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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숨〉: 삶의 뒷모습 응시하기

by indiespace_가람 2025. 3. 24.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일상의 풍경

〈숨〉그리고 〈벗어날 탈 脫〉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숨〉 스틸컷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눈앞에서 움직이던 인물들이 멈추고 흐르던 음악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그 순간을 ‘끝’이라 부른다. ‘끝’을 두려워하는 이도, 받아들이는 이도, 기다리는 이도, 무시하는 이도 ‘끝’의 순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이번 단평에서는 ‘끝’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편의 영화, 〈숨〉과 〈벗어날 탈 脫〉을 소개한다.

영화〈숨〉 스틸컷


〈숨〉은 끝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 노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고민하고 준비한다. 많은 이들에게 죽음은 ‘멈춤’으로 받아들여진다. 더 이상 말하고 듣고 움직일 수 없는 것. 익숙한 삶의 모양을 유지할 수 없는 것. 삶이 끝나면 죽음이 시작된다는 말은 당연한 이치처럼 여겨진다. 영화는 죽음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방식으로 이를 타파한다. 각자의 이유로 죽음을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삶을 살아가며 죽음을 생각한다. 그들을 쫓다 보면 삶과 죽음을 나누는 딱딱한 경계는 사라진다. 삶은 죽음으로 흘러가고, 죽음 역시 삶에게로 흘러든다.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관객은 ‘삶-죽음‘의 연속성을 목격한다. 

영화〈벗어날 탈 脫〉 스틸컷


한편 〈벗어날 탈 脫〉은 미술작가 지우가 ‘정지’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우는 애니메이션 작가로,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를 막아선 건 정지의 순간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이야기는 끝난다는 것.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 지우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지우에게는 종종 ‘해변의 남자’의 환영이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이 바다에 뛰어든 남자의 마지막 모습을 찍었다고 믿고 있다. 사진 속에 ‘정지’해 있는 그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영화〈벗어날 탈 脫〉 스틸컷


지우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건 역설적이게도 사진 속에 멈춰 있는 남자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를 살려낼 수 없다는 데 절망했던 지우는 종국에는 자신의 방식으로 남자를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숨〉과 〈벗어날 탈 脫〉은 ‘끝’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죽음은 ‘단절’이 아닌 ‘전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삶의 끝에서 마주해야 할 무언가라기보다는 삶의 뒷모습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 작품 보러 가기: 〈벗어날 탈 脫〉(서보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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