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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5. 2 영화로 기억된다는 것은

by indiespace_가람 2025. 3. 11.

 [인디즈 소소대담] 2025. 영화로 기억된다는 것은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 강낭콩, 완두콩, 땅콩, 검은콩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봄을 얼마 남겨두고 문득 작년 이맘때의 우리를 떠올려본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항상 영화의 곁에 함께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듯 우리의 시간은 영화로 기억되고 다시 회상된다. 오늘도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영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을 떠올린다. 내년에도 지금 이 순간이 영화로 기억되고 이야기되기를 바라며.

 

 

*2025년 2월에 극장에서 만난 영화들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

 

[리뷰]: 명명하지 않는 자유(김민지)

[단평]: 이토록 낯선 얼굴(김윤정)

[뉴스레터]: Q. 🧑🏻 날 닮은 너, 너 누구야? (2025.2.12)

 

강낭콩: 보통 영화를 볼 때 한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게 되잖아요, 저는 처음에는 극단 연출가인 해영에게 이입했다가 점점 이상한 여자인 혜리의 입장에서 보게 된 순간이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혜리라는 애, 이상하니까 믿지 마하면서 혜리를 의심하게끔 만드는 상황을 계속 주는데 혜리는 이상한 아이라는 증거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 또한 계속 의심 어린 눈으로 영화를 보다가 이제는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어떤 확신이 제 안에서 들었던 것 같아요. 재밌었던 건 영화가 끝에 가서도 판단의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계속 알쏭달쏭한 채로만 둬서 관객들도 끝까지 믿을까 말까, 진짜가 뭘까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었어요. 처음에는 영화가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을 바라보는 판에 박힌 시선으로 전개되지 않을지 걱정하기는 했는데요, 제 예상을 다 비껴 나가면서 마지막엔 결국 이 영화가 나에게 여러 의미를 주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땅콩: 우리가 항상 익숙하게 받아 들였던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들이 그 사람이 진짜 가지고 있는 성질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하게 보였던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게 이미 제 머릿속으로 정해져 있어서 익숙하게 봐왔던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의 정면이나 측면을 볼 때 이 모습은 처음 보는 모습 같은데하면서 이 사람의 새로운 면을 포착한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영화에서 혜리가 바로 그런 인물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보고 싶은 대로만 혜리를 바라보면서 본인이 처음 보는 모습에는 낯설어한 것처럼요.

 

강낭콩: 내 안의 편견이 얼마나 가득했나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였어요. (웃음) 한 단원이 극단을 나가면서 출연료를 안 줬다고 소송을 거네 마네 해서 극단 대표가 계약서도 안 쓰지 않았냐고 하니까, '극단에서 누가 계약서를 쓰냐'면서 갈등이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연기 학원에는 연기 배우러 돈 내고 가면서 극단은 단원들에게 연극을 돈을 주면서 알려주고 있는데, 하는 식의 대화가 오갔는데 연극판에서 정말 있을 법한 현실적인 대사들이어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땅콩: 저도 그 부분이 좋았어요. 출연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입장에서도 사실 되게 구차하고 치졸해 보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스스로 의 행동이 구차해 보인다는 마음과 출연료를 받아야만 하는 마음이 갈등하면서 이 마음이 한 사람 안에 다각도로 공존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강낭콩: 독립영화를 보는 재미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꾸며진 허구의 이야기라기보다 내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주변 사람 이야기 같기도 한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인 점이요. 동시에 내가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느낌이랄까요. 결론, 내가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진 않았나요? (웃음)

 

 

 

〈정돌이〉

 

[리뷰]: '세상의 고통'을 치료하는 방법(이지원)

[단평]: 시대를 통과한 얼굴들(김민지)

[뉴스레터]: Q. 🍚 한국인은 밥심? (2025.3.5)

 

강낭콩: 정돌이의 유년 시절까지 정돌이의 삶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줬던 많은 사람의 인터뷰가 나오는데요, 이 흐름이 학생운동의 역사를 같이 따라가요. 이게 왜 좋았냐면, 지금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우리가 많은 걸 고려하게 되잖아요, 이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내가 도움을 줬는데 이 사람이 나를 기억조차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 이해타산을 따지게 되는데요. 영화에는 그 당시에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고 남에게 도움을 준 이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분들의 마음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현재에도 여전히 도움을 건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서 인상적이었어요.

 

 

 

〈두 사람〉

 

[리뷰]: 나를 건너 너에게로(김윤정)

[단평]: 함께 춤추고 돌보는 사랑(안소정)

[인디토크]: 사랑과 돌봄(김지윤)

[뉴스레터]: Q. 💪 용기가 필요할 때? (2025.2.26)

 

완두콩: 영화제에서 못 보다가 이번에 처음 봤는데 너무 따뜻한 영화였어요. 요즘 독립영화에 자주 나오는 가족의 형태가 파괴되는 형식이 좋으면서도 약간은 지쳐 있을 때쯤, 감독님께서도 이상적이라고 말하실 만큼 두 사람에서는 너무 안온한 가족의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좋았고 두 분이 지내는 일상이 정치적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또 한 번 다큐멘터리라는 매체가 좋아졌던 것 같아요. 실제로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분들의 모습을 보는 게 오히려 저는 더 감정적으로 많이 와 닿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강낭콩: 두 사람의 영제는 ‘Life Unrehearsed’라고 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이고 삶은 리허설이 아니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라는 영화 속 수현님께서 하셨던 말씀에서부터 나오게 된 제목이라고 하는데 뭔가 큰 깨우침을 얻은 것 같았어요.

 

 

*독립 다큐멘터리에 관한 생각들

땅콩: 이번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큐레이션에 참여했을 때도 선정작에 다큐멘터리가 되게 많았잖아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이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세상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두콩: 삶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극영화를 보면 상상에만 그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다큐멘터리는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거든요.

 

강낭콩: 그런 맥락에서 저는 큐레이션 작품 중에 두 사람을 위한 식탁열 개의 우물이 떠올라요.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여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관계나 사회가 보여서 이런 삶들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약간의 안도감을 준다고 해야 할까요.

 

검은콩: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다른 사람들도 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점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도 많잖아요, 저는 이른 새벽에 나와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그때부터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독립 다큐멘터리에 더 마음이 가고 정이 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게 슬며시 보이는 경험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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