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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국도극장: 감독판〉 인디토크 기록 : 오늘, 극장을 만나러 갑니다

by indiespace_한솔 2020. 6. 26.





오늘, 극장을 만나러 갑니다  〈국도극장: 감독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0년 6월 17(수오후 7

참석 전지희 감독|배우 이동휘, 이상희

진행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유진 님의 글입니다.


 

내게는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하는 영화 리스트가 있다.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모두 내가 다양한 스펙터클을 경험하게 하는 영화이고, 전제는 영화를 둘러싼 극장이라는 공간이다. 늘 그 자리에서 나를 확장된 감상으로 이끌어주었던 무수한 극장들. 요즘 같아서는 어느 날 극장이 갑자기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 때도 많다. 그러니 극장에 대한 영화라면 응당, 극장에서 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국도극장: 감독판〉(이하 〈국도극장〉) 전지희 감독과 이상희 배우, 이동휘 배우를 만나고 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이하 이은선): 이 영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신 분들도 계시죠. 모두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영화에 대해, 극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굉장히 낭만적인 풍경을 상상했을 것 같아요. 예전만큼 극장에 오가는 게 자유롭지 못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이런 시국에 극장의 풍경이 담긴 영화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의미로 닿았으면 합니다. 여기 세 분도 영화를 대하는 마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지금 같은 때에 이 영화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을 지 궁금해요.

 

전지희 감독(이하 전지희): 이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영화들이 힘든 시기라 참 안타까워요.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원하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관객 분들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휘 배우(이하 이동휘): 저도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찍는 과정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의 기억이 남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저희 영화가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해서 한 번은 친구랑 같이 집에서 VOD로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친구가 바로 스마트폰 게임을…(웃음) 그 친구랑 원래 영화를 자주 보는데, 평소엔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보든 게임을 하면서 보든 관심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 영화를 보는데 그러니까 마음이 아파서 결국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보기로 했어요.(웃음) 그래서 더 한편으로 마음이 아프죠. 저도 완성된 〈국도극장〉을 처음 봤을 때 영화 속 여백의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이 느낌은 극장에서 볼 때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어떤 화려한 영화보다도 극장에서 보는 게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나마 인사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저도 비슷해요. 오늘 개봉 후 첫 GV인데 이 자리에서 뵙는 게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귀한 것 같아요. 오늘 이 자리를 다 같이 좋은 기억으로 가져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은선: 극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고 운을 뗐는데요. 국도극장은 이미 사라진 극장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극장이 우리를 보는 마음은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우리에겐 항상 극장이 있는데 극장은 우리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까요? 극장이 애틋해지는 때라 더 감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나 봐요. 영화가 참 따뜻하고 인물 하나하나를 만지는 시선이 너무 정성스러워서 내내 영화에 반해있는 상태인데 감독님께 이 질문 드리고 싶어요. 시나리오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추가된 인물이 누군가요?

 

전지희: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지만 부동산 성씨가 아닐까 해요. 나머지 배우들은 너무 핵심인물이라서 모두 처음부터 있었던 것 같고. 상진이 정도? 소중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요.(웃음)


이은선안 그래도 부동산 성씨 캐릭터는 잠깐 나오고 빠지잖아요. 저는 거기서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보였어요. ‘뭐시기가 왔는데하시면서 전라도 사투리를 하시잖아요.

 

전지희그 대사는 대본에 없었어요. 그런데 정규수 배우님도 전라도 분이시거든요. 배우님 애드리브였습니다.

 

이은선아주 환상적인 애드리브네요. 감독님께 이런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캐릭터 하나하나 매만지는 감독의 시선이 참 많이 느껴졌는데 혹시 군상극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전지희: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 용어도 오늘 처음 들었고그런데 이 영화를 처음 쓸 때에도, 물론 기태가 주인공이지만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삶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누가 나쁘고 좋고 그런 것 없이 다들 감추고 싶은 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가 없었어요.

 




이은선특히 오씨 아저씨와 기태 어머니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고향으로 가기 전에 기태의 상황이 조금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기태가 PC방에서 이력서를 쓰잖아요. 자세히 보면 산업 회사에서도 몇 개월 일했고 마케팅 경력직으로 이력서를 써요. 어쩌면 사법고시 폐지는 고향으로 돌아온 핑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려오기 전 기태의 상황을 어떻게 설정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이동휘: 감독님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어요. 감독님이 설정하신 부분이 있으셨나요?

 

전지희: 얘기를 안 했어요?(웃음) 사실 그렇게 드러나진 않았는데 저는 기태가 영화에서 하는 말이 거짓말 같아요. 얼른 다시 서울로 올라갈 거라고 하고, 서울에서 고시생으로 지냈다고 말하지만 생활을 지속해야 하니까 정작 고시 공부를 한 기간 자체는 길지 않았을 거라는 설정이었어요.

 

이은선: 기태가 터미널에 도착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저는 혼자 있는 기태의 옆모습을 비추는 이 장면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 이후 정처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기태의 모습이 처음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이 순간, 배우님은 어떤 모습이 묻어나길 바라셨나요?

 

이동휘: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인물이 관객과 마주하는 첫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떤 표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첫 단추를 잘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 기태의 착잡한 얼굴로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가장 신경 써서 표현한 장면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그 표정은 제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을 더듬어서 표현한 것 같아요. 정말 가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 등 떠밀어 어딘가에 가게 됐을 때의 기억이라든지, 거기 가면 어울리기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착잡함을 기태에게 비춰본 거죠. 최근에 본 영화 〈1917〉에서 조지 맥케이라는 배우가 카메라 뒤 먼 곳을 보면서 짓는 표정이 있어요. 물론 〈국도극장〉은 그 영화를 보기 전에 찍었지만,(웃음) 그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에서의 첫 장면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또 다시 했는데요, 이 영화의 대본을 보면서 첫 단추가 잘 채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은선: 저는 이동휘 배우님은 정말 디테일을 잘 챙기는 배우라고 생각해왔는데요. 그래서 첫 장면에 매우 감탄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동휘 배우님의 첫 등장을 유심히 더 보게 될 것 같아요. 마침 관객분이 대화창에 질문을 올려주셨네요. ‘기태가 혼자 남아 못 먹는다던 고등어를 먹고, 영은이의 문자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이동휘 배우님은 그 장면을 연기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이동휘저는 그 때 엄마가 집에서 같이 고등어를 먹는다는 혼자만의 상상을 했어요. 엄마 몫을 좀 남겨놓는 거죠. 그랬더니 혼자 울컥 차오르는 감정이 생겼거든요. 그러고 나서 영은의 문자를 보며 이 외로운 와중에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기태로서는 많이 치유가 되었겠다는 생각을 했죠. 이어지는 영은과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기태는 고향에 남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열린 결말을 유도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지희: 감독이 닫아놨어도 결말은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의 것이니까.

 




이은선영화를 여러 번 봐도 캐치하지 못하는 것을 배우가 얘기할 때 짜릿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그런 디테일을 왜 발견하지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좋습니다. 중국집 장면은, 굉장히 아수라장이잖아요. 이상희 배우님은 막 퍼포먼스를 하는데,(웃음) 가족들은 싸우고 아이는 엎어지려고 하고. 중국집에서의 촬영은 순탄하게 이루어졌나요?

 

이동휘: 철저한 연습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상희 배우님께서 일부러 물을 튀기고, 그 장면을 완벽히 구사하셨죠. 오히려 나머지 배우들이 웃겨가지고저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앉아있나 헷갈렸어요. 한편으로 모니터를 보면서 패배감에 젖었죠. 나름 코믹 연기에 자부심 조금 가졌는데 이상희 배우님 앞에서는… (관객 웃음)

 

이상희: 원래 더 능숙하게 잘 해야 됐어요. 감독님도 그것을 원하셨고요. 왕영은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기태의 가족 상황과는 별개로 그게 일이니까. 저도 잘 하고 싶었거든요. 주전자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했는데 그냥 그 정도 나왔어요.(웃음)

 

이은선정말 그런 중국집이 존재하나요?

 

전지희그런 퍼포먼스가 원래 중국에 있어요. 그리고 그런 중국집이 저희 동네에 있었어요. 마을버스 광고에서 정말 전문적으로 진지하게 퍼포먼스 하시는 걸 보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저길 꼭 한 번 찾아가야지 다짐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아쉬운 마음에 영화로 담았습니다.

 

이은선누구에게 주전자 춤을 배우신 거예요?

 

이상희: 나름 무용 선생님이 계셨어요. 개인 레슨도 몇 번 받았고. 원래 더 화려하고 멋진 액션을 준비했는데 개인 레슨 하면서 동작들을 하나씩 빼게 된 거죠.(웃음) 선생님이 중국집에서 잠깐 나오는 웨이터 역할로 출연도 하셨어요.

 

이은선이상희 배우님은 초기작이 생각나는 역할이에요. 순하고 감성적인 얼굴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오씨 아저씨는 영은이를 악바리라고 하지만 맑고 단단하고 예쁜 사람으로 보이는데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이상적인 인물이에요. 각본 받고 어떠셨어요?

 

이상희: 너무 좋았어요. 우연히 먼저 대본을 봤고 영은이가 참 마음에 들어서 먼저 연락을 드렸죠. 저도 되게 좋았고 잘 표현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어요.

 

이은선: 저는 여배우에게 멜로 드라마가 걸림돌이 아니라 많은 얼굴을 발견하게 하는 장르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걸출한 여배우들은 다 90년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이었잖아요. 이런 서사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고, 또 그렇게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때마다 반갑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태가 영은을 바라보는 마음을 정리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물론 이성적 호감이 있겠지만 자기에게 없는 모습을 영은에게서 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향해서 다부지게 걸어가는 사람이니 기태 입장에서 영은을 볼 땐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있을 것 같아요.

 

이동휘맞아요. 영은이 나에게 없는 부분을 가졌다는 데에서 끌리는 거죠. 감독님께서도 이런 점을 생각하시고 기태가 영은을 바라볼 때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해주셨어요. 저도 기태 입장에서 영은을 물끄러미 보면서 그런 감정을 가지려고 노력했죠. 나는 갖지 못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하는 마음으로요.

 




이은선가끔 우리가 가족들한테는 짜증을 내고 밖에서는 사람들한테 친절하잖아요. ‘기태는 어머니와의 대화하거나 형과 대화를 할 때 유독 화를 많이 내고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데, 무엇이 기태를 그렇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요.’라는 질문 주셨습니다

 

이동휘: 저도 집에 들어가면 어머님께 살갑지 않은 성격인데, 그 이유가 저희 부모님 같은 경우 좋은 일이 아닌 일들은 철저히 숨기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얘기하시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그런 게 싫고 힘들어서 어머니께 괜찮으니 무엇이든 이야기해달라고 채근하다 보면 대화가 다정하게 흐르지를 않더라고요. 기태도 마찬가지로 엄마와 건강에 관한 대화를 할 때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다정하지 않게, 어떻게 보면 저랑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을 하죠. 나쁜 마음은 아니지만 표현 방식이 서툴고 헤매는 것 같아요.

 

이은선참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기태가 오씨 아저씨와 "담배타임"을 가진다는 거죠. 그 극장 앞에서 쪼그리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한편으로 이 장면이 반복되면서 리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갈수록 더 아늑한 느낌으로 바뀌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담배는 매우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내뿜는 연기의 모양이나 피우는 사람의 모습도 매번 다르고요. 담배 같은 경우 자연스레 떠오른 이미지인지 아니면 오씨 아저씨와의 관계를 위한 장치였는지 궁금합니다.

 

전지희: 이 무뚝뚝한 두 남자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담배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비흡연자 입장에서 봤을 때 담배를 피우는 건 완전히 가지는 자기만의 시간, 혹은 같이 피우는 둘이나 셋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들끼리 말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동경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담배를 피울 때 호흡을 한다고 하잖아요, 안정감을 얻는다고. 담배는 하나의 다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소재였죠.

 

이은선우리는 관객 입장에서 편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것이지만 영화 내적으로 보면 이한위 배우님과 이동휘 배우님 두 분 디테일이 장난 아니에요. 배우들도 찍으면서 짜릿함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동휘오씨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 제가 한 건 없고 이한위 선생님께서 완벽히 오씨 그 자체로 와 계셨어요. 분장을 마치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오시면 진짜 극장지기로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죠. 기태는 오씨 아저씨한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기태로서는 정말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건 이야기를 끌어내는 오씨의 분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제 영화 인생 최고의 대사량이어서 촬영 전 날 까지도 밤에 눈 감고 이 장면을 한 번에 갈 수 있나, 설마 끊어가시겠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현장에 들어가서는 정말 술술 나왔어요.

 

이은선: 외로움에 대한 대사가 나와요. 영은과 서울에 함께 간다면 같이 외로워질 거라는 기태의 대사가 인상적인데요. 관객분께서 감독님, 배우님들도 서울에서만 느끼는 외로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질문 주셨어요.

 

전지희저는 서울 사람입니다. 서울에 가족이 친구가 다 있지만 기태에게는 서울이 타지잖아요. 꼭 서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단 타지인 대도시라는 부분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서 자리를 잡지도 못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을 해보려고 했던, 쫓기듯이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외로울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동휘저도 가끔 이렇게 서울 시내 종로 쪽에 나오는데, 언제나 분주하잖아요. 예전에 배우가 되고 싶어 노력하던 시절에 학교도 졸업하고 일거리가 없었던 때 이 근처를 많이 왔어요. 많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고 공부하고 그랬는데 그 때마다 모두 굉장히 바빠 보이고,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시간에 커피 마시고, 다시 복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외로움을 느꼈어요. 매일 일을 하면서 어떤 성취를 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화배우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디쯤 와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죠. 기태도 서울을 떠올리면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상희: 저는 고향이 서울이 아니라 그런지 서울이 주는 외로움이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촬영할 때 서울만 벗어나도 너무 좋아요. 고속도로 타고 산새가 보이기 시작하면 너무 좋고. 그리고 저희는 일이 규칙적이지 않으니까 서울에 있다 보면 불안해지거든요. 서울에 있으면 불안한데 지방에 가면 괜찮아요. 제가 뉴욕은 안 가봤지만 뉴요커들 삶이 그렇다면서요? (이동휘 배우) 자주 가잖아.(웃음) 저는 서울이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아침에 급하지도 않은데 지하철 타면 나도 모르게 뛰고 있고. 제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어요. 기태에게 많이 공감하는 편입니다.

 




이은선: 여기서 두 배우의 이야기를 해도 모자라긴 하지만 기성 배우들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도하고 싶은데요. 중견 배우들을 매우 성실히 생각하고 캐스팅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많이 봤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새롭게 보는 것을 포기했던 배우들의 재발견이 있었어요. 시나리오 쓰면서 자동적으로 떠오른 배우들이었나요?

 

전지희: 전체 배우 캐스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캐스팅이 사투리가 가능한 분들로 좁혀지긴 했어요. 이한위 선생님이나 신신애 선생님은 제 머릿속에도 두 배우분들의 이미지라는 게 있긴 했었죠. 영화를 찍으면서 모든 분들이 연기를 잘 하셨지만 어쩔 수 없이 이 베테랑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모니터를 보면 확실히 편안해지는 게 있어요. 정말 배우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이상희: 저도 처음 신신애 선생님께서 기태 어머니 역할을 하신다고 했을 때 매체에서 제가 본 모습들이랑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저에겐 너무 재미있으시고, 〈극한직업〉에서의 역할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웃음) 그런 이미지였나봐요. 그런데 대본 리딩 같이 하면서도 많이 놀랐고 영화에서 가장 큰 울림을 주신 분이었어요. 이한위 선생님도 원체 사람에 대한 배려가 되게 깊으세요. 그래서 저도 이동휘 배우도 많이 좋아했고 따랐죠.

 

이은선: ‘처음 국도극장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에는 예전 을지로에 있던 국도극장인줄 알았습니다. 한국판 시네마천국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사라지고 상실되어가는 옛 극장과, 현실의 상실에 아파하는 인물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교차되는 작품일거라 예상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는극장이라는 요소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굳이 극장이라는 공간을 선택한 의도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관객분께서 질문 주셨어요.

 

전지희: 이 영화는 어릴 때 제가 쓴 단편에서 확장된 영화인데요. 영화와 간판이라는 소재가 필요해서 중심 소재가 극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더라고요.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기 인생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만든 단편에서는 주인공이 간판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여기서는 오씨가 해주죠. 주인공, 인생이란 키워드는 영화에서 뗄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은선: 아마도 이 영화를 보는 2000년대생은 극장에 그림을 건다는 사실을 아예 모를 수도 있겠어요. 간판에 대한 질문도 있는데요, 간판으로 걸리는 영화들은 감독님 "최애" 영화들인가요?

 

전지희: 맞기도 하고요. 영화 설정상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단관 극장 없어지는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들이에요. 극중에서 오씨가 얘기하잖아요, 어디서 가져와서 쓰는 것도 있다고. 버려진 간판들을 쓸 수 있는 시기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인데 그 시기를 정해놓고 영화를 찾았습니다

 




이은선: 〈흐르는 강물처럼〉이 제일 먼저죠. 인물들의 감정과 연결되는 영화들도 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이 한창 몽글몽글할 때에는 〈첨밀밀〉이었고 이어서 〈박하사탕〉, 〈봄날은 간다〉 이런 식이다가 마지막이 대망의 〈영웅본색〉이었어요. 다른 관객분 질문인데요. 마지막 극장 앞 장면에서 〈영웅본색〉 간판의 장국영 얼굴이 기태 얼굴로 바뀌어 있던 게 맞는지, 맞다면 누군가 실제로 간판 속 얼굴을 바꾸어 그린 설정인지 관객을 위한 가상의 간판인지 궁금합니다.’

 

전지희: 오씨가 기태를 혼자 두고 입원하러 가면서 전날 이런 이야기를 해줘요. 간판 거는 사람이 늦게 와서 곤란했다는 식으로. 기태가 밤에 온 그 날 새로 건 간판이고 기태를 위해서 걸어놓은 마지막 선물 같은 간판인 거죠.

 

이은선: 배우님들은 만약에 이 영화 속에서 본인이 출연한 한 장면을 국도극장의 간판으로 걸어놓을 수 있다면 어떤 장면을 꼽고 싶으세요?

 

이동휘저는 좋아하는 장면이라기보다, 어쨌든 제목이랑 맞아야 하니까 극장에서 텅 빈 객석에서 걸레질을 하는 저와 놀래키려는 상희 누나까지. 공포영화 같나요? (관객 웃음) 이게 국도극장이라는 제목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상희: 저는 그 중국집이…(관객 웃음)

 

이은선: 스틸컷 중에 기태가 술에 취해서 영은에게 기대있는 사진이 있는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더라구요. 어떤 장면이었는지 또 지우신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전지희: 왜 잘렸을까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막상 찍어놓고 보니까 너무 왈칵하는 감정이라고 느껴졌을 수도 있고 영은이와의 관계를 아련하게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은선: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세 분께 국도극장이 가진 의미는 어떤 걸까요?’ 영화 자체일수도 있고, 등장하는 공간일 수도 있고요. 해석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이상희: 저는 영화 속 간판을 보면서 더 와 닿았는데, 가끔 영화로 보면 사람이 항상 멋있고 사랑스럽고 비극적인 것조차 아름답고 그렇잖아요. 내 삶은 과연 그럴까 싶을 때가 있는데 기태의 삶도 부분부분 나와 닮아 있고 또 의미 있고, 밖에서 보는 모습은 안쓰러울 지라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삶도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동휘저도 마찬가지로 어떤 삶이 영화 같다기 보다는 모든 삶이 영화라고 생각해요. 각자 자리에서 살아가는 삶이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기태로서의 삶이, 그리고 저 이동휘라는 사람으로서의 삶이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삶이 아니거든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와중에 소소한 행복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모든 사람의 모습이라고, 근원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외로울 때 친구들을 만나기보다 극장에 혼자 많이 가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있으면 장르가 어떤 영화든 마음의 위안을 받아요. 〈국도극장〉이 오늘 찾아오신 관객분들께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전지희이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철이 한참 더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들뜨기도 했는데 촬영 들어가고 개봉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내가 계속 힘든 것만 생각했구나 싶었어요. 좋은 인연들이 힘이 많이 됐거든요. 선배님들, 배우분들, 스탭들. 고마운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국도극장〉이 너무 고마운 영화예요. 앞으로도 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힘든 시간을 넘어갈 때 이 영화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은선끝까지 경청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오늘 오신 관객분들께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이상희관객분들 전부 마스크 쓰신 상태로 응원해주시는 게 한편으로 참 고맙고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극장이 없으면 저는 되게 슬퍼질 것 같거든요. 이동휘 배우님이 힘들 때 극장에 가서 고독과 마주하는 순간을 좋아하듯 저도 그런데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동휘정말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 가장 감사드리는 관객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찾아와주신 분들, 좋은 이야기 남겨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앞으로도 배우 생활 잘 해나가겠습니다.

 

전지희: 관객분들이 너무 소중해요. 솔직히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관객 한 분 한 분 너무 소중하고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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