 톤을 맞추면서 ‘뭔가 제가 원하는 느낌과 다르다’하면서 리딩도 많이 하며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가 촬영 날에 오니 갑자기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저도 연출과 연기를 같이 하는 건 처음이라 사실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딘가 의지할 데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다행이었던 건 참여하는 스태프들이 다 영화감독과 연출을 하는 친구들이었어요. 아무래도 재학 시절에 찍은 작품이다 보니까 스크립터, 조연출 등 자기 작품을 연출하는 친구들이어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계속 같이 봐줬어요. 3회차 때 찍은 신이 된장찌개 먹는 신이었는데 그때쯤에는 손발이 착착 맞았고, 저도 스태프를 믿으면서 그냥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점점 맞춰나갔던 것 같습니다.
차한비: 이 세 편의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쉽게 ‘연대’라는 키워드로 묶지 않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나도 있고 너도 있지만 우리로 만들어버리지는 않는 것 같은, 연출자의 결정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한 관계를 설정하는 데 어떠한 생각의 과정들을 거치셨을지 궁금했어요. 영화의 어떤 부분을 부각해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건지도요.
황슬기: 여진과 주희가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냈기 때문에 쉽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고, 또 자신도 모르는 행동으로 무마가 되는 그 지점을 〈자유로〉에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말로는 이렇게 얘기하지만 영화로 담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관계라는 게 어떤 한순간으로 망가지기도 하지만 그걸 복구하는 거는 상당히 어렵잖아요. 깨진 유리잔을 다시 붙일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여진과 주희는 약간의 균열이 생겨도 자신들만의 용기와 선택으로 그 균열을 딛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믿음을 갖고 〈자유로〉를 만들었고, 제 믿음이 이 관계 속에도 녹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찍었던 것 같습니다.
조윤빈: 학교생활과 단편영화 작업을 계속 이어 오면서 그 당시 몇 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를 매년, 매 과제마다 생각하던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졸업 작품을 찍어야 하는데 이걸 가져가도 거절당하고 저걸 가져가도 퇴짜 맞다가 그럼 내가 진짜 찍을 수 있는 건 뭔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뭔지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회귀해서 〈뮤즈〉를 쓰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저도 창작자고 주변 친구들도 각자 다른 음악이라든지 혹은 다른 분야의 글을 쓴다든지하는 여러 창작자들이 많이 있다 보니까 고민을 많이 나누게 됐어요. 비슷한 경험들이 계속 쌓여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쓰게 됐던 것 같아요. 결국은 수진과 윤영의 고민이 맞닿아있고 엮이는 부분들이 있지만 늘 우리가 분명한 연대로 묶이지는 않잖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현실이 반영된 것 같아요.
박상은: 당연히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다름이 있잖아요. 가부장 제도 안에서 여성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라든지 그런 것들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전혀 아니고요. 말 한마디로 해결되지도 않고,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봉합되는 상태가 절대 되지 않게 쓰고 싶었어요.
그 안에서 간편하게 설정할 수도 있었어요. 그냥 아빠가 더 폭력적으로 나오고 딸들과 엄마가 연대해서 행복하게 끝난다든지 아니면 더 잔치하는 날로 설정한다든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그냥 보통날 중 하나의 일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잠깐 나오는 동생과 유정, 그리고 엄마의 생각이 다 다르지만 그래도 엄마의 생각이 유정과 동생에게도 흐르고 있는 상태를 상상했던 것 같아요.
차한비: 각각의 작품이 갈등을 보여주고 전개해 나가는 방식도 굉장히 각양각색이었던 것 같아요. 연출자로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어디라고 생각하신 장면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황슬기: 저는 여진이 태수를 후드려 패고 어떤 마음이 발생해서 다시 돌아가는 장면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찍는 게 더 나았을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던 장면이라 참 어렵고도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여진이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내는 촉매가 뭐였을까?’ 이게 스스로 시나리오 쓰면서 현장에서도 많이 고민하고, 배우님들이랑도 굉장히 많이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조윤빈: 사실 이 영화의 출발 자체가 그 욕조 장면이거든요. 제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집에 있는 욕조를 보고 ‘여기서 영화를 찍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일단 여자 2명을 앉혀놓은 다음 마주 보게 하고 그런데 둘이 연인은 아닌. 욕조의 물이 찰랑찰랑한데 그런 관계의 여성 둘을 내가 꼭 앉혀놓고야 말겠다는 욕망에서부터 출발했어요. 그리고 그 장면이 둘의 관계가 어떤 기점을 넘어가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박상은: 영화 안에서 파편적으로 상상인지 과거의 어느 날인지 헷갈리는 장면들이 있어요. 중간중간 엄마를 와락 뒤에서 안는다든가 화를 낸다거나 혹은 SF처럼 보이는 신들이 상상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저는 그 장면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시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설정을 한 거였어요. 안아주고 싶은 마음과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도 답이 없고 “그럼 누가 하니?”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은 그 장면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관객: 〈밥상행사〉안에서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마냥 힘들어하기보다는 정성스레 차리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느꼈고, 특이하게 어머니가 남편을 정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장면이 조금 의아하게 다가왔어요. 굉장히 무심한 남편에게도 “뉴스를 안 틀어놨네, 내가 틀어줘야 했는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희생이라고 느끼기보다는 너무 사랑해서 눈치를 본다고 느껴졌어요.
보통 부모님들은 자녀를 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더 걱정하기 마련인데, 제가 느끼기에는 반찬을 남편 쪽으로 더 밀어주는 행동 같은 것들이 〈밥상행사〉안에서 혹시 가부장제를 더 부각하기 위해서 일부러 설정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상은: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저의 뮤즈는 저희 어머니였습니다. 정말 사실 그대로인데 저희 엄마가 실제로 아빠를 〈밥상행사〉처럼 굉장히 비슷하게 챙기세요. 물론 오민애 배우님이 연기하시면서 조금 다르게 표현된 것도 분명히 있지만, ‘반찬은 이쪽으로 더 밀어놓는다.’, ‘TV를 미리 안 켜놨다’ 이런 행동은 저희 엄마 기반한 내용이었어요.
엄마가 젊었을 때 시부모님과 함께 산 세월이 있었고 직업도 있었어요. 내조의 모범적인 모습을 시어머니께 배웠기 때문에 엄마에게 박힌 생각은 ‘가부장을 잘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행동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건 사랑이라고 느끼면서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그런 것만은 아닐 수 있는데, 엄마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덧붙여서 얘기하자면 분주하게 밥상을 차리고, 반찬도 굳이 남편 쪽에 놓으면서 딸이랑 실랑이하는 장면들도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에요. 그 장면들의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던 이유는 가부장적인 면을 살리고 싶은 것도 있었고 부모님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차한비: 한 집의 구성원마다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 꽤 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특히 ‘엄마’라고 하는 사람들, ‘아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이 때로는 이렇게 표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관객: (황슬기 감독에게) 화면 안에 구조와 색감 같은 것들이 영화의 어떤 요소로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껴졌어요. 대사가 없는 순간에 포착하기 어려운 감정선들을 배우님이 연기 하시고 그것을 연출자가 편집의 기술이나 연출의 방법을 통해 어떻게 담아내셨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영화 제목들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차한비: 질문하신 것처럼 〈자유로〉는 침묵에 여러 가지 것들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해요. 두 편의 영화도 공통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연출자 입장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셨는지, 제목이 탄생한 이유까지 같이 말씀 부탁드려요.
황슬기: 제목이 미정이었어요. ‘택시 드라이버’라고 적었다가 어느 날은 ‘가제’라고 하다가 인천공항으로 로케이션을 보러 가는데 ‘제2 자유로’라는 표지판을 본 거예요. 여진과 주희가 어디론가 엔딩으로 가는 길이 자유롭다는 느낌으로 제목이 〈자유로〉가 됐어요.
그리고 〈자유로〉는 사실 상대적으로 대사가 좀 많은 편이에요. 이것저것 설명해야 하고, 알려줘야 하는데 시나리오를 여러 번 고치면서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대사들을 대부분 다 지웠어요. 대신 지워진 자리에는 배우님들과 얘기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여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따로 보내드렸고, 주희도 태어나서 어떻게 결혼하고 이 친구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왔는지에 대한 과정을 각각 보내드렸어요. 시나리오에서 대사가 많이 삭제된 부분이 있다는 걸 배우님들이 잘 이해해 주셔서 영화 속에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배우님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냥 에피소드인데 제일 대사가 많았던 신이 돈가스 먹는 장면이거든요. 하루 반나절을 돈가스를 먹으면서 데이트 폭력에 관한 이야기와 “너 왜 그렇게 사니” 이런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장면인데 통으로 삭제됐어요. 왜냐하면 전체 영화에서 그 장면이 대사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과감하게 한 5분 정도 되는 신 전체를 삭제하고 넘어갔는데 그때는 ‘설명이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내심 불안함도 있었지만 대사가 다 사라지니까 속이 시원한 마음이 들면서 영화를 완성했던 것 같습니다.
차한비: 공항이나 도로, 카센터처럼 단편영화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로케이션을 많이 사용하셨잖아요. 로케이션 섭외에 감독님만의 비법이 있으신가요?
황슬기: 열심히 걸어 다녔던 것 같습니다. 〈자유로〉 만들 때가 이제 10년이 됐어요. 지도도 지금은 너무 잘 돼 있지만 그때는 정리하는 게 어려웠어요. 제가 일일이 어느 구에 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걸 반복하면서 먼저 조사한 다음에 스태프들한테 공유하면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조윤빈: 〈뮤즈〉도 처음 초고를 쓸 때는 무제였어요. 나중에 〈뮤즈〉라고 짓고 나서 ‘뮤즈’를 검색했을 때 이 영화만 뜨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뮤즈의 이름을 가진) 다른 것들이 뜰 거 아니에요. 그게 조금 싫은 거예요. 그래서 다른 제목을 짓고 싶어서 ‘욕조 안의 개구리’ 이런 것들 내보고, 중간에 바꿔도 봤는데 다들 ”그거 아니다”라며 반대가 되게 많아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뮤즈〉로 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제일 맞는 제목이었다는 생각을 발표되고 나서 했어요.
눈빛이나 (감정선) 이런 것들 당연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의 관계와 오고 가는 감정들은 말로 당연히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사전에 이진하 배우와 만나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이진하 배우는 되게 소탈해요. 소탈하고, 털털하고, 수더분한 친구인데 딱 촬영에 들어가면 갑자기 늑대 같은 그윽한 눈빛을 잘 표현해 줘서 이진하 배우의 덕을 크게 본 것 같습니다.
박상은: 저도 〈밥상행사〉를 치면 ‘밥상’이 먼저 떠요. ‘밥상’하고 ‘밥상 나눔 행사’ 이런 것들이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확고한 제목이었어요. 행사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었던 이유가 당시에 제가 조교를 한 지 얼마 안 됐을 시절에 항상 “오늘 행사 하나 치렀다”, “오늘 입시 행사 끝났다” 이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행사를 치르고 속이 다 시원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리고 큰 압박감을 주는 내용인데 밥상이라는 것도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았어요, 엄마한테도 저한테도.
사실 이 영화 안에서는 딸과 엄마가 그다지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은 없어요. 보지 않은 채로 뭔가를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것 또한 그 공간의 기류잖아요.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류 같은 것들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한비: 마지막으로 오늘 함께한 소감과 더불어 감독님들의 다음 작품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쯤일지, 어떤 것을 하고 계시는지 근황도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상은: 단편영화를 만든 감독님들은 항상 목말라요. 왜냐하면 오늘처럼 길게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는 에너지도 느껴졌어요. 그리고 네 편의 영화가 참 좋은 흐름으로 함께 상영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고요. 다음 작품은 계속 상상만 하고 있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어요. 저의 창작 연대기를 바라보는 에세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요, 생각만 있고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차한비: 어떤 감독님은 영화 만드는 게 너무 힘들면은 GV하는 걸 상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풍경 잘 담아서 상상하시면서 작업 계속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조윤빈: 인사 때 소개를 못 드렸는데 〈뮤즈〉의 가장 히로인인 촬영 감독님이 오늘 처음 스크린으로 보러 와주셨어요, 뒤에 계시는데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고요. 사실 지금은 연출 활동보다는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신촌 극장에서 〈놀이터에서〉라는 공연을 하고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필름 젠더 제작 지원작인 〈내게서 무엇을 보나요〉라는 작품에 아주 잠깐 지나갑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가시는 분들 많을 것 같아서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보시면 재미있으실 것 같고요. 지금 제가 연출보다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오히려 연출과 거리를 두고 있어서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욕망을 마음 편하게 발견하게 되는 순간들이 최근에 많았어요. 아마 너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연출로도 인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혼자 기대를 해보고요. 연출이든 연기든 계속 영화 열심히 할 테니까 또 좋은 기회로 만나 뵙게 되길 바랍니다. 오늘 반가웠습니다.
황슬기: 오랜만에 〈자유로〉 상영하면서 관객분들 만나게 된 게 너무 기쁩니다. 같이 상영한 감독님들 작품도 정말 마음이 촉각으로 느껴지는 작품들이라서 함께 상영하는 게 너무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관객분들과 얘기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저는 앞 장편 섹션에 상영하신 윤가은 감독님의 앤솔로지 단편작의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고요. 그리고 〈홍이〉라는 작품의 개봉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을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고요, 틈틈이 남는 시간에는 다음 작품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또 뵙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을 어떻게 잘 들으셨나 모르겠네요. 오늘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차한비: 〈홍이〉 가을에 개봉하니 그때 또 극장에서 같이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극장에서 뵐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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