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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반짝다큐페스티발] 폐막식: 당신과 나의 현장으로

by indiespace_가람 2025. 6. 14.

당신과 나의 현장으로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폐막식에 다녀온 후



지난달 30일(금)에 개막한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이 지난 1일(일) 짧고도 반짝였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반짝다큐페스티발은 국내 유일의 비경쟁 중·단편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현장 다큐멘터리에 대한 담론을 중심으로 각자의 ‘현장’에 관한 정의와 자유로운 사회적 발언을 토대로 다양한 실험적 다큐멘터리를 발굴하고 소개한다. 어느덧 더워지기 시작한 6월의 초입, 반짝다큐페스티발의 현장으로 향했다.

사진출처: 반짝다큐페스티발 SNS @twinkledocumentary


낯설게 하기

일상이라는 익숙하고 평범한 것을 낯설고 생소한 방식으로 보는 일은 우리에게 친숙함에 가려 지나친 다양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한다.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고, 인디즈 활동을 하면서 어느덧 일상으로 편입된 공간인 인디스페이스를 ‘반짝다큐페스티발’ 이름 아래 다시 바라보았을 때 낯선 거리감을 느꼈다. 이 어색한 낯섦은 일상의 공간인 이곳에서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갖고 가게 되리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익숙한 걸음을 옮겨 도착한 인디스페이스에는 평소와는 다른 정서로 가득 차 있었다. 북적이는 말소리는 마치 그곳의 모두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기도, 동시에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말로 가득 채워진 극장의 매표소 앞에서 나는 낯설어진 기분과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친근한 기분을 동시에 느꼈다.

 


호흡

‘실험, 발굴, 호흡’이라는 영화제의 슬로건처럼, 올해 선정된 작품들은 극장에서 저마다의 빛으로 반짝였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가 나누어야 할 이야기를 감독만의 시선으로 발굴해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들은 극장에서 저마다의 숨으로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었다. 
극장을 가득 채운 자유로움과 연대의 공기는 단지 영화 속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작품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었고, 각 GV마다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이 함께하는 모습은 너무도 당연해서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읽을 수도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극장에서 동시에 읽고, 보고, 소통할 수 있는 공동의 현장은 더욱 빛났다.

 


당신과 나의 현장

상영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반짝다큐페스티발’은 현장의 이야기로 막을 내렸다. 개막작으로 해외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연대’의 의미를 나누고, 영화제 기간 동안엔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그리고 마지막엔, 우리가 여전히 만나지 못한, 그러나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으로 여정을 갈무리했다. 
‘현장, 연대 그리고 다큐’라는 이름으로 열린 폐막 포럼은 각자의 자리에서 현장을 만나온 창작자들과 그런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이들이 모여 ‘현장’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인상 깊었던 지점은 집단과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인식되어 온 전통적인 ‘현장’의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러한 현장의 이야기는 우리가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막힌 숨이 터지는 순간을 위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것을 순간으로 남기지 않고 포착하여 기록하고, 그 기록은 우리에게 또 다른 숨을 쉴 수 있는 순간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포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카메라를 들 수 있고 영화보다 가까운 미디어가 존재하는 시대에 우리는 왜 하필 영화를 선택한 것일까?
반짝다큐페스티발이 포럼을 통해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지난한 현장을 찍기 위해 더 지난한 과정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짝다큐페스티발의 3일간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였던 이유는 영화라는 매체가 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그 시간과 공간에 함께 붙들어두는 힘을 지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당사자성이 필수적이지 않은 개인 혹은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 역시, 여전히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보며 시작된 여정은, 반짝이는 영화들과 관객들의 호흡으로 이어졌고 당신과 나의 현장을 다시금 마주하게 했다. 이 모든 과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다.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현장을 살아내기에 바쁘고, 미디어의 공동체성마저 희미해진 팍팍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그런 날들 속에서 짧고도 반짝였던 3일은 오래도록 잊기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극장을 나서는 길, 반짝이는 시간을 껴안고 바라본 익숙한 거리는 전보다 조금 더 다정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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