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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소소대담] 2024. 6 '썸머 필름을 타고!'

by indiespace_가람 2024. 7. 3.

 [인디즈 소소대담] 2024. 6 ‘썸머 필름을 타고!’ 

*소소대담: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정기 모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원 님의 기록입니다.

 

참석자: 복숭아, 자두, 수박, 살구, 포도

 

 

우리의 여름은 영화로 기억된다. 6월의 끝자락, 여느 때처럼 마주 앉아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시간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새겨지는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쌓여가는 영화에는, 열정과 애정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화를 따라 서로를 들여다본다. 우리의 궤적은 영화라는 이름으로 겹쳐지고, 영화 안에서 순간은 영원이 된다.


*초여름의 영화들

 


〈미지수〉

[리뷰]: 상실의 기억과 공생하기(김예송)

[단평]: 너와 내가 마주할 때(이지원)

[인디토크]: 위로의 방식, 위로의 방향(김지윤)

[영화를 말하다]: 이돈구 감독 - 아이러니라는 세계(서민서)

[뉴스레터]: Q. 🌌 다시 만날 수 있을까? (2024. 5. 29)

 


복숭아: 〈미지수〉는 정말 미지수 같은 영화였어요. GV에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실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영화 속에서 위로를 전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으셨어요. 감독님은 위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저한테는 위로의 감정이 잘 와닿지 않는 느낌이 있었어요.

자두: 위로라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그 위로가 관객에까지 전달되었나’에 대해서는 의문이에요. 배우들의 연기는 다 좋았던 것 같아요. 박종환 배우도 좋았고요. SF적 요소가 돌출할 때, 조금 갑작스러운 느낌은 있었어요. 예를 들면, 어머니가 갑자기 총을 꺼내 들고, 건물이 붕괴하는 장면에서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복숭아: 제가 연기로 놀란 영화는 근래에 드물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특히 양조아 배우님과 박종환 배우님이 싸우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두 분이 싸우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길게 따라가는데, 그 장면만 빼서 단편으로 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수박: 사실, 〈미지수〉는 극영화이고 현실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잖아요. 예를 들면 밥을 먹다가 총을 꺼내는 장면처럼요. 근데 이 상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누군가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몰입이 자연스레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라진 사람들의 빈자리를 비추는 의도적인 장면들이 나오잖아요. 예를 들어, 대공원 관람차 뒤편의 빈자리를 비추는 장면들 같은 경우에서 감독님의 의도가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복숭아: 다시 생각을 해보면, 그 총을 꺼내 드는 장면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총을 꺼내 드는 장면이 갑작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정말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엄마의 마음은 상식의 세계에서 설명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같이 마주 앉아 이성적으로 밥을 먹다가도, 언제든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거죠. 누구라도 그럴 수 있고, 누군가는 그러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장면의 갑작스러움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모르는 이야기〉

[리뷰]: 자아를 밝히세요(김지윤)

[단평]: 여기에 오기까지(김윤정)

 

살구: 〈모르는 이야기〉는 신기한 영화였어요. 척추 질환이 너무 심해서 일어날 수 없는 두 사람이 꿈에서 만나는 내용인데요. 두 사람은 척추 질환 때문에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 동일하고 나머지는 다 달라요. 성별이라든지, 나이라든지요. 그 두 사람이 현실과 꿈의 세계를 오가며, 자아를 찾는 내용이에요. 한 마디로 정의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영화예요. 몸의 고통으로, 사람이 경계를 초월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복숭아: 〈모르는 이야기〉는 호불호가 뚜렷한 영화인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정말 최고의 영화라’고 찬사를 보내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이야기〉에 이미지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요. 〈모르는 이야기〉에 나오는 꿈의 이미지들 사이, 연결점이나 접점을 찾을 수가 없어서 해석을 하기 어려웠던 영화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요. 움직일 수 없는 두 사람의 현실을 굉장히 어두운 화면으로 비추다가, 두 사람이 형형색색의 꿈으로 이동할 때, 그 전환의 순간이 계속 기억에 남는 영화예요.

 

 

 

〈다섯 번째 방〉

[리뷰]: 나로 살아가는 법(서민서)

[단평]: 사랑의 울타리에도 문은 필요해(오윤아)

[인디토크]: 나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김민지)

[뉴스레터]: Q. 🤔 가질 수 있을까? (2024. 6. 19)

포도: 생각했던 것보다 몰입이 잘 되어서 놀랐어요. 특히 어머니의 입장에 공감이 갔는데요.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의 애환이 너무 잘 느껴졌어요. 방과 관련된 제 경험들, 온전히 독립된 공간을 가지지 못했던, 서러운 일화들이 계속 생각 나더라고요. 영화에서 “이 집은 그냥 집이 아니잖아.”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대사처럼 방도 그냥 단순한 방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의미가 내포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방을 보장받지 못하고,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계속 생각나는 영화였어요.

수박: 영화의 아이러니한 지점이 어머니가 가정폭력 상담사인데, 집에서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면,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느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도: 저는 〈다섯 번째 방〉이 다큐멘터리여서 더 좋았는데요. 다큐멘터리만이 할 수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극영화였다면 이 정도로 와 닿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쨌든 계속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고, 그 안에서 인물들이 충돌하면서 의도되지 않은 어떤 것들을 계속 발산하잖아요. 그런 지점들이 굉장히 내밀하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해요.

 


 

 

〈양치기〉

[리뷰]: 마주보는 얼굴들(김윤정)

[단평]: 흔들리는 거짓말(이지원)

[뉴스레터]: Q. 🐏 거짓말은.. 자란다? (2024.7.3)


수박: 예고편만 봤을 때 손수현 배우의 연기가 과장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며 인물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까 손수현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표정에 서사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의 연기가 너무 잘 와닿았어요.

도: 인물을 옥죄어 오는 상황이 엄청나더라고요. 손수현 배우가 그 안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다가 끝내 무너지는 장면이 예고편 속 그 장면인데요. 소름 끼칠 정도로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수박: 저는 부모 세대의 문제가 아이에게까지 내려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어른들의 잘못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또, 이 영화에 나오는 어른들을 보면,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데요. 특히, 손수현 배우를 둘러싼 동료 교사들의 시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동료 교사들이 점점 소문에 빠져들어서 손수현 배우를 옥죄어 오는 장면을 보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라도 저런 상황에서 동료 교사들처럼 행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포도: 저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소문에 의해 사람을 재단하는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은 부재한 것 같아요. 사건 자체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다우렌의 결혼〉

[리뷰]: 망명한 한국인이 아니라 고려인입니다(이수영)

[단평]: 영화를 위해서라면(김지윤)

 

복숭아: 저는 최근, 〈다우렌의 결혼〉을 봤는데요. 조금 더 레이어가 다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자흐스탄에서 다우렌이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 결혼을 카메라에 담아내야 할 이유가 제작 지원 사업이에요. 저는 제작 지원 사업으로 인해 영화가 만들어져야만 하는 상황을 설정한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제작 지원 사업의 이면을 밝히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제작 지원은 단순 소재로만 사용한 것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까웠다고 생각하는데, 제작 지원 사업이 사건을 발생시키는 원인 정도로만 작용한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2024년 상반기, 기억할만한 독립영화들

살구: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돌들이 말할 때까지〉, 〈여행자의 필요〉 이렇게 세 편이 기억에 남아요. 특히, 〈여행자의 필요〉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간결한 내용이어서 더 좋았어요.

복숭아: 지금 생각나는 건 〈여행자의 필요〉한 편인데요. 웃으면서 봤던 영화여서 기억에 남네요.

수박: 단편 〈가정동〉을 꼽고 싶어요. 〈가정동〉의 주인공은 노동하는 청년인데, 누군가 자신의 집 앞에 매일 시를 써 놓아요. 청년은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하는데요. 후에 그 시를 쓰는 분이 마을에서 건설 노동을 하는 분이라는 게 밝혀져요. 타인의 하루를 상상하는 일에 시라는 문학이 들어가면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올해, 노동자의 삶이나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사건 사고들이 잦았던 것 같아요. 〈가정동〉 같은 영화가 더 많이 나와서, 노동자의 하루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포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랑 최근,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관람한 〈광천동 김환경〉을 꼽고 싶은데요. 〈광천동 김환경〉은 김환경이라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광천동의 시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김환경 감독님이 철거를 앞둔 시민아파트에 들어가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을의 풍경을 기록하는데요. 제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매력을 알게 해준 영화여서 기억에 남아요.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가는 일, 사라져 가는 것들을 카메라를 통해 기억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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